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사마리(OSAMARI)
대체로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으려는 태도는 고무적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이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려 드는 것만큼 도전적인 행동이 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넥스트를 찾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나의 삶에서 무엇을 꺼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내면으로 파고들어 자신만의 날카로운 무기를 가지려 드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반향을 끌어낼 수 있다. 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도 있지 않나? 내면을 탐구하는 이들은 그저 그 유행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휩쓸리지 않고 클래식한 걸 추구할 뿐이다. 콸라(Qwala), 프로그맨(Frogman), 월터(Walter)로 이루어진 크루 오사마리(OSAMARI)도 그렇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에 오기까지의 계기와 배경이 담겨 있는 [City Of OSA : Family Business] 역시 그랬다. 일산의 세 남자를 만나 'OSA City' 속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듣고 왔다.
LE: 오사마리에 대해 간단하게 힙합엘이 회원 분들에게 소개 부탁 드릴게요.
콸라(이하, Q): 저희는 오사마리고요. 콸라, 프로그맨, 월터로 이뤄진 크루입니다. 일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려 하는 크루이고요. 의류라든지, 뮤직비디오라든지 다양한 면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1집 앨범을 보면 아실 거예요.
월터(이하, W): 팀에서 랩과 아트워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힙합엘이에서 <제1회 힙합엘이 믹스테입먼쓰 어워드> '베스트 아트워크’ 부문에서 수상도 했었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프로그맨(이하, F): 저는 프로그맨이고요. 뭐, 별로 하는 게 없어서… (웃음) 옷은 다 같이 하는 거고, 그냥 음악 하고 있습니다. 전에 힙합엘이에서 <제1회 힙합엘이 믹스테입먼쓰 어워드> 했었잖아요. 노미네이트가 3개나 돼서 하나는 받을 줄 알았는데… (전원 웃음) 조금 아쉬웠던 이력이 있습니다.
LE: 모두 경상도 출신이신데, 모인 건 일산에서 모이신 거죠? 뉴블락베이비즈(New Block Babyz) 멤버들도 그렇고, 일산을 기반으로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Q: 그 역사는 제가 잘 알고 있죠. 제가 뉴챔프(New Champ) 형을 알게 된 건 군대 말년병장 때였어요. 원래 군대 가기 전에는 래퍼가 될 맘이 없었어요. 랩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됐고, 그냥 장비 사서 녹음만 하는 아마추어였으니까요. 그때 제가 크루가 있었는데, 그 크루에 긱스(Geeks)랑 보이 원더(Boy Wonder)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거기서 활동하다 군대에 갔죠. 근데 제가 상병 때쯤에 긱스가 데뷔를 했었어요. 그때 용기를 얻은 거죠. 뉴챔프 형도 그때 막 데뷔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어서 전화를 했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상담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나도 서울 올라가서 음악 한 번 해야겠다. 한번 해보자!’라고 결심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뉴챔프 형이 일산에 살아서 이쪽으로 이사했고, 그렇게 뉴블락베이비즈를 만난 거죠. 제가 뉴블락베이비즈로 활동할 때, 프로그맨이랑 월터는 인천에 있었어요. 그때 둘의 집 계약 만기가 다가왔었죠. 일산에서 좀 살아보면 아실 텐데, 동네가 되게 좋아요. 서울에서 가깝고, 방값도 괜찮고요. 그러다 보니 "어차피 나올 건데 굳이 인천에서 살 필요가 있냐?"라고 하면서 일산에서 사는 걸 권유했죠. 근데 바로 옆에 집이 나온 거예요. 진짜 바로 옆에!
W: 진짜 다섯 발자국. (웃음)
Q: 진짜 나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면 옆에 있어. (전원 웃음)
LE: 일산은 나름 깨끗한 신도시잖아요. 어떻게 보면 한국의 수많은 정체성 없는 도시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오는 괴리감 같은 건 없었나요?
F: 이 부분은 각자 (느끼는 게) 다를 거 같아요. 제가 일산에 온 지 이제 6개월 조금 지났거든요. 근데 아직은 내 동네라는 느낌은 없어요. 살기는 좋아요. 근데 애초에 일산에서 잘 안 놀아요. 그냥 집에 있다가 작업하고 그래요. 가끔 동네 앞에 나가서 술 한잔 하고 그러지, 막 거나하게 놀고 그런 건 별로 없어요.
LE: 최근 중국 심천에서 열린 힙합 페스티벌의 라인업으로 함께하셨다고 들었어요.
Q: 네. 오사마리라는 팀으로 참여하게 됐는데요. 계기를 먼저 말씀드리면, 중국에서 저와 뉴챔프 형이 “중꿔한꿔”라는 트랙을 냈는데, 그 곡을 (그쪽에서) 되게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중꿔한꿔”에서 같이 한 마스웨이(Maisewei)랑 멜로(Melo)라는 두 명이 하이어 브라더스(Higher Brothers)라는 친구들인데, 마침 그 친구들도 그 페스티벌에 나오게 된 거예요. 가보니까 40팀 정도가 참여했더라고요. 중국 전역에 있는, 혹은 홍콩, 대만 계열의 래퍼, 댄서… 또 많이 왔었지 않나?
W: DJ들도 왔었지.
Q: 뭐, 많이 오셨는데, 그렇게 "중꿔한꿔”란 곡 때문에 저희가 가게 된 거죠. 맨 마지막에 앵콜곡을 부르기 위해서. 뉴챔프 형이랑 저희 외에 스웨이디(Sway D)도 있었어요.
LE: 한국에서의 공연과는 분위기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Q: 놀랐어요. 분위기가 달라요. 공연 전에 저희는 ‘이 페스티벌 적자일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40팀이 참가하는 페스티벌인데 공연장은 그렇게 크지 않단 말이에요. 거기다 저희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우도 잘 받았어요. 레드카펫도 밟고. (전원 웃음) 근데 생각보다 굉장했어요. 저희가 그 페스티벌만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중국이 워낙 넓은 땅이잖아요. 진짜 대륙이라는 게 느껴져요. 사람들이 전부 다 자신만만하고, 호기롭고. 뮤지션들도 되게 대찼어요. 팬들도 엄청 잘 놀고, 적극적이었어요.
F: 밴 타고 다니고, 1인 1 호텔 주고. (웃음) 되게 커다란 호텔이었어요. (저희) 다 연예인 병 걸렸잖아요. (전원 웃음) 그게 없어져야 하는데 안 없어져 가지고.
LE: 요즘 중국 시장이 점점 커지는 추세인데, 참가한 뮤지션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셨나요?
Q: 많이 나눴죠. 중국, 홍콩 그리고 대만 래퍼들이랑 얘기하고 그랬어요.
F: 대만에 되게 유명한 래퍼랑도 대화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잘…
Q: 이름이 뭐였더라… 베리 챈(barry chen)!
F: 맞아 베리 챈. 그분이 대만에서 거의 탑이라고 하더라고요.
LE: 언어적 제약이 있긴 했을 것 같아요.
Q: 대~충! 저희 영어가 좀 짧아요. (웃음) 짧은데도 브루스 리(Bruce Lee), 재키 챈(Jackey Chan) 같은 문화적인 단어들을 썼죠. 아시아 사람들이 되게 좋아하잖아요. 저희도 실제로 그런 인물들을 좋아하고요. 이런 이야기 하면서 음악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저희는 중국 쪽 음악을 안 들어봤기에 어떨지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 근데 우리 놀랐잖아. 진짜 잘해요. 엄청 빵빵 터져요. 걔들 사운드랑 이런 게 너무 좋고 다들 존나 잘 놀아요. 막 떼거지로 열 몇 명 나와 가지고…
F: 진짜 중국 갱 같았어요. (전원 웃음) 하이어 브라더스랑 그 친구네 크루랑 또 저희는 처음 들어보는, 홍하 뭐였더라? 그 친구들이 중국 뮤지션들 중에서는 메인으로 마지막이었어요. 둘의 차이을 물어보니까 성조라고 답하더라고요. 하이어 브라더스는 성조를 안 지키고 하는데 저희가 듣기에는 훨씬 트렌디했어요. 반대로 그 뒤 분들은 성조를 지키면서 했어요. 근데 인기는 뒤 분들이 훨씬 많았어요.
LE: 중국 공연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오사마리의 뜻을 알아보니까 뜻 자체는 일본어에서 따온 듯해요. 끝내기라는 뜻이 있다고.
F: 그게 막노동 용어에요. 저랑 월터랑 스무 살 때 막노동을 많이 했어요. ‘오사마리하고 가자!’ 그 말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잖아요. 돈 받고 집에 갈 일만 남고. (웃음) 저희끼리 술 먹다 보면 "오사마리하고 가자!"라고 하죠. 이런 식으로 생활하면서 이 말을 되게 많이 썼어요. 족구 할 때도 많이 썼고요.
