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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디의 ‘패션 부적응자’

‘정석’이라는 말은 나에게 항상 불편한 존재였다. 학교에 다닐 때나 사회에 나온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대학에서 시작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션에 관해서도 그렇다. 천편일률적인 것이 싫었다. 재미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패션’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내 시선이 담겨있다. 결코 부정적인 면이 화두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패션관을 조금은 '틀어서' 보자는 취지이다. 그게 또 재밌기도 하고. 우리는 어쩌면 비정상 안에서 정상인으로 잘 버텨내며, 오히려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얻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이런 부적응자들의 지옥에서 작은 공감을 갈구하는 소심한 끄적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연재될 연재물임을 알려드립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길 때가 종종 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파이렉스 23(PYREX 23)이 스트릿 씬에서 급물살을 탔을 적, 이 브랜드의 가치를 하나의 이벤트로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그 헤드 디자이너는 불과 몇 해를 넘기지 않고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책임자가 되었다. 거대 패션 하우스 입성이 곧 성공의 척도는 될 수 없지마는 그의 패션 커리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니, 놀랍고 독보적이며 기이하기까지 하다. 나는 나의 실수를 꾸짖으며 위험한 신념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한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쌓여 승리할 힘이 된다 했던가. '승리의 경험치'를 위해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성공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사람인지. 2018년도에서 바라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패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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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다른 취미를 가진 평범한 공대생


'옷 입기'와 '옷 만들기' 사이에는 만만치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제품 제작에는 전문성이 필요할뿐더러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패션 디자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이수해야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하지만 아블로는 그러한 의견에 철저히 반대되는 삶을 살았다. 토목 공학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 단순히 옷 입기를 좋아하고 잡지를 즐겨보며 보드를 탔던 그. 어찌 보면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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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의 일부였던 옷과 서브 컬처는 그래픽 티셔츠 제작으로 번진다. 장난과 재미라는 가벼운 명목하에 씬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팬디(FENDI)의 인턴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여기서 본인 나름의 시스템을 하나둘 갖추기 시작한 것. 여러 셀러브리티와의 관계를 이어오던 아블로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란 귀인을 만나며 행보의 큰 변화를 맞이한다. 아블로가 만든 옷을 입은 칸예는 어느 프로젝트보다 강력한 프로모션 효과를 보였다. 둘의 만남은 일대일의 수학적 함수 관계를 넘어서는 그 이상으로 확장됐다. 트렌드세터 이안 코너(Ian Connor), 루카 사바트(Luka Sabbat)와의 친분 또한 이러한 맥락이다. 틀을 깨부수고 변주를 가하는 그의 옷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최근에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예술 활동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와의 관계 유지를 통한 도쿄 개인전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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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파이렉스 23에서 루이비통까지


아블로의 첫 결과물은 무게감을 뺀 그래픽 티셔츠 제작으로 시작했다. 후에 그의 이름을 알린 파이렉스 비전 프로젝트도 이것의 일환이다. 당시 진부한 캐주월웨어로 취급받던 랄프 로렌(Ralph Lauren), 챔피온(Champion)의 제품에 'PYREX 23'이란 텍스트를 새겼다. 이 셔츠는 입소문을 타 SNS와 미디어를 장악했다. '젊은 브랜드'란 인식이 시작되는 계기였다. 그리고 일 년 뒤 그가 본격적인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다. 그 이름하여 오프 화이트(OFF-WHITE). 스트라이프 무늬를 중심으로 트렌디한 스트릿 감성을 전개하며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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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이키(Nike)와의 협업은 커리어의 방점을 찍는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응모 전쟁의 서막을 알린 '더 텐' 컬렉션은 큰 인기와 함께 올해에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018년 3월, 루이비통의 맨즈웨어 디렉터로 임명된다.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와 가장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디자이너의 만남은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스트릿 패션의 럭셔리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버질 아블로. 그가 지휘하는 새로운 루이비통의 남성복 컬렉션은 올 6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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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다른 인기 비결


그럼 우리는 왜 버질 아블로에 열광할까? 나는 그가 추구했던 '변화와 혁신'의 정신이 대중의 시대 상황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의 보수적인 성향, 높은 가격의 장벽, 단조로운 스타일. 이것들은 패션이란 영역이 우리에게 재미보다는 과시의 한 부분으로 전락하게 했다. 마치 고단한 역경을 딛고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시스템을 개혁하는 영화 속 주인공 같다랄까. 패션 전문 교육을 받지 않고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서 크리에이티브한 행보를 펼치는 것. 12화 이안 코너 편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의심을 확신으로 뒤집었다. 2018년 현재, 세계를 대표하는 유수의 편집숍 행거에는 그의 따옴표들로 가득하다. 


나는 그저 마냥 기쁘기만 하다. 럭셔리의 정점과도 같은 브랜드에서 디자인의 다음 단계와 럭셔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이 기회야말로 내가 항상 꿈꿔왔던 것들이다. 또한, 어린 세대에게 이러한 분야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꼭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직접 보여준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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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럼에도 우리가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


젊은 스트릿 무드를 주입한 아블로의 옷은 패션 씬의 화두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이도 적지 않다. 그만의 디자인이 없다는 것이 그중 가장 큰 이유다. 해체에 기반을 둔 재해석, 무드의 융합과 같은 장치적 아름다움에 비해 아블로식 디자인 웨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라프 시몬스(Raf Simons)를 비롯한 저명한 디자이너들 역시 이러한 관점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 가진 적이 있다. 독자적인 여성복 컬렉션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 보였으나 의심을 뒤엎을 만큼 여의치는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루이비통의 새로운 남성복 또한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브랜드 초기 비슷한 결을 유지했던 후드바이에어(HOOD BY AIR), 피갈레(Pigalle)와 대조되는 행보는 분명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쨌든 옷 이란 제품이며 사용 가치가 존재해야 한다. 오직 재미와 위트로만 승부하기엔 대중들의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이다. 완성도 있는 디자이너,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그가 고심해봐야 할 문제이다. 자신의 재능, 이것에 부합하는 사회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진보라 했던가. 개인의 풀지 못한 욕구를 시원하게 해소해줄 그의 진보한 움직임을 응원한다.



글 l 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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