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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트랩 프로듀서 삼국지 영걸전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4.01 00:00조회 수 3382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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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0년대 중반, ‘트랩’이라는 불린 대지가 듣는 이들의 주목을 받은 지 몇 년 후 큰 풍채를 지닌 야망가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수타두(魔手打頭, Mustard). 이름처럼 악마의 손(魔手)이라 불린 재능을 지녔던 그는 특유의 래취(來驟, Ratchet) 사운드로 당시 힙합 판때기를 독식했음은 물론, 무겁고 꽉 차 있던 트랩을 벗어나 간결한 문법으로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복이 많기로 소문난 관상인 꽃돼지 상이기까지 했으니 의심할 여지 없는 권력가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깍쟁이 청중들이 얼마나 유행에 민감했던지, 금세 권위를 잃은 마수타두 역시 짧고도 굵었던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다시 전쟁통으로 변모한 작금의 트랩 바닥. 서늘한 베이스가 살갗을 스치는 이 땅은 수많은 영웅의 세력 싸움과 함께 또 요지경 속이다. 더군다나 빈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야먕가들의 몸부림은 단순히 트랩 바닥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주류 음악가들에게만 승선을 허가한다는 비일부두(比一埠頭, Billboard)를 단숨에 점령하는가 하면, 어디선가 다툼이 벌어지면 모든 정보통이 그들의 이야기를 퍼뜨리는 데 정신이 없었다. 여기서 잠깐, 약 2000년의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들의 치열한 삶이 마치 중국사의 꽃 삼국시대의 인물들을 떠오르게 하는 건 기분 탓일까.

언젠가 삼국지의 한 인물에게 적잖은 애정을 바쳤을 누군가를 위해, 또 바쁘게 돌아가는 트랩 바닥에서 조금이라도 눈길을 머물게 할 인물을 찾는 이들을 위해 바치는 TMI가 여기 있다. 참고로 이 괴상망측한 글은 당대의 역사나 실제 인물을 파악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안 그래도 해괴한 내용 속 이름을 알아보느라 생길 정신적 피해를 감안해 실제 영문 명칭을 살포시 적어 넣었다. 지금부터 정신줄을 풀어 헤치고 알아보자, 트랩 프로듀서 삼국지 영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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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 Boomin ≒ 관우

수많은 인물이 존재감을 부딪치는 난세 속 단 한 명의 영웅을 꼽기란 분명 어렵다. 하지만 삼국지와 트랩 바닥에서만큼은 관우, 그리고 매두로부민(魅頭勞夫旻, Metro Boomin)을 향해 수많은 의견이 모이지 않을까. 1만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겨진 관우처럼 매두로부민 역시 "Jumpman", "X", "Bad and Boujee", "Mask Off" 등의 역사적인 기록물을 남기며 수많은 프로듀서 중 꼭대기로 올라섰다. 실제로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 시끌벅적한 드럼과 함께 풍악을 울리던 전장의 시류는 여명 속에서 조용하게 808 드럼을 울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관우에게 청룡언월도와 적토마가 있다면, 매두로부민의 무력을 끌어올리는 무기로는 탁월한 베이스 운용과 시그니처 사운드가 있다. 그의 손으로 빚은 드럼과 음산한 멜로디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트랩의 흐름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내리깐 목소리로 「부민불신/즉시총살(夫旻不信/卽時銃殺)」이라 중얼대는 시조가 흘러나오니 순위는 이미 그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 마치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휘두르기만 해도 벌벌 떨었던 적군들처럼, 청중들은 10초간의 전주만 듣고도 그를 향해 돈을 집어 던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래이구(讀來異具, Drake), 미래(未來, Future), 미고수(美高秀, Migos) 등 핵심적인 인물들과 합을 맞추며 성장해온 매두로부민은 서기 2018년, 돌연 이 바닥에서 자취를 감추겠노라 선언했다. 독이 스며든 뼈를 깎아내기 위해 팔을 갈랐던 관우처럼 고난이 있었던 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려진 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같은 해 11월 첫 솔로 앨범과 함께 멋지게 전장으로 돌아온 그는 트랩 바닥의 진정한 주인공인 듯 위엄을 뿜어냈다. 마치 술이 식기 전 적장의 목을 베어 온 긴 수염의 영웅의 모습과도 같았다. 'NOT ALL HEROES WEAR CAPES'라는 제목은 그런 매두로부민이 가져온 타이틀이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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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Bourne ≒ 조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삼국지의 난세다. 하지만 자룡으로 불리기도 했던 촉의 조운은 달랐다. 공손찬 휘하에서 잠시 지내기도 했지만, 이후 유비라는 인물을 만난 후에 그는 눈을 감는 날까지 유비에게 충성을 바쳤다. 유비 또한 조운을 아껴 항상 곁에 두었고, 자신의 직속 부대를 이끌게까지 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대트랩 시대인 지금도 조운을 연상케 하는 충절을 지닌 한 명의 프로듀서가 있다. 바로 비애루본(備愛淚本, Pi’erre Bourne)이다. 오직 유비만을 위해 날붙이를 휘두른 조운처럼, 비애루본은 영혼의 단짝인 '유흥소년' 갈휘('遊興少年' 竭煇, Playboi Carti)만을 위해 신스를 휘둘렀다.

