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랩몬이 랩을 잘하는거냐는 떡밥을 그만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랩몬의 랩실력은, 딱 BTS 다른 멤버들의 노래실력만큼의 실력입니다.

'아이돌컨텐츠' 라는 종합집단창작예술에서 자신의 파트를 훌륭하게 해낸다는 점에서 정말 잘합니다.

이게 잘한다는 얘기일까요, 못한다는 얘기일까요?

잘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게, 랩몬이 한국 힙합퍼들보다 잘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못한다는말도 아닙니다).

이게 뭔소릴까요.

'랩'이라고 하니까 헷갈릴 수 있는데

'노래'로만 생각해봅시다.

BTS 멤버중에 보컬을 담당하는 친구들은 모두 노래를 잘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신승훈, 김범수, 혹은 크러시처럼 독립 보컬리스트로서 노래를 잘하는가 하면,

서로 파는 부분이 다르기때문에 비교를 할 수 없습니다.

복면가왕이나 불후의 명곡 등에 나와서 독립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겨룬 적이 없기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노래실력을 '보컬리스트'로서 평가할 자료를 갖고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아이돌컨텐츠의 보컬라인'을 훌륭하고 느낌있게 소화하며,

그런 의미에서 노래를 참 잘합니다.

또한 대중들은 노래라는 분야에서는

이런것에 대한 선이해를 갖고있기때문에

굳이

'BTS가 나얼이나 김연우만큼은 아니어도 백예린보단 노래 잘하나요?'

같은 괴상한 질문을 하며 싸우지 않습니다.

가요를 즐겨듣는 가요 팬들이 'BTS 걔들 강균성보다 노래 못하지 않냐?' 라면서 까거나

아미분들이 '우리 오빠들정도면 김태우는 바르거든요?' 라며 화내지 않습니다.

랩으로 와봅시다.

랩몬이든 제이홉이든 슈가든, BTS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컨텐츠 내에서

그들은 그들의 랩파트를 아이돌답게 충분히 맛깔나고 매력있게 소화해냅니다.

그건 잘하는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키드밀리, 김심야, 혹은 저스디스보다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묻는다면,

질문이 약간 이상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랩실력을 '랩 아티스트'로서 평가할 자료를 갖고있지 않으며,

그들이 그런 자료를 쌓는식의 커리어를 밟아오지 않았거든요.

예를들어, 같은 아이돌래퍼인 지코 송민호 등이 무리없이 한국래퍼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들이 아이돌 커리어에서 잠시 이탈해

힙합 아티스트의 모습을 실제로 많이 노출시켜줬고

우리가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장기적 마케팅으로서 본다면 그런 활동도 그들이 속한 아이돌 그룹에 일종의 진정성 딱지를 붙이기위한 수단일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다는거죠.)

그리고 실제로 슈가와 제이홉에 대해서는 평가할만큼 뭘 보여줬다는 인식도 없었기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정말 형편 없는 힙합퍼들인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정황상 진정성있는 힙합퍼들일리가 없다는것 정도만 추측만 될 뿐,

딱히 엘이 분위기처럼 '랩몬은 모르겠고 슈가랑 제이홉은 개못함' 이라고 쉽게 말하지조차 못할 정도로

그냥 아예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샤워하며 프리스타일 랩을 할 때 저스디스처럼 '엘범을 냈어' 같은 간지를 뿜을지 알게 뭡니까.

우린 절대 모릅니다.

다만 랩몬에 대해서는 괜히 논란이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랩몬은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시행착오의 길에서

탈아이돌로서의 자신을 어필하려는 '시늉'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도마위에 오르는것 같습니다.

근데 안타깝게도, 랩몬 역시 충분히 판단할만큼의 자료가 부족합니다.

각잡고 힙합마인드로 (=아이돌 마인드에서 잠시 이탈하여) 쓴 벌스 갯수가

빅뱅 탑이 쓴것들과 분량이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까지의 랩몬의 작업물들을 보면

발성을 두껍게 하는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과, 의외로 신기하게 타는 플로우를 보유하고있습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거겠지만,

랩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은 굉장히 뛰어난건 맞는것같습니다.

그래서 '랩몬 못한다'고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잘할지도 모릅니다.

근데 랩몬이 힙합퍼로서의 커리어에서 보여준 어떤 힙합적 성취(?) 라는게

글로벌하게 유명해진것 말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키스에잎처럼, 유명한걸로 유명한애가 됐습니다. 멋있네요.

정확히 말하면

힙합적 성취를 못해냈다는게 아니라,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던것같습니다.

앞으로 보여주기나 할지조차 미지수구요.

랩몬이 알고보니 공명정대 진정성의 대명사인 테이크원을 디스하며 뒤를 까발리거나

랩몬이 한국말 랩이 보여줄 수 있는 라임 스키마의 실험적 시도를 그의 독특한 발음을 통해 해내거나

랩몬이 언에듀처럼 캐릭터 내러티브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보여주거나

랩몬이 쇼미에서 본선 3차까지 올라가서 좌중과 여심을 휘어잡고 랩몬 어머니의 응원인터뷰가 나오거나 (한국힙합의 한 요소입니다)

랩몬 특유의 작사방식이 누군가에게 뉴 리리시즘으로서의 영감을 주거나

하다못해 랩몬이 짠 훅이 '밖에 비 온다' 하고 던지면 '주룩주룩!' 하는 오토메틱 떼창을 유도할 만큼 캐치한적도 없습니다 (아이돌곡 훅은 보컬이 부르니까요)

그냥 보여준게 없습니다.

그래서 랩몬이 힙합이라는 변두리 안에서 '랩을 잘한다'고 할 껀덕지도 없습니다.

다만 아미들 입장에선

랩몬이 뭔가를 못할지도 모른다는걸 인정하는게 어렵고,

또 힙합 팬들의 선빵이 있었기때문에 방어적인 입장에서 랩몬이 랩을 잘한다고 말하려는 관성을 가질수밖에 없기는 하겠습니다.

되게 길게 썼지만

요약하면 이겁니다.

'랩몬이 랩-보컬리스트로서 보여준 우수한 역량을 보면,

각잡고 국힙을 했어도 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힙합을 한 적이 없어서

좋은 힙합-래퍼인지 판단할 자료가 없다.'

더 짧게 말하면

랩몬이 랩을 잘하냐 못하냐고 물으면

'잘할지도 모른다'

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근데 거기서 말이 더 붙으니까 싸움이 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