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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Jaden Smith - SYRE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12.22 01:49추천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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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B
02. L
03. U
04. E
05. Breakfast (Feat. A$AP Rocky)
06. Hope
07. Falcon (Feat. Raury)
08. Ninety
09. Lost Boy
10. Batman
11. Icon
12. Watch Me
13. Fallen
14. The Passion
15. George Jeff
16. Rapper
17. Syre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부모가 윌 스미스(Will Smith)와 제이다 핀켓 스미스(Jada Pinkett Smith)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거리지만, 그는 그 유명세 속에서 꾸준히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영화에 캐스팅되고, 괜찮은 패션 감각으로 때로는 패션 아이콘의 위치를 점유하기도 했다. 유명한 부모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셀레브리티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2병에 걸렸냐는 세간의 비아냥은 당연하듯 뒤따랐다. 하지만 제이든 스미스는 청소년기에 이를 무렵부터 꽤 진지하게 음악을 탐닉했고, 나아가 적지 않은 곡을 발표하고 타인의 곡에 참여하며 활동의 폭을 넓혔다. 이러한 애정과 욕심은 20살의 끝자락에 첫 정규 앨범 [SYRE]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SYRE'는 제이든 스미스 본인의 실제 미들 네임이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앨범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제이든 스미스가 성장기에 느낀 감정, 사건들과 궤를 같이한다. 그 굴곡은 대부분 전 여자친구와의 어긋난 관계, 현재의 사랑, 돈과 물질에 대한 자랑, 그 나잇대에 결코 이루기 힘든 수준의 사회적 성취 등이 대부분이다. 단지 실제 사건의 나열에 그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제이든 스미스는 자신을 가상의 캐릭터 사이레(Syre)에 투영하고, 그간 느끼고 경험한 바를 조금씩 각색해서 녹여낸다. 해 질 녘이라는 시간적 요소와 핑크색이라는 시각적 요소를 가사 곳곳에 배치하며 적극적으로 앨범에 색채도 더하기도 했다. 앨범이 현실과 가상이 어슷하게 뒤엉킨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유다.


♬ Jaden Smith - George Jeff


하지만 그가 공들여 그린 서사는 공교롭게도 앨범의 중심 요소로 완벽하게 자리잡지 못한다. 열일곱 곡에 이르는 정규 앨범의 뼈대를 이루기엔 무게감이 부족하고, 설득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앨범에 들인 공이 부족한 건 아니다. 일례로 “B”, “L”, “U”, “E”는 예술적인 느낌을 위해 한 곡을 네 곡으로 쪼개는 실험 끝에 탄생한 트랙들이고,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약강 5음보를 활용하며 시적인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그 외에도 “Breakfast”, “Hope”, “Ninety”와 같은 곡에서는 브릿지와 벌스, 훅, 노래 등의 요소를 불규칙적으로 배치하며 통속적인 곡 구성을 탈피하고 다양한 감정을 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필요하다면 곡의 플레잉 타임도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9분까지 다채롭게 꾸몄다. 음악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쉽게 나오지 않았을 구성이다.

이런 노력과는 달리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은 의외의 장애물을 만나 표류한다. 랩톤이 아직 완전히 여물지는 못했다는 것. “Falcon”이 대표적이다. 빠르고 매끈하게 빠진 비트 위에서 제이든 스미스는 제대로 된 균형을 잡는 데 실패한다. 이런 모습은 곡 후반부에 나타나 분위기를 휘어잡아버리는 라우리(Raury)와 비교되며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그의 시도와 곡 구조 등을 뜯어보다 보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각 곡의 끝에 시 같은 구절이나 타인의 목소리를 담아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맨 마지막 곡 “Syre”에서 스포큰 워드로 앨범 전반적인 내용과 앞서 만든 연결고리를 정리하는 방식에서는 몇 가지 선례에서 비롯된 기시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비트 프로덕션의 방향 역시 마찬가지다. 힙합과 록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얼터너티브 힙합을 시도해본 점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다만, “Watch Me” 등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레퍼런스 앞에서 그의 다양한 시도는 빛이 바랜다.

 

♬ Jaden Smith - ICON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건 다름 아닌 참여진들의 도움이다. 우선, 프로듀서 리도(Lido), 크리스티안 리치(Christian Rich), 팀 수비(Tim Suby), 영 파이어(Young Frye)는 제이든 스미스의 목적과 주제에 부합하는 곡을 제공함은 물론, 그 이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일조한다. 특히, 음악적으로도, 가사적으로도 좋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B”, “L”, “U”, “E” 시리즈와 “Hope”, “Ninety”에서 밑그림을 그려준 리도의 공은 절대 간과하기 어렵다. 그의 크루 미스핏츠(MSFTS Rep) 동료들의 도움 또한 눈에 띈다. 크루 소속 프로듀서 오마르 램버트(Omarr Rabert)는 “Lost Boy”와 “George Jeff”의 비트를 책임지며 각 곡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끔 끌어올리고, 동생 윌로우 스미스(Willow Smith)는 보컬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특유의 감정 섞인 목소리로 곡에 밀도를 더한다. 제이든 스미스의 절친으로 유명한 라우리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칫 빛을 잃을 뻔한 “Falcon”의 뒷부분을 특유의 생기로 가득 메우며 완성도를 삽시간에 끌어 올린다. 제이든 스미스가 지닌 단점을 피처링진, 프로덕션 같은 여타의 요소로 커버한 셈이다.

[SYRE]는 장단점이 공존하는 앨범이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제이든 스미스가 지닌 힙합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라는 장점이다. 앨범 속 여러 레퍼런스는 사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키드 커디(Kid Cudi) 등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결과다. 음반 준비에는 총 3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다. 힙합에 대한 애정만큼 제이든 스미스는 힙합의 현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한 인터뷰에서 랩 음악 내 여성혐오를 두고 ‘사람들에게 모멸감과 상처를 주고, 예술적으로 어떠한 진보도 가져올 수 없다’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 앨범에서 사랑과 여성을 수차례 언급하고, 파티를 주제 삼으면서도 여성을 탓하지 않는 건 단순한 우연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이미지와 금전적인 배경, 편견이 앞으로도 계속 그를 방해할 수는 있지만, 그러니 제이든 스미스가 만드는 힙합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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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호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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