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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 ④메시지를 입다


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정석’이라는 말은 나에게 항상 불편한 존재였다. 학교에 다닐 때나 사회에 나온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대학에서 시작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션에 관해서도 그렇다. 천편일률적인 것이 싫었다. 재미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패션’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내 시선이 담겨있다. 결코 부정적인 면이 화두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패션관을 조금은 '틀어서' 보자는 취지이다. 그게 또 재밌기도 하고. 우리는 어쩌면 비정상 안에서 정상인으로 잘 버텨내며, 오히려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얻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이런 부적응자들의 지옥에서 작은 공감을 갈구하는 소심한 끄적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연재될 연재물임을 알려드립니다.


얼마 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성서적 기부관의 틀을 조금 더 확대한 한 배우의 전문에 나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내용인즉슨 ‘유명인은 기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보람을 느끼고 그 일을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이 뜻깊은 일에 동참하게 하는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의 당당함 속에 드러난 뜻에 대한 강직함이 유독 돋보였다. 분명 유명인 특히 젊은 연예인(그의 말을 빌려 사회 공헌 의지를 가진)의 건강하고 진취적인 움직임이었다 생각한다. 


한 크리에이터-창작자가 사회적 현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흥미롭다. 특히 전혀 연관이 없을법한 분야의 연결은 더욱더 그러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치’와 ‘패션’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패션에 관해 글을 쓰는 나는 몇 가지 명제가 떠올랐고, 궁금했다. 패션의 역할을 어디까지 생각해볼 수 있을까? 그럼 패션은 정치적일 수 있을까?


패션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가령 ‘신뢰감을 주는 색상’, ‘정치가로서의 타이 매는 법’, ‘적합한 액세서리 선택’ 등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패션의 단편적 역할이며,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패션에 대해 무지한 대상을 상대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명 '속임수'에 가까운 패션 컨설팅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런 부분만을 생각하기엔 이 시대엔 브렉시트(Brexit), 환경 문제, 인권, 페미니즘 등을 외치는 새로운 세대의 패션 정치학이 무수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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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션은 정치적일 수 있을까?


패션과 정치, 정치와 패션 이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두 분야에 ‘표현의 방법’이란 것이 이음새가 될 수 있겠다. 옷 혹은 넓게는 의류에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 방법에 있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안을 담은 컬렉션이라든지 사회 환원적 수익 활용 방안 등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방식이 다채로워 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놓고 본다면 패션은 ‘정치적’일 수 있는 동시에 그 영향력 또한 더는 무시할 수 없다.






2. 사회 문제와 패션(새로운 세대의 패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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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렉시트


영국의 브렉시트 발표 이후 패션계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대부분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EU에 남기를 원한 것이다(영국패션협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6월 23일 국민투표가 시작되기 전 열린 런던 남성복 컬렉션에서 다양한 유럽 국가 출신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는 젊은 디자이너, 유럽 곳곳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럭셔리 브랜드 모두 영국의 EU 탈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조나단 윌리엄 앤더슨(J.W.Anderson),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등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반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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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레번(Christopher Raeburn) 17 S/S 런던 맨즈웨어 컬렉션(좌), 다니엘 플레처(Daniel Fletcher) '스테이(Stay)' 게릴라 프레젠테이션(우)


가장 적극적으로 ‘리메인(Remain)’ 의견을 대변한 사진가 볼프강 틸먼스(Wolfgang Tillman)가 런던 패션협회 건물에 정치적 구호를 담은 포스터를 전시한 것이 그 시작이다. 영국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 시블링(Sibling)과 클래식 X 위트를 잘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 이타우츠(E. Tautz)의 패트릭 그랜트(Patrick Grant)는 ‘In’이라는 단어를 새긴 티셔츠 차림으로 피날레에 등장하였다. 또 천재성과 젊음으로 대표되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레번은 아예 ‘In’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옷을 선보였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유럽 국가들이 대학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1987년부터 시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파리에서 패션을 배울 수 있었던 다니엘 플레처는 거리에서 ‘스테이(Stay)’를 주제로 게릴라 프레젠테이션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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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kLivesMatter 운동을 담은 글로스레그스(The GLOSSRAGS)의 '스테이 워크(Stay Woke)' 컬렉션