Q: 경상도 쪽에서 많이 쓰는 용어에요. 다 똑같은 말이죠. 시마이, 단도리…
F: 크루 이름을 짓기로 했는데, 이상한 게 많았어요. 울프 나오고… (전원 웃음) 멋있고 명품 같은 느낌을 내려고 그랬던 거죠. 그러다 "우리는 그냥 오사마리다"라며 결정했어요. 우리가 많이 쓰는 말을 이름으로 하고, 거기에 우리 음악이 더해져서 오사마리가 그 자체로 의미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정체성이죠. 이제 시작하는데 끝내자는 건 아니니까요. 별 뜻은 없지만, 우리에게 힘을 주는 단어가 이름이 된 거죠.
LE: 팀 이름도 그렇고, 가사를 들어보면은 ‘왜 저런 말을 쓰냐’라고 들을 만한 단어가 많잖아요. 그런 부분도 정체성으로 발현된 거 같은데, 가사를 쓸 때 일부러 이런 단어를 쓰시는 건가요, 아니면 실제로 생활에서 쓰는 말들을 가져다 쓰신 건가요?
W: 둘 다 인 것 같아요. 생활에서 쓰는 단어들을 오히려 고민해서 가사에 쓰려고 할 때면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해야 하다 보니까 시간이 좀 걸리죠.
F: 실생활에서 쓰는 언어. 그게 어떻게 보면 저희만의 언어고 개개인의 언어인데 (가사를 쓸 때) 그걸 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Q: 제 앨범 [Monsta Truck 2014]에도 그런 단어들이 많아요. 저는 추임새를 외국어로 안 쓰고 ‘쌔리마’ 이런 식으로 많이 쓰거든요. 별 의미는 없고 사투리 같으면서도 은어 같은 단어들을 되게 많이 썼었죠.
LE: ‘OSA City’라는 말도 오사마리라는 팀 이름과 비슷한 맥락이겠네요.
Q: ‘OSA City’는 저희가 만든 가상의 도시인데, 어떻게 보면 현실이죠. 그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고.
W: 오사마리를 줄여서 ‘OSA’죠.
LE: 이번 앨범 [City Of OSA : Family Business]는 프리퀄 영화 같았어요.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계기나 경위를 개인사와 엮어 이야기하는 듯했거든요.
F: 영화로 치면 오프닝, 프리퀄이죠. ‘이제 들어간다, 너 이제 우리한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느낌이죠. 히어로물 보면 ‘영웅은 왜 영웅이 되었나?’, ‘악당은 왜 악당이 되었나?’를 보여주잖아요. 앨범에 자연스럽게 넣고 싶었던 거죠. 3부작으로 한 이유는 호흡을 길게 가지고 싶어서였어요. 앨범이 요즘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그러다 보니 호흡이 길어봤자 1주, 2주로 끝나요. 근데 저희는 그것보다 더 길게 가고 싶은 거죠. 그래서 이런 식의 연출을 한 거죠.
LE: 초반에는 앤떰(Anthem)의 분위기였다가 흐름이 바뀌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또다시 “가족사업 (Wolf)”에서 앤떰으로 흐름이 바뀌는데, 이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Q: 곡 작업을 할 때 이야기를 길게 잡아놓고 작업을 하면 잘 안 돼요. 파트를 나눠놓고 하면 엉킨단 말이에요. 다른 리스너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잘 모르겠지만, 만들다 보니까 퍼즐이 맞춰진 것 같아요. 저희도 좀 놀랐죠. 그리고 트랙은 10개지만, 그 이상이 작업 됐을 거 아니에요? 흐름을 저희가 의도적으로 맞춘 거죠. 나머지 트랙들은 폐기처분을 하든가, 2집 때 넣을 거로 남겨놓든가, 그런 식으로 앨범에 대한 흐름을 맞췄어요.
LE: 이번 앨범에 들어가는 트랙과 안 들어가는 트랙의 기준은 어떤 것이었나요?
F: 제일 큰 건 냄새였어요. 분위기죠. 앨범을 하나로 봤을 때, 리스너들이 ‘왜 이게 들어갔지?’ 이런 건 없어야 하니까요. 내용적으로도 곡의 메시지가 우리가 주려는 전체적인 메시지와 느낌이 들어 맞아야 되니까.
LE: 음악을 들으면 거친 정서가 테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폭력적인 느낌은 아니고 옛날 필름카메라로 촬영하면 약간 노출이 심하게 나오는 그런 느낌의 거침이요.
Q: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삶이 반영된 거죠. 얼굴들을 보면 아시다시피 쉽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전원 웃음)
F: 저도 대구에서 살았다 보니 성격이 약간 거친 면이 있어요. 다른 일을 하다가 오기도 했고요. 원래 직업이 간호사였어요. 그러다 그만두고 음악을 시작했죠. 월터도 그전까지 막노동이나 힘든 일 많이 하면서도 디자인 전공하느라 고생했거든요. 콸라도 이 씬에 꽤 오래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사에 다 악과 한이 있어요.
LE: 그런 거친 정서가 세 명의 멤버가 좀 더 패밀리즘 의식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봐야 할까요?
Q: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저희는 상황이 비슷해요. 나이도 비슷하고요. 거의 친구처럼 지내요. 스물여덟, 스물여덟, 스물아홉이니까 세대 차이가 아예 없어요.
W: 그리고 출신 지역도 경상도라서 느끼는 것도 다 비슷해요
F: 가장 큰 이유는 맨날 만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옆집 살고 있으니까요. (웃음) 맨날 만나니까 하는 이야기가 곡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남들이 봤을 때 하나의 가족 같은 거죠.
Q: 진짜 말 그대로 패밀리 비즈니스에요. 잘 보세요. 아예 옆집! (웃음) 이웃사촌들이 맨날 심심하니까 만나서 작당 모의를 하다 보니 그게 사업이 되고 음악이 된 거죠.
F: 근데 되게 웃긴 게 뭔 줄 아세요? 여자를 데리고 오잖아요. 그럼 서로 안 봐요. 서로에게 에티켓은 지키는 거죠. (전원 웃음) 원래 집에서 자고 있으면 막 들어와서 깨워요. 진짜 막 들어오거든요? 근데 "오늘 여자친구 왔다" 이러면 안 들어와요. (전원 웃음)
LE: “고담 (OSA City)”에 “우린 배트맨보단 조커가 되기로”라는 가사가 있고, 확대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빠칭코 (Pachinko)”에서도 곡을 크게 봤을 때 이 씬을 뒤집어버리겠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 했거든요. 그런 메시지를 앨범에 담아보려 한 의도도 있었나요?
F: 씬에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도 있겠지만, 그런 걸 떠나서 저희 색깔을 힙합 씬에 한 번 보여주자는 느낌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쓰나미가 막 몰아치듯이요. 그리고 “빠칭코”는 한탕주의에 대한 비판이었어요. 어떻게든 하나의 건수를 잡아서 그걸로 한탕 쳐보려고 하는…
Q: 저희는 클래식을 중요시하는 거죠. 우린 롱런하고 싶은 뮤지션이에요. 원래는 그렇게 해왔잖아요. 그게 정석이고요. 근데 요새는 앨범 단위로 나오는 결과물도 잘 없잖아요. 음악 시장을 보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한탕주의 같은 요소가 되게 많잖아요. 예를 들면, <쇼미더머니>, 디스전… 물론, 그런 것도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두가 나쁘진 않듯이 또 모두가 좋은 건 아니란 말이에요. 씬에 한정해서만 얘기한 것도 아니었어요. 뮤지션 개인과 개인, 다수와 다수, 그리고 이 넓은 씬과 사회까지 포괄해서 가사를 쓴 거죠.
F: 저는 삶을 살고, 힙합을 하면서 느낀 게, 착하면 손해 봐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고담 (OSA City)”에서의 가사도 쓴 거예요. 나쁜 애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 건 우리가 알아서 챙기자는 거였어요.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존나 히어로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쓴 거죠.
W: 배트맨이 결국 손해를 봤잖아요.
LE: 어떻게 보면, 오사마리의 리더는 콸라 씨잖아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앨범을 들어보면 어딘가 부족하다 싶을 때, 그 부분을 채워주는 것처럼 들려요.
Q: 제가 대장이에요. (웃음)
W: 맞는 말인 것 같아요. "타 (We Should Go)" 같은 경우에도 콸라가 훅을 하고, 제가 벌스를 했잖아요. 훅을 저희끼리 다 할 수도 있지만, 콸라가 들어오면 맛을 더 살릴 수 있으니까 도와주는 그런 거죠. 제 개인 곡도 그런 식으로 훅을 구성했고요.
Q: 저희끼리 간격을 맞추는 거죠. 어느 부분에선 누가 뭘 하고 이런 식으로요. 너무 욕심을 부리면 과해지고, 듣기 힘들어지니까요. 또, 저희가 각자 장점이 확실히 있는 래퍼라서, 그걸 맞추려고 하죠.
