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 메탈 밴드의 라이브를 보고 왔는데-,
콘서트에선 인격이 바뀌는 타입이라(..기 보단 그쪽이 원래 인격이고 온라인에선 사람 행세하고 있습니다) 좀 격하게 놀긴 했습니다.
사실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허리랑 등이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드럼과 함께 복부의 내장과 지방이 둥둥 울리는데 어떻게 참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공연 보고 집에 와서 씻으려고 보니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혈관이 터져있더라고요. 심각한 건 아닌데 무슨 발진이라도 난 것 처럼 보이긴 합니다;
옛날에 늦가을에 동유럽에서 노숙하다가 추위로 핏줄이 터져 온 다리에 피딱지가 성성했던 적은 있었지만 어젠 돔 구장에서 한 공연이라 춥지도 않았거든요.
오히려 딱 알맞게 따뜻해서 뛰다 보니 땀이 날 정도였고요.
그러니 이건 추위 때문이 아닌 갑자기 날뛰는 바람에 그런 거겠지요.
그래도 예전엔 이보다 더 과격하게 놀아도 안 그랬는데 이제와 이런걸 보니 제가 나이 들긴 들었나 봅니다..크흑.
덧... 힙X긴 하지만 이 공연에 대한 짧은 후기를 덧붙이자면...
1. 이 밴드의 근래 다른 나라에서 했던 공연에서의 세트 리스트에 올려진 앵콜 곡을 기대했는데 하나도 안 불렀네요ㅠ 이번 내한 공연에선 기존 곡들 가운데 한 번도 부르지 않은 곡들을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뭐-, 메탈리카 is 뭔들, 이죠.
2. 오프닝 그룹으로 나와 세션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걸그룹, 베이비메탈-.
동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라이브로 보니 훨씬 괜찮더군요.
작은 동영상으로 봤을 땐 안무가 무슨 율동 같아 보였는데 실제론 동작이 크고 시원시원한 게 상당히 박력 있었습니다. 빡센 스래쉬 연주에도 자못 어울렸고요. 비록 일본 소녀 특유의 인위적으로 꾸민 귀여운 목소리를 낼 땐 몇 번이고 멘탈 털릴 뻔 했습니다만;;
색안경 끼고 봐서 미안해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밴드였습니다, 베이비메탈.
다만 좀 한계가 보이는게, 음원으로만 듣는다면 그 매력이 상당 부분 감소될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좀 빡세게 여행하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여러 번 노숙하긴 했네요;
전 아재는 아닙니다만 일단 아재들이던 뭐던 남자팬들이 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호응이 없긴 했어요.
제 옆에 있던 남자들은 '앵콜하면 죽여버릴 거야', '얼른 꺼져라'란 말을 서슴없이 하더라고요.
저도 강경파 골수 메탈헤드 출신이라 직접 공연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얘넬 봐야 하나'며 계속 망설였습니다만(위에서 언급했듯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장시간 서있기 힘들거든요)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세션만으로도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었는데 말이지요.
게다가 더욱 실망스러웠던 것이, 본공연에서도 사람들이 못 놀더라고요.
제가 이 밴드 공연만 총 3번 다녀왔는데(총 4차례 내한 중 첫 공연을 못 갔더랬어요) 가장 얌전한 분위기에서 외롭게 날뛰고 왔습니다.
눈꽃님, 저보다 나이 많이 어리신 듯한데 참 성숙한 글을 쓰시더라고요.
외국에서 노숙...
한 번은 엄청 춥고 종일 세찬 비가 내렸던 12월에 어느날 루마니아 수도 부크레슈티의 한 폐가에서 노숙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창문 다 깨져 있고, 천장에선 비가 줄줄 새던 와중에 새벽에 들개 두 마리가 크르렁 거리며 폐가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진짜 겁나 죽는 줄 알았어요.
저 위의 늦가을에 공원 벤치에서 노숙했던 날엔 새벽 세 시쯤 총소리 들었고요.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가 너무 추워 좀 움직여 보려고 강을 건너는데(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바로 그 도나우 강이었습니다) 중간쯤 왔을 때 맞은 편에서 들리더라고요. 그때 노숙이나 하는 신세가 얼마나 서럽고 무섭던지 눈물이 다 글썽거렸었네요.
로망- 없어요. 그저 생고생만 있습니다.
밴드와 함께 꾸준히 나이 먹는 22년차 팬이랍니다.
헌데 이번엔 역시 평일이라 조금씩 지쳐있어서 그랬던 걸까요? 제 주위엔 정말 사람들이 못 놀더라고요. 남의 관람 매너를 탓할 생각은 없지만 비싼 돈 주고 왔는데 좀 아까웠더랬습니다.
