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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424 추천 수 17 댓글 16
주변 몇몇 사람들이 내게 물어왔다. 산이 왜 저러죠? 나도 모른다. 사실 나도 산이가 요즘 왜 이렇게 까지 불타오르게 됐는지 어리둥절하다. 거기에 ‘마이크로닷-도끼’까지 구설수에 오르면서 ‘송민호-블랙넛’ 이후로 이만큼 곤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파괴력이 큰 건은 아무래도 산이다. 그는 어쩌다가 이렇게 전투적인 캐릭터가 되었을까. 되짚어보면 ‘사회참여 버전’ 산이는 대강 국정농단 탄핵 국면에서 나왔던 ‘나쁜X’ 쯤 시작되었고, 이수역 폭행사건을 기점으로 본격화 됐다. (궁예컨대) 이러한 변화는 커리어적으로 캐릭터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하는 고민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후 ‘Season of Suffering’이라는 자신의 앨범 제목처럼 그는 말 그대로 고난의 시기를 자진해서 살아오고 있는데, 이 고난의 시기 동안 그는 ‘Wannabe Rapper’, ‘FEMINIST’, ‘6.9cm’, ‘웅앵웅’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히려 빈곤하고 무딘 사회 인식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손익을 따져보자면 그는 적잖은 남성들의 응원을 새로이 등에 업게 되었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대중 일반의 미움까지도 업어 오게 됐다. 그럼에도 산이가 구독자 24만 명의 유튜버가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는 좋든 나쁘든 상당한 규모의 바이럴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정도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이슈는 더더욱 이미 산이의 손을 떠난 상황이다. 물론 이 사실은 산이의 잘잘못과는 별개의 논평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와는 별개로 산이가 논란의 중심에 선 틈을 타 또 다시 메이저 언론사에서 관성에 기대 힙합 일반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12월 5일 한국일보 기사 “대중 대변하지 않고 자기 대변에 바쁜 래퍼들”이 그렇다. ‘왜 한국 힙합은 헤이트 스피치로 얼룩졌는가’를 주제로 놓고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기사는 서두에 ‘왜?’를 물어놓고 결코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일반의 눈으로 바라본 힙합의 스테레오타입을 반복하며 답답함을 토로할 뿐이다. 나는 이 기사의 제목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대중을 대변하는 래퍼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래퍼들이 대중을 대변해야 할 당위까지는 없다. 게다가 래퍼들이 더 이상 대중을 대변하지 말자는 성명을 발표하고 단체 행동에 나선 것도 아니다. 단지 논란이 된 김에 예전부터 한국 힙합에 대해 고까웠던 점을 한번 더 복습할 뿐이다. “래퍼들이 우리를 대변해주지 않고 자신만 대변한다. 한국 힙합이 보편적인 공감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쯤에서는 도저히 실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진짜 누구를 바보로 아는게 아닐까.

무엇보다도 제일 답답한 건 바로 “힙합은 저항의 음악이잖나” 같은 소리다. 지겹다. 그래, 미국에서 N.W.A 같은 이들이 ‘저항’ 같은 것을 주요한 주제의식으로 다뤘고, 오늘날에는 로직이나 켄드릭 라마 같은 래퍼들이 컨셔스 한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다. 국내에서도 굳이 찾자면 적잖게 찾을 수 있다. 근데 묻고 싶은 건 왜 장르 이름은 ‘Hip-Hop’이냐는 점이다. 한국일보 기자 분들의 주장대로 “힙합 = 저항”이라면 장르 이름이 ‘Riot’ 쯤 됐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이유는 자명하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정말 싫어하는 짓이지만) 굳이 기원을 짚자면 힙합은 파티 음악으로 시작했고 그로 부터 40~50년이 지난 지금도 기본적인 정신은 ‘즐거움’에 있다. 그리고 제발 함부로 뿌리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힙합은 저항’ 어쩌구 하는 소리가 ‘한국인은 백의민족’ 어쩌구 하는 헛소리랑 똑같은 걸 왜 모르는 걸까. 안타깝다.

나는 지금 산이와 힙합 일반 사이에 선을 그으며 손절을 시도하는 걸까?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상황적으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워서 힙합 일반에 대한 손쉬운 매도를 방치하는 건 더 게으르고 나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중문화’ 담당 기자분들은 물론 나보다 더 뛰어난 지식에 풍부한 경험까지 갖추고 계신 분들일테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논리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마이클 잭슨 콘서트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던 그 시절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산이가 해로운 건지, 한남이 해로운 건지, 힙합이 해로운 건지 구분하려 들지 않고 쉽게 퉁쳐버리는 이 나태함. 이 장르에 대한 의도적인 오독은 국힙팬들에게 ‘믿고 거르는’이라는 낙인이 확정되고 나서야 멈추게 될까?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철 장사, 채워야 하는 한 꼭지일 뿐일 것인데,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게 아닌가 멈칫하게 된다.

