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척없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거 같다. 한국 나이로 곧 환갑을 앞둔, 윤종신과 동갑인 제이지(JAY-Z)는 2017년에도 열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4:44]로 뛰어나다 못해 대단하고 위대한 폼을 보여줬다. 그것도 트렌드라곤 조금도 반영하지 않은 듯한 건조하고 심플한 노아이디(No I.D.)의 비트에 담백한 랩을 얹었을 뿐인데. 여기에 가사에는 부와 명예, 성공과 예술을 논했던 과거와는 거리가 먼 모습, 자서전에서조차 밝히지 않은 개인의 놀라운 사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진한 페이소스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래서 발매일이었던 6월의 마지막 날부터 지금까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4:44]를 두고 그간 쌓여온 제이지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독특하고 이질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그런 [4:44] 안에서도 제이지, 그리고 숀 카터(Shawn Carter)의 역사를 주목해보려 한다. 보너스 트랙까지, 총 열세 곡에는 그가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만큼 비록 에디터들의 생각이 들어가진 않더라도 그 기록들을 순서대로 재배열하고, 약간의 설명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힙합엘이의 에디터 다섯 명이 달려들어 붙잡고 자료 조사와 구절 선정, 전체 감수와 원고 작성까지 진행하여 나름대로 꼼꼼하게 완성해보려 한 [4:44]의 재구성이다. 기반은 힙합엘이의 전곡 가사 해석이며, 가져온 구절마다 곡명이 붙어 있으며, 관련 기사도 곳곳에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1969년 12월
Mama had four kids, but she's a lesbian
엄마는 아이가 네 명, 하지만 그녀는 레즈비언 (Smile)
Marcy me
맙소사 (Marcy Me)
- 1969년 12월 4일, 글로리아 카터(Gloria Carter)가 뉴욕 브루클린의 마시 하우스(Marcy Houses)라는 빈민 주택 단지에서 숀 코리 카터(Shawn Corey Carter), 지금의 제이지를 낳았다. 제이지는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어머니가 레즈비언임을 밝혔다.
1979년
Unc in a better place but you couldn't function
더 나은 곳으로 떠난 삼촌, 당신은 제대로 살질 못 했어
Shot junk in your arms, more than your veins was punctured
팔에 약물을 주사해, 당신 혈관이 뚫린 횟수보다 더 많이 (Adnis)
- 제이지가 9살 때, 삼촌이 브루클린의 어느 클럽에서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사건이 일어나 목격자가 많았음에도, 제대로 된 증언을 얻지 못해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제이지의 아버지는 형제를 잃은 슬픔에 술과 마약에 중독되었다.
1981~1982년
You had no father, you had the armor
너한텐 아버지도 없었고, 갑옷만 있었어 (Kill Jay Z)
- 술과 마약에 중독된 삶을 살던 제이지의 아버지는, 결국 제이지가 11살 혹은 12살이 되던 해 아무 말도 없이 가족들을 떠났다. 가사 속 ‘armor’는 제이지가 아버지 없이, 스스로 단단해져야 했음을 의미한다.
Fuck Jay Z, I mean, you shot your own brother
Jay Z 엿먹어라, 아니, 넌 니 형제도 쐈잖아 (Kill Jay Z)
- 제이지는 12살에 약물에 중독된 형제, 에릭(Eric)을 총으로 쏜 적이 있다. 당시 에릭이 제이지의 반지를 훔쳐 달아나, 그가 크게 분노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1984~1987년 (추정)
Once upon a time in the projects
옛날 옛적 빈민가에서
Shawn was in flight mode, I bought a Pyrex
Shawn은 비행기 모드였고, 난 Pyrex를 샀지 (Bam)
- 파이렉스(Pyrex)는 유리 브랜드로, 대개 열로 가열해야 하는 그릇에 쓰인다. 여기서는 마약 제조용 용기를 뜻한다. 제이지는 고등학생이던 당시 코카인 등의 마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You dropped outta school, you lost your principles
학교는 중퇴했고, 덕분에 '원칙'을 잃었네 (Kill Jay Z)
- 제이지는 뉴저지에 위치한 트렌튼 중앙 고등학교(Trenton Central High School)에 다니다가 중퇴했다.