그전엔 저얼대 안옴
메탈리카야 제 안에선 그 어떤 뮤지션과도 바꿀 수 없는 영웅이니 무조건 열외로 두고요ㅋㅋㅋ
물론 님의 말씀도 틀린건 아니라 봅니다만 국내의 락 공연 인프라가 진짜 많이 열악하긴 해요.
가뜩이나 일찍 해체해 아쉬움을 더 한 ratm이 한 나라의 수도에서 공연하고 갔는데 그 정도 관객만 왔던 나라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제가 여러 해 동안 핫뮤직이라는 국내 유일의 락 전문 잡지를 꾸준히 구독했었는데 학창 시절 저희반에서 그 책 보는 학생 저 혼자였습니다. 남녀분반이긴 했습니다만.
좌우간 이런걸 보면 확실히 우리 나라가 락을 듣는 팬층이 두터운 나라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ㅠㅠ
그나마 팝 뮤지션들은 사정이 훨씬 낫겠지만요.
그때도 참 관객수가 적었었다는 얘길 듣긴 했더랬습니다ㅠ
제 닉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Ash란 펑크밴드의 팬인데요. 4년전 씨티 브레이크 락페에 갔는데(물론 메탈리카 보려고요) 진지하게 보는 관중수가 진짜 100명도 안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다들 다른 스테이지의 라이즈 어게인스트 공연 보려고 일찌감치 빠졌거든요ㅜ
진짜 애쉬가 뭐가 모자라고 이 나라에 와서 이런 수모를 당하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본인들 스스로 만들어낸 진입장볍이 힙합이 뜨기전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힙찔이라는 말이 있기전에 락덕후라는 말이 있었지요. 너무 안타깝네요.
물론 이건 제가 린킨 골수팬이라 독특한 사운드를 좋아해서 하는 얘기일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확실히 카우치 사태 이후 씬 전체가 암흑기에 들어서기도 했고, 저 개인적으로도 90년대에 블랙홀이나 블랙 신드롬, 크래쉬, 새드 레전드, 레이니 썬, 조선 펑크 밴드들, 모던 락 밴드들의 음악을 곧 잘 듣곤 했습니다만 2003~4년 후부턴 국내 언더 음악은 잘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소위 스쿨 밴드, 또는 개러지 밴드로 분류할 만한 젊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고만고만한 핌프 락이나 펑크를 들고 나오니 식상한 것도 있었고요.
사실 힙합은 문화적으로도 얼마든지 대중성을 띨 수 있지만 락은 가장 대중적인 펑크도 그렇고 좀 더 마니아적인 색채가 강하긴 한 것 같아요.
그후로 얼마 안 되어 해체하는 바람에 진짜 아쉬웠어요...ㅠㅠ
그거는 혹시 해결됫나요??
기타리스트라시기에 제임스 이하가 그랬나 했는데(일본계니까요) 찾아보니 빌리 코건이 전범기 그려진 기타로 연주하는 사진이 나오네요ㅠ
이런거야 뭐 해결되고 말고 할게 있겠습니까?
뮤즈도 그렇고 빌리 코건도 그렇고 욕먹어 마땅한 일인걸요.
저는 베이비메탈을 처음 접해서 저게 도대체 뭔가.. 이러면서 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지만 호응 괜찮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뒤쪽에서 보긴 처음이긴 해서 뒤쪽 분위기를 잘 몰랐나 봅니다. 뭐, 소규모 클럽 공연장에서야 팔짱 낀 채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요.
그래도 사운드 즐기는 거면 뒤쪽이어도 충분히 날뛸 수 있을텐데 많이 아쉬웠어요.
전 베이비메탈 공연 보기 전에 동영상으로 두 곡 찾아보고 갔었는데요(가라데란 곡이랑 김미 초콜릿이란 곡), 상당히 하드한 연주에 무대도 생각보다 멋졌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래도 혼자서 잘 놀고 오긴 했습니다만 주위에서 신기한 거 보듯 힐끔거리는데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앞쪽에서라도 잘 놀았다니 다행입니다.
관람 태도 역시 뮤지션에 대한 예우니까요.
대략적인 평을 보니 나구역만 잘 놀았다고 하네요.
다른 구역은 전체적으로 못 놀았었나 봅니다ㅠ
일본내에선 인기가 별로인데
노래 빼고(아무래도) 연주와 안무로 따진다면 말이지요;
보컬의 경우도, 저 자신이 걸그룹의 음악을 안 들어서 그렇지 그냥 걸그룹이라고 따로 떼어 놓고 본다면 라이브도 잘 하더라고요.
분명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만 재미있는 컨셉인 것 같아요.
전에 아이유 팬클럽에서 메탈리카보다 아이유가 위대하다는 찬양송을 만들어 기사화 되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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