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고위도 바이브, 북서풍 뮤직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2.25 02:17조회 수 3049댓글 10

thumbnail.jpg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짧은 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집 문을 여니 보일러는 동파 상태, 수도꼭지는 모두 터져 있고, 변기마저 통으로 얼어 있었다. 남쪽 출신 놈에게 서울에서 보내는 첫 겨울 신고식은 물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호됐다. 시베리아 기단의 강한 펀치에 입술은 부르텄고, 딱 그 두께만큼 효력을 발휘하는 지갑은 동파 수리 비용으로 얇아져 일거수일투족을 제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음악은 맛있었다. 겨울에 듣는 음악들, 북서풍이 부는 시기에 마치 제철 과일 같은 조화를 내는 음악들이 있었다. 이내 궁금해졌다. 추위로 담금질한 아티스트들은 어떤 음악을 할까?

한반도에 거주하는 특성상, 우리는 북쪽을 추위의 근원지로 규정하고 살아간다. 가깝게는 북한의 개마고원이 있고, 조금 더 가면 만주가 나온다. 그리고 그 위에는 중학교 때 언뜻 배운 타이가 숲이 펼쳐져 있을 것이고, 높아진 위도에 상당히 심화된 추위가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지금은 단지 위도가 높다는 이유로 춥지 않다는 걸 알지만, 아무튼 우리는 여전히 고위도에 대한 경외를 가지고 살아간다. 뭔가 쓸쓸하고 삭막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고위도 바이브, 북서풍 뮤직>에서는 고위도 국가들에서 자신의 음악을 펼쳐나가는 이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결을 가지는지 한 번 느껴보고자 한다. 기준이 되는 위도는 각자의 주 거주지를 중심으로 설정했다. 시작하기 전에, 서울의 위도는 37.53 ° N 정도 된다. 독도는 37.2 ° N.



1.jpg


Evy Jane
국적: 캐나다
북위: 약 49.29 ° N

아메리카 북단에 위치한 캐나다 아티스트들 특유의 이모함은 꾸준히 이목을 끌어왔다. OVO 사운드(OVO Sound)라는 군집 때문에 토론토에 집중되는 편인데, 어쨌든 캐나다에서 알앤비를 한다면 다들 그 감성, 정서를 조금씩 공유하는 듯하다. 이전에도 엘이에서 다룬 적 있는(링크) 에비 제인(Evy Jane)도 마찬가지다. 에비 제인은 보컬 에블린 메이슨(Evelyn Mason)과 프로듀서 제레미아 클레인(Jeremiah Klein)으로 구성된 밴쿠버 출신의 알앤비 듀오다. 비가 많이 오는 거로 유명한 밴쿠버인 만큼, 이들의 음악 또한 센치하고 습한 편이다. 2016년 발매된 앨범 [Breaking]을 ‘밴쿠버’ 앨범, 혹은 ‘폭풍우 음악’이라고 스스로 평한 에비 제인은 우산을 쓴  채로 밴쿠버의 비를 만끽하며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이지만, 막상 하나하나 들어보면 켈렐라(Kelela)를 연상시킬 정도로 강한 전자음이 의외의 느낌을 준다. 물론, 그 와중에도 메인은 에블린 메이슨이 들려주는 알앤비 리듬이다. 그가 곡을 주도해 나가면 전자음이 비처럼 쏟아지는 듯한 입체감이 무척 인상적이다.

♬ EVY JANE - Breaking





2.jpg


Kiasmos
국적: 아이슬란드
북위: 약 64.14 ° N

키아스모스(Kiasmos)는 이미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음악 듀오다. 이들은 2014년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표하는 등 미니멀하고 실험적인 사운드의 전자음악을 구사해왔다. 피아노와 현악기를 써 음악 안에 어쿠스틱함을 담아내는 올라퓌르 아르날즈(Ólafur Arnalds)와 무거운 신스를 많이 사용하는 야누스 라스무센(Janus Rasmussen)이 가진 서로 다른 음악적 색채 사이에서 포착해 구현한 미니멀한 테크노 음악이 그들이 지향하는 키아스모스다. 그중 올라퓌르 아르날즈는 영국의 아카데미 상이라 불리는 BAFTA에서 음향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클래식 음악 프로젝트 앨범을 내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개인 활동을 펼쳤다. 몇 차례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던 올라퓌르 아르날즈의 최근 프로젝트로는 2016년 발매된 앨범 [Island songs]가 있다. 아이슬란드 속 일곱 장소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받은 영감을 녹음한 [Island songs]은 그가 담아낸 아이슬란드의 향수다.

