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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 힙합/알앤비에 관한 다섯 가지 테마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1.03 17:09조회 수 545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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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1년 열두 달이 다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왔다. 동시에 어느 분야에서든 결산이라는 이름으로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이 속한 계열에서 2017년은 어떤 해였는가? 그 어디라도, 그 누구라도 좌충우돌하는 혼전이었을 테고, 한국 흑인음악 씬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와 힙합엘이(HiphopLE)는 <한국 힙합 어워즈 (KOREAN HIPHOP AWARDS, 이하 KHA)>를 또다시 준비했다. 지난 <KHA 2017>은 지난해 2월에 있었는데, 삼성뮤직(Samsung Music)과 리복 클래식(Reebok Classic)이 스폰서로 참여한 <KHA 2018>은 그보다 서둘러서 같은해 11월에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 현재는 선정위원과 네티즌의 추천을 종합하여 가려낸 부문별 최종 후보를 두고 최종 투표를 받는 중이다. 지난해 흑인음악 씬을 유심히 지켜봤다면 과연 어떤 아티스트가, 어떤 앨범과 트랙이 각 부문에서 영예를 거머쥘지 기대해봐도 괜찮을 듯하다. 그전에, 예열 과정으로 본 기사와 함께 2017년의 힙합/알앤비가 전체적으로 어떠했는지를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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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같은데, 회사는 다르네

계열 분리는 말 그대로 대기업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2016년 앰비션 뮤직(Ambition Musik)이 생기더니 2017년에도 두 개의 비슷한 케이스가 생기면서 힙합 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겼다. 4월과 5월, 저스트 뮤직(Just Music)의 스윙스(Swings), AOMG의 박재범(Jay Park)과 차차 말론(Cha Cha Malone)이 각각 새로운 레이블 인디고뮤직(Indigo Music)과 하이어 뮤직(H1GHR Music)을 설립했다. 두 레이블은 곧바로 이미 어느 정도 역량을 입증한 저스디스(Justhis), 그루비룸(Groovy Room), 식케이(Sik-K)부터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키드밀리(Kid Milli), 영 비(Young B), pH-1, 우기(Woogie)까지, 영건들을 멤버로 발표하며 꽤나 큰 파급력을 과시했다. 아마도 설립자들이 이미 속한 집단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다음 세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복안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면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듯하다. 기존의 브랜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브랜드가 연착륙했고, 그 사이에서 멤버들의 눈부신 활약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레이블에 속한 아티스트가 별도로 자신의 레이블을 가지는 미국과는 다르게 설립자가 동일하기에 전체 피라미드에서 꼭대기가 흔들리면 곧 다 같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우려는 있다. 다만, 아직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닌 데다 외려 신예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루트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우린 지금까지 재능 있는 래퍼들이 대규모 연예기획사 등지에 가서 원치 않는 음악을 하며 갈려 나가는 걸 너무나 많이 봤다. 무슨 방식이 됐든 이제 그런 모습과는 작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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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고 지리는 대항마 찾습니다

