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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비 (SUPERBEE)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20.04.08 20:30조회 수 13162추천수 8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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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보여줬던 활발하고 대담한 이미지와 달리, 2020년의 수퍼비(SUPERBEE)는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이는 새 정규 앨범 [Rap Legend 2]에서 더 확실히 드러난다. 통통 튀는 노랫말과 함께 듣는 이의 입꼬리를 올리는 데 능했던 그는 진지한 가사로 무장한 채 씬을 겨냥하며, 익살스러움이 묻어났던 지난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사운드 역시 숨 돌릴 틈 없이 냉철하다. 대체 어떤 이유였던 걸까? 2017년 [Rap Legend]부터 2020년 [Rap Legend 2]를 낼 때까지 수퍼비는 어떤 변화를 거쳤던 걸까? 힙합엘이가 직접 수퍼비를 만나, [Rap Legend 2]와 2020년의 수퍼비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수퍼비 인터뷰는 영상과 서면으로 둘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LE: 오랜만에 진행하는 인터뷰인데, 힙합엘이 유저 및 힙합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S: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회원 여러분. 래퍼 수퍼비(SUPERBEE)라고 합니다.





LE: 2018년까지 정규 앨범을 활발하게 발매하시다가, 지난 2019년에는 개인 커리어를 잠깐 멈추셨던 것 같아요. 따지자면 재정비의 해에 가까웠던 걸까요?

제 2019년 같은 경우는… 영앤리치 레코즈(Yng & Rich Records)를 설립하고 어느 정도 회사 일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회사 일이 되게 바빴고, 영앤리치 레코즈만의 이미지 구축 같은 주제에 관해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2019년에는 [Catch Me If You Can] EP 하나랑, 싱글 “Bust Down AP”, “Heu!” 정도 말고는 (개인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죠.





LE: 말씀하신 대로, 영앤리치 레코즈의 리더로서 열심히 활동하셨던 한 해인 것 같은데요. 실제로 레이블에서 사무적인 일도 어느 정도 담당하고 게신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계획이나, 이런 거 해보자, 저런 거 해보자 할 때 제 입김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LE: 스윙스(Swings) 씨는 최근에 사장직을 내려놓으셨잖아요. 그만큼 신경 쓸 게 많고 무거운 자리라는 뜻일 텐데, 수퍼비 씨에게 레이블 리더의 삶은 어떤가요?

일단은 재밌어요. 회사를 만든 지 1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은 하지만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다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또, 제가 애초에 레이블 멤버들에게 아예 관여를 안 하거든요. 약간 대관령처럼, 소들을 목장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느낌? 그래서 서로 스트레스받을 일도 잘 없고 좋은 것 같아요.





LE: 또 궁금했던 게, 우리나라의 힙합 레이블들은 멤버들이 보통 비슷한 음악적 색깔을 갖고 있잖아요. 영앤리치 레코즈도 추구하는 특정한 음악적 방향이 있나요?

그렇죠. 저희가 하는 음악적인 색깔에 맞아야만 (영앤리치 레코즈로서)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앤리치 레코즈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기초적으로 구축했다고 생각하는 앨범이 [Catch Me If You Can] EP인데, 앞으로도 점점 앨범들이 나오면서 이미지가 더 확고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LE: 최근에는 유시온(YUZION) 씨가 레이블에 합류하기도 했는데요. 영앤리치 레코즈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멤버를 영입할 계획인가요?

아, 저도 그러고 싶어요. 정말로 영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문제는 다 이미 회사가 있다는 거죠. 회사가 없는 래퍼 중에 그렇게 맘에 드는 사람은 딱히 없었던 것 같고요. 뭔가, (씬에서) 신인들을 접할 수 있는 등용문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못 찾은 거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또 저는 시대를 잘 타고난 래퍼가 아닌가 (싶어요). 거기서 또 감사함을 느낄 때도 있고요.