1996년 12월
Shout out to Hoffa back home, he in the church
집으로 돌아가 Hoffa에게 인사, 그는 교회에 있어 (Smile)
- ‘Hoffa’는 라카펠라 레코즈(Roc-A-Fella Records)의 공동 창립자인 카림 버크(Kareem Burke)의 별명이다. 1996년 12월, 제이지는 카림 버크, 데이먼 대시(Damon Dash)와 함께 라카펠라 레코즈를 설립했다.
1998년 9월
Slammin' Bentley doors like we invented doors
Bentley 문을 닫아, 마치 문을 발명한 사람처럼
20 years ago we drove Bentley Azures
20년 전에는 Bentley Azures를 몰았지 (Smile)
- 제이지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앨범 [Vol.2… Hard Knock Life]를 발매했다. 앨범의 커버 아트워크에는 벤틀리 아주어 차량이 등장한다.
1999년 12월
You stabbed Un over some records
넌 웬 음반 때문에 Un을 칼로 찔렀지
Your excuse was "He was talkin' too reckless!"
댔던 핑계하고는 "너무 멋대로 입을 놀렸어!" (Kill Jay Z)
- ‘Un’은 음반 프로듀서 랜스 리베라(Lance Rivera)의 별명이다. 1999년, 제이지가 앨범 [Vol. 3... Life and Times of S. Carter]를 준비할 당시, 랜스 리베라가 앨범을 불법으로 유포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제이지는 랜스 리베라를 칼로 찔렀고,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링크).
2002년 10월
Bonnie and Clyde things, we hold it down
Bonnie and Clyde처럼, 우린 제대로 해나갔지 (MaNyfaCedGod)
- 제이지와 비욘세(Beyonce)는 사귀기 시작할 무렵, 2002년 작 [The Blueprint 2: The Gift & The Curse ]의 수록곡인 "'03 Bonnie & Clyde"로 첫 콜라보를 했다.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는 서부 개척 시대의 유명 은행 강도 부부로 많은 문화 예술 작품에서 차용된 대상이다.
2003년 6월
Uh, letter to my dad, that I never wrote
Uh, 써본 적 없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Speeches I prepared, that I never spoke
해본 적 없는, 준비했던 말들 (Adnis)
- 2003년 6월 19일, 제이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제이지는 일찍이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Y'all niggas still signin' deals? Still?
너네들 아직도 계약 맺어? 아직도?
After all they done stole, for real?
걔네들이 너넬 그만큼 털었는데, 진짜? (Moonlight)
- 제이지는 자신의 레이블 락 네이션(Roc Nation)을 설립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음악 및 행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소유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본인의 레이블을 설립하고, 과거의 음악까지 통제하는 데에 성공한 사례가 됐다.
4월
Nigga with that Li-sa
Lisa와 함께하지
Talkin' about that Li-sa, nigga
그래 Lisa 말이지 (Caught Their Eyes)
- ‘Lisa’는 배우 리사 보넷(Lisa Bonet) 혹은 모나리자(Mona-Lisa)라는 설이 있다. 허나, 모나리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이는 비욘세를 의미한다. 제이지와 비욘세는 2008년 4월에 결혼했다(제이지 & 비욘세 타임라인 링크 1 링크 2).
2009년
Already ahead of your end, in the foreign bumping Fela, feel me?
