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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Marvin Gaye - Let's Get It On (1973)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3.23 00:20조회 수 526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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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마빈 게이(Marvin Gaye)는 대세 음악가였다. 그는 비뚤어진 인류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앨범 [What’s Going On]을 발표했다. 논란을 피해가며 안정 지향적인 전략만을 취했던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의 사내방침을 과감히 어긴 것이었다. 처참하게 실패할 거라고 봤던 음반사의 예상과 달리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시적인 성공이 아니었다. 음악과 메시지가 완벽한 합을 이룬 팝 음악사에 오래오래 남을 걸작이었다. 잘 나가는 소울 음악가라는 기존의 타이틀에 진보적인 사회 개혁자의 이미지가 더해지며 마빈 게이는 걷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어서 발표한 그의 정규 앨범이자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 [Trouble Man]이 연달아 히트를 기록했다. 그가 하는 모든 게 대박이었다. 모타운 레코드는 더 이상 그의 작품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고액의 재계약서를 내밀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마빈 게이는 두 앨범의 대성공으로 1970년대 최고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 사정은 달랐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사람들의 기대치는 그를 압박했다. 단순히 팬들뿐이 아니었다. 가족과 음반사 관계자들도 그에게서 새로운 [What’s Going On]을, 새로운 [Trouble Man]을 기대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아버지의 엄격한 기독교 규율과 그로 인한 학대는 트라우마가 되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를 괴롭혔다. 그의 성적인 외향성은 그런 성장 배경과 충돌했다. 압박감과 내적 갈등에 그는 결국 작가의 장벽(Writer’s Block, 작가가 글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도 앞서 발표했던 작품들과 1970년대의 사회 개혁적 흐름으로 쌓인 주변의 기대치나 바람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사회적인 이야기, 흑인들이 마주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자신을 바라봤고 솔직해졌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였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이야기했던 문제들 역시 그에게 중요한 가치였겠지만, 사랑은 그가 당장 직면한 더욱 밀접한 주제였을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사랑을 갈구했고, 그 이야기를 [Let’s Get It On]에 담았다.


♬ Marvin Gaye - Please Stay (Once You Go Away)


수록곡 하나하나가 아름다워서 곡이 넘어갈 때마다 감탄하게 한다. 앨범은 타이틀곡 “Let’s Get It On”으로 시작된다. 숨겨왔던 마음을 드러내는 풋풋한 사랑 노래로, 끈적끈적한 인트로 때문에 수많은 영상물에서 BGM으로 사용된 친숙한 곡이다. “Please Stay (Once You Go Away)”에선 자신을 떠나지 말라며 상대방을 붙잡는다. 연인이 떠난 뒤에 이어질 공포와 슬픔을 이야기하지만, 음악은 더없이 경쾌하다. 단순한 형태를 반복했던 연주는 첫 벌스의 중간부터 마빈 게이의 질주하는 음성을 뒤쫓으며 훵키하게 변모한다. 마치 랩을 하듯 리드미컬하게 내달리는 마빈 게이의 노래는 애잔한 가사와 상반되는 쾌감을 선사한다. 노래와 프로덕션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조화하는 "If I Should Die Tonight"에선 색소폰 연주자에게 가장 큰 공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간주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선 굵은 색소폰은 마빈 게이의 음성보다도 앞에 서서 환상적인 듀엣을 이끈다. 등장 시간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신 스틸러’다. 이어지는 “Keep Gettin’ It On”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타이틀곡의 파트 2 격인 곡이다. 말 그대로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라고 한다.

A면에 수록된 네 개의 개별적인 곡들이 공통된 주제와 분위기로 하나의 덩어리 같았다면, B면의 수록곡들은 결속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각 곡의 완성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Come Get To This”와 “Distant Lover”는 큰 임팩트를 주진 않지만, 앞에서 선보였던 훵크에서 벗어난 잔잔한 사운드에서 사랑을 노래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는다. 바로 다음 곡 “You Sure Love To Ball”은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의 신음이 삽입된 에로틱한 곡이다. 훗날 발표하는 “Sexual Healing”까지 이어지는 육감적인 음악이 이때부터 구체화하였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에로티시즘과 사랑은 마빈 게이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이와 함께 그가 [What’s Going On]에서 지향했던 사회적인 주제는 종종 마빈 게이가 지향했던 두 개의 지점으로 언급된다. 다만, 그렇게만 보기보다는 마빈 게이가 그때마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노래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자신의 주장과 태도를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 앨범에 풀어낸 건 [What’s Going On]만큼이나 [Let’s Get It On]에서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를 음악에 담았다는 점에서 언급된 작품들은 하나의 결을 공유한다. 그저 [Let’s Get It On]을 작업할 당시에 마빈 게이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사랑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음악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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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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