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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부릅니다! 빅 션의 디트로이트 향우회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20.09.22 21:56조회 수 2501추천수 2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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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며 그놈의 혈연, 지연, 학연에 진절머리가 난다고는 하지만, 힙합 씬에서의 ‘지연’만큼은 의외로 건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나고 자란 곳을 사랑하고, 스스로 대표하고자 하는 이들이 지역 사회부터 후배 래퍼들까지 전부 신경 써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에미넴(Eminem)과 빅 션(Big Sean) 등이 자랑스럽게 대표하고 있는 도시 디트로이트(Detroit) 역시 이러한 문화의 덕을 보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두 래퍼는 디트로이트라는 명칭을 커리어 안에서 전면적으로 사용하며 도시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미넴은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간 영화 <8마일>에서 디트로이트 빈민가의 랩 루키를 열연했던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컴필레이션 앨범 [SHADYXV]의 수록곡 “Detroit Vs. Everybody”를 통해 디트로이트 래퍼들에게 마땅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줬다.


고향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제목의 신보 [Detroit 2]로 돌아온 빅 션 역시 최근 이와 흡사한 느낌의 트랙을 공개했다. 무려 11명의 디트로이트 래퍼, 3명의 디트로이트 프로듀서로 꽉꽉 채워진 “Friday Night Cypher”. 당시에도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멤버들로 채워졌던 “Detroit Vs. Everybody”와 달리, 본 트랙에는 슬슬 날아오르고 있거나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래퍼들 역시 대거 참여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 글에 실린 “Friday Night Cypher”에 참여한 ‘디트로이트 향우회 멤버들’의 핵심적인 정보와 추천곡을 확인하고 나면, 당신도 오늘만큼은 디트로이트 명예시민이 될 수 있다 (이미 장르 팬들에게 익숙한 빅 션,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 에미넴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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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그리즐리(Tee Grizzley)


“Friday Night Cypher”의 첫 순서를 호기롭게 담당한 주인공은 바로 티 그리즐리. 2016년 출소 후 발표한 싱글 “First Day Out”과 함께 그는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고, 이후 펼친 4년간의 안정적인 활약과 함께 ‘디트로이트 향우회’ 멤버 중 상위권의 인지도를 보유하게 되었다. 사나운 트랩 사운드와 거친 단어 선택 때문에 처음 접하는 이라면 티 그리즐리를 나오는 대로 뱉는(?) 흔한 트래퍼로 여길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런 트랙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의 가치관과 목표는 비치는 이미지보다 더 진중하고 성숙하다. 


https://youtu.be/pWh4O6ujK4o


실제로 티 그리즐리는 2020년 흑인인권운동에 뜻을 함께하는 트랙 “Mr. Officer”를 공개하기도 했다. 본 트랙에는 디트로이트 청소년 합창단이 코러스를 보탰으며, 속도감 있는 비트 위에 티 그리즐리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써 내렸다. 물론 올해 흑인인권운동의 본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회적인 이슈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는 것은 래퍼로서 마땅히 칭찬받을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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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돌(Kash Doll)


티 그리즐리와 같은 비트 위에서 두 번째 벌스를 담당한 캐시 돌은 2018년 이후 씬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성 래퍼다. 아시안 돌(Asian Doll), 드림 돌(Dream Doll) 등의 다른 ‘~돌’ 래퍼들이 파격적인 의상과 가사로 인지도를 얻으며 바짝 쫓아오고 있지만, 캐시 돌은 그들에게 실망을 표하며 ‘원조 맛집’ 타이틀을 고집할 정도로 의미 있는 커리어를 구축해 왔다. 실제로, 그녀는 스트리퍼에서 밤무대 초빙 래퍼로, 초빙 래퍼에서 선배 래퍼들의 선택을 받은 루키로 성장해온 과정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https://youtu.be/25VCq8iHTVo


6남매의 장녀로 자란 캐시 돌은 어린 나이부터 생계를 위해 궂은일을 해왔고, 동시에 랩 가사를 적으며 래퍼로서의 꿈을 열심히 좇았다고 한다. 덕분에 디트로이트에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그녀는 빅 션, 드레이크(Drake) 등의 주목을 받은 이후 대형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즈(Republic Records)와의 계약을 따냈다. 그녀의 한 서린 랩과 날카로운 플로우가 궁금하다면 5천만 회 이상의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한 대표곡 “For Everybody”, 성공 이후의 회상과 한풀이가 담긴 데뷔 앨범의 인트로 “KD Diary” 등의 트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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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키드(Cash Kidd)


