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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 선곡 - 2018년 4월 3회차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4.30 18:28추천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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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열 명의 식구가 함께한 4월의 세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열 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장사익 - 미사의 종


장사익을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만, 나는 장사익 선생님을 정말 좋아한다. 누군가는 조선의 소울이라고 평할 만큼 한국의 음악을 기반으로 비교적 현대적인 소리를 내는데, 재즈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몇 차례 무대에서 보여준 적도 있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조선보다는 경성이나 개화기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이 영상에서는 트럼페터 최선배의 연주도 들을 수 있는데, 한국 프리 재즈의 한 축이자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그의 음악을 생각하면 모국에서의 대우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다. 딴 얘기지만, <가요무대>는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셨던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종종 챙겨 보는데, 단순히 가수가 나와 가곡이나 트로트를 부르고 끝나는 데서 그치지 않아 보면서 은근히 많은 자료를 얻고 공부할 수 있다. 결론은, '<가요무대>는 소주나 막걸리뿐만 아니라 와인과도 어울린다'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 bluc







MorMor – Whatever Comes To Mind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목소리만으로 오롯이 감정을 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토론토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모르모르(MorMor) 역시 구태의연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인물이다. 모르모르는 곡에서 저음과 팔세토를 오가며 슬프고도 달콤한, 상반된 감정선을 그려낸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굳이 가사를 보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감정 변화에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또한, 그는 베드룸 팝(Bedroom Pop)이라 하는, 싸이키델릭과 인디 팝의 영역에 걸친 음악을 구사하는 아티스트다. 모르모르를 비롯해 일련의 아티스트들이 비슷한 음악들을 구현하고 있어 베드룸 팝을 분석한 기사들이 외국의 다양한 매체들에 올라오고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 Geda







J. Cole - Kevin's Heart


제이콜(J. Cole)이 드디어 새 앨범 [KOD]로 돌아왔다. 깜짝 발표였던 만큼, 많은 이들이 기대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런 영상이 굉장한 인기를 끌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작인 [4 Your Eyez Only]를 좋게 들었기에, 개인적인 기대 역시 컸다. 막상 앨범이 나오고 나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하였다. 아직 앨범에 대한 평가를 섣불리 하긴 어렵지만, 그 와중에 무한 반복 중인 트랙이 생겼는데 바로 "Kevin's Heart"다. 제목에서부터 케빈 하트(Kevin Hart)를 떠올렸다. 그래서 바람을 피우는 내용이라 생각했다(케빈 하트는 바람을 피운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다). 물론, 바람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녀'를 '약'으로 치환해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화자인 케빈을 약에 중독된 인물로 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도 흥미롭다. 케빈 하트의 출연과 자연스러운 연기, 제이콜의 디렉팅 참여가 뮤직비디오를 주인공이 케빈인 한편의 단편 영화로 만들었다. '약을 하고 바람을 피우는 케빈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한 번 더 노래를 재생해본다. - Loner







XamVolo – Lose Love


영국의 알앤비 뮤지션 잠볼로(ZamVolo). 그가 지난해 발표했던 "Feels Good"은 꽤 멋졌다.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곡을 샘플링했고, 원곡의 비밥(Bebop) 연주를 짧게 끊어 훵키한 질감으로 재탄생시켰었다. 함께 발표했던 "Old Soul"에서도 그의 프로덕션을 감싸는 것은 재즈의 터치였다. 이번에 발표한 EP ["A Damn Fine Spectacle"]의 리드 싱글 "Lose Love"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60년대 라틴 혹은 소울 재즈의 기타 솔로를 샘플링한 듯한 매끈한 프로덕션이 흐른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네오소울의 고전적인 향취다. 하지만 이에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복고’라는 딱지를 붙이기보다는, 빈티지한 질감의 측면에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내 마음대로 명명한 ‘염소 비브라토’로 프레이징하는 음성은 나른한 프로덕션과 우아하게 어우러진다. 곡 하나도 허투루 내는 일이 없는 그가 발표한 또 하나의 수작이다. - 류희성







