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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크루셜 스타의 미로 정원에 놓인 일곱 가지 힌트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2.12 17:22조회 수 1978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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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명언이다. 그가 말한 B와 D는 삶(Birth)과 죽음(Death), 그리고 C는 선택(Choice)을 뜻한다. 간단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이 언어유희는 결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말해준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갖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가끔은 복잡한 미로 같다 싶어서 괴롭다가도 길이 단순했다면 느낄 수 없었을 재미를 얻기도 한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얻을 것인지조차 한 사람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걸 생각하면, 생(生)이란 건 여러모로 알 수 없는 과정처럼 다가온다. 어느덧 10여 년째 커리어를 이어온 크루셜 스타(Crucial Star)가 서른이란 나이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의 제목을 ‘Maze Garden(미로 정원)’이라 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앨범에서 멀리서 보면 한없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출구란 게 있는지 알기 어려운 미로 정원에 자신의 마음속 심연을 빗댄다. 과연 그가 거쳐 온 경로에는 어떤 것들이 놓여 있는지 일곱 개의 키워드로 풀어보았다. 공교롭게도 두 번째 트랙부터 아홉 번째 트랙까지 순서대로 이야기했으며, 굴곡 있는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는지 궁금하다면 [Maze Garden]을 끝까지 감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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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Czermak/Unsplash


분수 - Fontana di Trevi

2014년, 크루셜 스타는 프랑스 파리의 아름다움을 피셔맨(Fisherman)의 비트가 몽환적이었던 “Paris”에 온전히 담았다. 그는 이 곡에서 도시를 유랑하며 느낀 어떤 깊은 생각을 담아낸 편은 아니었으며, 그저 도시가 가진 미 그 자체에 찬사를 보낸 편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6년 겨울, 로마에서 받은 영감은 달랐다. 로마 전체는 아니지만, 그는 도시의 명물인 트레비 분수를 보며 상념에 빠졌던 것 같다. 분수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든, 자신에게 소원을 비는 누군가를 비웃든, 다녀간 모든 이의 사연을 오롯이 듣는다. 사시사철 누가 와도 제자리에 우뚝 서서 제 역할을 한다. 크루셜 스타는 앨범을 여는 “Fontana di Trevi”에서 그런 분수와 아티스트인 자신을 동일시한다. 모든 것에 초연한 분수에 빙의하고, 머리만 커진 자신에게 낙담하고, 그럼에도 아티스트로서의 소명을 지킬 것을 다짐한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사는 숙명 앞에 결국 그의 선택은 다시, 긍정과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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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Wiediger/Unsplash


메시지 - Direct Message

21세기에 산다면 대부분 SNS를 한다. 직접 만나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시간은 적어졌다.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핸드폰 같은 차가운 기계로 수많은 말을 주고받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동전을 집어넣으며 공중전화로 통화하고, 삐삐로 암호 같은 숫자를 쳐 연락을 하던 옛날이나,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톡’이란 걸 주고받는 지금이나 여전히 내용이 중요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디지털 시대에도 낭만이란 게 있고, 그 낭만은 이제 더욱 크게 상호작용한다. “Direct Message”에서 크루셜 스타는 한 팬의 메시지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은 경험을 풀어낸다. 이야기는 “Fontana di Trevi”의 마지막 벌스에서 밝힌 그의 음악적 동기와도 이어진다. 어쩌면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건 정작 선과 악을 오가는 우리들의 의지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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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on McCutcheon/Unsplash


꿈 - 청담동 & 할머니 (Grandma)

꿈은 크루셜 스타의 음악 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그는 자신의 원대한 꿈, 그 꿈을 이루고자 내건 포부를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이는 [Drawing #2: A Better Man], [Midnight], [Boyhood]에 수록된 다수의 곡으로 발현되어 왔다. 흥미로운 건 [Maze Garden]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크루셜 스타 자신의 꿈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꿈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유학 길을 떠난 절친과의 이야기가 얽힌 “청담동”, 또 하나는 언제나 자신을 먼저 챙겨주는 할머니를 향한 감정을 담은 “할머니 (Grandma)”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곡에서 친구와 할머니의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되려 여러 가지 이유로 꿈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설명한다. 꿈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꿈의 유무 앞에 놓인다는 건 분명 안타까운 상황이다. 다만, 크루셜 스타는 마냥 회의와 연민의 감정만을 가지기보다는 조금은 흐트러진 삶의 태도를 바로잡으려 하는 듯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를 위해, 또 스스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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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García Saldaña/Unsplash


길 – 미로정원 (Maze Garden) / 두 갈래 길

어릴 때는 많은 걸 알지 못하기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는 세상을 어느 정도 알아버린 탓에 고민하게 될 수 있다. 무언가에 흔들릴 때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 누구도 대신 골라주지 않는 각자의 삶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단 두 개다. 이겨내거나, 아니면 도태되거나. [Maze Garden]의 중심을 잡아주는 트랙이자 앨범의 첫 번째 챕터인 ‘회의감’을 마무리 짓는 “미로정원 / 두 갈래 길”은 그 두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크루셜 스타의 모습을 담는다. 나가는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미로 정원처럼 이 세계의 체계를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그 구조 안에서 계속해서 헤매고, 부정적인 생각과의 사투를 벌인다. 정답은 없고, 과거 자신이 썼던 구절인 “더 나은 놈이 되어 돌아와”를 되새길 뿐이다. 길이 보이지 않아도 적어도 당장 내 앞에 놓인 길은 걸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이라면 그 잠정적인 결론에 백번 공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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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ardh/Unsplash


