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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리뷰] 오베르 - 난파선

BUTSAE2019.06.20 01:10조회 수 475추천수 5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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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오베르의 두번째 정규앨범 [모비딕]의 최애 곡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난파선을 고르겠습니다. 막상 리뷰를 쓰려고 보니까 앨범 내기 전에 싱글로 선공개를 했었네요. 오랜만에 리뷰 다운 리뷰를 쓰려니까 어색한데 우선 가사를 보겠습니다.


‘모이를 쪼던 부리는 남의 말을 뱉어’

‘너도 날개를 달고 있을 거란 말은 됐어’

‘지겹게 살아가 봐야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면’

담배 피워온 나날만큼 나는 행복과는 반대편


막상 한 구절씩 떼어놓고 보니까 와,, 가사가 기가 막힙니다. 가사 해석 이라는게 굉장히 주관적이라 창작자의 의도와 다를 수 있지만 제 이해를 얘기 해보겠습니다. 첫 구절은 누군가에 의지를 하며 살던 과거의 자신을 묘사하면서 썩 내키지 않는 현재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리지널리티가 뒷받침되는 래퍼인데 본인이 느끼기에 누군가의 랩을 카피하고 본인 것으로 소화를 못 한 자신을 책망하는 느낌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지인이 너도 분명히 성공해서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다 라는 식으로 위로해도 별 감흥이 없어 보입니다. 신기루 같은 성공을 좇아 힘들게 뛰어봐야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합니다. 


걔도 한 대 피우러 나갔나봐

‘눈을 감은 다음엔 침대를 타고 날아’

앙상한 내 몸이 말야 공중에 뜨는 상상, 망상’


행복을 의인화해서 재밌게 표현했네요. 잠을 잘 때가 되어야 비로소 편해지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앙상한 몸이라는 표현이 기사에서 봤던 오베르의 수척한 얼굴을 상기시킵니다. 

 

‘잠깐 분명’

‘엊그제 꿈엔 그쯤에서 떨어졌지’

그래도 살고 싶어, 잠들고 싶어 이 세상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대사 없이’

‘입을 다물었다가도 괜스레 목을 가다듬어’


현실을 도피하는 꿈의 진행도 평탄하지 않은듯 더 깊게 잠들고 싶어하는 오베르. 

편안함을 위해 침묵하는 그 이지만 래퍼이기 때문일까 습관적으로 목을 푸는 자신을 묘사하는 듯 합니다.


아무런 반응 없는 메아리 없는 음악

아무런 감흥 없는 맥아리 없는 문장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던 순간’

예술은 개뿔, 예미 지랄 하더구만


래퍼 스스로가 이런 말을 쓰는 마음은 얼마나 착잡할까요. 앨범 전체적으로 정말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바다, 심해, 세이렌, 배, 항해, 조난 심지어 캐리비안의 해적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걸 담았고 또 연상시키는 앨범이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큐앰 외에 샤라웃하는 아티스트도 못 봤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듯 어차피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음악이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합니다. 


‘손 떼 묻은 돈처럼 주인은 계속 바뀌어가’

잠을 팔았잖아, 내 소외감을 가져가

‘내 작은방, 조명 수명보다 많은 일을 했어

‘난 지난 1년간’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 심리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입니다. 그렇지만 청년의 수많은 밤과 맞바꾼 그의 음악은 여전히 그를 배고픈 상태로 방치해 둡니다. 


‘기다려봐 이미 불 꺼졌지만 시야는 누런 하늘 뒤에 있어’

기지개를 켜 쉴 시간 없어


아마도 99%의 확률로 뱃사공처럼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음악이 아닌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힘들게 작업하는 래퍼인 것 같습니다. 


‘수녀원의 콘돔 플라스틱 콧등’

‘몇몇 구절의 연설’

내 가사도 희미해져


수녀원에 콘돔. 성형수술. 어떤 역설적인 부분을 표현한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뭔가 못 알아듣겠고 재미없는 자신의 가사에 리스너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표현 같습니다.  