너무나 직관적인 랩 네임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이름, 캐시 키드는 2013년 이후로 꾸준한 작업물을 쏟아낸 디트로이트의 언더독이다. “Friday Night Cypher”에서 선보인 벌스를 확인해 보면 아슬아슬하게 박자를 타는 듯 놓치는 듯한 랩 스타일이 그의 특이점. 이는 2018년 블루페이스(Blueface)와 올블랙(ALLBLACK) 등의 신예들에 의해 재조명된 ‘오프비트(Offbeat, 비트에서 벗어나버린 랩)’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하며, 오랜 시간동안 쌓은 경력에 걸맞게 ‘재밌는 랩 스타일’보다는 ‘비트와의 간지(?)나는 밀당’에 더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https://youtu.be/tVjbYrj_qMw


디트로이트에서 쌓아온 경력과 함께, 캐시 키드는 앞서 언급된 티 그리즐리, 캐시 돌은 물론 후술될 디트로이트 래퍼들과 이미 수 차례 협업했던 바 있다. 하지만 빅 션과의 협업을 진행한 건 이번 “Friday Night Cypher”이 처음. 흔히 ‘메인스트림’으로 일컬어지는 래퍼와의 첫 협업이기에, 캐시 키드는 2020년 이후로 더욱 주목받게 될 확률이 높다. 특유의 스타일과 익살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긴 신곡 “Love Song”, 비교적 박자에 신경을 쓴 곡이자 현재까지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곡 “On My Mama” 등의 트랙을 통해 캐시 키드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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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롤 지오바니(Payroll Giovanni)


네 번째 벌스를 담당한 페이롤 지오바니는 ‘서부 사운드를 계승하는 동부 래퍼’라는 특이한 속성과 함께 허슬을 이어가고 있는 래퍼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그는 힙합의 가장 ‘클래식한 멋’을 고수하고 있으며, 듣기만 해도 ‘웨스트코스트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전통의 그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Friday Night Cypher”에서 선보인 벌스 역시 박자감과 라이밍에 충실한데, 이는 세 번째 벌스를 담당했던 캐시 키드의 오프비트 스타일과 상반된 매력을 선사하기도 한다.


https://youtu.be/JV41oMZdzbA


페이롤 지오바니와 빅 션의 협업은 “Friday NIght Cypher”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빅 션의 몸집을 키웠던 2013년 스튜디오 앨범 [Hall of Fame]의 수록곡 “It’s Time”에서도 ‘페이롤’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그의 벌스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이 선사하는 진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Dopeman Dreams”, “Hustle Muzik 3” 등의 트랙을 추천한다. 칠(Chill)한 무드의 웨스트 코스트 힙합 사운드를 제대로 소화할 줄 아는 이 디트로이트 래퍼의 매력이 제대로 묻어난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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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더그(42 Dugg)


다섯 번째 순서로 비트 스위칭과 함께 등장하는 42 더그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래퍼 릴 베이비(Lil Baby)와 함께한 “We Paid”, “Grace” 등을 통해 그를 접했다면, 당연히 42 더그의 출신 역시 애틀랜타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엄연한 디트로이트 출신의 래퍼이며, 2017년 이후로 릴 베이비와 우정을 쌓기 시작하면서 그의 레이블 4PF에 입단했다. 디트로이트 힙합 씬에 귀를 기울여본 이라면, 사용하는 표현이나 은근히 무성의한 믹싱, 박자감 등 42 더그가 얼마나 '디트로이트스러운' 음악을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48O9FdteETY


트랙마다 들리는 맥 빠진 휘파람 소리, 날카로운 발성과 가감 없는 가사가 그의 주요한 특징. 단순히 시원한 톤을 가진 흔한 트래퍼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디트로이트와 애틀랜타 스타일 사이에서 훌륭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42 더그의 능력은 생각보다 귀한 편이다. 릴 베이비, 요 고티(Yo Gotti)와 함께한 "Not a Rapper"를 통해 애틀랜타 스타일을 완벽히 소화하는 42 더그를, "Habit"을 통해 물 만난 고기처럼 디트로이트 스타일을 뽐내는 42 더그를 경험해 보자. 최근 메인스트림 중의 메인스트림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마시멜로(Marshmello)가 그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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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디 제임스(Boldy James)


