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6250 추천 수 7 댓글 4

thumbnail.jpg


[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⑧패션을 둘러싼 여담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정석’이라는 말은 나에게 항상 불편한 존재였다. 학교에 다닐 때나 사회에 나온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대학에서 시작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션에 관해서도 그렇다. 천편일률적인 것이 싫었다. 재미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패션’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내 시선이 담겨있다. 결코 부정적인 면이 화두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패션관을 조금은 '틀어서' 보자는 취지이다. 그게 또 재밌기도 하고. 우리는 어쩌면 비정상 안에서 정상인으로 잘 버텨내며, 오히려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얻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이런 부적응자들의 지옥에서 작은 공감을 갈구하는 소심한 끄적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연재될 연재물임을 알려드립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커지는 듯하다. 대화가 오갈 때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생각하기 일쑤고 누구에게 비칠 내 모습에 지레 겁먹기도 한다. 그럴수록 머리는 온갖 감각이 과부하를 일으켜 신경이 둔해지는 느낌이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조심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패션 또한 마찬가지인데 누구에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들, 그 갈증을 풀 곳이 마땅치 않다. 중대한 것은 아니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침없이 말하고 싶을 때. 그런 소소한 4가지 생각들을 여기에 공유하려 한다. 재미있을지 없을진 모르지만, 모두에게 충분한 안줏거리가 되었으면.






mila-kunis-dior-bags-fw2012-campaign-32.jpg


1. 영감은 불편하고 생뚱맞은 곳에서


대게 ‘영감’이라 불리는 것은 분야의 연관성에서 나온다. 컬렉션의 룩을 죄다 모아놓은 ‘컬렉션 북’이나 브랜드 화보 혹은 패셔니스타라 인식되는 셀러브리티의 스타일링을 통해 ‘패션 영감’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감은 가끔 생뚱맞고 불편하게 여겼던 곳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음악, 인테리어에서 패션 영감을 받기도 한다. 레이니(Lany)의 “Quit”을 들을 때면 늘어진 오버 사이즈 스웨터에 심플한 실버 액세서리를 몇 개 걸치고 여유로운 무드를 연출하고 싶기도 하고, 눈이 부실 정도의 하얀 배경에 원색적인 색이 정갈하게 유지된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매장을 갔다 온 뒤는 미니멀리즘을 필두로 한 여러 옷이 머리를 맴돌기도 한다. 참 생뚱맞다.


평소 애청하던 라디오에서의 진행자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풀어낸 영화를 보는 것들은 때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영화가 끝날 때쯤 우리는 한 층 성숙됐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 말인즉슨 어쩌면 때론 ‘불편한 텍스트’에서 깊은 사고를 통해 영감을 받으며 혹은 그 장소가 생뚱맞은 곳일 수도 있다. 우리가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날아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얹고 여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무언가가 편하지 않다는 느낌은 새로운 것을 떠올릴만한 문턱에 도달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게 패션이든 영화든 그 무엇이든.






brand.jpg


2. 브랜드를 환기시키는 물건들


환기 : [명사] 주의나 여론, 생각 따위를 불러일으킴.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존재만으로도 브랜드의 로고를 떠올리게 하는 시그니처 제품들은 꾸준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청바지는 어디가 좋아?”, “캡은 어디가 예뻐?”, “워커는 어디가 괜찮니?” 등의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브랜드를 환기시키는 제품에 대해 리스트업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캠프 캡의 이미지를 그리면 슈프림(Supreme)이 떠오르고 워커를 생각할 때는 닥터마틴(Dr Martens)이 떠오른다. 새하얀 셔츠를 볼 때면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가 자연스레 자리 잡고 가죽 재킷을 입고 싶은 날이면 생 로랑(Saint Laurent)이 떠오른다. 비니를 생각하면 칼하트(CARHARTT)가 떠오르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이렇듯 자신의 취향을 벗어나, 제품과 브랜드가 연결된다는 것은 때론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각자의 브랜드를 환기시키는 제품의 리스트를 모아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기도.






DSC_0885.jpg


3. 보이지 않는 것이 멋이다


나는 패션 속 숨겨진 ‘무언가’를 선호하며 구매한다. 예를 들어 깔창에 정성스레 이미지가 프린팅되어있는 스니커즈나 깃 안쪽 부분에 메시지가 새겨진 코트라든지, 브랜드 로고를 지퍼를 열고, 또 열고 또 열어야 발견할 수 있는 가방 등이 그 예다.