Young M.A - Praktice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왜 열심히 안 하냐고 하는 것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나는 조금 안다고 생각했다. "Praktice"에서 'Who said I don't go hard? B*tch I go so hard'라고 하는 걸 보니 영 엠에이(Young M.A)도 그랬던 것같다. 2016년, "OOOUUU"로 주목받으며 데뷔한 그는 2년이 지난 지금, 구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그저 NBA 명예의 전당 선수인 앨런 아이버슨(Allen Iverson)의 2002년 인터뷰를 자신의 곡으로 가져올 뿐이다. 당시 아이버슨은 팀 연습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에 대해 '경기(game)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연습(Practice)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며 반박해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영 엠에이는 이 레퍼런스를 반대로 디스하는데 사용했다. 사실 그가 댈 수 있는 핑곗거리는 많았다. 그간 자신이 래퍼라는 것보다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더 많은 이슈가 되었고, 이를 빌미로 헤이터들에게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랩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그 수많았던 욕들이 무색하게 자신이 원하는 레즈비언 포르노 영화를 감독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로 동정을 받거나 그것을 주목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꾸준한 연습과 강인한 정신력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는 가사로 승부할 뿐이다. 오전 12시가 넘어 어느새 또 다른 월요일이 되었다. 과연 나는 얼마나 허슬했는지, 이 노래의 가사를 따라 부를 자격이 얼마나 있는지 되돌아본다. - Limpossible







선우정아 X 바버렛츠 - 차트밖에서


당신은 닐로(Nilo)와 "지나오다"를 둘러싼 오래전부터 예견된 최근의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내 개인적으로는 당사자들도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건 당연하고, 다른 것보다 일부 대중들의 반응이 다른 의미로 경이로웠다. '노래가 좋으면 된 거 아닌가요?'라, 이 한심하다 못해 애잔하기까지 한 말 한마디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일단 첫째, 아무리 봐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생태계를 어지럽히며 막대한 이득을 취해도 나에게 별다른 피해가 없고 상품이 괜찮다고 생각되면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 이어서 둘째, 아무리 봐도 메리트라고는 도저히 찾기 어려운, '인디'라는 라벨링으로 포장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가사를 보며 제 멱을 따는 성의 없는 버스킹에서나 부를 법한 신파성 발라드가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왕왕 있다는 것. 이미 이 나라 전체가 어떤 거대한 노래방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놀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이 명징한 사실 아닌 사실에 조태오처럼 어이가 이역만리 밖으로는 뛰쳐나가는 기분이다. 나에게는 그럴수록 선우정아와 바버렛츠(The Barberettes) 같은 존재가 담담한 마음으로 소중하다. 딱히 닐로 같은 이를 노린 건 아니겠지만, 차트 밖 친구들에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음악 하자'는 이 노래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마인드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동시에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다. 이 나라는 애석하게도 정도를 모르고 무지막지하게 짜치면서 남의 돈 쉽게 빼먹으려 하거나, 기회주의적으로 접근해 한탕 크게 해 먹고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오래오래 잘 먹고 잘살아온 나라다. 비정하다 싶고,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닥치면 일단 짜증부터 나고 보는 부정의 화신이지만, 그러니 내 일을 하며 내일을 멀쩡히 살아내는 것부터 잘해야 한다. 마냥 엎어져서 울고만 있으면 이 모든 말들을 오로지 질투로만 치부하는 경쟁주의적 인간들이 개떼같이 몰려올 테니까. '아리송한 숫자의 세계에서 벗어나 보라'는 선우정아의 말처럼 그들에게서 빗겨나가 우린 우리의 삶을 살 줄 알아야 한다. - Melo