(2) 흑인 인권 문제


과거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흑인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크며 높다. 한 가지 예로 BLM 운동을 들 수 있겠다. 2012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백인 방범 요원이 이듬해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나면서 시작된 민권운동이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즉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을 가진 이 운동은 여러 디자이너와 함께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비욘세(Beyonce)와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SNS를 통해 ‘#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기재하며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


파이어 모스(Pyer Moss)의 디자이너 커비 진-레이먼드(Kerby Jean-Raymond)는 지난해 흑인 인권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함께 쇼를 선보였고, 암울한 현실에 절망한 채 자살한 인권 운동가의 유언을 피켓으로 들고나온 모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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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페미니즘


나에게 패션의 사회 활동에 있어 2년 전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샤넬(Chanel) 컬렉션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된 순간으로 꼽힌다. “I Am Every Woman”의 멜로디에 맞춰 나온,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을 필두로 수많은 모델이 피켓 플레이를 하며 런웨이(시위대를 연상케 하는)를 채웠다. ‘HeforShe’, ‘History is Her Story’, ‘Feministe mais Feminine’ 등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새 시대의 페미니즘을 호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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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국의 티셔츠 브랜드 ‘르 모토(Le Motto)’와 영국 모델 조단 던(Jourdan Dunn)은 젊은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격려하는 ‘엑추얼리쉬캔(ActuallySheCan)’ 캠페인의 목적으로. 여성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Less Regret, More Sweat)를 담은 티셔츠를 제작했다. 조난 던의 친구인 모델 및 배우 카라 델레바인과 알렉사 청(Alexa Chung), 칼리 클로스(Karlie Kloss) 등이 SNS를 통해 함께 함께 하기도 했다.






3. 패션계의 착한 캠페인



현대 사회에 대두되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패션계의 정치 활동에 대해 알아보았다. 위에서 잠깐 언급된 ‘캠페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면 패션과 정치의 상관관계에 있어 이해가 조금 더 쉽겠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는 2013년부터 기아 근절 캠페인 ‘Watch Hunger Stop’을 시작해 전 세계 기아들에게 천만 끼니 이상의 음식을 제공해왔다. 그는 2015년 10월 16일 뉴욕 스프링 스튜디오(Spring Studio)에서 세계 식량의 날(10월 16일)을 기념해 기아로 고통받는 빈곤층을 위한 구호 단체인 ‘갖즈 러브 위 딜리버(God’s Love We Deliver)’와 함께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매년 후원 활동에 큰 공로를 세운 인물을 선정하는 ‘골든 하트 어워드(Golden Heart Awards)’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그해 황금 심장을 지닌 주인공은 영화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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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유니클로(Uniqlo)는 2006년부터 시작된 리사이클 캠페인(All-Product Recycling Initiative)으로 모은 1만여 벌의 옷을 노숙인 협회에 기부하기도 하였고,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피부암 환자 돕기,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레드 라벨 '초이스(Choice)', 베네통(Benetton) 그린라이더 캠페인 등이 이루어졌고 계속되고 있다.






4. 새로운 세대의 메시지


요즘 절망감 총량을 무게로 느낄 수 있다면 국민들은 중력 없이도 땅에 붙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혹은 국가가 침울할 때 예술적 창조력은 중요하다. 패션은 실용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표현의 방법으로써 삶의 커다란 부분 중 하나이다. 요즘 같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정국에 예술가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본분에 충실하며 분야에 힘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깊은 곳으로 침전해있던 절망을 조금이나마 위로로 치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고 존중할 부분이다. 하지만 예술가의 활동, 패션에 있어서 분명 옷 입기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서적 예술관’의 틀을 넓힘이 틀림없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 행동. 다른 사람의 문제라 여기는 생각. 여기에 반기를 드는 패션 액티비티스트들의 '패션 정치 활동'을 뜨겁게 지지한다. 최근 들어 정치라는 것에 무심하였던 나를 다시 한번 자책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주제를 논할 자격이 되는가? 나 또한 후에 내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덜 부끄럽게,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저력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메시지를 입고 지지하고 사랑하자.



글 l MANGDI

참조 l 새로운 세대의 패션 정치학 -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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