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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lin` 404 안에 [130 mood : RVNG]가 있다?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6.10 18:24조회 수 649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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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딘(DEAN)이 새로운 싱글 “Howlin’ 404”를 기습 발매했다. 곡은 2018년 11월 발매된 “하루살이” 이후 약 6개월 만에 나온 싱글이다. [130 mood : RVNG]를 애타게 기다린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터. 하지만 딘은 소설 <1984>의 100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는 소개와 미국 애플뮤직(Apple Music US)을 통해 미모지 형식의 영상을 공개한 것 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몇 가지 장치를 심어 놓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한 딘의 의도로 보인다. 대신 “Howlin’ 404”는 음악 외적인 부분을 포함해 딘의 지난 싱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Howlin’ 404”를 중심으로 지난 싱글들에 담긴 몇 가지 키워드를 꼽아 향후 나올 딘의 앨범을 함께 추측해보자. 개인의 해석인 만큼 아티스트의 실제 의도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짚고 넘어간다.



1st Code Name: Alternative

“Howlin’ 404”는 트랩과 전자음악, 록, 알앤비 등 여러 장르의 요소를 혼합한 곡이다. 딘은 기타 사운드와 트랩 기반의 프로덕션에서 울부짖듯이 포효하는 보컬을 선보인다. 또한, 보컬 이펙트 등 기계적인 사운드 효과를 곡에 넣어 미래지향적인 무드를 불어넣는다. 곡을 장르로 분류하자면 ‘대안’을 뜻하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고 칭할 수 있다. 해당 장르의 음악가들은 여러 장르를 섞어 낸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인물 중에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있다.

2010년대 초, 프랭크 오션은 [Channel Orange]를 발표하며 얼터너티브 알앤비 음악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그는 특정 장르로 자신의 음악을 재단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러한 성향은 2016년 발매된 [Blonde]를 통해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앨범에서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사운드로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앨범은 발매 당시 프랭크 오션의 기존 음악을 예상하던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는데, 그 후로 실험성과 음악성 모두를 잡은 명반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다.

딘은 “instagram”의 뮤직비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프랭크 오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때문인지 둘의 음악적 행보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하다. 딘은 지난 EP [130 mood : TRBL]의 “D (half moon)”, “what2do”와 같이 알앤비로 명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음악을 더 이상 구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미뤄봤을 때 딘의 새 앨범 [130 mood : RVNG]은 [130 mood : TRBL]에서 한 단계 나아가 특정 장르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얼터너티브 음악을 주로 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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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Code Name: Big Brother

“Howlin’ 404”의 가사 내용을 살펴보면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자리에 주저앉아 반복되는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딘의 모습이 연상된다. 가사에서 그는 망가진 자신을 괴로워하고(‘so screwed up’), 죽음 직전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time rewinds you looked at me baby’). 주목해야 할 건 딘의 삶에 관여하는 시스템이란 존재다. 그는 “하루살이”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미 무언가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주위를 떠다니는 CCTV 로봇과 흔들리는 화면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소설 <1984>의 빅브라더(Big Brother)다.

빅브라더는 소설 집필 당시 소련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에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현대에서도 빅브라더는 개인의 사생활을 철두철미하게 통제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1984>에서는 ‘텔레스크린’이라고 하는 텔레비전과 비슷한 기계와 절대권력을 통해 대중을 끝없이 감시하고 탄압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빅브라더의 체제에 의구심을 가지고 통제를 벗어나려다 고문을 당한 뒤 세뇌되어 끝내 시스템에 순응한다. 마치 “하루살이”의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 그랬듯이 말이다.

“Howlin’ 404”의 가사는 <1984>에 입각해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곡 소개에서 소설을 언급했던 이유도 나름의 힌트를 준 거로 보인다. 노래에서 상실감을 끊임없이 표출하는 딘의 모습은 순수했던 지난날을 점점 잊고 세뇌되는 소설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도 죄의식에 사로잡혀 되돌아갈 길이 없다고 울부짖는 모습은 향락적인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되풀이하기만 하는 “하루살이” 속 화자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러니 [130 mood : RVNG]도 현 사회를 가감없이 그려내고 풍자한 앨범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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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d Code Name: Cyberpunk

이번 곡의 제목을 유심히 보면 ‘404’란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404는 인터넷 통신 규약(HTTP)에서 파일을 찾지 못할 때 나오는 오류 코드다. 생각해 보면 딘은 지난 싱글의 뮤직비디오에서 글리치(Glitch) 효과를 통해 사회에서 오류로 규정되는 자신의 모습을 시각화한 바 있다. 또한, 앨범 커버를 보면 어두컴컴한 공간 속 네온사인으로 이루어진 수평선이 놓여 있으며, 마치 유리로 이루어진 짐승이 그 위를 질주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앨범 커버 밑의 문구를 보면 발매 연도가 ‘2084’라고 적혀 있다. 이 모든 것은 사이버펑크(Cyberpunk) 작품의 미학적 특징을 내포한다.

사이버펑크는 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억압적인 사회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는 SF 장르이자 1980년대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예술 사조이다. 장르는 1984년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책 <뉴로맨서(Neuromancer)>를 통해 정의되었으며, 영화 <트론(Tron)>과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의해 시각화되었다. 두 영화는 네온사인 풍의 조명과 어두운 배경을 통해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강조했으며, 기술과 네트워크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가깝고도 어두운 미래를 그려냈다.

사이버펑크 작품은 <아키라(AKIRA)>처럼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성 상실과 갈등을 주된 소재로 다루며 현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는 앞서 말한 빅브라더란 존재를 통해 개인의 비극을 이야기한 딘의 “Howlin’ 404” 속 가사와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곡에서 비가 내리는 배경을 가정한 것도, 앨범 커버에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연출한 것도, 타이틀에 ‘404’란 숫자를 강조한 것도 사이버펑크의 미학을 녹이기 위한 세부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딘의 새 앨범은 사이버펑크적 세계관에 기반해 음악 내외로 세세한 디테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CREDIT

Editor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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