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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알앤비: Diana Ross – diana (1980)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2.03 00:42조회 수 3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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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의 알앤비(그.알)>는 류희성 현 재즈피플 기자, 전 힙합엘이 에디터가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기 연재입니다. 1960년부터 2015년까지, 해당연도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아티스트와 앨범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알앤비/소울의 역사를 모두 꿰뚫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화 <드림걸즈(Dreamgirls)>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름을 쓰지만, 실은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의 주역들과 흑인음악 레전드들을 모티프로 삼는다. 세 명의 멤버가 하나의 목표와 꿈을 가진 그룹 드림스(The Dreams)로 시작했지만, 디나 존스(Deena Jones)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되는 데 불만을 품은 에피 화이트(Effie White)와의 갈등이 심해지고, 결국 그룹이 와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플롯은 두 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디나 존스 역할을 맡은 비욘세(Beyonce)가 실제로 몸담았지만, 멤버 간의 불화로 해체된 데스트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이고, 또 다른 하나는 드림스의 모티프가 된 슈프림스(The Supremes)다.

슈프림스의 본래 그룹명은 프라이메츠(The Primettes)였다. 이는 프라임스(The Primes)라는 남성 보컬 그룹과 이름을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모타운의 수장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는 모타운에 합류한 만큼 타 그룹과의 동질감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이름을 짓도록 했다. 그게 슈프림스(The Supremes)다. 슈프림스는 1960년대 모타운의 전성기를 최전선에서 이끌었던 그룹이다. 하지만 점차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가 인기를 얻자, 그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다이애나 로스 윗 더 슈프림스(Diana Ross With The Supremes)를 거쳐 다이애나 로스 앤 더 슈프림스(Diana Ross & The Supremes)로 팀 이름으로 바꿔버렸다. 솔로 활동도 염두에 두었지만, 베리 고디 주니어는 아직 슈프림스에게서 빼먹을 단물이 남아 있다고 판단해 다이애나 로스의 솔로 데뷔를 늦췄다. 슈프림스의 나머지 두 멤버를 다이애나 로스 옆 조연 정도로 전락시킨 처사였지만, 한편으로는 슈프림스의 생명을 연장한 행위이기도 했다.

<드림걸즈>의 드림스에서 디나 존스와 에피 화이트가 대립했듯, 슈프림스에선 다이애나 로스와 플로렌스 발라드(Florence Ballard)가 충돌했다. 양쪽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애초에 프라이메츠는 플로렌스 발라드가 만든 그룹이고, 다이애나 로스는 나중에 합류했다. 플로렌스 발라드 입장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셈이었을 터. 한편, 다이애나 로스는 자신의 인기를 주체할 수 없었고, 갈등을 일으키면서까지 함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좀 더 편들자면, 슈프림스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건 다이애나 로스 덕이었다. 플로렌스 발라드는 모타운이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했을 때 거절했었다. 이후, 다이애나 로스는 모타운의 아티스트이자 부사장이었던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과 어린 시절 친구였던 인연을 통해 오디션을 보고 모타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다이애나 로스가 빠진 슈프림스의 인기는 추락했고, 다이애나 로스는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1969년 발표된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의 데뷔 앨범 제목은 'Diana Ross Presents The Jackson 5'였다. ‘다이애나 로스가 발굴한 신예’라는 가짜 컨셉을 밀려고 했을 정도로 당시 다이애나 로스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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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로스의 초기 활동은 슈프림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논란이 될 만한 가사는 부르지 않았고, 노래는 예쁘고 밝고 아름다웠다. 이른바 ‘모타운 사운드’라 불리는 팝적인 알앤비/소울 음악이었다. 레퍼토리도 슈프림스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모타운 동료들을 비롯한 흑인음악가들의 대표곡을 불렀고, 비틀즈(The Beatles)의 곡도 다시 커버했다. 기존 스타일로도 안정적인 히트를 이어갈 수 있었기에 굳이 흥행공식을 바꿀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변화의 조짐이 보인 건 1977년 발표한 앨범 [Baby It’s Me] 때부터였다. 다이애나 로스가 본격적으로 훵키한 사운드를 도입한 작품이다. 1970년대 초부터 훵크가 대부분 흑인음악 앨범들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히 늦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디스코의 전성기였던 1977년에 다이애나 로스도 시류를 빗겨나갈 수 없었던 걸까. 이어서 발표한 1978년 앨범 [Ross]의 첫 곡 “Lovin’, Livin’ And Givin’”은 ‘디스코의 여왕’이라 불렸던 도나 섬머(Donna Summer)의 소속사이자 디스코를 상징하는 레이블 카사블랑카 레코드(Casablanca Records)에서 발매됐던 싱글이다. 이듬해에도 마찬가지로 디스코 사운드로 가득 채운 [The Boss]가 발표됐다.

