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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딘이 말하는 현대인의 하루살이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4.04 20:31조회 수 3977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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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인간의 삶은 언제나 많은 일로 가득했다. 역사의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와 무관하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사건·사고는 늘 많았다. 단지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을 수많은 정보가 발전한 기계를 통해 인간에게 더 많이 흘러들어올 뿐이다. 인쇄기는 신문과 잡지를 만들고, 컴퓨터와 인터넷은 무형의 정보를 퍼뜨리며, 이제 스마트폰이 그중 원하는 정보만을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사람들은 기계화된 문명 아래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더 많은 타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은 수의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유대와 연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에게 좋은 기회다. 그런데 왜 우리는 때때로 ‘개인의 파편화’ 같은 말로 더 급격해진 현대 사회 속 소외와 고독을 이야기할까.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뮤직비디오 디렉팅에 참여하여 작가 정신을 발휘한 딘(Dean)의 “instagram”과 “하루살이” 뮤직비디오는 그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주진 못한다. 대신 섬세한 디테일로 현대 사회 속에서 모두가 살아가는 모습의 일부분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새벽 2시 잠들기 전 고요한 방안, 오전 8시 출근하는 어딘가 산만한 지하철 열차, 오후 3시 산책하는 나른한 공원, 그 어딘가에서 작은 액정 화면으로 딘을 만나고 있을 당신을 위한 두 뮤직비디오에 관한 그럴싸한 풀이를 네 가지 코드로 준비해봤다. 어디까지나 에디터 개인의 해석이기에 딘의 실제 의도와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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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 Surreal (초현실)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스케이트보드, 전쟁, 비트코인. 모두 “instagram” 속 공간의 벽면에 재생되는 영상 속 무언가다. 현대의 사람들은 인터넷, SNS를 통해 유명한 것을 만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다.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어떤 분야에 관해 적극적으로 알려고 들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제는 넷상의 공간이 가상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고도 이야기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이곳에서 모든 걸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건 여전히 초현실적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과부화된 채로 고민한다. ‘나는 이것을 알고 있는 걸까?’, ‘다른 사람은 나를 안다고 생각할까?’ 질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귀결된다. 현대인은 현실과 초현실 경계에서 그러한 철학적 사고를 하고, 기어코 감정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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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에서 우리는 어쩌면 모두 트래픽 쪼가리라고도 할 수 있다. 스스로 지우면 곧장 사라지고, 다시 만들면 또 살아나는 계정 혹은 캐릭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기계가 내세우는 이진법 속에서 인간적이지 못하다 싶을 만큼 너무나 간단하고도 차가운 사실이다. “하루살이” 속 딘은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레이싱 게임 속 차와 동일한 차를 부수고, 불태운다. 일상적이지 않은 이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히 격렬하지 않으며, 되레 차분하게 진행된다. 데이터로 구성된, 실제와는 같으면서도 또 다른 나와 너라는 가상의 인물은 그렇게 쉽고 편하게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고 또 잘라낸다. 노래의 첫 번째 파트에서 딘은 쓸쓸한 노랫말을 얹는다. “몇 번을 되묻고 되물어봐도 / 내가 나쁜 건지 / 아니면 내가 아픈 건지” 표면적으로는 원나잇 스탠드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와중에도 그는 뮤직비디오를 더해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이게 현실이라면 난 너무 아플 거 같아.’






Code 2. Watch (주시)

줌(Zoom)은 영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만드는 사람의 시선이 어떤지, 어디를 향하는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instagram”의 카메라는 각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저 딘의 눈동자에서부터 출발, 줌 아웃을 해 방 전체를 보여줬다가 다시 줌 인을 하며 딘에게 좁혀 들어간다. 이 정적인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딘이라는 작가 내면의 요동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반항아적 눈빛을 하고, 그릴즈를 낀 채로 스케이트보드를 기타 치듯 긁어대는 그는 이 세계와도 같은 기성품으로 가득한 방 중앙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이어 앞서 언급한 흘러내리는 듯한 벽면의 영상이 쏟아진다. 기계와 정보에 지배되며 무력감을 느낀 끝에 정신은 블랙아웃된다. 이윽고, 카메라는 조여 들어오고, 첫 장면과 흡사하게 딘을 집중적으로 비춘다. 하지만 그는 많은 것을 봐 버린 탓에 반쯤 미쳐 버린 것만 같은 상태로 변했다. 결국, 군중 속의 고독에 신물이 난다는 듯이 무표정인 채로 자리를 뜬다. 보는 것도, 보이는 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의 선택인 걸까.


