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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x힙합 ⑬ Madlib – Shades Of Blue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1.27 01:42조회 수 102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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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과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8년 1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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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유산 속에서 자란 아이

라이오넬 햄튼(Lionel Hampton)의 빅밴드, 테드 존스/멜 루이스 오케스트라(The Thad Jones/Mel Lewis Orchestra)에서 활약했던 트럼페터 존 패디스(Jon Faddis). 그는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의 후계자로 언급됐다.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의 밴드에도 있었고, 대중음악 세션 연주자로도 활동했다. 그리고 곧 자신의 재능을 펼쳐내기 위해 솔로 커리어를 개시했다. 70년대였다. 음악가로의 활동을 만개한 이 시기는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데서 행복을 느끼게 했다. 그에게 조카가 생긴 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오티스 잭슨 주니어(Otis Jackson, Jr.)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었다(전설적인 알앤비 가수들이 떠오르는 이름이지만, 우리가 아는 그 인물들은 아니다).

잭슨 형제는 여러모로 음악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삼촌이 유명한 재즈 뮤지션이었고, 아버지는 유명하진 않았지만 70년대에 소울 가수로 활동했던 오티스 잭슨 시니어(Otis Jackson, Sr.)였고, 어머니 도라 시네스카 잭슨(Dora Sinesca Faddis-Jackson)은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였다. 아버지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모습을 보며 오티스 잭슨 주니어는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소울과 재즈라는 흑인음악의 유산 속에서 자란 형제가 택한 것은 힙합이었다. 오티스 잭슨 주니어는 11살에 처음 곡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작곡은 아니었다. 기존 곡의 일부를 가져오는 샘플링을 통해 다소 수월하게 작업했다고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드러났던 그의 음악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 재료 역시 그의 아버지가 갖고 있던 음반들이었다. 그는 매드립(Madlib)이라는 이름을 썼다.

90년대에 그는 크레이트 디가스 팰리스(Crate Diggas Palace)라는 개인 스튜디오를 꾸려 이런저런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매드립이 친구 DJ 롬스(DJ Romes), 와일드차일드(Wildchild)와 함께 루트팩(Lootpack)이란 힙합 그룹을 꾸린 것도 이 시기였다. 비트도 만들고 랩도 하는 팀이란 점은 상당한 강점으로 자리했다. 서부 힙합 씬의 중심지였던 컴튼의 래퍼 킹 티(King Tee/ 현재는 King T로 활동)의 눈에 들었다. 킹 티는 자신의 그룹 알카홀릭스(Tha Alkaholiks)의 데뷔 앨범에 참여할 것을 부탁했다. 그는 당대 힙합 씬의 인기 래퍼 아이스티(Ice-T) 등과 함께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던 루트팩에게는 큰 기회였다. 이들은 "Turn Tha Party Out"이란 곡에 참여했고, 매드립은 프로듀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알카홀릭스의 데뷔 앨범 [21 & Over]는 루트팩의 이름을 알린 최초의 활동이었다. 