F: 세 명이니까 분배하기가 어렵잖아요. 그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어요. 그렇게 조율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난 거 같아요.
LE: 한 명이나 두 명이 된 들어간 곡은 세 명이면 좀 과하겠다 싶어서 일부러 뺀 경우겠군요.
F: "브루스 리 (Bruce Lee)"가 대표적이죠.
Q: "헤드뱅잉 (Confused)" 같은 건 제가 훅을 하긴 했지만, 월터가 혼자 했다고도 볼 수 있죠. 이때 월터가 노가다도 하고 그러면서, 되게 한이 많았어요. 가사만 봐도 나오잖아요. 그래서 ‘한 번 털어라’, ‘잊어버려라’, 이런 식으로 한 곡을 통째로 한 거죠. 짤막하게 벌스 두세 마디 쓰면 감질나니깐. '네 인생을 담자, 지금 앨범에 쓸 수 있는 그런 곡이 나올 거다. 세월이 지나서 나중에 쓰려고 하면 안 나올 거다' 이런 식이었죠. 근데 엄청 한이 느껴지게 썼어요.
W: 뭘 써도 그 생각이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제가 노가다를 갔는데, 일을 안 해도 된다고 집에 가라는 거예요. 아침 일찍 갔는데 존나 빡치잖아요. 보통 노가다에 가서 일이 없으면 차비를 주거든요. 사실 차비라도 달라는 말이 되게 좀 그렇잖아요. 사람이 너무 낮아 보이니까요. 쪽팔리기도 하고. 그래도 차비를 달라고 했는데, 만 원 주면서 표정이 개 썩는 거예요. 그걸 굳이 안 받아도 괜찮은데, 제가 또 두 손으로 받고 있더라고요. 거기서 사람의 이중심리를 느꼈어요. 저 자신이 너무 싫고 처량하고… 그래서 그 날 바로 벌스를 다 써버렸죠. (웃음)
LE: 월터 씨는 프로그맨, 콸라 사이를 좁혀주는 다리 같은 역할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W: 저 같은 경우에는 데뷔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앨범을 작업하면서 제 아이덴티티를 못 잡고 있었는데, 앨범을 만들면서 제 색을 어느 정도 찾았어요. 그게 저한테는 굉장한 시도였던 거죠. 저희 세 명이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LE: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개개인의 특징을 좀 죽일 필요도 있었을 거 같아요. 프로그맨 씨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개인 작품에 비해 숨을 죽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F: 굉장히 정확해요. 팀으로의 프로그맨과 개인으로의 프로그맨이 좀 다를 것 같아요. 아까 버린 곡이 많다고 했잖아요. 제가 냈을 때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지만, 분석해보면 제 성향이 강한 곡들이 안 된 게 많았어요. 저도 속상하죠. 들어가면 훨씬 좋으니까요. 근데 그걸 모아서 나중에 들어보면 너무 제 색깔이 강한 거예요. 그래서 (이번 앨범) 작업할 때는 '오사마리의 음악을 하자'라는 자기 최면을 많이 걸었어요. 팀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들어보면 제 랩이 굉장히 공격적이고 세잖아요. 그걸 누르고, 중간으로 들어간 거죠. 콸라도 저한테 메쏘드 맨(Method Man)처럼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그랬거든요. 저 메쏘드 맨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앨범 작업할 당시 메쏘드 맨 앨범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접점을 스스로 찾은 거 같아요. 녹음할 때도 피드백을 바로 해주고요. 그러면서 맞춰진 거 같아요.
LE: 그럼에도 앨범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분은 프로그맨 씨인 것 같아요. “또 B급이라 해봐” 같은 라인만 봐도 그래요. 그 반발이나 적대감이 추구하는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외부적인 시선을 향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게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나요?
F: A, B, C로 말하는 등급으로의 B급이라고 말하는 거에 관해서 얘기한 거였어요. 특히, 이번 앨범을 보면 따뜻하면서도 차갑잖아요. 저희는 되게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낭만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걸 가사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걸 차갑게 말하고 싶었어요. 비관적이고 염세적으로요. B급으로서 멋있는 걸 제가 의도한 거죠. “Tylenol”이 대표적이에요. 그리고 남들이 절 어떻게 보든 사실 상관없어요. 그건 그 사람이 봤을 때의 저니까요.
LE: 'B급'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있잖아요. 하지만 유난히 한국 내에서는 평가절하당하는 장르이기도 해요. 세련된 것만 추구하는 게 사회적인 인식이기도 하고요.
F: 저희는 B급 영화를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약간 <똥파리> 같은 느낌이죠. 저희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에요. 저희처럼 다양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세련된 걸 하는 사람들도 주목을 못 받아요. 이것도 하나의 사회 같아요. 저희는 이런 음악 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죠. 그걸 이해 못 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도 할 수 있는 거고요. 리스너들이나 래퍼들이 저희를 보고 어떤 평가나 피드백하는 건 저희가 컨트롤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우리 거 하는 거지.
LE: 근데 절대적인 수에 있어서 한국에서 서브한 걸 추구하는 집단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반응이 적은 감은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데서 회의감이 드시진 않나요?
W: 그걸 느끼기에는 아직 좀 빠른 거 같아요. 앞으로 좀 나가봐야 할 거 같아요.
F: 이번 앨범을 내면서 셋 다 확신이 들었어요. 얕고 넓은 팬층보다는 진짜 깊고 매니악한 팬층은 잡을 수 있겠다. 좋아해 주는 사람 확실히 있고, 먹혔다고 느꼈어요.
Q: 처음에 한두 곡 만들었을 때는 "야, X발 명반 되겠는데?" 이랬는데…. (전원 웃음) 근데 하도 많이 듣다 보니까 "야, X발 X됐다. 안 되겠다. 엎으까?" 이러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우선 앨범을 내고 다음에 잘 만들어보자고 했었어요. 이러나저러나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멈추지 말자고. 월터나 프로그맨 같은 경우에는 저보다 조금 늦게 데뷔했잖아요. 근데 둘은 이렇게 큰 걸 내본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 제가 그래서 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고 했는데, 그것들이 기우에 불과했던 거죠. 내고 나서 보니까 저희는 놀랐어요. 반응이 좋은 거예요. 우리가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더워 뒤질 것 같은데 녹음 맨날 하면서 멋있게 살아볼라고 발악을 했더니 달달한 꿀 한 모금을 준 게 아닌가 싶어요. 꿀 한 드럼은 아직 못 받았어요. (전원 웃음) 근데 그 한 모금이, 아시죠? 짜릿한 거. 웨이트 트레이닝 존나 해서 체지방 0% 만들어 놓고 소금 한 개 먹으면 죽는다 아이가. (전원 웃음)
LE: 매니아 층이 반응하게 된 건 각 곡에 담긴 장르적 색채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스타일이 본인들에게 맞는 옷이라서 한 건가요?
Q: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죠.
F: 그건 있었어요. 모두 한국 사람이잖아요. 고등학교 때 존나 일진들 눈치도 보고, 엄마가 학원 보내줘서 공부 열심히 하고. 갱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린 한국적으로 하자고 했어요. 한국 감성을 보여주자고. 우리 나잇대에 느끼면서 쌓인 것들을 작품으로 보여주자고 했어요. 이건 지금 아무도 안 한다. 지금 다들 멋있으려고만 하니까. 찌질한 모습도 보여주고, 열등감 있는 것도 보여주고, 그러면서도 한국인들 특유의 으쌰으쌰하는 것도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가족사업”도 농촌에서 찍은 게, 우리나라 가족사업이 뭐에요? 농사잖아요.
Q: 원초적이기도 하죠. 그걸 시각적으로도 보여주려고 했어요.
LE: ‘오사마리가 잡고 있는 정체성이 90년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빈티지한 옷도 그렇고, 붐뱁을 한다는 것 자체도 그런 스타일이 성행했던 게 90년대니까요. 근데 90년대라는 코드에 엄청 집착하는 편까지는 아닌가요?
F: 듀스(DEUX)의 김성재 아시죠? 지금 옛날 방송 봐도 하나도 안 촌스러워요. 지금 나와도 멋있는 사람이에요. 저희가 90년대에 좋아하고, 누렸던 게 되게 클래식적인 거 같아요. 2000년부터 2010년까지를 지금 보면 촌스러워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90년대에는 클래식한 멋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희가 그걸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집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걸 즐기고, 그때 이야기하고, 그때 노래 듣고…
Q: 아까 제일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그래서 서로 코드가 잘 맞는다는 거죠. 어릴 때 봤던 것들. H.O.T. “Candy”부터 시작해서 그전의 것들도 알고 있고. 문화를 일부러 배우는 게 아니라 원래 알고 있었던 거죠. 영화도 옛날 것 되게 많이 보고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이소룡의 굉장한 팬이었어요. 그래서 쌍절곤 다 돌릴 줄 알고. 옛날에 카페에서 다 배웠거든요. 고추 탁 맞고, 머리 맞고, 쓰러지고 그랬어요. 그 열정이 다 있을 거예요 아마. 각자 무언가를 했을 거고, 그게 자연스럽게 음악 안에 녹아든 거죠. 뮤직비디오의 미술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다른 분들이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시는 거 같아요.