포항에서부터 걸어둬 보증금 없는 내 인생’

‘와사비 쳤던 오징어보다 맛있게’

눈에 각인된 건 좀 더

폼 나는 삶인데, 내 인생 쌔삥인듯 돛대를 당기네’

 

출신지가 나왔습니다. 오베르는 포항 출신입니다. 

꿈을 좇는 이유는 당연히 이루고 난 후의 만족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는 데서 출발하겠죠. 


‘두 주머니 배짱 두둑이 채워 넣고’

‘텁텁함은 항시 목구멍에다 새겨둬’

빨아재꼈던 담뱃값 아깝지 않게 자셀 잡아

‘반지하 방 문 열어 당장 알리바바’


흘리는 땀이 헛되지 않게 그래도 희망을 품습니다. 


‘오늘도 입안에 허한 갈증이 가시질 않고’

당장 달디단 과일을 입안에 넣어도 찌푸릴 테고

그저 별일 없이 지나는 하루가 다행인 태도

‘이대로 그냥 게으르고 야만적인 사람이 돼도’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과일이 뭘까 잠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오디션 참가는 어떻게 보면 도박이기 때문에 단 과일에 비유할게 되진 않습니다. 그럼 뭘까,, 로또도 아닌거 같은데,,

갑작스러운 관심을 얻어도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쯤으로 해석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포인트는 별 탈 없이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걸 원하는 거죠. 


빗물 새던 방에서 난파당한 채

‘눈두덩이 아래만치 시커먼 칠판에

손톱으로 연주하듯 내 가사는 천박해

‘느리게 더 느리게’

노를 저어가네노을은 져가네


마지막 라임 실화인가,, 이 마지막 구절들은 정말 비유가 너무 좋고 표현력이 미쳤습니다. 시커먼 칠판에 손톱으로 연주하듯 가사가 천박하다? 별 반응이 없는 맥아리 없는 음악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빗물 새던 방에서 난파당한 모양처럼 위태위태한 상태로 사는 오베르. 밤이 되어야 비로소 꿈을 위한 시간을 투자 할 수 있는 오베르가 낮에 생계를 위한 일들로 ‘노를 젓고’ 마침내 그 ‘노을이 진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립니다. 


[사운드]

난파선을 표현하듯 트랙 도입부부터 망망대해에서 여러 고장으로 삐그덕대는 배의 소리가 들립니다. 드럼의 템포와 중간중간의 사운드 이펙트들이 난파선의 위태로운 상황을 묘사하듯 텐션을 잘 유지하고 가사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강조하고 잘 살려줍니다. 특히 ‘내 가사는 희미해져’ 뒤에 물에 빠진듯 꼬르륵 거리는 소리는 난파선의 모습을 디테일하고 실감나게 표현해줬습니다.

 

이 앨범은 너무 저평가 됐습니다. 바다 테마하면 떠오르는 앨범이 오베르 - 모비딕이 저한테는 단연 원탑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후로 싱글도 뜸하고 앨범 소식도 없는거 보면 정말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일리닛도 코스모스를 끝으로 더 앨범을 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었죠,, 이런 뮤지션들은 계속 줄어들어 가는건 아닌지 너무 걱정됩니다. 

신고
댓글 5
  • 2 6.20 01:28
    오베르 진짜 진흙 속의 진주 같은 래퍼입니다.
  • BUTSAE글쓴이
    6.20 01:37
    @태풍
    백프로 동감합니다
    리뷰랑은 별개로
    엘이 자주 들어오진 않지만 태풍님이 소개하시는 신보들은 찾아듣고 있습니다!
  • 2 6.20 02:28
    제발 떳으면 하는 랩퍼
  • 1 6.20 07:29
    최애곡은 넝마.. 좋은 앨범
  • 1 6.20 15:37
    1집도 너무 좋았음 김심야랑 곡 하나만 내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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