이미 네 끝보다 더 나가 있어, 외국에 나가 Fela 노래를 틀어, 느껴? (Blue’s Freestyle/We Family)
- 아프로비트(Afrobeat)의 창시자이자 나이지리아의 전설적인 음악가인 펠라쿠티(FelaKuti)를 샤라웃하는 구절이다. 또한, 제이지는 2009년 펠라쿠티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FELA!>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2010~2011년
I still mourn this death, I apologize for all the stillborns
그 죽음 여전히 애도해, 유산된 아이를 생각하며 사과해 (4:44)
- 비욘세는 유산을 경험한 바 있다.
2012년
TIDAL, the champagne, D'USSÉ, I'd like to see
TIDAL, 샴페인, D'USSE, 보고 싶네 (Legacy)
- 제이지는 꼬냑(Cognac) 브랜드 뒤세(D’USSE)의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있다.
1월
"You risked that for Blue?"
"그딴 것 때문에 Blue를 잃을 뻔했다고?" (4:44)
Took for my child to be born
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4:44)
- 제이지와 비욘세는 첫 아이로 딸 블루 아이비 카터(Blue Ivy Carter)를 낳았다.
6월
I've been to Paris at least two times
파리에도 적어도 두 번은 가봤어 (Caught Their Eyes)
- 제이지는 파리를 총 두 번 방문했는데, 그중 첫 번째는 2012년 6월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함께한 <Watch The Throne Tour> 때였다. 이어 두 번째 방문은 2014년 9월 비욘세와 함께한 <On The Run Tour> 때였다.
2013년 11월
I bought some artwork for 1 million
100만 불에 웬 예술 작품을 샀지 (The Story of O.J.)
- 100만 불은 아니지만, 제이지는 현대 미술가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작품 ‘Mecca’를 450만 불에 구매한 적이 있다. 그는 과거에도 “Ain’t I”, “Illest Motherf**ker Alive”, “Picasso Baby”와 같은 트랙을 통해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14년 5월
You egged Solange on
넌 Solange를 자극했지 (Kill Jay Z)
Look, I apologize, often womanize
자, 사과할게, 자주 바람을 피우지 (4:44)
- 제이지는 비욘세의 여동생 솔란지(Solange)에게 엘리베이터에서 격렬하게 발길질 당했었다.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표면적인 이유는 솔란지와 친구들의 파티장에서의 무례이고, 실질적인 이유는 제이지의 불륜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정확하게는 제이지가 데이먼 대시의 전처 레이첼 로이(Rachel Roy)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말을 솔란지가 전해 들었다고 한다(이 역시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 이 사건은 부부의 이혼설이 도는 발단이 된다.
6월~9월
On the run, we took a hundred together
"On the Run", 우린 함께 10억을 벌었어
"Song Cry" to "Resentment", that was real crying
"Song Cry"에서 "Resentment"까지, 난 정말로 울었어 (MaNyfaCedGod)
- 제이지와 비욘세는 2014년, <On the Run Tour>를 진행했었다. 당시 투어에서 둘은 약 44곡 여를 소화했었는데, 그중 “Song Cry”와 “Resentment”를 구성상 붙여서 불렀었다.
11월
Drinkin' Ace of Spades like it's codeine now
이젠 코데인 마시듯 Ace of Spades를 마셔 (Smile)
Hundred percent, Black-owned champagne
100퍼센트, 흑인이 가진 샴페인 (Family Fued)
- 제이지는 에이스 오브 스페이즈(Ace of Spades)라는 별명의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이라는 샴페인 브랜드 지분을 구매해 소유하고 있다.
2015년
Flyin' paper planes through the projects
빈민가에서 날리던 종이 비행기
Now the whole projects on my jet
이젠 온 빈민가가 내 비행기에 (Smile)
- 락 네이션은 미국 국기를 접어 만든 종이비행기로 로고를 바꿨었다. 이후로 이 로고가 새겨진 의류 라인도 출시됐었다.