LE: 신인들을 발굴하려고 디깅 같은 것도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그런 거 많이 하죠. 요즘은 사운드클라우드보다 유튜브로 많이 보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 많이 듣고. 가사 안 쓸 때는 보통 디깅을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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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영앤리치 레코즈 유튜브 채널에서 밝히신 바로는, 해외여행을 한 달 정도 하신 후에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Heu!”에서도 했던 얘기가 있어요. 앨범은 왜 내냐, (좋은) 가사는 왜 쓰냐. 그만큼 음악을 하면서 살짝의 ‘현타’가 왔던 거죠. 그래서 별로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문제아” 같은 곡들이 성공하는 걸 보면서 더 음악이 시시하게 보이더라고요. 진지하게 만드는 음악보다 이렇게 인스턴트식으로, 자극적으로 한 음악이 훨씬 잘 되고 그러니까. 그래서 ‘현타’가 왔었는데,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래도 내가 할 건 음악이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작업에 들어간 앨범이 [Rap Legend 2]였어요.





LE: 확실히, 제대로 각을 잡고 만든 앨범이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중에는 일부러 별다른 대외 활동도 안 하셨던 것 같은데요. SNS 계정도 잠깐 동안 비활성화 상태였던 것 같고요.

네. 앨범 발매일이 다가오면서, 남은 시간 동안 무조건 더 좋은 앨범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결론은) 인스타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렇게 인스타를 막아놓고 작업에만 몰두했죠. 남은 2주 정도 막판 스퍼트로.





LE: 이제 새 앨범 [Rap Legend 2]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요. 우선 앨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Rap Legend 2]는 수퍼비의 개인적인 서사가 가장 많이 들어간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솔직한 앨범인 것 같아요. 여태까지의 앨범에서는 어느 정도 저를 감춰둔 면이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패딩을 하나 벗고 녹음한 것 같은 느낌?





LE: 앨범 발매 전에, 수록곡 “거울”이 유출되기도 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아, 네! 곡이 유출됐었어요. 제가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잠깐 했는데, 어떤 분이 “군대 가기 전에 저스디스(JUSTHIS)랑 같이 한 노래 한 번만 듣고 싶다”라고 댓글을 쓰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메일 화면을 보여줬어요. 마침 저스디스 형한테 피처링 파일을 받은 때였거든요. 그런데 그 화면에 있는 드롭박스 링크를 어떻게 긁어냈는지, 들어가서 해킹을 한 거예요. 그러고선 곡이 아예 털려서 유튜브에 올라간 거죠.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생각하면서, 나도 이제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수준까지 왔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전원 웃음) 

곡들이 유출되는 게 미국 본토에서만 있는 일인데… 그래서 조금은 신기했는데, 좀 짜증 났던 건 그거였어요. 그 유출된 파일의 제 벌스가 완전 가이드예요. 진짜 대충 녹음한 버전. 그런데 저스디스 형은 본 녹음이었단 말이에요. 이러면 제 벌스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 보이잖아요. 기왕이면 제 벌스도 본 녹음으로 완성됐을 때 유출됐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죠. 





LE: 저희는 솔직히 ‘유출 마케팅(?)’인 줄 알았거든요. (웃음)

저도 친구들한테 유출됐다고 얘기하니까, “네가 (마케팅 목적으로) 한 거 아니냐” 그러더라고요. 저 아닙니다…





LE: 앨범 제목에 관해서도 궁금했는데요. 2017년 발표했던 정규 1집 [Rap Legend]를 잇는 [Rap Legend 2]로 앨범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최근에 나온 릴 우지 버트 앨범도 그렇고, 이전에 히트 쳤던 앨범 제목을 가지고 2라던가, 3라던가 후속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잖아요. 아이디어는 거기서부터 시작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나 ‘랩 레전드’라는 타이틀을 갖고 앨범을 만들게 되면, 진중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의지를 저한테 주는 것 같아요. 앨범 제목이 [Rap Legend]인데 랩을 못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또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쯤) [Rap Legend 2]가 나와줘야 하는 시점이었다고 봐요. 제가 수퍼비를 좋아하는 리스너였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앨범 제목을 [Rap Legend 2]로 정한 것 같아요.





LE: 사실 [Rap Legend]에는 ‘장난스러움’이 조금이라도 담겨있었던 것 같은데, [Rap Legend 2]에는 그런 장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이러한 변화는 일부러 의도했던 걸까요?