언젠가 엠넷(M.Net)은 <쇼미더머니> 티저로 ‘대한민국 힙합의 역사는 <쇼미더머니>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라고 했었다. 어떤 쪽으로 해석하든 실제로 그렇게 됐고, 이제는 힙합 씬이 여름마다 하는 <쇼미더머니>라는 대축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싶을 정도다. 장르 팬들은 그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못내 탐탁지 않았던 걸까. 양적인 규모로 계산하면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래퍼들과 비교도 안 되겠지만, 천하제일 무술대회에 가까운 이 거대 방송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자신의 움직임을 꾸준히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모이는 양상은 분명하게 발생했다. 물론, 좋은 작품을 내놨다는 게 공통된 선행 조건이긴 하지만,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음악가로서의 독보적인 색채와 스탠스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외칠 줄 아는 대항마를 찾는 모양이었다. 2016년에는 저스디스와 넉살이 이 부분에서 어쩌다 기수 역할을 한 느낌이라면, 지난해에는 디피알 라이브(DPR Live), 리짓군즈(Legit Goons), QM 같은 이들이 엠넷의 영향권 밖에서 장르 팬들에게 그 대상으로 지목된 듯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음악 안에 반미디어적인 성향을 녹여낸 건 아니며, 사실은 그냥 자기 음악을 한 것에 가깝다. 한편, 화지의 “Shine My Way”,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Thank You”, “One of Them”은 이 부분에서 대놓고 뚜렷한 성향을 드러낸 곡이었다. 아티스트 개인도 개인이지만,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참여진이 전부 <쇼미더머니>에 참가하지 않은 래퍼들이기 때문. 사람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대체로 다윗을 응원하기 마련이다. 그 다윗이 결코 작지 않은 존재인 데다 내 취향까지 저격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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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과 혐오의 경계에서

하지만 <쇼미더머니>에 출연하지 않은 모든 플레이어가 각광받았던 건 아니다. 출연 여부와 무관하게 최근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논란인 젠더적 기준에서 수용자 층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반응은 좋지 못했다. 그 표적으로 지목된 거의 유일한 대상은 모두가 알다시피 페미니즘적 노선을 띄는 데이즈얼라이브(Daze Alive)였고, 그 속의 일원인 제리케이(Jerry.K), 슬릭(Sleeq), 던말릭(Don Malik)이었다. 이는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왕년의 랩스타 스눕 독(Snoop Dogg)이 과거 자신이 쓴 여성비하적 가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현재의 트렌드세터 에이셉 라키(A$AP Rocky)가 뮤직비디오에 'We Should All Be Feminists' 티셔츠를 입고 나오며 시대가 변하고는 있다지만, 힙합은 여전히 마초성이 강한 장르 음악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용자들 사이에서 [OVRWRT], [FOMMY HILTIGER] 같이 지난해 발매된 데이즈얼라이브 멤버들의 작품이 지닌 좋은 가치까지 조금은 희석되고 절하되는 것만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2017년 힙합 씬에는 젠더 이슈가 이래저래 많았다. 씬 내부적으로는 던말릭과 딥플로우(Deepflow)의 디스전이 진행될수록 이 문제에 밀접하게 도달했고, 딥플로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아인 사태(?)에 이어 SNS에서의 퍼포먼스 아닌 퍼포먼스로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SNS에서의 논란이라면 각각 강간 발언, 니키 미나즈(Ninki Minaj) 성희롱 발언 등으로 문제시되어 사과한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와 올티(Olltii)도 있다. 송민호(MINO)와 산이(San E)는 “노땡큐”와 “I Am Me”에서 현재 벌어지는 젠더적 현상에 관한 정치적 의견을 표시하며 자신이 만든 텍스트를 통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더 나아가 키디비(KittiB)가 “Indigo Child”의 가사를 문제 삼으며 블랙넛(Black Nut)을 고소한 사법적 사건도 발생했었다. 열거만 해놔도 알 수 있듯 이에 관한 문제와 논쟁은 2018년에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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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그 무엇도 탓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말이라기보단 ‘띵언’에 가까운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듯, 한국 흑인음악 씬의 장인들은 2017년 들어 유독 본래 자신이 호흡하던 그대로 담담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인터넷과 웹을 넘어 SNS가 극한으로 발달하며 동시성이 미친 듯 커졌음에도, 어설프게 메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음악 세계를 더욱 굳건히 했다. 일단 일주일 간격으로 오랜만에 앨범을 내놓은 화나와 이그니토(Ignito)가 있다. 화나는 진짜 가죽 장인에게 제작을 요청해 정규 3집 [FANACONDA]의 피지컬 CD를 소가죽으로 된 파우치 형태로 만들었다. 