조운이 공손찬 휘하에 있을 때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 유비를 만나고 날개를 폈듯 비애루본 또한 2017년에 갈휘를 만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비트질에 불을 붙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그들의 첫 업적은 역시 “Magnolia”다. 「인유욕/아밀리록 (人有慾/我蜜梨樂)」이라는 시조가 청중들의 입에 찰지게 달라붙으며 차트에 강진을 일으킨 것이다. 한 노래에 세 곡을 이리저리 섞는 등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트랩 바닥에서 비애루본은 오히려 간결하고 단순했기에 빛났다. 마치 조운의 강직한 삶으로 현재와 같은 평가를 받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미니멀한 트랩의 새로운 길을 여는 신예의 등장이었다.

이후 육구(六九, 6ix9ine)의 히트곡 “Gummo”를 빚어내며 천하에 이름을 알린 비애루본이지만, 그는 갈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갈휘의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Die Lit]에서 열다섯 곡의 프로듀싱을 도맡았다. 그 모습이 마치 조조군 진영을 혈혈단신으로 휘젓고 유선을 구해 돌아온 조운을 보는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전략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R.I.P”와 같은 곡에서 보여준 지저분하지만 세련된 신시사이저는 그만의 스타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자신만이 아니라 갈휘의 음악적 방향까지 굳히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언제나 유비를 보좌했던 충성심 강한 조운처럼, 비애루본은 앞으로도 갈휘와 함께 특유의 신시사이저로 당신의 귀를 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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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side ≒ 주유

관우의 영웅적인 활약 뒤에 의문스러운 과거사와 배경이 감춰져 있다면, 오의 영웅 주유는 공직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다운 생애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뛰어난 지력과 리더십과 함께 삼국지 초반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약 2천년이 지난 지금, 서쪽 대륙의 트랩 바닥에서도 주유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한 인물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트랩 프로듀서 집단인 808 도적단(808 Mafia)의 지휘관이자, 몇 년째 이 바닥의 권력을 쥐고 있는 남부(南部, Southside)가 그 주인공이다.

트랩의 수도로 여겨지는 애틀랜타(Atlanta)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남부.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조예가 대단했던 주유처럼, 그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음악인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다. 이후 왁가후래임(䢲可吼來稔, Waka Flocka Flame)에 의해 발굴되고, 구치매인(具値魅人, Gucci Mane)이 내민 손을 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래수루거(來燧鏤巨, Lex Luger)와 함께 트랩 바닥의 새 지평을 연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오나라의 번성에 큰 공을 세운 주유처럼, 남부는 트랩의 부흥을 이끈 후 현재까지도 힙합 바닥의 주역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국지에 적벽대전이 존재했다면, 트랩 바닥에서는 미래의 [DS2] 위에서 벌어진 매두로부민과 남부의 비트 대결을 눈여겨볼 만하다. 본 작에서 맞붙은 두 영웅의 보석 같은 재능이 트랩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앨범 중 하나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공동 프로듀싱한 곡이 여섯 개, 참여 트랙 수로 따지면 각자 열한 개의 수록곡에 이름을 올린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맥북 프로에 올라타 하이햇을 부딪치며 합을 겨뤘다. 그 결과, 매두로부민은 “Where Ya At”, 남부는 “Fuck Up Some Commas”를 성공시키며 당대 트랩 바닥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주유가 적벽대전을 두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라 일컬었던 것처럼 그렇게 트랩 바닥에도 ‘자강두천’의 역사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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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da Beatz ≒ 하후돈

화살에 맞은 눈을 뽑아서 삼켰다는 신화적인 일화 덕에 용맹한 명장의 이미지로 각색되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하후돈은 조금 달랐다. 그는 전장에서 직접 멋진 활약을 펼치기보다 후방에서 전방을 도운 공으로 더욱 큰 인정을 받았다. 이로써 구축한 2인자의 입지는 조조와의 두터운 신임, 모범적인 사령관 역할 수행을 바탕에 둔다. 두 눈알 모두 멀쩡하긴 하지만, 여러 히트곡과 함께 수많은 아티스트의 커리어에 윤활유 역할을 도맡은 마다비추(魔多庇樞, Murda Beatz)는 삼국지의 인물들과 대조했을 때 이러한 하후돈의 활약상에 비견할 수 있다.

