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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Back to 90's - Timberland

AILIE2015.01.05 08:37추천수 12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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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Back to 90's - Timberland


패션은 돌고 돈다. 2000년대 이후 패션계는 꾸준히 과거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미 한 바퀴의 사이클을 끝냈다는 듯이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갔다. 발망의 파워숄더를 시작으로 ‘레트로(Retro)’라는 이름의 바람이 불었다. 사료로만 접했던 20세기의 패션을 직접 보고 입고 즐겼다. 그렇게 꾸준히 과거의 것이 사랑받는 중에도 나는 ‘90년대 만큼은 돌아와선 안 돼'라고 생각했다. 정말 촌스럽기 짝이 없었다. 촌스럽지 않은 과거가 어디 있겠느냐만, 90년대는 유난히 촌스럽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과장된 시대였다. 실제로 어디에선가 90년대는 ‘패션의 암흑기'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모든 시대가 돌아와도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그 암흑기가 2014년에 결국 돌아오고야 말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내다 버렸던 오버올(Overall)부터,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의 등산 아이템이 되어버렸던 버킷 햇(Bucket Hat), 그리고 닥터마틴(Dr. Martens), 심지어 한때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양말과 샌들을 함께 신은 남자들의 패션까지, 지난 1년간 나는 이 모든 것들을 거리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모 신발 회사의 라이센스 종료와 함께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팀버랜드(Timberland)가 다시 나타났다. 뒷덜미에 압정이 꽂히던 세기말의 아픔은 잊고,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이젠 커다란 힙합바지에 가려 앞 코만 살짝 드러내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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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버랜드의 시작 - 벌목용 안전화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팀버랜드는 패션을 위한 패션이 아니었다. 팀버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노란색-이라기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6인치 워커는 원래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벌목꾼들이 신는 안전화였다. 팀버랜드라는 이름도 목재라는 의미의 Timber와 땅을 의미하는 Land를 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특성상 벌목을 위해서는 방수기능이 있는 견고한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1955년, 네이선 슈워츠(Nathan Swartz)가 풀 그레인 레더(Full Grain Leather, 동물 가죽의 원래 결을 살려 만든 것)에 고무 밑창을 달고 방수기능을 더해 최초의 6인치 워커 부츠를 제작했고, 이후 1978년 팀버랜드 컴퍼니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는 안전화보다는 패션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는 아웃도어 개념의 패션브랜드로서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하고 있고 워커 부츠 역시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출시 중이지만, 오리지널 옐로 부츠(The Original Yellow Boot)만큼은 거의 바뀌지 않은 스펙으로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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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1의 전성기 - 90년대


투팍(Tu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가 살아있던 90년대는 힙합의 황금기(Golden Era)였다고들 한다. 그리고 일단 크게 입으면 승자였던 소위 ‘힙합패션'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하는 1세대 아이돌들을 통해 한때 국내를 휩쓸었다. 사실 국내의 힙합패션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1980년대 후반 즈음, 홍콩과 일본으로 먼저 퍼져있던 미국의 그것을 모방한 것이라 보는 편이 더 맞는 것 같다. 어쨌든 허리를 한 바퀴 휘감고도 남을 사이즈의 바지와 못지 않게 커다란 티셔츠, 가난했던 시절 흑인들이 옷을 물려 입은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이 커다란(?) 패션의 마무리는 발 사이즈보다 3~4치수는 더 큰 팀버랜드였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투팍도, 노토리어스도, 알리야(Aaliyah)도, 우탱클랜(Wu-Tang Clan)도 팀버랜드를 신었다. 물론 흔한 반도의 언니, 오빠들은 랜드로바를 더 많이 신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더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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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내의 팀버랜드


80년대 이후 팀버랜드는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1985년 홍콩에 진출하며 아시아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1991년, 우리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금강제화를 통해 국내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힙합패션'이 반도를 지배하던 97년, 한영유통이라는 업체를 통해 다시 한 번 국내에 왔다 간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제아무리 힙합이 황금기라며 날고 기어도 국내에서 팀버랜드는 성공할 수 없었다.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흔한 반도의 언니, 오빠들이 랜드로바를 더 많이 신었던’ 결과 일지도 모르고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 같던 팀버랜드는 2004년, FnC 코오롱과 라이센스를 체결하고 야심 차게 국내에 재진입했다. 이 글을 해외의 유명 브랜드들이 볼 리 만무하나, 국내 기업과 라이센스를 체결해 진출하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꾸띄르 디자이너인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을 수건브랜드로 만든 게 바로 이 라이센스다. 팀버랜드라고 별 수 있었을까. 수입 제품과 국내 자체 디자인이 함께 출시된 팀버랜드는 3년쯤 근근이 버티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2009년, 금강제화에서 팀버랜드를 다시 한 번 직수입하여 판매했지만 2012년에 사라졌다. 이때는 VF사가 한국지사 설립을 결정하면서 금강제화와의 계약을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이제는 라이센스도 수입도 아닌 단독 매장을 세워서 다시 국내로 들어왔다. 이쯤 되면 불굴의 의지라 하겠다. 그리고 국내에 불어닥친 90년대 돌풍 덕분에 당분간 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다. 혹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같은 회사에 반스(VANS)라는 잘 나가는 선배가 있으니 목숨 부지는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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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2의 전성기 - 2014년 그리고…