외형적인 특이점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김박첼라와 함께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기반에 두고 현재 한국힙합 씬에 대한 자조, 냉소, 분노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일관된 톤으로 늘어놓으며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그니토 역시 무려 11년만의 정규 앨범인 데다 세상을 떠난 컨트릭스(Kontrix)의 비트를 복원해 만든 만큼 [Gaia]를 명작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앨범으로 만들어냈다. 단순히 아티스트 개인에게만 의미 있었던 게 아니라 과거 [Demolish]에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강조하는 데서 그쳤다면, 이번엔 현세의 소멸 과정을 그려내며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또 다른 장인들로는 차붐, 피제이(PEEJAY), 비니셔스(Vinicius)와 같은 아티스트가 있다. 차붐은 [SOUR]에서 [Original]에 이어 여전히 찐득한 개인의 서사와 그 속의 페이소스를 한국적으로 담아냈고, 피제이는 2년 전 발표한 ‘WALKIN'’의 첫 번째 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에서도 특유의 생생한 질감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정말 오랜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온 비니셔스는 보컬, 프로듀싱, 악기 연주, 믹스, 마스터링까지, 모든 부분을 스스로 관장하며 [사이]를 지난해 최고의 알앤비 앨범 중 하나로 이끌었다. 정말 음악 잘하는 아티스트들이 하나같이 완결성 있는 작품으로 복귀하니 반가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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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알앤비가 더…

길고도 길게 주로 한국힙합 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사실 지난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성장한 건 정작 알앤비 씬이었다. 과거 힙합 씬이 그래도 나름 ‘씬’이라 부를 만했다면, 알앤비 씬은 그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알앤비, 소울을 표방하는 괜찮은 국내 아티스트를 열 손가락 내외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7년에는 달랐다. 자이언티(Zion.T) 같이 팝에 가까운 알앤비 음악을 구사한 케이스부터 두 눈알을 빼서 흐르는 물에 씻고 씻어도 레퍼런스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정의를 그대로 실천한 히피는 집시였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음악들로 넘쳐났다. 층위적으로 봐도, 멋진 정규작을 내놓은 리코(Rico), 민제(Minje), 비니셔스 같은 중견급(?)과 구원찬, 예서(YESEO), 이바다, 하야나(Hayana), 소마(Soma) 같은 신진급이 이리저리 난무했다. 또,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나 하우스 오브 마스(House On Mars)처럼 단체로 한 해 동안 내내 작품 활동이 많았던 집단도 있었다. 예인(Yein) 같은 식의 장르적 경계를 흐리는 실험적 시도나 진보(Jinbo)가 다시금 적극적으로 시도한 케이팝 리메이크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개중에는 생각보다 활동이나 작품의 음악적 성취가 저조했던 경우도 있다. 당연히 문제 될 건 없다. 이전의 한국 알앤비는 누가 아쉬웠고, 누가 뛰어났다 같은 의견이 나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 폭이 너무나 비좁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만큼 풀이 충분히 넓어졌고, 과거처럼 알앤비/소울을 지향하는 듯하다가 한국식 미디엄 템포 알앤비 혹은 아예 발라드로 빠져 가요계로 진출하는 케이스도 많이 줄었다. 소위 메이저 씬으로 넘어간다 할지라도 이제는 수란과 같은 행보를 취하는 쪽에 가까워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발라드에 한 다리, 알앤비에 한 다리씩 걸치거나 왜곡된 형태의 한국식 알앤비를 해야만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10년 전, 아니 15년 전과 비교하면, 알앤비라는 장르를 두고서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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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018.1.4 01:39 댓글추천 1
    알앤비씬 진짜 많이 발전한 듯
  • 2018.1.4 07:37 댓글추천 0
    올해는 하이어랑 하이그라운드가 다한 느낌
  • 2018.1.5 14:00 댓글추천 0
    가이아는 클리셰덩어리라 명작은 아닌듯
  • 2018.2.14 02:00 댓글추천 0
    ovrwrt 나 fommy hiltiger 는 딱 그 만큼의 평가를 받는거 같은데... 쇼미 안나오고 음악하는 아티스트 이름에 나플라가 없는것도 살짝 아쉽다 정규 많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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