힙합 판때기의 독보적인 권력자, 두래이구와 함께 민속놀이 포투나투(匍鬪拿鬪, Fortnite)를 즐기는 등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는 마다비추. [More Life]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후 “Nice For What”, “FEFE” 등 굵직한 기록물을 남기며 점차 자신의 영역을 넓혀 왔다. 삼국지에서의 하후돈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조조를 향한 충성심을 보여줬지만, 돈만 벌면 그만인 트랩 바닥에서 그만큼의 충성심은 족쇄가 될 뿐이다. 마다비추는 이후 가리비(佳悧備, Cardi B), 육구 같은 인물들과 협업을 이어가며 비일부두에서도 크게 활약할 수 있었다.

상기에 언급했듯 육구의 “FEFE”를 제외하면 마다비추가 아티스트들의 ‘인생곡’을 지휘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중족쇄(二重足鎖, 2 Chainz)와 함께한 “It’s a Vibe”, 숙갓(淑㖙, Travis Scott)의 “Butterfly Effect”, 미고수의 “MotorSport”까지, 모두 각 아티스트의 커리어에서 중간 정도의 성공을 거뒀을 뿐이다. 그러나 하후돈이 부족한 군사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조조의 총애를 받은 이유와 마다비추가 현재 트랩 바닥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이유는 비슷하다. 두 인물은 모두 소홀히 여기기 쉬운 후방 군량 보급에 충실했고, 이를 통해 각 바닥의 주류에서 넘볼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을 당당히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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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 Keith ≒ 여포

'마중적토 인중여포', 천하삼분지계의 사람들은 이 한마디로 여포를 표현했다. 말 중에서는 적토, 사람 중에서는 여포가 제일이라는 뜻이다. 아쉽게도 현대인들은 대단하다고 불린 여포의 그 기세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 특정 상황에서 극강의 무력을 발휘하는 이들에게 '○○○ 여포’라는 호칭을 내리며 간접적으로 그 용맹함을 견줘볼 뿐이다. 그렇다면 트랩 바닥의 여포는 누구일까? 최근 “SICKO MODE”로 차트를 쪼개버린 태이기수(太利伎秀, Tay Keith)가 과연 여포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삼국지에서 짧은 기간에 가장 큰 임팩트를 줬던 군웅 여포처럼, 태이기수도 “Look Alive”라는 곡을 시작으로 2018년 한 해를 쉴새 없이 호령했다.

사실 여포를 대표하는 무기 방천화극은 시간이 많이 지난 이후에 사람들이 추가한 조미료라는 설이 있다. 단, 시시비비는 여기서 중요치 않다. 태이기수의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옴과 동시에 들려오는 서슬 퍼런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듯한 소리는 진짜니까. 그의 시조 「태이기수/만인쟁패 (太利伎秀/萬人爭覇)」도 녀석들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뜻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태이기수는 소량즙(素量汁, Lil Juice)의 목소리를 빌린 하이톤 사자후로 리스너들의 고막을 단 한 번의 합으로 제압한다. 그리고는 멤피스(Memphis)의 정체성을 내세운 단단한 베이스와 드럼으로 곡을 우직하게 이끌어 나간다. “Rover 2.0”과 “Nonstop”의 성공 역시 그 덕분이었다. 이는 태이기수의 정공법이 먹힌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새파란 신예가 압도적인 무력으로 트랩 바닥을 정면 돌파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본다면 태이기수는 여포와 궤를 어느 정도 같이한다. 하지만 상기에 말했던 영웅들과는 다르게 태이기수는 여포와는 다른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자신의 힘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설치던 여포는 결국 조조에게 잡혀 목이 매달렸지만, 태이기수는 단순명료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동시에 적절히 처세할 줄 안다. 실제로 그는 매두로부민이나 건아(建兒, Gunna) 등 현시대 최고의 영웅호걸들과도 자웅을 겨루며 “Don’t Come Out the House”나 “Never Recover” 같은 트랙을 성공시켰다. 각 곡에서 태이기수만의 기백은 밀리기보다 되레 선명하기만 하다. 촘촘하게 찍힌 드럼은 적토마의 말발굽 소리요, 정신이 번쩍 드는 호통은 잽싸게 날아드는 여포의 창날과도 같다.


CREDIT

Editor

snobbi, Tollgat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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