뭔가 ‘웃음기를 뺄 거다’라고 의도했던 건 아닌데, 바이브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일단 저는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가사 쓰기 전에 비트부터 찾는 타입인데. [Rap Legend 2] 작업을 시작하면서 모았던 비트들이 전부 다크했어요. 저는 비트의 분위기에 따라 감정이나 가사가 바뀌거든요. 뿅뿅 튀는 비트에서는 장난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부 좀 어두운 비트이다 보니까 진지한 얘기가 핵심이 된 것 같아요.

어쨌든 장난기를 빼려고 의도한 건 아니고요. 조금 살짝의 빡침? 그것 때문에 이제는 (이런)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있어요. 원래 저는 사실 컨셔스한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제가 그런 걸 한다고 생각하면 좀 오그라들거든요. 근데 이번 앨범은 좀 컨셔스하게 만든 것 같아요. 약간 벼랑 끝까지 와버린 느낌이라, 이젠 좀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던 거죠.





LE: 수퍼비 씨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서 장난기가 많이 없어진 이유도 있을까요? 나이를 먹었다던가, 레이블의 수장이 되었다던가 등의 계기로요.

사실 제 장난기는 여전해요. [Rap Legend 2]는 제가 앞으로 음악을 좀 편하게 하려고 만든 앨범이기도 해요. ‘돈 자랑’에 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요. 제가 언제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게, “얘는 돈 자랑밖에 못 한다”. “얘는 그거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게 얘의 한계다”. 그런데 제가 듣는 99%의 본토 음악은 (주제가) 돈 자랑이란 말이에요. 정말로. 요즘 나오는 신보를 다 들어봐도.

심지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나 제이콜(J. Cole) 같이 ‘현시대의 리릭시스트’라고 찬양받는 사람들조차도 돈 자랑을 정말 많이 해요. 가사해석 같은 걸 보면. 근데 왜 나한테만 이렇게 욕을 하지? 그런 생각을 계속 떨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데서 올라오는 빡침을 풀어야 했던 거죠. 그래서 ‘트랩 이센스(E SENS)’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돈 자랑에 있어서의 철학을 여과 없이 다 보여준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앨범을 듣고 나면 사람들이 제가 앞으로 장난스러운 음악을 하고, 장난스러운 돈 자랑 가사를 써도 봐주지 않을까. “[Rap Legend 2] 들어봐, 얘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일부러 더 진지하게 했어요. 이런 진지한 거 하나 남겨 주고, “알았지? 나 이제 이렇게 할 거야”. 이런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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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트랩 이센스’라니 멋있는데요. (전원 웃음) 아트워크도 앨범의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로우 디가(Row Digga) 씨와의 협업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아트워크인가요?

한국에서 가장 (아트워크 작업을) 잘하시는 분, 크레딧도 가장 많으신 분한테 맡기고 싶어서 로우 디가 씨한테 연락을 드렸고요. 거기 들어간 용 같은 건 다 제 아이디어였어요. 랩 레전드 로고 서체도 되게 멋있게 만들어주시고,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하는 커버가 나온 것 같아요. (LE: 앞으로도 로우 디가 씨와 함께 협업을 이어가실 생각인가요?) 네. 당연히 (그럴 생각이) 있죠.





LE: 또, [Rap Legend]를 발표하셨을 때에는 2주 만에 또 2집 [Original Gimchi]를 발표하셨잖아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한 장의 앨범에만 집중하셨나요?

그렇죠. 사실 이번 앨범이 제 인생에서 가장 (만드는 데) 오래 걸린 앨범이에요. 너무 음악이 다크하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해서 사실 재미가 좀 없었거든요. 장난기 있는 비트들도 없었고. ‘빡세게 얘기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네거티브한 바이브도 작업실에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작업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많이 기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 앨범만 준비했고, 다른 앨범을 준비할 만한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LE: 앨범 작업이 오래 걸리는 걸 잘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신 건가요? 예전 곡에서도 “앨범 작업에 한 달이 걸렸으니 분발해야겠다”, 이런 가사를 쓰셨던 것 같은데요.

네. 저한테 앨범을 하나 만들라고 하면, 6개월을 주나, 3개월을 주나 아마 퀄리티가 똑같을 거로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초사이언 모드로 팍 만들어버리는 타입이라서요. 작업에 미친 듯이 매달리는 타입의 사람도 아니고, 하고 싶을 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LE: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버린 곡도 있나요? [Rap Legend 2]를 위해 작업한 곡이 총 몇 곡 정도인지도 궁금한데요.

