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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이념/해석] 0. 들어가는 말

title: 아링낑낑 (2)Nonlan2017.06.28 03:04조회 수 3539추천수 29댓글 30

왜 [녹색이념]?

1.jpg

녹색이념을 좋게 들은 많은 리스너들은 직관적인 차원에서 이 앨범에 대한 대강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그것이 그저 단순히 제작기간이 길었고, 한영혼용을 거부했고, 작가주의적인 앨범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추측해보자면 몇 가지 이유는 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감정과잉의 문화가 팽배한 한국적 토양을 고려할 때, 감정의 완급조절이 앨범 전체적인 관점에서 철저히 조절되고 있다는 성취를 지적해줄 수 있겠죠. 또 상황과 감정에 대한 묘사가 상징과 산문투를 활용한 압축적이고도 생생하게 이뤄진 점이 꼽힐 수 있겠고요. 그리고 극한의 유기성 하에 가사를 연결시키고, 이를 이용해 서사구조를 구축하고, ‘극복과 치유’라는 테마에 대한 강렬한 동일시 체험을 유도한 점도 주요한 감상포인트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리드머의 남성훈씨가 지적했듯 비장함과 진중함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힘도 분명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겠죠. 아마 이러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이며 들을 때마다 리스너의 상황에 따라 앨범에서 몰입되는 부분이 계속 달라지는, 그에 따라 페이버릿 트랙도 계속 달라지며 다각도로 오래 즐길 수 있는, 그런 앨범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사운드적인 호불호를 극복하는 한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녹색이념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살펴보면 몇몇 예리한 평가와 발견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저 “녹색=돈”의 도식을 언급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녹색이념]의 제작의도와 가치를 완전하게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인 아쉬움이 컸습니다. 김태균씨도 그래서인지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해석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약간의 힌트를 던져주기도 했죠. 실제로 이 앨범의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량은 상당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습니다.
 
이미 앨범이 발매된 지 이미 반년이 지난 시점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이 재조명되기 위해 남은 이벤트라곤 [녹색이념]의 인스트루멘탈과 확장판 트랙이 담긴 앨범을 올해 안으로 발매하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뿐이죠. 그 약속이 지켜져 마지막 재조명의 기회가 지나가기 전에 이 앨범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 선에서 최대한의 찬사를 보내고자 합니다. 이 글이 이 앨범을 깊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임을 참고하는 선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녹색이념]의 구조 및 서사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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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가 워낙 유난스러웠어서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부담스럽군요. 일단 이 앨범의 큰 틀인 서사구조부터 짚어보고 넘어가는 편이 기본일 것 같습니다. 우선 녹색이념이 1부, 2부, 에필로그까지 총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부는 섬광에서 시작해 잔상까지 9개 트랙입니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해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돈과 명성에서 오는 공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다시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뒤 질문의 답을 찾아나가는 내용입니다.
 
트랙 이름만으로도 전체 구조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쭉 따라가 보겠습니다. 깜깜한 무대 위에 선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천사가 전해준 신의 계시가 전달되며 연극은 시작됩니다. 배우는 레드카펫 위를 걸어 화려하게 입장합니다. 그는 굉장한 자신감과 야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보여줄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이란 그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1+1을 곧이 곧대로 2라고 말하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떤 가치관도 돈 앞에서는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발목을 붙들리고 맙니다. 자신을 떳떳하다 여겼던 만큼 공허감은 크게 다가왔습니다. 혼란스러워하던 그는 욕망에 빠지지 말라는 계시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마음을 기댈 욕망의 대상에게 빠져들죠. 지금껏 그의 길을 이끌어온 예술가적 자아는 막다른 길 앞에서 멈춰섭니다. 조명이 잦아들어 잔상을 남기는 동안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계시가 내려오며 현실에서 그의 내면으로 무대의 배경이 이동합니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입니다.
 