올해 초, 빛을 발하고 있는 '근본파' 레이블 그리셀다 레코즈(Griselda Records)와의 계약을 알린 볼디 제임스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디트로이트 언더 힙합 씬에서 자리를 지킨 베테랑 래퍼다. 몇 개의 피처링 벌스로 씬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1년부터 거의 매년 프로젝트를 발표해 왔고, 베테랑 프로듀서 알케미스트(Alchemist)와 함께한 두 장의 합작 앨범 등으로 평단의 인정까지 챙기는 데 성공했다. 볼디 제임스와 빅 션은 각자의 커리어 초기인 2010년, 빅 션의 믹스테입 [Finally Famous Vol. 3: BIG] 수록곡인 "Fat Raps (Remix)"에서 벌스를 주고받기도 했다.


https://youtu.be/_TSmxbnEDD4


볼디 제임스의 먹먹하고 건조한 랩과 어두운 사운드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음악의 주 매력 포인트로 여겨지는 시원함, 뭉클함 등의 단어와 그의 음악을 연관 짓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볼디 제임스와 같은 뮤지션들을 통해 정적이고 둔탁한 음악이 주는 의외의 만족감을 경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초 발매된 수작 [The Price of Tea in China]의 첫 싱글 "Speed Demon Freestyle", 더 나은 접근성으로 접하고 싶다면 따뜻한 샘플 운용이 돋보이는 "Brick Van Exel" 등의 트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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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고(Drego)


볼디 제임스의 먹먹한 여섯 번째 벌스 직후,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게 씁쓸한 톤을 구사하는 드레고. 주로 소꿉친구 베노(Beno)와 함께 드레고 & 베노(Drego & Beno)라는 듀오로 활동하는 그는 22세의 나이로 디트로이트 랩 씬의 최전선에 다다르는 데 성공한 재능충(?) 래퍼다. 폭력과 수금으로 떡칠된 드레고의 랩을 듣고 있으면 그 어린 나이에 화와 증오심이 왜 이렇게도 많은지 의문이 들지만, 그는 '그저 봐온 것들에 대해 뱉을 뿐'이라 주장한다. 어쨌든 드레고의 지극히 갱스터스러운 랩을 듣고 나면 괜히 경찰서 근처만 지나가도 두 손이 공손해지곤 한다.


https://youtu.be/3_7X09kTmEo


혹자는 드레고 & 베노를 두고 '후드 레이 스레머드(Rae Sremmurd)'라 칭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우애를 지닌 두 래퍼가 각자의 스타일, 톤으로 비트를 해석한다는 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니까. 다만 그 해석하려는 비트가 지극히 디트로이트 스타일이며, 레이 스레머드가 사촌 동생들로 느껴질 정도로 가감 없는 폭력성을 선사한다는 점이 다르다. 약 8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Slatt Season", 드레고와 베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Recipe 2" 등을 통해서 이 젊은 디트로이트 녀석들의 서린 한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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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 베이비(Sada Baby)


지난 2018년, 디트로이트 랩 씬은 미국 전역의 화젯거리가 될 기회를 얻었다. 앞서 언급한 드레고와 사다 베이비가 함께한 트랙 "Bloxk Party"가 컬트적인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기 때문. 특히 사다 베이비는 곡에서 선보인 특유의 걸쭉하고 꺼끌꺼끌한 랩, 그와 상반되는 앙증맞은 춤사위의 '갭모에'로 장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가 발매했던 "This Is America"의 길거리 버전이라는 설명이 과연 어울릴지 모르겠다. 어쨌든 '춤신춤왕'으로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다 베이비는 이후 발매한 앨범 [Bartier Bounty]를 통해 다양한 플로우와 기막힌 문장 구사력을 뽐냈고, 현재까지도 디트로이트 로컬 씬의 대표 래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https://youtu.be/-R4Of4G4gew


아찔한 춤 선 말고도, 빠른 작업 속도라는 장점까지 보유한 사다 베이비는 2020년에도 두 장의 믹스테입([Skuba Sada 2], [Bartier Bounty 2])을 발표했다. 아쉽게도 그는 각각의 앨범마다 차별점을 꾀하며 다른 인상을 주려 노력하는 래퍼가 아니지만, 낮게 골골대는 랩 톤에서 시작해 악바리 감성으로 고함을 지르기까지의 '그라데이션 분노'를 한 곡에 담아낸다는 점은 분명 다른 래퍼들에게서 찾기 힘든 그의 매력 포인트다. 신보의 수록곡 "Silver Back"이나 "Dumbass" 같은 트랙들을 감상해보면 사다 베이비가 선사하는 날것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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