New Edition - Can You Stand the Rain


꼭 일주일 전이었을까, 비가 며칠 동안이나 잔뜩 내려 그칠 생각을 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 이렇게 비가 올 때 꼭 찾아 듣는 곡들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어떤 곡을 듣느냐 물어본다면 괜히 힙해 보이려 생소한 곡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항상 뻔하디뻔한 이 곡을 듣는다고 대답한다. 감수성 폭발하는 보컬과 멜로디, 음악을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들었던 정 따위의 이유가 될 테다. 하나, '화창한 날씨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당신은 빗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나요?'하고 묻는 후렴구의 가사가 항상 나 자신을 괜히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며칠 전에는 마음을 괴롭히던 관계를 정리한 후,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이 노래를 재생해 보았다. 노래는 그대로였는데, 항상 듣던 느낌과는 또 달랐다. 이제는 비도 조금은 맞아줄 수 있으려나 보다. - snobbi







Khalid (Feat. 6LACK, Ty Dolla $ign) – OTW


칼리드(Khalid)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데뷔 앨범 [American Teen]으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쉴 새 없이 음원을 발표하고 있다. 칼리드 자신의 곡이든,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든,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4월에 공개한 두 싱글 “OTW”와 “Lovely”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보컬만으로 더 없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American Teen]에서 선보인 풋풋하고 밝은 모습보다는 몽환적이고, 어두운 모습이 더 크게 드러난다. 칼리드의 나른한 목소리가 이런 무드의 곡에서도 이토록 잘 묻어나올 줄 몰랐다. 간드러진 바이브레이션과 어딘가 늘어지는 듯한 보컬이 비슷한 느낌으로만 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신인 아티스트치고는 자신이 뭘 잘 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게 들리는지 잘 아는 것 같다. 무리 없는 선에서 서서히 변화를 꾀하는 그의 움직임에 박수를 보낸다. - Urban hippie







빈지노 – Break


난 지금 전투력 수치 111%다. 자유롭고 싶다. 자비 없는 교수님들은 시험과 과제 폭탄을 동시에 내게 던지셨고, 놀랍게도 나는 아직 전공 시험 두 개를 더 봐야 한다. 지금 가장 부러운 사람은 시험 끝나서 놀고먹고 쉬고 있는 친구들. 첫 시험이 있던 지난 월요일 아침부터 온전하지 못한 내 멘탈을 어서 쉬게 하고 싶다. '맛있는거 먹으러 가고 싶어, <어벤져스> 보러 가고 싶어, 이모네 강아지들 보러 가고 싶어!' 시험이 너무 싫은 대학생의 발악이 느껴지는가? 첫 전공 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새벽 두시, 오랜만에 이 노래를 틀었다. 자아분열이 일어난 듯한 가사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박자에 맞춰 책상에 머리를 쳤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PPT에 집중했다. 빈지노(Beenzino)처럼 학교를 자퇴할 깡은 없어 아쉽지만, 아무튼 나는 오늘도 그의 음악과 함께 'Always Awake'다. - JANE







Kanye West (Feat. Smokepurpp) - LIFT YOURSELF


웁디디 스쿱. 스쿱 디디 웁 웁디디 스쿱 풉.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제이콜을 디스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제이콜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제이콜이 한방 크게 맞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끊임없이 제이콜을 샤라웃하며 자신이 최고의 리리시스트라고 말하는 스모크펄프(Smokepurpp)는 '에스게릿'과 '스쿠비두비 팝풒과 하?'로 일관한다. 들으면 끊임없이 실소가 흘러나오고 낄낄대게 만드는 "Lift Yourself"는 현시점에서 분명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칸예 웨스트라는 씬의 거물이 굳이 전면에 나서 편을 들었다는 것부터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창 정치적 스탠스를 표출하는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신세대들에게까지 넓히려 한 걸 수도 있고, 그냥 재미로 한 걸 수도 있다. 다만, 이 행위가 스모크펄프에게는 아주 든든한 서포트가 될 거라는 건 분명하다. 이전까지의 행위들보다 훨씬 노련해 보이고 청자들에게 확실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편차는 있겠으나, 사람은 꽤 높은 확률로 흥미가 가고 재미있는 쪽을 편들기 마련이다. 제이콜이 [KOD]를 발표하면서 찔리면 니가 진 거라고 말했는데, 이젠 상황이 역전된 것 같다. 제이콜도 열 받으면 지는 거다. - Kimioman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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