버린 곡은 하나도 없어요. 저는 원래 곡을 안 버려요. 애초에 곡마다 작업을 들어갈 때, ‘완성됐을 때 어떤 느낌이겠다’를 완벽하게 구상하고 (작업에) 들어가거든요. 





LE: 스타보이(Starboy), DP 비츠(DP Beats) 등 해외 메인스트림 힙합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프로덕션 크레딧도 굉장히 눈에 띄었는데요. 최근에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씨의 앨범에도 많은 해외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는데, 현재 해외 프로듀서분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가능해진 상태인 건가요?

네, 그렇죠. 제가 연락을 한 것도 있고, 소개를 받아서 작업하게 된 것도 있고. 원래는 믹 밀(Meek Mill)의 [Championships] 앨범에 참여했던 프로듀서분의 비트도 있었고, 다양한 분들한테 비트를 받았어요. 최종적으로는 스타보이랑 DP 비츠의 비트가 쓰인 거고요. 이미 받아놓은 비트들이 좀 있어서, 다음에 나올 앨범에도 (해외 프로듀서들의 비트가) 많이 쓰이지 않을까 싶어요.





LE: 또, 얼마 전에는 어글리 갓(Ugly God)과의 메시지 내역을 자랑하기도 하셨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제 팬분이 어글리 갓한테 “MUD BOY”를 들어보라고 DM을 보냈더라고요. 그걸 어글리 갓이 들어보고 좋다고 했나 봐요. 그래서 제가 어글리 갓한테 내가 그 ‘BEE’라고, 같이 작업하자 그러니까 실제로 연락이 왔어요. 일단은 DM을 해보고 있어요. 어떻게 될진 모르겠는데, 잘 되면 좋겠네요.





LE: 여러모로 되게 인상 깊은 것 같아요. 이제는 해외 뮤지션들과도 활발한 협업이 가능한 한국 힙합 씬이 됐다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저도 생각보다 길이 많이 열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LE: 가장 협업하고 싶은 1순위 해외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구찌 메인(Gucci Mane)도 장난 아니고, 요즘은 릴 우지 버트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냥 릴 우지 버트의 앨범이 나오면 다른 래퍼들 음악은 들리지도 않는 수준? 너무 잘해서…





LE: 릴 우지 버트가 “Kim Hoonki Vert (Skit)”을 듣는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아… 고소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완전 따라 한 거라서 그게… (웃음)





LE: 이제 각 수록곡에 관한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첫 번째 트랙 “RL 2 !NTRO”는 인트로 트랙답게 앨범의 메시지와 분위기를 압축해서 담고 있는 트랙 같은데요. 곡 안의 “돈 자랑 밖에 할 줄 모른단 말로 내 가치는 폄하를 당했지”라는 라인이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키워드일까요?

제 생각에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거울”에서 썼던 라인 같아요. 돈 얘기가 없으면 힙합이 아니라고. 하나를 고르자면 그게 제 이번 앨범의 키워드인 것 같아요.





LE: 두 번째 트랙인 “떠나야”는 “RL 2 !NTRO”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는 타이틀곡인데요. 첫 트랙보다 더 깊은 감정으로 은퇴 암시까지 담긴 트랙인데, 실제로 은퇴를 고려하고 계시는 건가요?

사실 개인적으로, 은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에는 아직 제가 이룬 게 너무 없다고 생각해요. 좀 하기 싫은 건 있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힙합이랑, 사람들이 생각하는 힙합이랑 괴리가 너무 크니까. 물론 어떤 힙합이 맞다, 옳다 이런 건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든요. 되게 오래전부터 힙합을 들어왔고, 래퍼들의 다큐멘터리나 일생 같은 것도 많이 보고. 그런데도 여전히 좁힐 수 없는 사람들과의 의견 차이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했던 것 같아요.

뭔가, 내가 받고 있는 리스펙도 어쩌면 부실한 리스펙일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 사람들의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어떤지 모르니까. 한국 힙합 씬에서 방송 출연도 많이 안 하시고, 음악만으로 어느 정도 리스펙을 받으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런 분들은 자신들이 받는 리스펙에 과연 100% 확신을 가질까? 이런 생각도 좀 했어요. 힙합에 대한 (리스너들의)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약간 그런 데서 오는 현타가 있었죠.