♬ Kiasmos - Blurred (Bonobo Remix)





3.jpg


Smerz
국적: 노르웨이
북위: 약 59.91 ° N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두 명의 소녀가 친구들을 잔뜩 모아다가 음악을 하겠다고 선포를 했다. 그것이 스머즈(Smerz)의 시작이었다. 카타리나 스톨렌베르그(Catharina Stoltenberg)와 앙리에트 모츠펠트(Henriette Motzfeldt)는 피치포크(Pitchfork)와의 인터뷰에서그 당시 친구들의 걱정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만 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걱정 따위 날려버린 지 오래다. 인디펜던트 레이블인 XL 레코딩스(XL Recordings)와 계약하며 아델(Adele)과 FKA 트윅스(FKA Twigs) 같은 선배들을 두게 되었다. 스머즈의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사운드의 전자 팝 음악은 좁은 공간을 연상케 함과 동시에 그 공간에서 붕 떠있는 듯한 괴리를 동시에 선사한다. 흘리는 보컬은 듣는 이의 감정을 아래로 잡아끄는 듯한 힘을 가지고 있다. 스머즈라는 이름이 독일어로 ‘Heartbreak’를 뜻하는 단어의 준말인 걸 생각하면, 그들의 음악적 색깔이 좀 더 이해가 된다. 2017년에 발매된 EP [Okey] 이후, "Have fun"과 같은 싱글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 Smerz - Because





4.jpg


Yung Lean
국적: 스웨덴
북위: 약 59.31 ° N

장난같아 보이는 영 린(Yung Lean)의 랩네임 속 'Lean'은 사실 약물이 아니라 본명 조나단 린도어 호스타드(Jonatan Leandoer Håstad)의 미들네임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리얼’함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혹은 그냥 태생부터 인터넷 랩스타가 될 운명이었을 수도 있다. 지난해 발매된 세 번째 앨범 [Stranger]은 그가 초심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슬픔을 미학적 도구로 적극 차용해왔던 영 린은 이 앨범에서 2016년 믹스테입 [Frost God] 믹스테입과는 다른 색을 보여줬다. 힙합을 어느 정도 중화한 톤으로 오히려 스스로를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활로를 찾았다. 랩이라기보다는 노래에 가까운 영 린의 보컬과 앨범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거드(Gud), 셔먼(Sherman), 화이트 아머(White Armor)의 프로듀싱까지, [Stranger]는 그의 커리어에서 단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반부에 수록된 "Agony" 속 아이슬란드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나 "Yellowman"에서 시규어로스(Sigur Ros)를 떠올리게 하는 보컬 진행은 스웨덴 출신인 영 린의 북유럽적 색채를 제대로 보여준다.


♬ Yung Lean - Yellowman





5.jpg


THRILL PILL
국적: 러시아
북위: 약 55.75 ° N

북위 55.75 ° N의 모스크바에서도 러시아어를 불어처럼 유려하게 구사하며 릴 야티(Lil Yatchy)가 떠오르는 트랩을 하는 00년생 러시아 래퍼 쓰릴 필(Thrill Pill)을 보면 역시 어떤 사람인 지가 가장 중요한 듯하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스킨헤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스타일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턴업하는 그의 음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Я Ебал Рэп"의 뮤직비디오에서 46초쯤 절도있는 동작과 합치되는 라임의 운용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쾌감을 준다. 한편으론 뿅뿅거리는 사운드와 오토튠 때문에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 같은 국내 아티스트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환경이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시야를 제공하는지 생각해 보는 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흥밋거리다. 하지만 쓰릴 필처럼 어디에 있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을 멋들어지게 하는 아티스트가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