루트팩이 첫 앨범을 발표한 건 그로부터 3년이 흐른 1996년이었다. 알카홀릭스와의 협업 이후 눈에 띄는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루트팩을 받아줄 레이블은 없었다. 멤버들이 캘리포니아 출신이기는 했지만, 서부 힙합 씬의 중심지였던 컴튼 지역 출신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준 건 매드립의 아버지였다. 음악가로 활동했던 그는 재능 있는 아들과 친구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장이 필요하단 걸 알았다. 그는 매드립의 스튜디오 이름을 그대로 딴 크레이트 디가스 팰리스라는 레이블을 만들었다. 첫 시작은 [Ill Psych Move EP]였다. 사실상 독립 레이블이었던 만큼 대중적인 입지를 확보하긴 어려웠으나, 주변 음악가들이 이들을 다시 보게 하는 결과만큼은 확실히 끌어냈다. 그중 하나가 피넛 버터 울프(Peanut Butter Wolf)라는 프로듀서 겸 DJ였다. 그는 스톤즈 쓰로우 레코드(Stones Throw Records, 이하 스톤즈 쓰로우)라는 독립 레이블의 대표였다. 지금이야 소위 말해 ‘힙’한 스쿼드를 갖췄던 레이블이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피넛 버터 울프가 개인적인 의도로 만들어 별 볼 일 없던 회사였다. 그래서 이들이 계약을 하는 데까지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98년이 되어서야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에 루트팩은 첫 정규 앨범 [Soundpieces: Da Antidote]을 발표했다. 스톤즈 쓰로우가 본격적으로 레이블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루트팩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 앨범은 스톤즈 쓰로우에게도 화려한 2000년대를 개막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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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매드립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냈다. 루트팩에서도 드러났던 사이키델릭한 힙합 사운드는 독보적이었다. 대중적이지 않아 많은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그만의 영역은 공고히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그는 이 무기로 스톤즈 쓰로우 소속의 여러 음악가와 합작했다. 가장 눈에 띈 합작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힙합 그룹 슬럼 빌리지(Slum Village)의 EP에 참여한 것이었다. 슬럼 빌리지는 EP [Best Kept Secret]을 가명(J-88)으로 냈고, 매드립은 "Get It Toegether"와 "The Things You Do"의 리믹스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슬럼 빌리지에도 프로듀서가 있었다. 바로 제이 딜라(J Dilla)였다. 이 당시에 제이 딜라는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고, 반대로 매드립은 증명해야 할 것이 더 많은 시점이었다. 제이 딜라는 파사이드(The Pharcyde), 어 트라이브 콜트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데 라 소울(De La Soul) 등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그룹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실 첫 합작은 아니었다. 언젠가 매드립은 제이 딜라의 곡을 발견했고, 여기에 음성을 올렸다. 곡에는 제이 딜라와 매드립을 합친 제이립(Jaylib)이라고 써놨다. 이를 발견한 스톤즈 쓰로우는 이 곡을 싱글의 B면에 담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제이 딜라가 발견하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매드립은 슬럼 빌리지(J-88)의 앨범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후 실제로 제이립으로 앨범까지 발표하게 된다. 바로 2003년에 발표한 [Champion Sound]이다. 이 앨범은 제이 딜라가 2006년 사망하기 3일 전에 발표한 솔로 앨범 [Donuts]의 바로 전작으로, 제이 딜라 사운드의 절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Yesterdays New Quintet - Funshine


이 시기에 매드립의 동생 마이클 잭슨이 오 노(Oh No)라는 이름의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도 스톤즈 쓰로우 소속이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런데 정작 힙합 프로듀서였던 매드립은 예상할 수 없는 행보를 시작했다. 바로 재즈였다. 삼촌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드립은 재즈를 정말 좋아했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이기도 했다. 흑인음악의 역사에서 여러 악기를 다양하게 섭렵한 음악가로는 슬라이 스톤(Sly Stone)과 프린스(Prince) 정도가 언급되는데, 여기에 매드립의 이름을 반드시 추가해야 할 정도다. 그는 예스터데이스 뉴 퀸텟(Yesterdays New Quintet)이라는 밴드를 이끌었다. 크레딧에는 매드립이 아닌 그의 본명 오티스 잭슨 주니어가 명기됐다. 아마드 밀러(Ahmad Miller), 조 맥더프리(Joe McDuffrey), 말릭 플레이버스(Malik Flavors), 몽크 휴스(Monk Hughes) 등의 멤버들의 이름이 이어진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동일인물이다. 매드립이다. 과거 슬라이 스톤이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명반 [There’s A Riot Goin’ On]을 혼자 녹음했을 때처럼 매드립도 오버더빙 방식으로 혼자 작업했다. 그 결과물은 꽤 흥미롭다. 고전적인 재즈 밴드 편성 위에 퓨전 재즈의 현대적인 소리가 더해졌다. 그 이후에도 예스터데이스 뉴 퀸텟의 앨범은 이어졌다. (결국에는 본인인) 몽크 휴스에게 리더의 위치를 주기도, 아예 새로운 그룹 이름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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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를 침공하다