LE: 결과물에 대한 제대로 된 인정이 필요하다는 뜻일까요?

인정에 대한 욕구 자체가 없었어요. 받아도 뭔가 의심되고, ‘이게 진짜 제대로 이해하고 박수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제 팬까지도.





LE: 이런 주제를 최근에 다룬 래퍼로 저스디스 씨가 생각나는데요. 실제로 저스디스 씨는 활동을 축소한 상태이기도 한데, 수퍼비 씨에게도 이렇게 커리어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제가 음악을 하는 건 자기만족이 가장 큰 이유에요. 리스너들을 위한 게 아니라, 제가 중학교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취미였고, 삶이기 때문에. 활동을 축소한다던가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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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또, “떠나야” 안에서 한국 힙합 씬의 ‘OG’들을 샤라웃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OG들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게 수퍼비 씨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인가요?

그쵸. 그런 인정은 좀 받고 싶죠. 제가 계속해서 ‘랩 레전드’를 표방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본토에서 ‘레전드’들이라고 하면 보통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나 투팍(2Pac)을 꼽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목표에요. 한국 힙합 씬이 얼마나 커져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그런 식으로 저의 이름이 불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또,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힙합에는 OG들을 샤라웃하는 문화가 너무 없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이걸 내가 지금 해야, 영향받은 OG들을 샤라웃해야 사람들이 이걸 보고 나중에 내 이름을 부를 수 있겠구나. 그래서 한 것도 있어요. 사실 속으로는 ‘너무 내가 촐싹대나?’ 그런 생각도 했는데... 힙합을 위해서 하자. 그래서 그냥 해버렸죠.





LE: 또, 다른 라인 중에는 더콰이엇(The Quiett) 씨의 곡(“Boys To Men”)에서 따온 것 같은 라인도 있더라고요 (‘너넨 몰라 얼마나 어려운지, 서러운지, 또 더러운지를’). 

네, 저도 그걸 쓰고 나서 알았어요. 제가 잊고 지냈는데, 더콰이엇 형의 [Stormy Friday] 앨범을 한때 최고의 국힙 앨범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걸 오마주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발매하고 나서 알았어요. 무의식중에 그랬던 거죠. 원래 되게 좋아했던 곡이니까.





LE: 사실 더콰이엇 씨에게 받은 영향도 그렇고, 수퍼비 씨와 일리네어 레코즈(1llinonaire Records)의 인연이 정말 깊잖아요. 수퍼비 씨에게 일리네어 레코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일리네어 레코즈는 저를 이렇게 만들어준 사람들이죠. 도끼 형이 롤스로이스 사는 걸 보면서 ‘와, 힙합으로도 저렇게 멋진 무브먼트를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음악적으로도 정말 멋있는 힙합이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들이잖아요. 또, 저의 태도도 만들어줬어요. 가짜 다이아몬드 안 차고. Fake Flexing 안 하고. ‘바닥에서 올라와서 여기까지 왔다’, 이게 어떻게 보면 힙합의 기본적인 마인드셋인데.  그걸 완전히 한국 힙합에 이식해준 게 (일리네어 레코즈) 형들이라고 생각해요.





LE: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도끼(Dok2) 씨가 최근 일리네어 레코즈와 결별하신 일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한데요.

일단 상심이 크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도끼 형도 인스타그램 보면 미국에서 열심히 랩 하고 있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뭔가를 하시려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저는 이게 상심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큰,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LE: 다음 트랙인 “MUD BOY”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 볼게요. 이 트랙 안에서는 방금 언급하신 도끼 씨, 또 션이슬로우(Sean2slow) 씨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지금 수퍼비 씨의 기억 속에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국내 힙합 씬이 또렷하게 남아있는지도 궁금했어요.

일단 ‘소울컴퍼니’ 때도 기억이 나고. 도끼 형이 한창 믹스테입 낼 때. 일리네어를 차리기 직전의 도끼 형이 되게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드렁큰 타이거(Drunked Tiger)가 활동할 시기에는 거의 초등학생 시절이라서 힙합이 뭔지도 잘 몰랐거든요.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2008년 정도부터? 소울컴퍼니, ‘오버클래스’가 제가 가장 좋아했던 집단이고. 그때 한국 힙합 되게 재밌었죠.