LE: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동부 힙합 하면 어둠침침하고, 습한 느낌이 있잖아요. 오사마리의 음악에서 그 느낌이 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 분이 음악적 색깔에 있어 그런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지향점을 두고 있는지 싶더라고요.
Q: 저희가 그런 걸 되게 좋아하긴 해요. 근데 저희의 음악을 하려고 하지, 너무 많이 음악을 들으려고 하진 않아요. 그게 너무 심각한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저희가 멋있다고 느끼고 참고했던 것들이 있긴 하고, 그걸 저희 음악 안에서 새롭게 만들려고 했죠. 저희는 저희 스타일대로 푸는 거죠. 그래서 곡 스타일을 들어보면, 조금씩 조금씩 달라요. 작법도 다르고, 훅 짜는 스타일도 달라요.
LE: 프로듀서 라인업이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낯선 이름도 있고, 외국 프로듀서도 참여했어요. 그렇다 보니 하나의 정체성을 잡고 거기에 맞춰 비트를 선택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많은 프로듀서의 비트를 하나의 색깔로 뭉치는 데에 여러모로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기도 해요.
Q: 일단 한국 프로듀서는 총 세 분이에요. JA, 클라우디 비츠(Cloudy Beats), 하이플라이즈(HIGH FLIES)… 나머지는 외국 프로듀서분들이에요. 저희가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올리잖아요. 그러면 해외 뮤지션들이 댓글을 달아요. 비트메이커들이. ‘Dope’ 이런 거 있잖아요. (웃음) 그래서 예전에는 리스하는 방식을 많이 선택했었는데, 요즘은 저희한테 컨택이 들어와요. 뮤직비디오 잘 봤다면서 메일로요. 내 비트로도 뮤직비디오 찍어줄 수 있느냐고. 해외 뮤지션들이 봤을 때는,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떤 (우리만의) 멋이 있을 거 아니에요. 되게 아시안스러운 멋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앨범 제작 과정에서 굉장한 많은 비트 교체가 있었어요.
F: 그리고 미국 끼가 안 나잖아요. 그런 냄새가 안 나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관심 가지는 거 같아요.
LE: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사실 비트 스타일이 각기 달라요. 그래도 어쨌든 공유하는 하나의 분위기는 있는데, 그걸 조합해내는 과정이 되게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어떤 식으로 조립해나갔는지를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W: 저희가 배제해둔 곡이 많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비트를 가지고 무조건 작업을 해서 다 맞춰보고, 아닌 건 배제하고 하면서 지금처럼 나열된 거 같아요.
F: 이런 게 있어요. 제일 처음에 비트메이커가 곡을 보내주면 들어보잖아요. 딱 앨범으로 내려는 색깔과 안 맞는 비트들이 있잖아요. 그런 건 안 해요. 느낌이 비슷하다,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 하면 일단 작업을 해요. 각자 (랩이랑 가사를) 들려줘요. 그러고도 괜찮은 것 같다 하면 작업 진행해보자고 해요. 아닌 것 같다 하면 빼고.
Q: 그렇지. 그리고 괜찮을 것 같아서 작업했는데, 안 맞거나 생각보다 구리게 나올 때도 뺐죠. 한편으로 가사가 괜찮으면, 테마가 괜찮으면 좀 더 좋은 비트를 찾자고 하죠. 근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웃음) 되게 훵키하고 재미있을 만한 것도 있었어요. “왔다 (Comin' At Ya)”의 훵키 버전이 있었어요. 녹음도 재미있게 했어요. 그런 것도 있었지만, 뭔가 소스가 마음에 안 들어서 프로듀서가 바꾸는 데에 시차도 있고 소통 문제도 있어서 한계를 느끼고 (비트를) 묵혀두자고 했었죠. 왜냐하면, 훅 라인이 한 번 녹음이 되어버린 건 언제든지 다음번에 쓸 수 있거든요. 레시피를 알잖아요. 그리고 훅 라인까지 다 짰는데, 녹음이 잘 안 됐다 싶은 건 다음에 멋있는 걸 만들 때 다시 해보자고 하고 그랬죠. 잠시 홍보를 하자면, 저희와 함께하고 싶은 프로듀서를 찾고 있습니다. 크루에 들어와도 좋고, 꾸준하게 협업할 뮤지션도 찾고 있어요. 지금 당장에는 그래요. 저희는 비트메이커 분들이 되게 필요해요. 같이 멋있는 걸 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해요. 2집과 3집, 개인의 앨범들… 저희는 멋있게 해나갈 자신이 있거든요. 인간적으로도 잘 맞으면 같은 크루원으로서도 되게 멋있는 그림이 나올 거 같고요.
LE: 말씀해주신 걸 들어보면, 앨범 제작과정이 꽤나 치밀했을 거 같아요. 근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즉흥성이 드러나요. 거칠고, 다이나믹한 그런 느낌이요.
Q: 그 두 가지를 잘 섞은 거 같아요. 곡을 만들고 짤 때는 치밀하게 짰는데, 녹음할 땐 느낌을 더 중요하게 봤어요. 조금 박자가 나가고, 발음이 씹혀도 느낌이 좋으면 그냥 갔어요. 후반부에는 이게 능숙해졌어요. 처음엔 좀 힘들었거든요. 세 명이 달라붙어서 작업하면 녹음이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개인 벌스도 있고, 훅도 있는데 그 간격을 맞추려고 하면 생각한 만큼 안 나올 때가 많아요. 근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점점 더 빨라졌죠. 처음에 다섯 시간 걸리던 게 마지막 곡할 때는 두 시간 만에 끝나고 그랬어요.
LE: 아까 테마에 관한 얘기를 살짝 해주셨는데, 앨범 테마라고 할까요? 곡 중에 영화에서 테마를 따온 경우가 몇몇 있어요. “니가 가라 하와이 (684)”, “브루스 리 (Bruce Lee)”, “고담 (OSA City)”인데, 특별히 느와르나 무협 혹은 비장한 무드가 강조되는 영화에서 테마를 가져오는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Q: 시각적인 걸 먼저 생각하고 작업할 때가 많아요. 아까도 말했던 거랑 좀 연계되는 얘긴 거 같아요. 우리는 1번부터 10번까지 뮤직비디오 찍으라고 하면 다 찍을 수 있어요. 제반 비용만 있으면 다 찍고 싶어요. 그 정도로 곡 작업을 들어갈 때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언제든지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어떤 조그마한 장치를 해두는 거죠. 그런 냄새가 날 수 있는 거로 만들어 내는 거죠. 연계가 또 잘 되는 거 같아요. 곡과 영상의 느낌이…
F: 그리고 그런 영화를 저희가 많이 좋아해요. 영화 대사도 막 따라 하고, 저희가 놀 때 그렇게 하니까.
LE: 작품에서 딱 보이는 영화들도 있지만, 평소에는 어떤 영화를 주로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최근에 보신 게 뭔지 궁금하네요.
Q: 최근에는 좀 바빴어요. 앨범 작업하느라…
W: 마지막으로 본 게 뭐냐?
Q: <수어사이드 스쿼드>. 아, 아니다, <인천상륙작전>.
W: 저희는 웬만하면 나오는 거 다 봐요. 찾아보는 건 집에서 하고…
F: 외국 옛날 영화 찾아봐요.
LE: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나오고,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만들고 그런 영화들 좋아하실 거 같기도 해요.
F: 네, 맞아요. <저수지의 개들> 좋아해요.
W: <존 말코비치 되기> 좋아하고요.
Q: 홍콩 영화도 좋아하고요. 주성치라든가…
F: 저는 왕가위 존나 좋아해요. <중경삼림> 같은 영화.
LE: 느와르적 풍미를 풍기는 영화가 꽤 보이는데, 느와르는 장르적으로 관계적인 측면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보이지 않는 의리나 유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오사마리 음악도 “타 (We Should Go)”에서 순수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강조하고, “빌어먹을 (One Thing)”에는 “보이는 것들만을 믿는 병신”이란 가사가 있어요. 느와르와의 접점이 그런 데에 있지 않나 싶네요.
F: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곡으로 나온 거 같아요.