♬ THRILL PILL - Я Ебал Рэп


글│Kimioman


  • 5

댓글 달기 WYSIWYG 사용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댓글 10
  • 간만에 보는 재미있는 양질의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 2018.2.26 22:07 댓글추천 0
    smerz 진짜 좋아요!
  • 2018.2.27 17:29 댓글추천 1
    러시아어를 불어처럼 유려하게 구사한다는게 당최 뭔말인지.. 제가 듣기에 그냥 오토튠 먹은 러시아어인데....
    본문의 적혀있는 위의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Thrill Pill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정말 아예 적혀있지 않아서 제가 좀 추가하자면 Thrill Pill은 본문에 적혀있듯 모스크바 출신 00년생 랩퍼로 러시아 최초의 힙합 라디오 진행자를 맡으며 러시아 힙합씬 초기 형성에 이바지를 했던 DJ의 조카입니다. 지역에서 같은 청소년들을 상대로 마약거래, 절도등을 일삼으로 10대 갱으로 어두운 삶을 살아가던 Thrill Pill은 이후 삼촌의 영향으로 인해 어린 나이부터 아마츄어 랩퍼로써 자작곡을 만들며 활동하다가 2016, 한때 젊은층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3AKAT 99.1' 크루에 합류하여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이 3AKAT 99.1은 2015년 12월 모스크바,예카테린부르크 지역을 기반으로, 98년생의 젊은 랩퍼 Lizer가 처음 결성한 크루이며, 특이하게도 인터넷 합합 포럼인 2chhk와 역시 유명 커뮤니티 4ch-russia ㅡ사족으로 전부 상당히 연령층이 낮고 공격적인 성향의
    커뮤니티들임 한국으로 따지면 디씨나 일베 포지션 정도이며 올드
    랩퍼들에 대한 반발감이 심하고 러시아 랩배틀 챔피언 'Слава КПСС'의 팬클럽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음ㅡ 에서 멤버 모집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리더 Lizer를 포함한 Thrill Pill, Flesh, KRESTALL / Courier, Guerlain 등의 랩퍼들과 수많은 영상감독,비트메이커,엔지니어,그래픽디자이너 등이 모이게 됩니다. 결성 당시 대부분 10대 중후반 나이였으며 3AKAT 99.1은 러시아의 유명 랩퍼 'Pharaoh'가 이끄는
    크루 'DeadDynasty'를 그대로 모방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 중순 크루의 존재를 처음으로 전국구적으로 알린 단체곡 High Technology를 히트 시키며 단숨에 매니아층을 형성 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3AKAT
    99.1 멤버중 가장 주목 받던게 바로 크루의 막내 Thrill Pill이였으며 기존 창단 멤버이자 리더인 Lizer와 Flesh의 인기 마저도 뛰어넘게 됩니다. 이후 3AKAT 99.1에서 Thrill Pill이 독자 노선을 걷기로 하여 탈퇴하고 이것이 신호탄이 되어 3AKAT 99.1은 몇몇 랩퍼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 가는 것이 문제가 되어 멤버간의 불화가 일어났으며 결국 해체됩니다.
    Thrill Pill은 본문에 있는 Я Ебал Рэп을 포함하여 자신의 믹테와 싱글들을 연이어 히트 시키며 인기를 이어나갔는데요, Я Ебал Рэп(내가 러시아랩을 따먹었어)는 자국인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을 조롱하고 러시아랩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뮤비에서 그 기이한 춤과 비쥬얼, 그리고 조소 넘치는 가사들로 당시에 엄청난 어그로를 끌었으며 이는 현재 진행중으로 Thrill Pill은 현 러시아 힙합씬에서 문제아 캐릭터로 자리매김해 일종의 기믹을 잡고 러시아 10대 들의 지지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3AKAT 99.1의 멤버들중 Thrill Pill을 제외하고도 Lizer, Flesh, KRESTALL/Courier가 2018년 들어서 엄청난 하이프를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어 이 3AKAT 99.1은 최근 재평가를 받고 있으며 3AKAT 99.1 출신들이 러시아 힙합의 새로운 세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나도 Lizer는 2017년 하반기 'False Mirror'와 2018년 정규 데뷔 엘범 'My Soul'과 엘범의 타이틀곡 'СЕРДЦЕ'가 큰 인기를 끄는데 성공하여 현재는 오히려 Thrill Pill의 인기를 역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Thrill Pill을 위시로한 3AKAT 99.1 멤버들과 Face라는 또다른 멈블랩퍼의 활약으로 현 러시아 힙합씬은 급속도로 멈블랩화 되어가고 있으며 Thrill Pill은 앞으로 러시아 힙합 신생대를 이끌어나갈 랩퍼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끌어나간다는건 음악적이라기 보다는 인기 몰이에 가깝긴 합니다만..
  • 2018.2.27 17:33 댓글추천 1

    엘이 칼럼들을 볼때마다 아쉬운건 엘이 필진들의 전문 분야인 영미권 음악들이 아닌 서구권 기준에서 제3국에 속하는 음악을 소개할때마다 전문성이 너무 심히 떨어집니다. 사실상 그냥 대충 5분 정도 유튜브 검색하면 알게되는 정도의 내용들이라 전문 칼럼에 실기에는 너무 정보적으로 빈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 침략자님께
    짧은 소개글 정도로면 무난하지 않나요? 이 글이 저친구 한명에 집중하는 글도 아니니까요
  • The Idea of Justice님께
    2018.2.28 19:47 댓글추천 0

    네, 근데 유독 저 친구만 아무런 정보가 안적혀 있어서 그냥 아쉬워서 써봤습니다.

  • 침략자님께
    다시 보니 그렇긴 하네요..ㅋㅋ
  • 침략자님께
    다시 봐도 이 댓글은 개쩐다..
  • 2018.2.27 22:49 댓글추천 0
    재밌게 보고 갑니다.
  • smerz 알아갑니다

검색

이전 1 ... 4 5 6 7 8... 148다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