아이팟 1세대가 나타났으나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십대 시절, 1GB도 안 되는 용량의 MP3에 당시 유행하던 클럽튠을 넣어 듣고 다녔던 나는 성인이 되면 클럽에서 마음껏 힙합을 들으며 놀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니 하우스와 EDM이 유행했고, 힙합은 자취를 감추었다. 자연스레 국내 힙합도 쇠퇴기를 맞았다. 내가 좋아하던 뮤지션들도 일렉트로닉 힙합이라는 내 귀가 거부하는 음악을 자꾸 들고 나왔고 나는 그렇게 힙합이 영영 한국을 아니, 지구를 떠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패션이 돌고 돌 듯, 음악도 돌고 도는가 보다. 최근 1-2년 사이에 힙합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에이셉 라키(A$AP Rocky), 빅 션(Big sean),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등등 수많은 래퍼들이 등장하고, 잘나가던 그때 그 시절의 래퍼들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고 나아가 하이앤드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한다. 그리고 그 영향과 함께, 팀버랜드도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 90년대의 알리야가 있었다면, 2014년엔 리한나(Rihanna)가 여자들에게 팀버랜드를 신도록 자극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패션으로는 국내의 영역을 넘어선 듯한 지-드래곤(G-dragon)을 필두로 많은 아이돌들에 의해 팀버랜드는 90년대를 모르는 10대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다. 물론 예전처럼 바지가 다리보다 길어 압정을 꽂아야 하는 일은 없지만, 올해 초에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코끝이 저릿하게 퍼진 90년대의 향수와 함께 팀버랜드는 날로 인기가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2014년의 팀버랜드는 6인치의 옐로 부츠를 벗어나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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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cale X Timb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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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reme X Timb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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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SSY X Timb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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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spring X Timb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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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Arrows X Timb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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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onaire Boys Club X Timberland

5. 팀버랜드의 부활 - 콜라보레이션


잘나가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콜라보레이션이다. 브랜드와 브랜드가 작업하기도 하고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작업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앤드와 스트릿의 경계까지 허물어가며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2014년의 팀버랜드는, 완벽하게 부활했음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많은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 쏟아냈다. 물론 국내에서 자리 못 잡고 방황하던 그 시절에도 팀버랜드는 미국의 편집샵인 컨셉트(Concepts), 오프닝 세레머니(Opening Ceremony), 프랑스 편집샵 콜레트(Colette)등과 함께 끊임없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013년에 진행했던 스투시(Stussy), 퍼렐의 BBC와의 콜라보레이션은 2014년까지도 이어졌으며, 위의 사진은 전부 2014년 팀버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이다.





90년대에 대한 향수이든, 힙합의 부흥이든, 팀버랜드가 다시금 주목받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 90년대 패션만큼은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나에게도 이 투박하기 짝이 없는 워커 부츠는 꽤나 반갑다. 물론 한 번도 신은 적 없고, 앞으로도 나는 신을 일이 없을 테지만 SPA가 판치는 패스트패션의 시대에 SPA(Style-Performance-Green)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 괜히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이라는 그들의 발상이 요즘 국내에 차고 넘치는 흔한 감성팔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팀버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다시 짐 챙겨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인기가 있든 없든, 클래식은 영원한 것 아닌가.



글 | AI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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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1.5 13:08
    다 이쁜데 슈프림하고 콜라한건 진짜 취향 탈꺼같네요
  • 1.5 13:13
    스투시 팀버랜드는 고급스럽네요
  • 1.5 14:19
    포스는 한동안 진짜 갔다가 요즘 약간씩 뜨는 추세인데
    팀버랜드 저 된장 기본은 그래도 꾸준했던거 같아요
  • 1.6 09:21
    @레프레젠미
    포스로우흰색 요즘 옷좀입는다하면 전원다신고있던데..
  • 1.5 15:29
    잘읽었습니다
  • 1.5 17:26

    90년대중후반까지는 팀버랜드보단 싸구려 옐로부츠인 닥터케이가 많았죠.목토버젼도 있었고요.강남쪽은 아무래도 힙합을 많이 입어 97년쯤부터 팀버랜드부츠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그 시절 압구정로데오 인디언실버 골목으로 들어가 산타페 맞은편에 있던 팀버랜드매장은 꽤 오래 장사했던거 같은데 금방망했나보군요.

    10년전쯤코오롱에서 수입해서 판매할때 25만원주고 샀었는데 지금 가격도 콜라보제품빼면 몇만원차이정도고 비슷하더군요.

    90년대 후반 패션이 암흑기 소릴들을만한건 핏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커서 그렇지 그당시 신었던 포스나 조던 슈퍼스타같은 운동화는 지금도 신고있으니 참 재밌습니다. 

  • 1.5 17:26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 1.5 19:43
    에일리님 감사합니다잘읽고가용
  • 1.6 09:21
    좋은글감사합니다
  • Ily
    1.6 14:35
    팀버랜드 굿 얼마전에 삼 ㅋㅋ
  • 1.7 12:19
    이런 클래식한 아이템의 글을 원했어요! 굿굿!
  • 1.8 00:25
    우리는 벌목용 안전화를 스크래치 하나 안나게 하기위해 아끼지요 헤헤
    밟히거나 긁히면 시즌 아웃 ㅠ
  • 1.11 17:15
    발 작은 친구는 키즈로 사더라구요 부럽다! 예뻐요 팀버랜드
  • 3.24 21:13
    @조짜잉
    ㅋㅋㅋ 맞아요 발작은사람들 돈아끼구 부럽
  • 5.17 01:09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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