Q: 이런 거 같아요. 인위적이지가 않은 게 ‘야, X발 음악 만들어야 하니까 그런 거 보자’라고 하고 보는 게 아니잖아요. (웃음) 원래 좋아했으니까 그런 곡을 만들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LE: 또, 콸라 씨 가사 중에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 온다면 시원하게 그만둘 거야 깨끗하게”라는 가사가 있어요. 계속해서 얘기해주셨지만, 그런 데서 엿보이는 게 오사마리라는 팀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돈이나 명예보다는 진짜 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닌가 싶어요. 콸라 씨를 비롯한 세 분이 음악으로 이뤄내고 싶은 게 뭔지가 궁금하더라고요.
Q: 딱 봐도 우리 음악은 돈을 좇으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결국 우리가 믿는 우리 것들을 하다 보면 언젠가 유명해질 것 같아요. 저희가 유명해지면 따라오는 게 돈이잖아요. 그 돈을 안 받진 않지요. 봤을 때 멋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F: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잘 살고 싶은 거죠.
LE: 그럼 부수적인 게 따라오지 않더라도 괜찮을까요?
F: 안 따라와도 멋있을 거 같아요.
Q: 따라오지 않더라도 저희의 멋은 계속 살리고 싶어요. 근데 또 모르죠. 안 따라오면 나중에 힘들어질지도… (웃음) 이런 걸 농담으로 할 수 있는 이유가 앨범을 내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피드백이 많이 올 거로 생각하거든요.
LE: "니가가라 하와이 (684)"를 보면 프로그맨 씨 가사 중에 "우리 앨범의 의미는 유오성의 담배"라는 표현이 있어요. 어떤 뜻으로 썼는지 궁금해요.
F: <친구>를 보면 유오성의 담배가 떨어지면서 장동건이 죽고, 그 세계의 흐름이나 판도가 바뀌잖아요. 그게 <친구 2>에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요. 그런 걸 적은 거죠. 비록 영화에서는 끝에 나오지만, 우리에게는 이 앨범이 시작이라는 의미로요.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다 긴장해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 가까워요. 호기인 거죠. 우리 냄새와 색깔을 던졌을 때,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 포부 같은 거요.
LE: 영화도 영환데, 실생활이 뮤직비디오에 투영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그중 월터 씨 “Flask” 뮤직비디오를 보면 세 분이 소파에 누워서 음식을 집어 먹고 비디오게임도 하고 그러잖아요. 실제로 그런 모습이랑 비슷하게 놀거나 생활하시나요?
Q: 그렇죠. 같이 영화도 보고 그래요. 그 뮤직비디오는 제집에서 찍은 거예요. 홈비디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외국 뮤직비디오 보면 그런 거 많잖아요. 실제로는 집에서 노는데 간지 부리려고 억지로 밖에서 연출하는 것 보다는 집을 오히려 이쁘게 꾸며놓고 촬영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정신없게 꾸며놓고 살지는 않지만요. (웃음) 아무튼 ‘여기가 넓기도 조금 넓고 앵글도 잘 잡히겠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뮤직비디오 감독이랑 상의했고 그렇게 제집에서 찍게 된 거죠. 그 뮤직비디오 찍었을 때가 제일 편했어요. 에어컨도 잘 나오고. (웃음) 근데 뮤직비디오 찍을 때마다 죽겠습니다~ (전원 웃음)
F: 저희 “빠칭코 (Pachinko)” 찍을 때 쓰러질 뻔했어요.
Q: 감독은 실제로 쓰러졌어요.
LE: 뮤직비디오를 유독 많이 찍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앨범 제작 비용 중 가장 큰 게 뮤직비디오 비용이잖아요. 인디펜던트 뮤지션이라면 여러 가지로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 고달플 거 같아요.
Q: 저희 빚쟁이입니다~
W: 일단은 이게 저희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니까요.
Q: 돈은 농담이고. (웃음) 금전적인 요소는 모든 뮤지션들한테 항상 따라붙는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그보다는 아이디어에 더 신경을 써요.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않으면 점점 예술가로서 편한 길만 갈 것 같거든요. 근데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요. 그러면 ‘야! 이거 이렇게 해서 이런 뮤직비디오를 찍자!’ 하면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설령 이번에 못 쓰더라도 다음에 쓸 수 있게 되고, 바로 곡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어떤 곡을 만들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게 또 다른 뮤직비디오랑 연결되기도 하고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역사에요. 뮤직비디오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유튜브가 망하기 전까지는 (웃음) 웹상에 남잖아요. 그 당시의 우리를 볼 수 있잖아?
F: 리스너들한테도 시각과 청각 동시에 받아들였을 때랑 청각적으로만 받아들였을 때랑 그 의미가 다르거든요. 뮤직비디오를 통해 의미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W: “빠칭코 (Pachinko)” 같은 경우는 뮤직비디오 나온 후로 좋게 들린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LE: 뮤직비디오로 메시지를 표현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각본이고, 그 각본을 짜는 사람이 디렉터잖아요. 총 4개 중 3개를 카키(Cocky) 씨가 맡았고, 나머지 한 개를 컨트라스트(Contrast) 씨가 맡으셨는데 두 분이랑 작업을 한 이유가 궁금해요.
F: 일단 카키는 이전부터 많이 작업했었어요. 제 “Porsche” 뮤직비디오도 같이 했고요. 저희의 감성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편한 감독이에요.
Q: 저희가 제시하는 의견을 굉장히 잘 수용하죠. 서로 양보도 잘하니까 싸울 일도 없어요.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니까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마음이 편해야지 잘되거든요.
LE: 각본이 있는 경우가 있고, 특정한 스토리는 없지만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한 경우도 있었어요. “빠칭코 (Pachinko)”가 전자라면 “가족 사업 (Wolf)”이 후자의 경우였던 거 같아요.
Q: 정확하게 보신 것 같아요. “가족사업 (Wolf)”은 애초에 저희가 작업할 때 "이미지적으로 가자!"라고 하면서 그런 식으로 나왔어요.
F: 그걸 잘하는 형이 콘트라스트 형이고, 그래서 맡긴 거죠. 반면, 카키는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고요. 특히 한국적인 느낌을 잘 내요. 그래서 “빠칭코 (Pachinko)” 비트 받자마자 ‘이 곡은 (제목이) 빠칭코다’ 하고 작업을 했는데, 곡이 다 나오자마자 ‘이건 카키가 해야겠다’ 이렇게 됐어요. 들려주자마자 ‘이건 내 거다’ 해서 바로 같이 한 거죠.
Q: 그 친구 보면 되게 빨리 죽을 거 같아요. (웃음) 일을 안 하려 해도 일이 계속 들어오고… 사람이 아니에요. 티셔츠에 막 소금이…(전원 웃음)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데 티셔츠 빨 시간이 없는 거죠. 집 가면 바로 자야 되니까. “빠칭코 (Pachinko)” 찍을 때는 카키가 쓰러지기까지 했는데, 그거 끝나자마자 다른 뮤직비디오 촬영하러 바로 가야 되더라고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픈 느낌이었어요. 체력이 진짜 굉장한 거죠.
W: 그 감독 과거 사진 보면 굉장히 잘 생겼었거든요.
F: 지금은 진짜 세월을 직빵으로 맞았어요. (웃음)
LE: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소품이나 의상을 준비하실 때 뮤직비디오 디렉팅해주시는 분이 가져오나요? 아니면 직접 다 챙겨가시나요?
Q, F, W: 저희가 100% 챙겨갑니다.
Q: 저희 자산이죠. 없는 게 없습니다.
F: 생각만 하면 다 구할 수 있습니다.
LE: 주로 어디서 가져오세요? 구제시장이나 이런 곳인가요?
Q: 구제시장에서는 딱히 안 떼오고요. 이거는 영업 비밀이라… (전원 웃음)
F: 그래서 감독들이 편해요.
Q: 왜냐면 컨셉만 알려주면 저희가 과할 정도로 준비하고, 의상만 해도 다섯, 여섯 착장 준비하거든요. 소품이나 미술이 필요하다? ‘오케이, 알았어 여섯시 간 안에 구해보지’ 하죠. 이러니까 편해 하죠. 못 구하는 건 없고요. 다 구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저희도 구해야 되는 게 있으면 되게 노력을 많이 하죠. 딱 한 번 필요한 거지만, 그 한 번이 평생 남으니까, 어떻게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거로 구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이렇게 여러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건 어느 한순간에 된 게 아니라 다 쌓여서 가능한 거죠. 남들이 ‘이런 거 어디에다 쓰겠냐?’ 하는 것들을 기억해두고 모아서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재원으로 만든 거죠.
F: 근데 테이블이 필요하다. 이런 건 저희가 안 구하죠. 그런 건 감독님이 해주시고 진짜 저희가 뮤직비디오에서 걸치는 의상이나 중요한 소품들 혹은 감독들이 "이거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면 저희가 구하죠. <타짜>의 너구리 같은 거죠. (전원 웃음)
LE: 물건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만, 사람은 섭외가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Q: 그렇죠. 그런 경우가 "빠칭코 (Pachinko)" 찍을 때 있었어요. 정상수를 호구 역할에 섭외했었거든요. 근데…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상수가 말하는 ‘리스펙트’는 가짜에요.