그 다음 2부는 겨울잠부터 제자리까지 5트랙입니다. 현실에서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억지로 동면에 들어간 뒤 그의 내면에 누적되어온 모순들을 하나씩 마주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순은 해소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제자리에 돌아오면서 메인 스토리는 끝이 납니다. 녹색이념은 이처럼 자기 극복에 대한 이야기고, 그만큼 픽션보다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암전의 이야기는 별개의 스토리라인으로 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관계로 뒤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제 2부의 이야기도 순차적으로 풀어보죠. 그는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의 규칙들에 대해 일단 대강 타협해두고선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각몽의 세계로 도망치려 합니다. 그러나 겨울잠의 뜻을 떠올려 봤을 때 이 도피가 단순한 자기위안에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균열의 원인인 돈과 엮인 여러 가지 사건들을 고통스럽게 되짚어보며 회복을 꾀합니다. 회상 끝에 그 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내면에 억눌러온 모든 모순의 단서들이 책상 위로 모이고, 그는 마침내 길게 꼬인 모순의 매듭을 풀고 새 출발을 위해 꿈에서 다시 현실이라는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이제 1번 트랙부터 이 기나긴 자기탐험의 서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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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0
  • 6.28 03:13
    인트로부터 엄청나네요ㅠㅠ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03:22
    @젖은수건둬
    인트로만 유난스러워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 1 6.28 03:24
    @Nonlan
    시작이반이죠 ㅋ
  • 6.28 03:25
    스웨그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03:25
    @킹키탄
    감사합니다 해석 글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손모아 기도하는 모양의 emoji)
  • 6.28 03:25
    화이팅! 기대하겠습니다!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03:27
    @우주b행
    엘이 소설맨이다! 하루에 글 3개씩 올릴 생각입니다 한꺼번에 올리면 죄다 너무 도배하는거 같기도 하고... 재밌게 봐주세요~
  • 6.28 03:29
    @Nonlan

    제 글 보시는군요...(부끄) 열심히 챙겨 볼게요!

  • 6.28 03:32
    너무 길어서 다 읽었습니다.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03:34
    @Impossum
    야레야레... 다음부터는 결코 다 읽지 못하게 완전 짧게 써야겠는걸요?
  • 6.28 03:36
    @Nonlan
    동작그만, 다 써놓고 장난치시면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03:36
    @Impossum

    사쿠라여...? 그러나 그러나 아직 몇발 남았습니다

  • 6.28 03:40
    @Nonlan
    괜찮아요. 이거 방탄유리니까요.
  • c2c
    6.28 05:45
    테이크원이 좋든 싫던 이정도 정성은 스웩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18:21
    @c2c
    감사합니다!
  • 6.28 05:55
    좋은 읽을거리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18:22
    @Egon Kite
    남은 글들이 좋은 읽을 거리가 됐으면 좋겠네요 ㅎㅎ
  • 6.28 12:44
    이런글이 나오기를 6개월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감사합니다 끝까지 연재해주세요..!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18:23
    @미악새
    기다려주세요! 뭔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년이면 돼?!
  • 6.28 21:15
    테이크원 진짜 행복하겠네요ㅠㅠ복받은 넘
  • 6.28 21:15
    테이크원 진짜 행복하겠네요ㅠㅠ복받은 넘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21:31
    @박민트
    저도 테이크원 때문에 행복했으니 쌤쌤입니다
  • 6.28 22:04
    개인적으로 제일 멋있고 좋아하는래퍼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22:07
    @정력왕
    멋지고 좋은 앨범을 내기도 했죠
  • 6.28 22:25
    기대됩니다 님덕분에 오랜만에 녹색이념 다시 돌려봅니다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8 22:53
    @미국담배
    기대해주십셔!
  • 6.29 01:11
    녹색이념은 저에게 정말 의미있는 앨범입니다. 앨범에 녹아있는 테이크원의 가치관은 또래인 저에게도 정말 많은 공감을 줬어요. 항상 들을 때마다 색다르고 흥미로운 앨범이에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트랙은 제자리와 암전이에요 ㅎㅎ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9 01:44
    @치콜
    제자리와 암전... 갈길이 멀지만 곧 만나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 6.29 20:03
    태.균.좋.아
  • title: 아링낑낑 (2)Nonlan글쓴이
    6.29 20:51
    @찬양경배
    오우 닉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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