가면 - 두 얼굴

살아가다 보면 가면을 쓰는 게 익숙해질 때가 온다. 친구나 동료 앞에서 쓰는 가면, 마음에 드는 이성을 꼬시기 위해 쓰는 가면,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더 많은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쓰는 가면… 삶을 굴려온 날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쓸 수 있는 가면의 개수는 많아진다. 그럴수록 인간관계에서 능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가도 진심이 없는 채로 오만과 위선을 떠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어느 쪽이든 간에 가면을 쓰는 이유가 나쁜 면을 가리기 편해서인 건 변하지 않는다. 영화 <세븐>의 일곱 가지 죄악인 교만, 나태, 탐욕, 색욕, 시기, 분노, 식탐처럼 악은 중독성이 짙다. “두 얼굴”은 그 악이 크루셜 스타의 내면에서 요동침을 표현한 노래다. 정확히 그가 어떤 측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단,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해봐 / 순전히 열정이 다일까”, “변절자 위선자 너의 모순이 보여 난 / 욕정을 숨긴 사랑 노랠 듣고 있자니 웃겨 난” 같은 가사가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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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Hermant/Unsplash


등 - 혼자 이 밤을

깨어 있는 동안 많은 것과 부딪히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할 틈이 없어진다. 유일하게 나만의 공백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면 아무래도 누워서 잠들기 전이 아닐까 싶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때가 되면 갈무리할 수 없었던 오늘 하루를 정리하거나 다가올 내일을 생각하게 된다. 방향은 역시나 저마다 다르다.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 고독함을 느낀다면 방을 밝게 비추는 천장의 등마저 외롭게 느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잠에 쉬이 들지 못할 것이다. “두 얼굴”에서 악마에게 휩싸인 크루셜 스타는 “혼자 이 밤을”에서 그 견디기 쉽지 않은 밤에 조용한 몸부림을 친다. 자신을 둘러싼 어떤 가십 때문인 걸까, 아니면 나이 서른에 삶의 목적이 잠시 흐릿해진 탓일까. 무엇이 되었든 크루셜 스타는 노래 말미에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을 음악가로서 필요로 해주기를 바란다. 지독한 외로움을 맞닥뜨리게 된 게 어쩌면 다른 사람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그 깊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 할 때도 그들을 원하는 셈이다. 누구나 그렇게 한없이 나약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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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Lasovsky/Unsplash


펜 - Pen (A.D.W.A.D)

“혼자 이 밤을”에서 누군가 날 찌르는 것만 같다는 크루셜 스타의 감정선은 “Pen (A.D.W.A.D)”에 도착해 극대화된다. 라이터(Writer)의 가장 친한 친구라 할 수 있는 펜은 그의 진정성을 연신 공격한다. 너의 팬은 아니라는 펜은 영감과 소재가 늘 가득했던 과거 그의 모습과 음악을 직업적으로만 대하는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교한다. 심지어 명망 높은 화가인 아버지를 거론하기까지 한다. 이는 크루셜 스타가 예술가로서 갖는 자괴감을 인격화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꿈 속 펜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크루셜 스타는 두 번째 벌스에서 부정적이다 못해 염세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격렬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한다. 음악 앞에서 순수하게 열정적일 수 있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전부 날 외면해 나조차 날 떠나네”라는 후렴의 가사에서처럼 실의에 빠져 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는다. 앨범에는 “Pen (A.D.W.A.D)”을 비롯한 작품의 두 번째 챕터인 ‘망상’ 파트를 지나 희망적인 세 번째 챕터도 있으니 이 다음 이야기에도 한 번 귀 기울여보자.


CREDIT

Editor

Melo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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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크루셜스타가 이렇게 앨범 해석까지 해서 사이트 메인에 걸어가면서까지 들어야될만한 아티스트였음?

  • 유스타스 키드님께
    2018.12.13 16:35 댓글추천 5

    열받네ㅋㅋ 그럼누가 그럴만한 아티스트임?ㅋㅋㅋㅋ아웃기네

  • 유스타스 키드님께
    2018.12.14 12:55 댓글추천 0

    웃고갑니다

  • 2018.12.14 19:17 댓글추천 0

    크루셜 스타의 두 장의 믹스테잎 drawing#1#2 그리고 midnight 정규 그리고 수많은 피쳐링과 그랜라인 식구들과의 협업, 소울컴퍼니 때부터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래핑은 독보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믹테를 듣기나 했는지 앨범을 사보기나 했는지, 그런 댓글을 달 정도로 힙합을 잘 아는지 들어보기는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보고 가기엔 너무 안타까워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 별게 다 독보적이네요

  • 2018.12.14 22:21 댓글추천 0

    어그로 굿

2018.12.16 조회 7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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