F: <쇼미더머니 5> 촬영 당시에 안면이 없었던 저희에게 신세를 몇 번 지기도 했었는데… 황당했었어요.
Q: 뮤직비디오 출연은 하나의 콜라보레이션이잖아요. 던밀스(Don Mills)가 “브루스 리 (Bruce Lee)”에 나온 것처럼요. 그래서 정중하게 상수 형한테 부탁했죠. 뮤직비디오 들어가기 두 달 전에. "빠칭코 (Pachinko)”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알다시피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에요. 제일 오랜 시간 준비하고 회의했고, 많은 소품이 필요했고 또 돈도 제일 많이 든 작품이에요. 그래서 엄청나게 애착이 가는 작품이고요. 근데 이런 게 아니더라도 그런 행동을 했으면 안 됐어요. 정상수가 저희한테 한 건 거짓말. 구라도 아니에요. 구라는 장난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말 그대로 거짓말. 저희가 당한 거죠.
F: 제가 수차례 당부를 했어요. 그 형이 예전에 <쇼미더머니> 하면서 돌연 잠적한 적이 있으니까 그래서 더 당부했죠. 촬영 날짜도 그 형한테 맞췄어요. "형 올라오시는 그 날 공연 있으시니까 그다음 날로 촬영을 잡겠다"라고 말씀드렸고, 상수 형이 "오케이, 그렇게 하자!"라고 해서 그렇게 일정이 다 잡혔어요. 그리고 촬영 전날에 제가 "형, 공연 끝나셨으면 제집에서 주무시고 아침에 같이 나가죠" 이랬는데 정상수 형이 "아니, 그냥 서울 방에서 자고 아침에 올게" 이랬어요. 갑자기 존나 불안한 거예요. 잠을 못 잤어요. 원래는 불안해하는 제가 잘못인 거잖아요. 근데 아니나 다를까 3시인가 4시쯤에… 근데 상수 형한테 문자가 왔어요. "나 지금 너무 아파서 부산 내려가야겠다"라고요. 그게 새벽 네 시였어요. 그 문자를 봤을 때 새벽 네 시에 차가 있겠나 싶었어요.
Q: 프로그맨이 조금 불안하다고 해도 저는 상수 형을 믿었어요. 왜냐하면, 당연한 거니까. 너무 당연한 거잖아! 예를 들어, 오늘 힙합엘이 분들이 오시는 시간이 네 시였잖아요. 그럼 당연히 만나는 거잖아요. 이거는 고려 시대 이전부터… 당연히! (전원 웃음) 당연히 만나야 하는 거고, 안 되면 못해도 하루 전, 몇 시간 전. 인간이라면…이거 표현하기도 애매하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연히 와야 되잖아요. 근데 프로그맨이 계속 불안하대요. 왜냐하면, 미디어에서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저희한테는 안 그랬고,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저는 하나도 안 불안했단 말이에요. 왜 예전에 치프 키프(Cheif Keef)가 50 센트(50 Cent)한테 뮤직비디오 출연을 부탁했는데, 정작 촬영 현장에는 치프 키프가 안 오고… (전원 웃음) 그때 치프 키프를 보면서 ‘미친놈 아니가?’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에요.
저희가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는 잠을 잘 못 자요. 수학여행 가기 전날처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하루 만에 모든 걸 다해야 되니까 부담도 되는 거죠. 근데 제가 새벽 세시 사십 분쯤에 잠이 팍 든 거예요. 여섯 시에 출발해야 되는데요. 그렇게 자다가 갑자기 20분 뒤에 알람 소리가 막 울리는 거예요. 저는 3시간이나 지난줄 알고 핸드폰을 봤는데, ‘프로그맨’이라고 떠 있는 거예요. 꿈인 줄 알았어요. 카톡으로 "아, 씨X 왜 깨우냐고"라고 하고 자려다가 탁 깨는 거예요. (전원 웃음) 뭔가 이상한 거예요. 이 시간에 전화를 할 리가 없는데… 카톡이 두 갠가 와 있는 거예요. (핸드폰 액정 화면에) ‘X됐다’가 딱 위에… (전원 웃음) 아시죠? 위에 카톡들 없어졌고, 딱 한 줄. 근데 뒤에 ‘ㅋㅋㅋ’이 없어요. 지금 네 신데, 뭔가 이상한 거죠. 딱 올려보니까 정상수 얘기를 하는데, 좀 전에 카톡이 왔다는 거예요. 캡처를 해서 보여줬어요. 존나 열 받는 거예요.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거예요. 왜냐하면, 다섯 시 삼십 분까지 모여야 하는데…
F: 뮤직비디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호구의 역할이 되게 중요해요.
Q: 카메오로 잠시 왔다 가는 사람이면 신경도 안 써요. ‘어쩌지?’ 하고 있다가, 제가 뛰는 축구팀 하이에나에 정상수 제보받는다고 남겼어요. 그 팀에 되게 다양한 사람이 있거든요. 거기에 시크릿 소사이어티(Secret Society)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어요. "정상수 새벽 네 시에 포착". (전원 웃음) 여자들이랑 술을 먹는 게 포착된 거예요. 근데 저희한테 카톡이 온 게 딱 그 시간이었어요. 완전 열 받아서 (그 친구한테) 전화를 바로 했죠. 어떻게 된 거냐고. 그 사람 표정 봤냐고, 아파 보이냐고 하니까 하나도 안 아프고 술 먹으면서 여자들이랑 춤추고 그랬다는 거예요. 진짜로 리스펙트가 없는 행동 아니에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너무나 당연한 공식이 확 깨져버린 거니까. 그때 제가 처음으로 ‘이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미쳐가지고 SNS에 똥글을 싸지르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저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예전 정상수 기사 찾아서 사진 딱 박고 ‘이 새끼 아직 정신 못 차렸네’라고 적으려고 했어요. 근데 제가 그렇게 화를 내버리면 사람들은 아무런 경위도 모르니까 오히려 정상수를 돕는 꼴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상수 형한테 카톡 하나만 보냈어요.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어찌 됐든 간에. 근데 읽씹을 하고, 저녁 일곱 시쯤에 카톡이 온 거예요. 말투가 뭔 셰익스피어(Shakespeare)예요. "내가 잘못했다. 모든 죄를 달게 받겠다"라고 하는데,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싶었어요.
F: 뮤지션들끼리는 뮤직비디오를 찍을 준비를 하는 과정과 찍을 때의 감독과 이야기했던 모든 소스를 담아야 한다는,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압박감이 있다는 걸 알잖아요. 그 상황에서 다 힘들 거 알고, '내가 도와줄게’ 하면서 약속을 했어요. 그러면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 뮤지션에 대한 리스펙이죠. 여하튼, 그래서 급하게 도와줄 배우를 찾았죠.
Q: 여기서 저는 최신득 배우를 되게 샤라웃하고 싶어요. 그분이 아니었으면 이 뮤직비디오는 못 나왔어요. 감독들은 이미 일산 쪽으로 출발하고 있었고, 투자금도 다 들어간 상태였어요. 이미 그 돈은 날아가 버린 거예요. 미술 비용부터 시작해서 한복, 촬영 장비까지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었어요. 그때 저희가 부족했던 건 잠뿐이었어요. 잠만 못 잤을 뿐이에요. 준비가 다 되어 있고, 나가서 총 들고 싸워서 승리만 하면 돼. 근데 그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막막한데, 신득이 형이 다섯 시에 전화를 받은 거죠. 그때 부랴부랴 의상 30분 만에 다 맞추고 그랬어요. 다행히 호구 역할이 화려한 의상을 입을 필요가 없어서 일산 시장에서 급하게 사서 찍었죠. 진짜 그분이 24시간 동안 저희보다 열심히 해줬어요. 친한 형인데, 친할수록 투정부리잖아요. 그런 거 하나 없이 잘 도와줬죠. 되게 감사해요.
LE: 정상수 씨가 어떤 도리를 완전히 저버린 거네요.
Q: 정신병자예요. 저는 예전에 <쇼미더머니 3> 할 때, (정상수가) 돌연 잠적한 거 보고…
W: 그거 컨셉인 줄 알았어요.
Q: 컨셉이 아니라 엠넷(M.Net)의 압박인 줄 알았어요. 컨셉이라고 TV 안 나오는 놈은 없다고. TV 나와서 그러지. 하여튼, 저는 그 사람이 ‘엠넷의 압박 때문에 못 나오게 된 거구나’라고 생각했었어요. 다른 게 있겠구나 싶었는데, 실제로도 또라이네? (전원 웃음) 근데 만약 신이 있다면 그렇게 된 게 다 은총으로 느껴져요. 뮤직비디오를 찍어보니까 오히려 정상수였으면 못 버텼을 거예요. 저희가 저희 뮤직비디오인데도 도중에 때려치우고 싶었어요. 너무 힘드니까. 정상수는 그걸 못 버텼었을 것 같아요.