2016년 맥시멀리즘이 들이닥쳤다. 점점 작아지던 로고는 다시금 커지기 시작했고 과장됐다. 이렇게 한동안 글램코어가 다시금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나는 숨김의 미학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몇 년간 애호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이 잽이라면 이 숨겨진 디테일은 묵직한 훅이라고 볼 수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디자이너들의 히든카드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느끼는 남모를 희열은 굉장하다. 디테일과 메시지를 어디에 배치할까 하며 정성스레 숨긴 것들에서 디자이너의 열정과 노력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것도 희열을 느끼는 큰 이유이다. 간혹 실용주의에 편의를 느끼고 간결함에 미학을 느끼는 나에게서 디자인의 멸종을 느끼기도 하고, 어차피 보이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할 말은 딱히 없지만 말이다.






How-Hedi-Slimane-Changed-Saint-Laurent-03-1200x800.jpg


4. 최고와 최고의 만남은 필연적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2012년 3월, 디올 옴므(Dior Homme)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 이적은 패션계의 큰 이슈였다. 메종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며 럭셔리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 패션 하우스와 혁신적인 디자인과 트렌드를 조합하는 최고의 디자이너의 만남은 입생로랑의 또 다른 전성시대를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에디 슬리먼은 입생로랑을 생 로랑(Saint Laurent Paris)으로 개편하며 보다 젊은 감성을 추구했고 입생로랑에 새로운 DNA를 불어 넣기 시작한다. 


그러나 에디 슬리먼은 2016년 4월, 생 로랑을 떠나게 된다.


그와 생 로랑이 함께한 4년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 둘의 만남이 과연 성공적이었을까에 대해 의문점을 가진다.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론, 속이 곪아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에디 슬리먼이 투입된 후 젊은 층의 대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끈 생 로랑은 메종의 우아하고 럭셔리한 가치를 우선으로 삼는 관계자들에게는 은근히 뭇매를 맞았을 수도 있다. 또한, 루머 아닌 루머로 입생로랑에 전력으로 헌정하지 않는 그를 비판 해왔다는 목소리도 돌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생 로랑은 록을 베이스로 반항기를 두른 그리고 트렌드를 주도하며 혁신적 패러다임을 이끈 에디 슬리먼과 여성복, 특히 드레스로 대표되며 클래식한 파리지앵의 입생로랑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들은 에디 슬리먼을 선택했고 성공적인 4년을 보냈다기엔 조금 애매하다. 어쩌면 우리는 4년 동안 입생로랑을 거친 생 로랑이 아닌 그냥 에디의 컬렉션을 본 것일 수도.


2016년 4월 1일

“생 로랑의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이끌어낸 지난 4년간의 여정 끝에 ‘메종 입생로랑’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수장인 에디 슬리먼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글 l MANGDI


  1. [기획] 히트메이커 드레이크의 스타일 변천사

    조회수13352 댓글3
    Read More
  2. [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⑧패션을 둘러...

    조회수6250 댓글4
    Read More
  3. [기획] 자유의 또 다른 이름, 드레드락

    조회수10019 댓글2
    Read More
  4. [기획] 위즈 칼리파는 인터뷰에서 어떤 룩을 입...

    조회수7159 댓글2
    Read More
  5. [기획] 푸마와 LAYBACKSOUND가 만난 거리의 스타...

    조회수7499 댓글0
    Read More
  6. [기획] 푸마와 DPR LIVE가 만난 거리의 스타일링

    조회수10728 댓글1
    Read More
  7. [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⑦칸예 웨스트 ...

    조회수13671 댓글3
    Read More
  8. [기획] 빈지노: SNS에서 어떤 룩을?

    조회수45543 댓글6
    Read More
  9. [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⑥온전한 내가 ...

    조회수31607 댓글8
    Read More
  10. [기획] 에이셉 라키: 뉴욕에서 어떤 스트릿 룩을?

    조회수48410 댓글10
    Read More
  11. [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⑤패션 아닌 패...

    조회수34083 댓글0
    Read More
  12. [기획] 지드래곤: '인기가요' 백스테이지 패션

    조회수21456 댓글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 23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