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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Aminé - Good For You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8.16 17:44추천수 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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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Veggies (Feat. Ty Dolla $ign)
02. Yellow (Feat. Nelly)
03. Caroline
04. Hero
05. Spice Girl
06. STFU
07. Wedding Crashers (Feat. Offset)
08. Sundays
09. Turf
10. Blinds
11. Dakota (Feat. Charlie Wilson)
12. Slide
13. Money
14. Beach Boy
15. Heebiejeebies (Feat. Kehlani) (Bonus Track)


힙합이 그간 붙잡고 있던 걸 내려놔도 괜찮음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족쇄는 근본적으로 남성적이라 불리던 강인함이었고, 표면적으로는 그에서 비롯된 괜하게 치켜세우는 자존심과 마초적 태도였다. 물론, 여전히 많은 힙합 아티스트가 으레 해왔듯 이 틀을 활용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한다면 딴지 걸 건 없다. 대신 과거와 다르게 변한 게 있다면 그러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인정이 보다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맨 박스(Man Box) 같은, 기존의 힙합이라는 상자에서 뛰쳐나와 자신의 실재와 멀지 않은 모습을 음악적으로 구현해나가는 추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Caroline”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미네(Aminé)와 그의 첫 정규 앨범 [Good For You]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2010년대 힙합의 경향 중 하나를 결정적으로 대표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는 분명 다른 요즘 세대의 래퍼들처럼 무언의 장르적 강박에서 벗어난 채로 자신만의 신선함을 뽐낼 줄 안다.


Aminé (Feat. Charlie Wilson) - Turf (Stripped Ver.)


[Good For You]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건 단연 가볍고 경쾌한 사운드다. 이를 또다시 두 가지 갈래로 분리할 수 있는데, 하나는 아미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아웃캐스트(Outkast)의 통통 튐과 프랭크 오션(Frank Ocean) 특유의 미니멀함이다. 그는 이들의 영향이 묻어나긴 하되, 그 음악적 속성들을 좀 더 캐주얼하게 풀어내며 통일감을 준다. 이는 산뜻한 덕에 채도가 잔뜩 올라간 듯한 프로덕션에 비해 비교적 건조하게 이어지는 균일한 아미네의 랩, 보컬에서 기인한다. 그는 단 한 순간도 내지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않는다. 대신 타이 달라 싸인(Ty Dolla $ign)이나 오프셋(Offset), 찰리 윌슨(Charlie Wilson)와 같은 게스트에게 적절히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비음 섞인 목소리로 조곤조곤 랩하고, 편안하게 노래한다. 그 사이로 자연스럽게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이 참여한 “Yellow”에서처럼 트랩 리듬도 흘러나오고, “Veggies”, “Dakota”에서처럼 퓨처 사운드 스타일의 신스도 등장한다. 언뜻언뜻 감정을 고조시키는 용도의 칸예 웨스트(Kanye West) 식 오토튠도 보인다. 이렇듯 아미네는 자신을 중심으로 어울린다 싶은 것들을 앨범에 섞어냈다.

더불어 그는 색채감이 일관된 사운드적인 분모 위에 역시나 캐주얼한 내용을 분자로 얹어낸다. 모든 내용에서 진득함을 가장한 부담스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적당히 허세도 떨고(“Yellow”), 이성도 꼬셔대고(“Hero”, “Spice Girl”, “Slide”), 고향 포틀랜드에 대한 애환도 담아낸다(“Turf”). 자기 자랑을 해대는 “Wedding Crashers”를 전 애인이 결혼식에서 들었으면 하며 익살을 부릴 때나 “Money”에서 돈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늘어놓을 때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더 많은 부와 명예보다는 주변 환경에 싫증 내며 평온함을 원하는 “STFU”, “Sundays”에서 엿보이는 삶에 대한 아미네의 스탠스는 그리 비범하지 않은데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쓸데없이 우락부락하지 않으려 하는 그 평범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려 담백함과 잔망스러움으로 바뀌어 아미네라는 래퍼의 캐릭터로 승화되기까지 한다. 마치 아미네 하면 곧바로 바나나, 노란색이 떠오르듯 구현하고자 했던 명확한 상을 기름기를 쭉 뺀 채 내실 있게 채워낸 셈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한다고, 그러니 얼터너티브한 면이 있으면서도 팝적인 요소가 있음을 인정받으며 리퍼블릭(Republic)이라는 대형 레이블과의 계약을 따낼 수 있던 것 아니겠는가. 만약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낮을 집에서 부유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Good For You]와 함께해보길 바란다.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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