1월
Don't ever question the security I provided you
내가 널 어떻게 보호했는지 의문을 갖지 마 (Smile)
- 훵크마스터 플렉스(Funkmaster Flex)는 2013년, 자신의 각종 콘텐츠를 전하는 앱을 개발한 바 있다. 그런데 제이지가 그에게 앱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묻더니 이를 도용해 웹사이트 라이프 + 타임스(Life + Times)를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라인이 그에 대한 맞디스라는 해석이 있다.
3월
And we merrily merrily eatin' off these streams
우린 행복하고 행복하게 stream (스트리밍/시내)으로 먹고 살아 (Family Fued)
- 제이지는 스웨덴의 스트리밍 업체 아스피로(Aspiro)를 인수하여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타이달(Tidal)을 손에 넣었다. 당시 그는 많은 스타가 참석한 기자회견을 통해 타이달로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감동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었다.
7월
I started in lobbies, now parley with Saudis
로비에서 시작했고, 이제는 사우디와 협상해 (Marcy Me)
- 제이지는 사우디 왕족 일가와 함께 제트스마터(Jetsmarter)라는 프라이빗 제트기 서비스 사업에 2,000만 불을 투자했었다.
2016년 4월
Let me alone, Becky
날 혼자 놔둬, Becky (Family Feud)
- 비욘세는 지난해 [Lemonade]를 발표했었다. 수록곡 중 “Sorry”에는 ‘그’가 비욘세 대신 벡키(Becky)라는 이름의 여자를 찾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벡키는 리타 오라(Rita Ora)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는 리타 오라가 [Lemonade] 발매 전, 스냅챗에 올린 셀피 때문이다.
7월
You see, my father, son of a preacher man.Whose daughter couldn't escape the reach of the preacher's hand
보다시피, 목사의 아들이었던 내 아버지. 그 목사의 딸은 목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Legacy)
- 제이지는 지난해 여름, 싱글 “Spiritual”을 발표했다. 이 싱글을 통해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목사였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딸(제이지의 숙모)을 성추행했다는 것. 이 때문에 제이지는 그의 할아버지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기독교를 싫어하게 됐다고 한다.
11월
More worried about Trump than anyone overseas, feelme?
외국에 있는 사람들보단 트럼프가 더 걱정돼, 공감해? (Blue’s Freestyle/We Family)
- 제이지와 비욘세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후원 콘서트에 등장하며 그를 공개 지지했었다.
But you got hurt because you did cool by 'Ye
하지만 Kanye한테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니 상처를 받지. (Kill Jay Z)
- 비슷한 시기에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콘서트에서 제이지와 비욘세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했다. 당시 칸예는 ‘이번 대선에 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투표를 했다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찍었을 것이다.’라고 발언했었다. 부부는 이 발언에 깊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2017년 2월
Now, Londell McMillan, he must be color blind
자, Londell McMillan, 이 친구는 색맹인가봐 (Caught Their Eyes)
- 제이지는 2015년, 프린스(Prince)와의 계약을 통해 타이달에서 그의 음악을 독점 서비스하기로 했다. 그러나 프린스가 사망한 이후인 2017년, 프린스의 전 변호사였던 론델 맥밀란(Londell McMillan)이 타이달을 고소해 독점 계약을 취소시켰고, 이로 인해 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프린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링크).
6월
Took for these natural twins to believe in miracles
쌍둥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기적을 믿게 되었어 (4:44)
I can't take no threats, I got a set of twins
난 협박 받으면 안 돼, 쌍둥이가 있다고 (Bam)
Got through it, got blessed times two with it
버텨냈어, 축복을 두 배로 받았지 (MaNyfaCedGod)
- 비욘세는 2012년 1월, 딸 블루 아이비 카터를 낳은 데에 이어 쌍둥이까지 낳았다. 둘의 이름은 Sir과 Rumi로, Sir은 남자아이고, Rumi는 여자아이다.
글 | Melo, Geda, Loner, Urban Hippie, bluc
이미지 | ATO
근데 왜 고소를 당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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