"instagram" 속 카메라가 딘을 ‘주시’했다면, “하루살이” 속 카메라는 그를 감시한다. 줌을 통해 앞뒤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닌 360도로 딘과 딘의 행동을 지켜본다. 차를 부수는 순간에 주변을 떠돌아 다니는, 흡사 드론인가 싶은 동그란 로봇도 마찬가지다. 감시는 곧 딘이 차를 망가뜨리며 행하는 일종의 반항을 꺾는 결과로 이어진다. 차의 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재부팅을 시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말인 감시 사회는 만인을 끊임없이 세상을 균형 있게 순환시키는 시스템에 가둔다. 또한, 감시당하고 있음을 의식하게 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내면화하게 한다. 다시 돌아가면, 감시하는 카메라, 딘의 반항, 시스템 오류와 재부팅 시도까지, “하루살이”의 모든 장면은 어떤 행동을 해도 디지털로 다시 회귀하게 되는 사고를 내면화한 현대인의 딜레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차 안 라디오 버튼을 누른 건 딘 그 자신이니까. 어떤 공간에서든, 이제 우리는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그 자체가 아닌 그런 시선이 있을 거라는 자신의 생각을 통해 스스로를 감시하는 존재가 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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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 Distortion (왜곡)

과다한 데이터를 받아들이면 기계는 ‘용량 부족’ 등을 이유로 위험 시그널을 보낸다. 마치 인간이 물에 빠졌을 때 숨이 차올라 물 위로 뛰쳐나오려는 것과 같다. 사람에게 위험을 알리는 시그널은 외로움이다. 현대인의 고독을 쉽사리 막을 수 없는 건 정보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숫자만큼 떠오르는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수없이 낳는다. 결과적으로 “instagram”의 첫 구절 “내일이 올 걸 아는데 /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 잠은 올 생각이 없대”처럼 유일하게 정보를 받지 않는 잠 드는 시간을 내쫓는다. 그리고 잠들어 있을 시간에 이어지는 혼자만의 망상은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왜곡시킨다. 특히, SNS 속 타인의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은 센치해지는 밤마다 찾아오는 우울의 감정을 본래 크기 이상으로 크게 키운다. 우리는 본체를 알 수 없는 그 일그러진 상태를 허무함 혹은 공허함이라고 표현한다. 화면이 격하게 찌그러지는 “instagram”의 중반부는 이러한 왜곡, 그리고 혼돈이 아닐까 싶다. 공교롭게도 정보 오류라는 맥락을 포함한 글리치(Glitch) 기법으로 물결이 퍼지는 듯한 장면은 생각에 깊게 잠긴 딘의 복잡한 마음에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를 뜻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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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물에 젖어도 전원을 끄고 말린 채로 다시 부팅하면 고장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계화되어 어쩌면 현실보다 가상에 좀 더 가까워진 현대의 인간들도 그럴 수 있을까. 모두 알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괴로운 하루를 흘려 보낼 수는 있어도 그 시간 속에서 얻은 괴로운 감정까지 완전히 씻어낼 수 없다. 감시하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없이 한 반항이 늘 그렇듯 무산되면, 그럴 때마다 시스템은 그대로인 채로 인간만이 썩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하루살이” 속에서 시스템 에러로 재부팅되는 순간, 물 속에 빠지는 딘의 모습은 견디기에 녹록지 않은, 어딘가 가슴 아린 그 축적된 감정에서 허우적대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는 말한다. “진실이라는 건 아프기만 해 / 달콤한 거짓이 내 살에 닿을 때 / 그렇게 다시 하루를 살아 갈게 / 이름 모를 그 밤을 잠궈 둔 채” 실제로 딘은 마지막까지도 글리치 기법을 더해서 생각과 감정의 심연이라 할 수 있는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어떤 밤의 허무와 공허를 머릿속 한구석으로 치워 두고 다음 날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듯이 화면은 그저 곧바로 시스템을 재부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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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 Product (상품)

현대인은 개개인이 이렇게 커다란 혼잡스러움을 떠맡고도 더욱 거대한 시련을 겪는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든 하나의 상품이며, 또 다른 어떤 제품에 지배당한다. 기존의 사물을 배치하는 콜라주 기법의 “instagram” 커버 아트워크와 뜯지도 않은 비닐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하루살이” 커버 아트워크처럼, 가상 공간에서 인간은 여러 가지 상품으로 구성된 또 다른 전시된 상품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 자신이 겪는 감정의 고저라는 그 상품을 인스타그램이라는 제품 안에 갇힌 채로 판다. 과연 우리는 비닐을 뜯고 나와 서로에게 포장된 감정이 아닌 본연의 진솔한 감정을 내보일 수 있을까. 그로써 그곳이 가상이든, 현실이든 간에 그저 하룻밤 유희용 상품 혹은 제품이 아닌 진정한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딘은 당신에게 물었을 뿐이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CREDIT

Editor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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