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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Minnie Riperton - Perfect Angel (1974)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4.25 11:50조회 수 23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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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라면 베테랑이었다. 미니 리퍼튼(Minnie Riperton)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척 베리(Chuck Berry), 에타 제임스(Etta James) 등 거장 블루스 음악가들의 곡에서 코러스를 불렀으며, 걸 그룹 젬스(The Gems)의 멤버로 활동했다. 이어서 합류한 소울 밴드 로터리 커넥션(Rotary Connection)에서는 준수한 성적을 내며 약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70년에는 [Come To My Garden]이라는 데뷔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거장 재즈 뮤지션 램지 루이스(Ramsey Lewis)가 피아노를,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가 드럼을, 재즈와 블루스계에서 슈퍼스타 세션맨으로 잘 알려진 필 업처치(Phil Upchurch)가 베이스를 담당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재즈 편곡을 조화시킨 우아한 사운드를 앞세웠지만, 주목할 만한 지향점이나 컨셉은 보이지 않았다. 정돈되지 않은 사운드의 향연이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솔로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미니 리퍼튼은 침체기에 빠지게 된다. 그는 남편, 두 아이와 함께 플로리다로 가서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음악가로 실패했고, 잊혔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있던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메이저 레이블인 에픽 레코드(Epic Records)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전작의 완성도가 아쉽기는 했으나, 그녀의 재능은 분명했다. 최고 음역을 안정적으로 넘나드는 가창력의 소유자로, 어렸을 때는 소프라노 성악가로 성장할 것이라며 주목받았던 인재였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터라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건지, 미니 리퍼튼은 에픽 레코드에 과감한 제안을 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프로듀서로 기용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스티비 원더는 [Talking Book], [Innervisions]로 차트 넘버원을 휩쓸고 있는 최고의 거물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인연이 있었다. 1971년에 만난 적이 있었고, 미니 리퍼튼의 가공할 만한 가창력에 놀란 스티비 원더는 언젠가 한 번 함께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스티비 원더의 소속사인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였다. 스티비 원더가 괜한 데 힘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스티비 원더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흑소’라는 의미의 가명 엘 토로 네그로(El Toro Negro)라는 예명을 사용했다. LP의 커버 뒷면에 스티비 원더가 남긴 짧은 추천사에는 이름 대신 ‘아주 특별한 팬(A Very Special Fan)’으로 기명됐다. 미니 리퍼튼의 남편인 리처드 루돌프(Richard Rudolph)가 스티비 원더와 공동 프로듀서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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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지원과 슈퍼스타의 프로덕션, 가수의 탁월한 가창력의 만남은 [Perfect Angel]로 완성됐다. 멜빵바지를 입고, 다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정면을 주시하며 어색하게 웃는 커버 아트워크의 앨범. 앨범의 대표곡이자 미니 리퍼튼의 최고 히트 싱글인 “Lovin’ You”는 이 커버 아트워크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타악기 없이, 건반과 기타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악기 편성과 새 지저귐이 들어간 다소 유치한 편곡에도 불구하고, 미니 리퍼튼이 표현한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로 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 곡에서 건반을 연주한 건 스티비 원더다. 그는 프로듀싱뿐 아니라 건반, 드럼, 하모니카 등을 연주하며 앨범 전반에 참여했다.

비록 히트곡은 “Lovin’ You” 뿐이지만, 이 곡만으로 앨범 전체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은 록킹한 사운드와 거친 음성으로 질주하는 “Reasons”다. 이후에는 알앤비와 팝을 오가는 탄탄한 트랙들로 채워졌다. 직선적인 멜로디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며 자연스럽게 감상자를 몰입하게 한다. 그런 사이에 등장하는 다소 진중한 톤의 “The Edge Of A Dream”은 1960년대 공민권 운동 시대의 아이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다양한 사운드가 혼재하는 수록곡들은 스티비 원더와 리처드 루돌프의 프로덕션 아래 하나의 톤으로 묶였다.



♬ Minnie Riperton - Lovin' You


“Lovin’ You”와 [Perfect Angel]의 히트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정작 미니 리퍼튼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이 시기에 그는 유방암을 앓고 있었고, 그 사실을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유방암을 수치스럽게 여겨 투병 사실을 숨기려 했던 여타 유명인들과는 달랐다. 다만,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고통을 참아가며 앨범 발표와 투어 활동을 이어갔다.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1979 유명을 달리했다. 가진 재능이 너무나 뛰어나, 더욱 안타까운 죽움이었다. 그의 묘비에는 대표곡 “Lovin’ You”의 첫 소절이 새겨졌다. ‘Lovin’ you easy is easy ‘cause you’re beautiful(당신을 사랑하는 건 쉬운 일이에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죠)’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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