팬들조차도 정확한 멤버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할 정도였던 그의 행보를 가장 주목했던 것은 블루노트(Blue Note Records, 이하 블루노트)였다. 색소포니스트 그레그 오스비(Greg Osby)에게 힙합 앨범을 내게 하고, 급기야 재즈 랩 그룹 어스쓰리(Us3)까지 출범시켰다. 힙합에 문을 열어준 것뿐 아니라, 어스쓰리에게는 블루노트의 카탈로그를 샘플링할 수 있게까지 해줬다. 그럼에도 블루노트가 매드립에게 리믹스 앨범을 제안한 것이 놀라웠던 것은 단순한 샘플링에 그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르가니스트 루벤 윌슨(Rueben Wilson)의 "Stormy"는 모건 애덤스 3세 쿼텟(Morgan Adams III Quartet)으로 새로 녹음했다. 여기에서 오르간을 연주한 모건 애덤스 3세 역시도 본인이다. 펜더 로즈와 드럼까지 연주했지만 모두 자신이 한 건 아니다. 몇몇 연주자를 초빙해 곡을 새롭게 녹음했다. 원곡이 지닌 아우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세련되게 새로 다듬었다. 여기에 힙합적인 드럼 연주를 더했다. 이 원곡은 알앤비 가수 존 레전드(John Legend)의 히트곡 "Save Room"에도 샘플링되어 유명한 곡으로, 세 곡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Madlib - Slim's Return

♬ 타이레놀 CF에 사용된 "Slim's Return"


플루티스트 바비 험프리(Bobbi Humphrey)의 곡을 샘플링한 "Please Set Me At Ease"는 샘플링한 곡에 연주를 추가로 더한 곡이다.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Horace Silver)의 대표곡 "Song For My Father"와 "Peace"라든지,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Wayne Shorter)의 "Footprints",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Dolphin Dance"는 샘플링 없이 매드립이 새롭게 녹음한 버전이다. 사실, 이런 것을 보면 기존의 곡을 새롭게 녹음한 재즈 앨범처럼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원곡의 질감과 아우라를 최대한 그대로 살렸고, 그 위에 다양한 새로운 사운드를 추가로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재즈 앨범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재즈 샘플에 의존하는 완벽한 힙합 곡도 있다. 대표적인 곡이 타이레놀 광고 음악으로 더 잘 알려진 "Slim’s Return"으로, 쓰리 싸운즈(The Three Sounds)의 "The Look Of Slim"을 샘플링한 곡이다. "Andrew Hill Break"는 제목 그대로 피아니스트 앤드류 힐(Andrew Hill)의 "Ilusion"의 간주를 샘플링해서 만든 곡이다. "Please Set Me At Ease"와 "Stepping Into Tomorrow"에는 각각 래퍼 엠이디(M.E.D.)와 엠에프 둠(MF Doom)의 음성을 더하기도 했다.



본 앨범의 수록곡들에는 재즈의 원형과 재즈적 가미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느 쪽에서 바라봐야 할지 힘들 정도다. 이런 곡들이 수록된 [Shade Of Blue: Madlib Invades Blue Note]는 말 그대로 푸른빛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작품이자 매드립이 블루노트에 침공해 카탈로그를 마음대로 주무른 작품이다. 단순한 재즈 앨범이라고 볼 수도, 완벽한 힙합 앨범이라고 볼 수도 없는 모호한 포지션의 작품이다. 힙합 프로듀서이기도, 재즈 뮤지션이기도 한 매드립의 모습처럼 말이다.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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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18.1.28 18:55 댓글추천 0
    드디어 나왔군요ㅎㅎ 잘읽었습니다
  • 2018.1.31 22:05 댓글추천 0
    와우..정말 알찬 글이네요, Madlib에 대해서 그저 힙합 프로듀서인줄알았는데 재즈쪽에도 정말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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