F: 로케이션도 많았고, 그만큼 이동 시간도 많았고, 대기 시간도 많았어요. 날도 엄청 덥고. 그러다 보니 저희끼리 정신 승리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정상수였으면 이거 못 찍었다고 했었어요. 차라리 잘 됐다고. 근데 짜증이 난 건 난 거죠. 사실 자체는 잊지 않았죠. 전 끝까지 안 잊을 거예요.
LE: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또 있나요?
Q: 원래 뮤직비디오가 하나 더 있었고, 다 찍어놨어요. 미술이나 인테리어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컴퓨터 그래픽을 위주로 하는 그런 거요. 그런 게 되게 하고 싶었는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내부 회의를 거쳐서 공개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들어간 돈이 아까우면 보통 공개하거든요. '내 근황이라도 알겠지' 이런 생각으로요.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에는 안 들어도, 사람들은 좋아할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안 좋아해요. 그래서 더 과감히 결정한 거죠. 대자본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보니, 단돈 백, 이백이 아쉬워요. 그래도 잘 안 나온 걸 억지로 내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랩 비디오로 활용해볼까?’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힘을 쏟을 수가 없어서 아쉽게만 생각하고 있어요.
F: 너무 아쉽죠. 하나의 콘텐츠를 더 보여줄 수 있고, 앨범의 호흡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지만, 구린 걸 낼 바엔 안 내는 게 나아요.
LE: 뮤직비디오에 사용된 옷을 전부 폐기처분 한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재활용하는 형식이 별로라고 생각하셔서 그런 건가요?
W: 자기만의 색을 살릴 수 있는 액세서리는 가지고 있어요.
Q: 폐기처분이라고 해서 쓰레기통에 넣고 이런 건 아니에요. (웃음) 그냥 안 쓰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의미가 깊은 물건이잖아요. 그거로 이벤트를 한다든지 해요. 반응이 되게 괜찮았거든요. '그냥 뭘 준다'가 아니라, 저희가 영상에서 사용한 공들인 제품이잖아요.
F: 그런 것도 있어요. 한 번 입었고, 써먹었고, 노출이 된 걸 또 다른 콘텐츠에 입고 나온다는 건 전혀 신선하지 않으니까요.
Q: 기본적으로 일단 옷이 너무 많으니까요. 다시 팔기도 해요. 뮤직비디오를 올리면 어디서 샀는지 메시지가 되게 많이 와요. 자기한테 팔라고도 하고요. 저는 홈페이지도 있으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올려요. 그러면 없어져요. 팔리는 거죠. 제 손을 떠났으니까 폐기처분이 된 거고요. 뮤직비디오에 사용된 걸 모르는 사람이 살 때도 있어요.
LE: 뮤직비디오를 보면 오사마리의 정체성은 모자와 안경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거 같아요. 본인들은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나요?
Q: 말씀하신 그대로인 거 같아요. 근데 저희는 워낙 프리스타일로 입어서요. 밖에 나갈 땐 선글라스 잘 안 껴요. 구제 선글라스가 앞이 잘 안 보여요. (웃음) 햇빛은 완전 잘 막아주는데, 옛날에 나온 거라서… 그런 건 모자 위에 살짝 걸친다든지 해요. 포인트에는 신경을 쓰죠. 근데 자유롭게 입고 다녀요. 특이하면서도 편한 옷들.
F: 신경 안 쓴 거 같으면서도 신경 쓴 그런 스타일이죠.
LE: 각자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 뭔지 설명해주세요.
Q: 저는 커트 코베인(Kurt Cobain) 선글라스요. 짝퉁 커트 코베인. 요즘 되게 유행하는데 저는 되게 옛날부터 썼거든요. 2,000원에 샀어요. 그걸 쓰고 다니다 보니 저한테 어울리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아끼게 되고, 색깔별로 모으게 된 거죠.
F: 저는 폴로(Polo) 청바지요. 이게 옛날 핏인데, 항아리 핏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모든 옷에 입어도 잘 어울리거든요. 딱 입으면 90년대가 되어요. 흰 티만 입어도요. 그거 되게 아끼죠.
W: 저는 금장 안경이랑, 헌팅캡을 아낍니다.
LE: 사실 빈티지와 촌스러움의 차이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잖아요. 조금만 빗나가도 촌스러워질 수 있는데, 음악이든 비디오든 만들면서 그런 부분을 경계하거나 특별히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W: 여기서 그 말이 나오면 좋겠네요. ‘웃기려면 웃기되 우습게 보이진 말자’라는 말.
F: 그런 마인드에요. 그 마인드 하나 박고 옷을 입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꾸고. 그 마인드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 같아요.
Q: 제가 봤을 때, 옷은 입어보기 전까지는 그게 자기한테 어울리는 모르는 거 같아요. 학생 때 엄마가 사주던 옷만 입었다고 쳐요. 그러면 사람이 되게 전형적으로 변해요. 근데 옷 가게에 들어갔더니 저기 옷들이 쭉 있어요. 잡지에서 보던 것들이요. (딱 보고) ‘나한테 안 어울리겠지’ 이 생각을 하죠. 원빈이 입었던 거예요. 청자켓에 청바지. 청청을 누가 입어. 근데 입어보기 전까지는 몰라요. 저 스타일이 자기한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요. 그런 거랑 비슷한 거죠.
LE: 추구하시는 정체성이 근원도 명확하고, 실제로 즐겼던 거다 보니, 인위적인 부분이 없어 보여요. 그래도 지금 시대와는 동떨어진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걸 추구하는 게 너무 기믹은 아닐까 생각하신 적도 있나요?
Q: 저희는 그게 너무 익숙한데… 근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한번은 프로그맨이 여자친구랑 저쪽에서 걸어오더라고요. 아까 저희는 서로 피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웃음) 일산 시내 라페스타 쪽에 걸어와요. 제가 한 100m 넘게 떨어져 있었거든요? 근데 프로그맨이 딱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전원 웃음) 바로 빠져서 건물 뒤로 돌아갔는데… 그런 것처럼 확실히 느껴지긴 해요. 근데 그게 저희가 특별하게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의 스타일이 잡혀 버린 거예요.
W: 그게 이미 묻어버렸어요. 털어낼 수가 없어요.
LE: 그럼 콸라 씨가 그런 스타일을 많이 추구하시고, 두 분이 영향을 많이 받은 건가요?
F: 영향 많이 받았어요. 옛날에는 챔피온(Champion) 반바지 입고, 조던(Jordan) 신고, 머리띠 좋아하고, 그러면서 음악은 트랩하고… (전원 웃음) 근데 영향받은 계기가, “Tylenol”을 뮤직비디오를 찍는데 뉴챔프 형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못생겼기 때문에 뮤직비디오 내지 말라고. 얼굴 없는 래퍼 하라고. (그 얘기를 듣고) 콸라한테 갔더니 "형, 형은 못생긴 게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랑 한 번 동묘를 가자"라고 하더라고요. 가서 몇 개를 입어봤죠. 콸라가 입는 폴로(Polo) 같은 것도 입고요. 근데 폴로 같은 건 (저한테) 그닥 잘 안 묻어요. 근데 가죽 자켓 같은 건 존나 잘 어울리는 거예요. 이상한 캡 쓰고 하니까. 그때 저희가 저희를 ‘연변 Squad’라는 별명으로 불렀는데, 그런 스타일이 정말 어울리는 거예요. 그렇게 저는 스타일로 잡힌 거고, 월터는 일본 여행 가서 잡혔어요. 저희가 구제 쇼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면서 콸라가 어울리는 걸 하나씩 추천해주면 얘가 스스로 어울리는 것들로 잡아서 ‘아, 난 이렇게 입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Q: 자기 거를 찾게 된 거죠. 다들 그렇잖아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데, 전형적인 옷을 입다가 시도한 게 잘못되면 폭탄이 되는 거고, 이상한 시각을 받다가도 (점점 가다듬어지면서) 자기 거를 찾게 되는 거죠. 각자 자기 핏이란 게 있잖아요. 몸이 다 다르게 생겼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찾아가는 거죠. 저도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Monsta Truck 2014] 내기 전에는 옷을 이런 식으로 안 입었었어요. 그러다 어떤 계기로 그 당시에 처음으로 동묘를 갔었어요. 요새는 동묘를 잘 안 가지만요. 갔더니 옷이 되게 많더라고요. 제가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 인터뷰인가에서 언급했었는데, 제가 그 앨범을 만들 때 1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동묘를) 갔어요. 그 바이브가 심장까지 흡수되도록요. 옷을 안 사더라도요. 보면 볼수록 머릿속에 정립이 되는 거예요. 게임상에서 캐릭터 옷 바꾸는 것처럼 머릿속으로 딱딱 나오잖아요. 제 핏은 제가 정확하게 알 테니까. 그러면서 그걸 아예 저 스스로 모든 걸 흡수해버린 거죠. 저는 일본 잡지나 이런 걸 본 적도 없고, 인터넷상에서 래퍼들이 구제로 옷 입는 걸 본 적도 없어요. 그렇지만 대충 살아가면서 TV나 어디 보면서 보잖아요. 저렇게 입는 놈이 있구나, 누가 저렇게 입냐고 하다가 나중에는 제가 그렇게 입고 있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믹스매치해서 예쁘게 예쁘게… 왜냐하면, 우린 아직 젊고, 많은 걸 시도할 수 있고, 시간이 너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각자 자신의 멋을 찾아가는 거 같아요. 실제로도 너무 잘 어울리고요. 프로그맨과 월터, 그리고 저는 그런 것들을 되게 잘 어울리게끔 하는 거 같아요 서로서로.