그와중에 목소리가 들린다. "실례지만 지금 불타고 계십니다만?" 그래, ‘힙찔이’ 주제에 이렇게 길게 늘어놓을 필요 있나. <고등래퍼> 시즌에 “왜 고등학생들이 단정치 못하게 화려한 사복을 입고 머리를 물들이냐”는 칼럼이 나와도, <쇼미더머니> 시즌에 “허세만 가득한 래퍼들이 혼자 화난 채 사회 저항은 외면한다”는 기사가 나와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말이다.

참고 :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041521737498
댓글 16
  • ?
    The Creater 2018.12.06 02:14
    가끔보면 정말 이나라에서 힙합문화는 절대 받아들여질수없는건가 싶네요. 여튼간 항상 글잘읽고있습니다. 자주 글 좀 부탁드려요.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6 07:13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받아들이고 있는데 말로 잘 정리하지 못해서 공적인 힘이 약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profile
    DreamCat 2018.12.06 06:03
    문회를 자신의 잣대로 받아들이든건 어쩔수 없다 치지만 겉핥기 식으로 알고잇는걸로 전체를 판단하는건 꼴보기 싫죠 그렇다고 거기에 토를달면 항상그랫듯이 저만 이상한놈 되고 ㅋㅋㅋㅋ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6 07:18
    사실 저 또한 그런 짓을 하고 있기에 요즘은 최대한 조심하려고 합니다. 근데 쉽지 않지요.
  • profile
    스니꺼즈 2018.12.06 06:11
    기자 새끼들아~~ 니들이나 소수의 장르 악의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왜 언론 비판 대상이 소수자를 향해 있냐~~ 이 말이야~~ 언론은 고발 매체 아니냐~~? 펜대는 거대 음악 유통사 혹은 권력 견제에 사용해라~~ 기득권에게 위협이 되는 기사는 못 쓰고,,, 에유 쯧쯧즛,,, 요즘 기레기는 약자 대신 강자의 편만 들어~~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6 07:19

    물론 기자들도 기레기 매도에 대해 할말 많을테지만 그렇다고 힙합에 대해 아무말이나 해도 되는 정당성을 얻게 되는건 아니겠죠

  • ?
    title: 나플라파킨맨 2018.12.06 11:47
    항상 엘이에다가 글쓰시는거 보면 존경스러울정도로 잘쓰셔서 놀라워요. 버도 님처럼 항상 잘써보고싶은데 슬럼프땜인지 잘안되는거같아서 괴롭기도하고요... 암튼 요번글도 꽤 깊게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6 12:06
    평소엔 별 생각 없다가 가끔 할말 생기면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 profile
    title: Wiz Khalifa4tto 2018.12.06 13:50
    저도 사건을 주르륵 터지고 논란이 되는 것을 볼때마다 힙합팬으로서 슬프더라고요 너무나도 공감하고 갑니다....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6 14:1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 ?
    치콜 2018.12.06 15:34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한국힙합을 정말 오래 좋아해온 팬으로써 ㅠㅠ 힙찔이 프레임이 십년이 넘게 똑같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항상 답답할 뿐이죠...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6 15:50
    예... 뭐 근데 그 원인을 딱 하나 지목할 수도 없는게 전적으로 팬 문화 문제다, 아티스트 문제다, 평론의 문제다, 산업의 문제다 할 수도 없이 서로 얽혀 있으니까요. 그래봐야 어쩌겠나 싶고...
  • profile
    pr0f1t 2018.12.07 02:38
    그러게요 여혐이든 한남이든 메갈이든 일베든 영화계부터 학문계까지 각계각층에 다있는데 힙합은 특정 분야 자체가 싸잡혀서 욕먹는게 좀 슬프네요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7 07:23
    그렇다고 힙합이 결백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습관적으로 왜곡하는 부분이라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profile
    1060 2018.12.07 04:42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필력에 감탄합니다 혹시 다른 매체를 통해서 따로 글 연재하고 계신건 없으신가요? 있다면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꾸준히 글 구독해보고 싶습니다 sns라도 알고 싶네요ㅠㅠ!!
  • ?
    title: [일반] 아링낑낑 (2)Nonlan 2018.12.07 07:24
    감사합니다 연재처는 따로 없고요... 다만 동일한 제목으로 검색해보면 블로그가 하나 나오긴 하는데 힙합 관련 글은 여기도 대부분 올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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