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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알: The Delfonics - The Delfonics (1970)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11.08 04:12조회 수 70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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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때 노래를 시작한 윌리엄 하트(William Hart)는 여러 그룹에서 활동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전업 음악가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는 수많은 천재 소울 뮤지션들이 등장했던 60년대였다. 그는 이발소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곡을 쓰고 노래를 연습했다. 어느 날 이발소에 방문한 손님 스탠 왓슨(Stan Watson)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윌리엄 하트를 유심히 바라봤다. 당시에 작곡과 노래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손님이 보기엔 흡족했던 모양이다. 자기가 잘 아는 편곡가이자 작곡가가 있으니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윌리엄 하트로서는 거절한 이유가 없었다. 그 작곡가는 카메오파크웨이 레코즈(Cameo-Parkway Records) 소속의 톰 벨(Thom Bell)이었다.


 ♬ The Delfonics - La-La (Means I Love You)


윌리엄 하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톰 벨은 합작을 승낙했다. 윌리엄 하트가 이끌고 있던 아마추어 밴드 올포닉스(The Orphonics)의 이름을 델포닉스(The Delfonics)로 바꾸고 프로로서의 데뷔를 준비했다. 톰 벨과 델포닉스는 카메오파크웨이 스튜디오에서 준비한 곡을 녹음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오파크웨이 레코즈는 문을 닫고 만다. 앨범 발매에 난항이 예상됐으나, 이들에게서 가능성을 확인했던 스탠 왓튼은 필리 그루브 레코즈(Philly Groove Records)라는 레이블을 새롭게 설립해서 델포닉스를 데뷔시켰다. 윌리엄 하트가 쓴 "La-La (Means I Love You)"를 비롯한 싱글들이 히트를 기록했다. 좋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곡이 수록된 앨범에서 델포닉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6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소울 발라드 어법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 발표한 2집 앨범 [Sound Of Sexy Soul]은 달랐다. 60년대 중, 후반부터 흑인음악계를 잠식한 훵크의 강렬한 리듬감과 관악기 사운드를 전반에 깔아 놓았다. 필라델피아 소울, 이른바 '필리 소울'이라 불리게 되는 새로운 장르의 원형이 제시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필리 소울이 온전히 자신만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건 델포닉스의 3집 앨범이자 셀프타이틀 앨범 [The Delfonics]를 기점으로 한다. 이전까지 델포닉스가 소울 발라드와 훵크의 요소들을 차용했다면 [The Delfonics]는 자신들만의 어법을 완성한 앨범이었다. 이때까지 훵크가 30년대 재즈 빅밴드처럼 관악기를 날카로운 소리를 앞세워 강렬한 리듬감을 형성하는 데 사용했다면, 델포닉스는 전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활용했다. 관악기의 주된 역할이라 인식되었던 지점에서 탈피했던 것. [Sound Of Sexy Soul]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됐던 것이 [The Delfonics]에 와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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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lfonics]는 다양한 음악을 넘나드는 톰 벨의 스펙트럼과 이에 완벽하게 조화하는 델포닉스의 음악적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는 수작이다. 잔잔한 연주 위에서 멤버들의 보컬 인터플레이를 펼쳐지는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는 앨범의 첫 곡으로 60년대 소울 음악의 유산을 계승한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Funny Feeling"는 앨범의 양상을 극적으로 뒤집는다. 긴장감이 감도는 사운드로 시작되고, 곧이어 보컬 애드리브와 트럼펫 연주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며 박진감 가득한 사운드를 주도한다. 이어서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When You Get Right Down To It"로 이어진다. 현악기가 바탕에 깔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주도하는 것은 관악기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보컬 뒤에서 조심스럽게 지탱하는 듯한 모양새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톰 벨의 음악적 기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랄까. 본 앨범에 수록된 연주 중심의 곡 "Delfonics Theme (How Could You)"은 그러한 음악적 성격을 더욱 뚜렷이 한다.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는 팝 차트 10위, 알앤비 차트 3위라는 대형 히트를 기록했으며, 이 곡이 수록된 앨범 [The Delfonics]도 알앤비 차트 4위에 올랐다. 델포닉스의 [The Delfonics]가 성공을 거두자 필라델피아의 소울 그룹들은 하나 같이 톰 벨에게 도움을 바라는 손길을 뻗었다. 톰 벨은 스피너스(The Spinners)와 스타일리스티스(The Stylistics), 오제이스(The O'Jays)의 앨범과 히트곡을 연달아 주조했다. 스피너스의 “I'll Be Around"(팝 차트 3위, 알앤비 차트 1위), 스타일리스틱스의 "You Make Me Feel Brand New"(팝 차트 2위, 알앤비 차트 5위)를 비롯한 이 그룹들의 히트곡은 모두 톰 벨의 손을 거쳤다. 오제이스의 대표 앨범이자 필리 소울을 대표하는 명반으로 꼽히는 [Back Stabbers] 역시 톰 벨이 프로듀싱과 편곡에 참여했다. 이 세 그룹은 ‘필리 소울 삼대장’으로 미국 전역에 필리 소울을 알렸다.
 

♬ The Delfonics -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


필리 소울은 70년대 중반에 디스코가 음악계를 휩쓸기 전까지 흑인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 돌풍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톰 벨이었다. 손을 대는 곡마다 넘버원 싱글로 만들어낸 그가 1975년에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프로듀서’ 부문을 수상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은 델포닉스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 70년대의 톰 벨과 필리 소울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란 것이다. 소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꼽히는 필리 소울. 그 모든 시작점에는 델포닉스의 [The Delfonics]가 자리했다.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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