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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루이와 함께한 살아 있는 질감의 [靈感 2] 음감회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4.12 16:43조회 수 109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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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얀씨클럽(Yancey Club)에 들어서니 평소라면 비어 있었을 공간이 육중한 몸집의 드럼과 키보드, 그리고 한편에 놓인 베이스 기타로 꽉 차 있었다. 그냥 ‘음감회’를 떠올렸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에 살짝 들뜬 채로 말했다.

“오늘 음감회, 밴드셋 라이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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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날씨가 쌀쌀해진 지난 3월 27일 수요일 저녁, 루이(Louie)의 [靈感 2] 음감회가 열리기로 한 얀씨클럽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누구의 선곡일까, 부드러우면서 신나는 알앤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작 전부터 악기들 옆에 자리를 잡은 루이는 관객들을 기다리며 긴장을 풀고 있는 듯했다. 음감회 진행자이자 맥주에 조예가 깊다는 힙합엘이(HiphopLE)의 피처 에디터 개다(Geda)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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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서는 아무 의미 없는 풍경 같지만, 사실 앨범의 제목인 ‘靈感’의 모양대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의 커버 아트워크다.


서른 즈음에 돌아온 두 번째 靈感’

“안녕하세요, 긱스(Geeks)의 형을 맡은 루이입니다” 루이의 목소리로 음감회가 시작되었다. 라이브를 함께 진행할 밴드 34위전(34WZ)의 멤버들도 각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루이가 우리에게 규모 있는 앨범으로 돌아온 건 긱스의 [Fireworks] 이후 약 1년 8개월여 만이다. ‘靈感(영감)’이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따지면 2014년 3월 [靈感] 발매 후 5년 만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긱스의 떼어놓을 수 없는 짝, 릴보이(Lil Boi)와 함께였던 그가 이번엔 어떻게 34위전이라는 새로운 밴드와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특히, 밴드가 단순 피처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이 앨범을 함께 만든 아티스트나 다름없다고 강조하니 더더욱 그랬다.

한편, 루이는 [靈感]이 자신이 20대 초반에 만든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20대 후반, 즉 거의 30대에 가까워져서 만든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변화를 암시하는 걸까. 수많은 궁금증이 샘솟는 가운데, 그는 그저 음악과 함께 맥주를 비롯한 음료를 마시면서 편하게 즐겨 달라고 말했다. 이 글로 루이의 음악을 감상했던 당시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기 바란다.







밴드와 함께 진행된 음감회

첫 번째 곡은 “白夜 (백야)”였다. 음원만 들려주며 간단하게 진행할 수도 있었던 음감회를 왜 굳이 밴드셋으로 진행했을까 싶어 들었던 의문이 이 곡을 듣자마자 풀려버렸다. 34위전을 통한 악기들의 조화는 음원을 들을 때와는 다른 감각을 자극했다.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가상 악기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비트였는데, 드럼, 키보드, 베이스가 각각 또렷하게 들려오자 음악에 더욱더 생명력이 부여되는 것만 같았다. 모든 관객이 밴드와 가깝게는 30cm, 멀어봐야 1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다들 그 느낌을 더 생생하게 느꼈을 것이다. 처음엔 의자에 앉아서 구경하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자리에서 일어서서 입을 벌린 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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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드럼), 동연(키보드), 정현(베이스)으로 구성된 34위전은 루이와 함께 빌드업된 밴드다. 뭔가 거창한 걸 하기 위해 밴드를 구성한 건 아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밴드가 결성된 계기는 무려 [靈感]의 음감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드럼을 치는 낙지와 루이의 인연은 각 지방의 팬들을 만나고 싶어 지방의 소규모 공연장에서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단둘이 즉흥적으로 ‘하자!'하고 밴드를 결성했다 보니 막상 작업할 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동연, 정현을 영입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 관객이 "혹시 앞으로도 밴드 멤버를 추가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낙지가 루이의 뒤편에서 단호하게 "안 합니다"라고 칼같이 대답해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긱스로 함께, 루이로 따로

첫 번째 곡이 끝나고, 다음곡 “大路 (대로)”가 바로 이어졌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대로'라는 가사의 반복이 귀에 맴도는 곡이었다. 이 부분에 관해 루이는 누구나 삶에서 큰길(大路)도 있고, 좁고 어려운 길도 있는데, 본인은 자신에게 좋을 대로 살아왔다는 걸 표현했다고 한다.

이 곡은 긱스의 파트너인 릴보이가 함께한 곡이어서 의미가 있는 곡이기도 하다. 릴보이의 벌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IM sayin good bye ye IM Leavin / 너무 고마웠지마는 웜맨형 / 잘 가 그랜드라인" 이 라인은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Grandline Entertainment, GRDL)와의 이별을 암시해 앨범이 공개되었을 당시 긱스가 해체되는 건 아닌지 팬들의 궁금증을 낳았다. 하지만 루이가 시작부터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긱스의 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을 보면, 긱스로서 릴보이와의 루이의 관계는 변함없는 듯하다. 개다 또한 이 곡을 작업하며 릴보이에게 따로 특별한 요청사항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루이는 "10년간 같이 해온 사이인 만큼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다"며, "릴보이가 긱스답게 잘해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이날 음감회에는 릴보이도 자리했다.