LE: 구공웨이브(90wave)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운영되고,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Q: 제가 사장이고, 월터가 부사장입니다. (웃음) 예전부터 제 사업체를 가지는 게 꿈이었어요. 거의 불가능한 꿈이었죠. 서울에 쓰레빠 하나 끌고 맨몸으로 올라왔거든요. 해외를 보면 로컬의 움직임을 만들잖아요.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었죠. 남들처럼 프린팅 대충 해서 팔기는 싫었어요. 쭉 이어나갈 수가 없잖아요. 제가 할 수 있고, 제가 계속 움직일 수 있으며, 음악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그런 걸 생각했어요. 돈만 잘 벌고 싶으면 굳이 그런 걸 생각 안 했겠죠. 그게 구공웨이브인 거죠. 하나의 사업체가 된 거 같아요. 장소를 가지고 있고, 음악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동료들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거요. 원래 필요하던 건데, 저희가 최전선에 있으면 경쟁력이 생기잖아요. 물건이라는 게 사람을 거치면 거칠수록 구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하다 보니 사이트도 생기게 되었죠. 처음엔 저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옷이 너무 많아졌어요. 동묘에 가면 모든 상인이 저를 알아요. 아들처럼 대해줘요. 옛날에 되게 많이 갔다고 했잖아요? 저 [Monsta Truck 2014] 나왔을 때 CD 들고 동묘부터 갔어요. 동네 상인들이 저를 싫어하는데, 되게 좋아해요. 저를 못 이기니깐.
F: 상인이랑 가위바위보 해서 물건값 깎고 그래요.
Q: 가격 경쟁에서 저를 못 이겨요. 그런 게 즐거워요. 에누리 같은 거. 그러면서 그분들과도 친해졌고, 옷이 많아지니까 블로그로 팔아봤죠. 뮤지션도 되게 많이 사 갔어요. 운송장 적다 보면 실명이랑 번호가 나오잖아요? 그걸 찍고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면 래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저인 줄 알고, 그럴 거면 하나 만들자 싶어서 오프라인 샵이 된 거죠.
LE: '빈티지'나 ‘복고’하면 리짓군즈(Legit Goons) 분들과 기린 씨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오사마리는 그들과 어떻게 다른 건가요?
Q: 리짓군즈는 아예 빈티지에요. 메이커 위주로 입는 사람들은 아닌 거 같아요. 되게 친하거든요? 빈티지 안에도 되게 다양한 게 있잖아요. 저는 로라이프(Lo-Life) 스타일 되게 좋아하거든요. 옛날 올드스쿨 브랜드들. 폴로 스포츠(Polo Sports),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필라(FILA)나 빅 로고 나이키(NIKE) 되게 좋아해요. 리짓군즈는 약간 빈티지 자체로 옷을 되게 잘 입는 사람들이에요. 되게 감각이 있어요. 옷발도 되게 잘 받아요. 핏이 좋아요. 기린 씨가 저랑 비슷해요. 접합점이 좀 있는 올드스쿨 과죠. 필라 같은 거.
F: 저는 라피도(Rapido)나 프로스펙스(Prospecs) 한국 옛날 브랜드들이요.
W: 저는 노브랜드로 옷을 잘 입었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Q: 월터가 리짓군즈와 접합점이 있죠.
LE: 리짓군즈와 접점이 있다 보니, 음악적으로 이야기도 나올 거 같아요.
Q: 실제로 회의를 했고, 곧 같이 공연할 예정이에요. 회의 때 나온 아이디어 자체는 되게 재미있었는데, 그게 구현이 될진 모르겠어요. 너무 설레발치면 안 되니까...
W: 다른 공연과 전혀 다를 거예요. 되게 신선할 거라고 확신해요.
Q: 더블 콘서트 같은 거예요. 앨범 나온 시기가 비슷하다 보니 같이 하게 되었어요. 많이 놀러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티켓 파워가 강한 뮤지션들은 아닌데, 재밌을 겁니다. 전형적인 스타일의 공연은 절대 아니에요. '가을 운동회' 같은 냄새가 날 거예요.
LE: 90년대가 오늘 인터뷰의 중심이었던 거 같은데요. 그래도 시간은 계속 가잖아요. 여러 가지는 변하기 마련인데, 나중에는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지금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으신가요?
Q: 되게 열려있어요. 또 모르죠. 예전에 힙합플레이야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다른 스타일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물론 똑같은 스타일로 나오긴 했는데… (웃음) 제가 보는 시각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예전에 더콰이엇(The Quiett) 음악 스타일 바뀌었을 때, 사람들이 욕하다가 지금은 되게 좋아하잖아요. 그런 거처럼 미래는 확실히 장담할 수가 없어요. 항상 열려 있는 자세로 대하는 거 같아요.
W: 그건 스스로가 변화시키는 거 같아요. 결국, 중심은 자신이고 트렌드가 있으면 그걸 우리 색으로 바꾸는 게 저희 일이고, 잘하는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봐요.
F: 확실한 기준은 있어요. 구린 건 하지 않아요. 우리만의 멋을 찾는 거죠. 극단적으로 저희가 트랩을 하면서 뉴스쿨로 옷을 입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저희 색만은 변하지 않겠죠. 그 안에서도 저희만의 색이 있을 거예요. 저희 팬들은 재미있을 거예요. 다마고치 키우는 기분이 들 거예요.
LE: 삼부작 중 이제 하나가 공개된 거잖아요. 다음 두 개가 어떤 모습인지 계획해둔 게 있으신가요?
Q: 그건 비공개입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릴게요. 비.공.개.
F: 나와는 있어요. 제목은 2, 3부작까지 다 있어요. 목욕탕에서 얘기를 다 했거든요. 근데 모르는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아서요. 저희도 입이 근질근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재밌을 겁니다.
Q: 앨범 사이즈가 중요한 거죠. 첫 번째는 열 트랙으로 구성된 정규였지만, 그다음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는 거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고, 확실한 건 이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LE: 마지막 질문이에요. '오사마리'로 얻은 게 무엇이고, 얻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Q: 오사마리로 얻은 건 추상적인 것보다는 진짜배기들을 얻은 것 같아요. 스스로가 진짜배기가 된 거 같고, 주위 사람들이 다 진짜배기인 걸 확인했어요. <원피스>로 치면 하나의 해적단이 된 거죠. 처음 시작할 땐 '가족사업'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였지만, 이제는 진짜 사업처럼 되어버렸어요. 저희를 서포트 해주는 팬도 진짜배기인 거고요.
F: 가족을 얻었어요. 가능성도 얻었고요. 얻을 건 너무 많죠.
LE: 인터뷰가 막바지인데, 하고 싶은 말이나 못 한 말이 있으신가요?
F: 앨범을 내고 나서 피드백이 매우 많았어요. 그중 단순히 좋다고 하는 피드백이 많았는데, 가사를 좀 더 곱씹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콸라가 랩에 비해 가사가 묻히거든요. 랩이 귀를 굉장히 때리니까요. 월터도 그렇고. 이런 걸 좀 부탁드리고 싶어요.
Q: 일단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요. 소장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CD라는 게 삼부작이니까 모을 만할 거예요. 나중에 2, 3부작만 사고 1부작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전원 웃음) 그러면 좀 더 저희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겠죠. 저희는 멋있게 시리즈별로, 개인 작품도 연계해서 만들고 싶어요. 저희만의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해나갈 거니까,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이거 말고 뭐가 있겠어요.
W: 이하 동문입니다.
Q: 할 말 없으면 그냥 '저는 28살입니다' 해라. (전원 웃음)
LE: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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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GDB, Melo, Loner
사진 | ATO
정상수는... 노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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