디스코 시대를 지나 맞이한 1980년대. 다이애나 로스는 이때 자신의 인생작이라 불리는 [diana]를 발표한다. 이 앨범이 명반으로 꼽히는 이유는 뚜렷하다. 그의 소속사 모타운이 지향했던 사운드에서 탈피했다는 점과 1970년대 말 사운드적 과도기를 거쳐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완성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디스코 밴드 시크(Chic)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프로덕션을 맡았고, 그 덕분에 1980년대에 어울리는 소리를 구현할 수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1979년 ‘디스코 폭파의 밤’ 사건 이후 디스코의 생명력은 희미해졌다. 흑인음악가들은 디스코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차용하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팝/디스코 장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1980년에 갑자기 모든 게 사라진 건 아니다. 1980년대 초, 중반까지 많은 흑인음악에는 디스코적인 요소가 들어 있었다. [diana]에 수록된 다수의 곡도 디스코곡이거나 디스코적인 요소를 차용한 곡이었다.


♬ Diana Ross – I’m Coming Out


실제로 앨범에는 디스코적인 이야기를 지닌 곡들이 많았다. “Upside Down”과 “Have Fun (Again)”은 커리어를 뒤집고(turn upside down), 다시 즐기고(have fun again) 싶다고 이야기한 것을 모티프로 만든 곡이다. “I’m Coming Out”은 자신의 모습으로 꾸민 드랙 퀸(Drag Queen, 다소 과도하게 여성의 모습으로 꾸민 남성) 세 명의 이야기를 들은 뒤 ‘커밍아웃’을 컨셉으로 만든 곡이다. 디스코가 그 순간을 즐기는 음악이고, 소수자들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디스코가 지닌 정신을 잘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흑인이자 여성인 다이애나 로스가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했다. 이보다 더 디스코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비칠 수 있을까. 참고로 “I’m Coming Out”에는 다이애나 로스가 모타운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뒤 ‘나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diana]는 아티스트가 곡의 컨셉과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설계했고,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게 마감한 멋진 앨범이다. 상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Upside Down”은 팝 차트와 알앤비 차트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고, [diana]는 팝 앨범 차트 2위, 알앤비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다이애나 로스의 커리어 하이가 됐다.

다이애나 로스의 성공적인 커리어와는 별개로 모타운은 1980년대에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소속 그룹들이 해체했고, 아티스트들은 메이저 레이블로 이적했다. 유행도 새롭게 바뀌며 ‘모타운 사운드’라 불리는 색깔도 희미해졌다. 다이애나 로스, 릭 제임스(Rick James), 코모도스(The Commodores)를 비롯한 몇몇 아티스트와 그룹이 레이블을 지탱하는 수준이었다.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diana] 이후 다이애나 로스는 한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뒤 다른 이들처럼 메이저 레이블인 RCA 레코드(RCA Records)로 이적했다. 이후에도 다이애나 로스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반대로 모타운은 생명호흡기를 뗀 것만 같은 모습으로 처참한 하락세를 맞이했다. 마치 다이애나 로스가 슈프림스를 떠났을 때처럼.


*관련링크
그해의 알앤비 이전 시리즈 보기 1 (1960 ~ 1974) / 보기 2 (1975 ~)


CREDIT

Editor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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