루이의 양면성을 담다

사랑하는 사람을 패널티로 비유한 “Penalty”에서는 이전의 신나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금 가라앉았다. 스포츠에서 반칙에 대한 벌칙을 뜻하는 패널티를 활용한 비유가 신선했는데, 개다도 루이에게 그런 아아디어를 떠올리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Penalty” 속 가사는 이 곡을 쓸 당시 자신이 어렸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내용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말도 막힘없이 덧붙였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지고 싶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지 않나 싶어요.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자기가 속한 게임이 진행 중일 때만 가능한 거지, 이미 게임이 끝난 상황에서는 소용없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긴 대답에 개다는 “왜 이렇게 성장하셨냐”며 감탄하기도 했다. 앨범의 전반부가 루이의 감성적인 면모를 담아냈다면, 스킷인 “포장지 (skit)" 이후부터는 그와 상반된 이성적인 면모를 표현한다. 그래서 “포장지 (skit)" 직전에 나온 “안들어"가 더 재미있게 들리기도 한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들어"와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면서도 비트만 빼면 같은 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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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skit)"에는 다른 특별한 가사가 없다. 그저 상표 이름을 쭉 읊을 뿐이다. 루이는 ‘우리는 왜 포장지에 둘러싸여 있는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재지하고 예쁜 비트에 무의미한 디자이너 브랜드 이름을 읊는 건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 없는 허황함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곡은 본래 스킷이 아니라 오리지널 트랙이었을 만큼 공을 들인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사를 깨닫기 전까지는 꽤 중독성이 있다. 순간적으로 개다가 농담조로 물었다.

개다: 혹시 일종의 머니 스웩인가요?
루이: 아뇨, 저 이거 다 못 사요. 저 거지입니다. (전원 웃음)"


앞서 잠시 언급한 앨범의 후반부는 대체로 부드러웠던 전반부와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그 시작에는 “No more lies”가 있다. 제목에서부터 예상이 가듯 거짓된 마음에 관한 곡이다. 제삼자는 마치 회사의 주가를 파악하는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의 가치를 쉽게 말하지만, 루이는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많은 거짓된 마음을 덜어내고, 일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싶은 마음을 이 곡에 담았다고도 했다. 또한, 곡 후반에 작정한 듯이 이어지는 스피팅에서는 랩을 사랑하고, 랩을 위해 음악을 하는 그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Saiko(최고)냐, Psycho(싸이코)냐

“最高 (Saiko)”의 제목은 일본어로 최고를 뜻한다. 정신병자를 뜻하는 싸이코(Psycho)와 동음이의어이기도 하다. 최고인가, 정신병자인가, 루이가 드러내려 했던 이중성은 이 곡에서 극대화된다. 라이브도 싸이코 같은 분위기를 의도해서인지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음지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랩이 시작되면서 깔린 베이스 드럼의 육중한 소리도 두드러졌다. 감정 없이 숨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16마디 랩에서도 싸이코의 강박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루이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에 이 곡을 더블 타이틀 중 하나로 삼았다고도 밝혔다.

루이는 리믹스 버전도 들어야 한다며 “最高 RMX”에도 애정을 보였다. 자신이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당시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려고 한 게 아니고 그저 재밌게 놀고 싶어서 음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양면성과 환멸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는데, 그것이 곡에서 잘 나타나 있다. 루이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릴보이의 첫 번째 벌스가 마음에 든다고. 감성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는 돈에 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어서 들은 곡은 “talkinboutmoney”였다. 아무래도 <쇼미더머니>에 참가했던 경험이 대놓고 돈을 이야기하는 이 곡에 영감을 준 듯했다. 피처링한 라이노(RYNO)는 동네 친구라고 소개함과 동시에 '열정맨'이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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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No Matter What To Do

콘서트도 아닌 음감회였기에 큰 부담 없이 찾았던 루이의 [靈感 2] 음감회, 다 마치고 나니 기대 이상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루이 본인도 만족스러워 보였던 라이브 랩과 밴드셋의 생생한 퀄리티 덕분에 콘서트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밖에도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가까운 거리, 개다의 유쾌한 진행, 부드러운 조명, 시원한 음료까지 함께했기에 콘서트와는 또 다른, 그 자리만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나 싶다.

질문 세션이 모두 끝나고 루이와 34위전은 작별 인사로 미공개 곡을 라이브로 들려주었다. 시티팝을 연상시키는 신시사이저와 경쾌한 심벌, 그리고 가성으로 부드럽게 ‘No matter what to do’라고 외치는 훅까지, 기분 좋은 곡이었다.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도 괜찮을 거 같다. 가사의 뜻처럼 앞으로 루이가 무엇을 하든 간에 본인이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그리고 지금처럼 리스너도 듣는 재미가 있는 음악을 선사해주기를 바라본다.


CREDIT

Editor

lim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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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아이콘티비(theicon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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