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때는 미국래퍼들만 좋았어 ... =3 (긴글,반말)

 

 

 

 

 

 

어릴 땐 국힙 듣지도 않고 무시하면서

각종 선입견과 편견, 오만 속에 갇혀서 미국힙합만 개빨았지

 

솔직히 그 나이 땐

이국적인게 멋있잖아

내게 익숙한 황인종보단 흑인 백인이 간지잖아

흑인들이 더 쎄보이고

깝치면 총 쏜다고 가오 잡는 것도 그 나이 땐 미개한게 아니라 쿨해보이고

외국에 대한 환상도 있던 시기고

그런거 빨면 남들과 달라보이고 있어보일 것 같잖아

내게 익숙한 한국은 왠지 촌스럽다고 여겨지잖아

 

 

근데 내가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아니지만ㅋㅋ

머리가 커가면서 점점 삶에 대한 성찰이 생기는데

한국힙합, 특히 언더그라운드쪽이 그에 대한 방향표를 제시해주고

삶과의 충돌이 생기면 그 때마다 위로해주더라고

외국음악이 줄 수 없는 한국정서만의 감성이 존재한단 말이지.

한국인디음악들이 가진 정서처럼 말이야

그래서 고2 때부터 쫄릴 때마다 아이팟에 대비해둔 국힙을 겁나 뒤져대기 시작하게 됐지

 

( tmi : 내가 하필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컴퓨터도 없고 노트북도 못 쓰고 핸드폰도 걷어갔었거든

그러니 거기 갇혀서 할 수 있는 건 아이팟으로 음악 듣는게 다였는데

내가 그 때 중2병이 늦게 와서 ㅋㅋ

학교시스템에 의문점을 느끼고 삶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올 때마다 도피처가 필요했어 

그리고 그 때 정신병도 같이 겹쳐서 여러모로 힘들었던 시기였어서 ...

그래서 집에 올 때마다 아이팟에 국힙들 겁나 장전해놓아서 가고 그랬었음ㅋㅋ 

어떻게든 그 환경에서 살아남고 싶어서 국힙을 빌렸던 것 같아)

 

 

 

나이 먹어갈수록 환상보다 삶이 다가와.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에서 내가 직접 살아가고 있는 삶말야.
그렇게 진짜 내 앞의 삶을 살다보니 뱃사공 이현준 화나 넉살 김태균 헉피같은 음악이 더 끌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꼭 뱃사공같은 음악만이 아니라

공공구나 저스디스 화지같이 '다른 세계에 떠있는 한국', 이런 서브컬쳐스러운 감성은 더 좋고!! 

 

지금 외힙을 안 듣는다는 말이 아냐

홍자오 에비스비츠 파라오 옥시미론 대니브라운 다렉 클라우드데드 ... 좋아하는 외힙 많지

근데 외힙은 청각적 쾌감을 준다면

국힙은 청각적 쾌감을 넘어서 삶의 철학을 안겨줘

물론 외힙도 삶의 철학을 주는 음악들이 많이 존재하지

하지만 솔직히 대표적인 예로, 

켄드릭라마가 tbab에서 영어로, 나와는 다른 흑인종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은걸 

가사해석 찾아보면서 '읽는' 것보다

뱃사공이 '힘내 시발놈아'라고 무심한듯 툭 던져주는 걸 '듣는'게 한국인인 나에게 더 와닿더라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후회없이 살 수 있고

어떤 것을 쫓아야 멋지게 살 수 있는지

수면 위에선 뻔한 얘기만 반복하고 가르쳐주지 않는

그 가치들을 언더그라운드 국내힙합을 통해 배웠던거 같아

어찌보면 나의 교과서고 나의 선생님이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주는 ...

그리고 언더그라운드가 가지는 반항심,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은 손해를 보더라도 반항하고 소리내는 그 용기와 신념

또 og들을 향한 리스펙과 후배를 향한 지원처럼 장르를 벗어나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개념이 너무 멋졌어

그게 이제와선 다 허상이고 환상일지라도 난 믿었단말이야.

그래서 한국힙합에게 고마워

늘 느끼지만 내가 받은만큼 나도 한국힙합에 뭔가 헌신하고 싶어

그래서 그 방법을 계속 찾아보는 중이야...

지금은 씨디 사고 펀딩하고 키보드 두들기는 짓밖에 못하지만 ...ㅋㅋ

 

난 한국힙합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해

누군가한텐 쪽팔릴지 모르지만

난 쪽팔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정말 한국힙합이 가진 가치는 단순한 음악 그 자체를 넘어서 대단하다고 ... 

 

이게 내가 수많은 음악들 속에서 굳이 국힙을 챙겨 듣는 이유야

 

어떤 이는 힙합이 어린 애들 음악이라고 하지

근데 뱃사공같은 음악도 어린 애들의 음악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단순한 스킬자랑스웩곡은 언젠가 듣기 유치해질지도 몰라

하지만 허클베리피의 점같은 앨범은 정말 죽을 때까지 들을 것 같은데?

 

나 짜치는 거 개싫어하고

영화나 만화 예능 음악같은데서 보이는 1차원 감성팔이도 개극혐하고 진짜 안 넘어가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국힙만은 좀 특별하게 와닿아.

난 이런 유형의 사람으로 성장했나봐

 

요즘 멈블랩트렌드로 낮아진 진입장벽과 유튜브같은 매체가 발달한 덕분에 외힙리스너들이 급증한 시대에,

국힙 듣는게 쪽팔리고 외힙 듣는게 소위 '힙'한거라고 여겨지는 시대에,

국힙이 수준 낮다고 무시하는 리스너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나같이 반대로 외힙 듣다가 국힙의 매력에 넘어간 사람도 있다는 걸,

국힙래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

누군가한텐 이게 인생이었다고,

나같은 사람을 보고 음악을 하는데 힘이 난다면 더할나위없이 영광이고 기쁠 것 같다

 

난 그리고 국힙 딱히 음악성이 그렇게 수준 낮지도 않다고 생각해

몇 년전만 해도 솔직히 비교가 힘든게 사실이었지

근데 지금은 단순랩실력도 평균적으로 엄청 많이 올라갔고

음악성도 클래식들 꼽아보면 딱히 우열이 갈리지 않는 수준인거 같거든

 

뭐 ... 하여튼 그래!

그니까 나같이 국힙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

 

그리고 뱃사공같은 랩퍼들이 메인스트림에 올라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또 뱃사공뿐만이 아니라 기형적인 시스템을 거부한 대가로 빛을 못 받는 다른 랩퍼들도

마땅히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보상 받았으면 좋겠고...

 

 

진짜 이번 뱃사공 레인보우에서 소주냄새 진동하네

듣다가 갑자기 국힙뽕차서 끄적여본다 ...

 

소주 진짜 싫어하는데

오늘은 맥주 말고 소주 달린다!!!

 

 

 

 

 

*반말로 쓰는게 더 글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읽어주신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ㅋㅋ 이런 주저리 읽어주셨다면 감사해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