LE: 어쨌든 한국 힙합 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MUD BOY”에서의 가사처럼 레퍼런스도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요즘 되게 안 쓰는 가사잖아요. 뭔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랩을 잘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은데, 이걸 진짜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암호로 만들어야겠다. ‘2001년 션이슬로우’, ‘도끼 데뷔 때’. 이걸 합친 것 같은 아우라가 보인다고 쓰면, 옛날부터 힙합 듣던 사람들은 ‘와, 수퍼비가 이런 가사를 써?’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 표현을 썼던 것 같아요.





LE: 또, 이런 가사는 아무래도 과거의 힙합 음악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가사잖아요. 그런데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점점 예전의 음악을 접하지 않고도 곧바로 트렌디한 음악을 시작하는 씬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별다른 생각은 없어요. 저는 절대 꼰대도 아니고, 오토튠이나 싱잉랩 흐름에 부정적인 의견도 전혀 없고요. 저는 오히려 되게 좋아하고 많이 들어요. 다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맞춰가야죠.





LE: 요즘은 어떤 뮤지션들을 즐겨 듣고 있나요? 팬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들도 있을까요?

제가 미국 애플뮤직을 쓰는데, 거기 장르 란에 들어가면 <The Plug>라는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요. 그거 들어보면 요즘 신선한 곡들이 다 나오거든요. 그거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할게요.





LE: 다음 트랙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가 볼게요. 4번 트랙 “양아치”는 앨범 발매일 기준으로는 막혀있는 상태인데, 어떤 이유로 막혀있는 건가요?

이 곡은 영앤리치 레코즈만의 스탠스가 정말 잘 드러난 곡이거든요. 그래서 앨범 안의 수록곡으로 들었을 때는 너무 많이 튈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수록곡에서 뺐고요. 조만간 단체곡으로서 발표가 됩니다. 이 인터뷰가 공개될 쯤이면 나와 있겠네요. “양아치" 많이 들어주세요.





LE: 5번 트랙 “Selfmade Orange 2”는 큰 인기를 끌었던 트랙 “Selfmade Orange”의 후속곡인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트랙인가요?

일단 앨범 초반을 만들고 있을 때, “Selfmade Orange 2”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이 창모 앨범에 수록되었었고, 2를 내 앨범에서 발매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했던 것 같고요. ‘셀프메이드 오렌지’라는 표현 자체도 제 정규 2집 [Original Gimchi]의 “Cuz I’m Happy”라는 곡에서 시작된 거거든요. 그걸 창모가 듣고 곡을 만든 다음에, 저한테 협업 요청을 해서 나온 곡이었어요.





LE: 장르 팬분들이 수퍼비 씨와 창모 씨의 조합을 유독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한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래퍼 분으로는 누가 있나요?

창모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 같이 한 저스디스 형도 그렇고,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누구랑 해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사람 잘한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협업을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면, 어느 정도 시너지가 맞을 수밖에 없는 노래가 나오는 것 같아요. 딱 누구 한 명을 뽑기에는 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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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저희가 창모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에는 ‘창모 & 수퍼비 합작 프로젝트’가 서로 바빠서 미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일까요?

그렇죠. 저도 앨범 낸 지 얼마 안 됐고, 창모도 투어 같은 활동으로 바쁘니까요. 언젠가는 나오겠죠? 팬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언젠간 꼭 나올 겁니다. 완성도는 비밀로 할게요. (웃음)





LE: 다음 트랙은 “Give No F”인데요. 깜짝 놀랐던 게, 비슷한 타이밍에 미고스가 같은 제목의 신곡 “Give No F”를 발표했더라고요.

네! 그래서 저도 되게 깜짝 놀랐어요. 제 곡의 훅도 ‘Give no f**k’의 반복이니까, 내가 먼저 만들었는데 표절 의혹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어요. 다행히 그렇게 비슷하진 않더라고요.





LE: “Give No F”은 주비트레인 씨의 참여가 눈에 띄는 트랙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성사된 작업인가요?

주비트레인 형은 제가 한 3,4년 전에 처음으로 뵀었어요. 그때 번호를 교환했었고, “Give No F”을 만들면서 신선한 피처링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떠올랐죠.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도끼 형이 냈던 “비스듬히 걸쳐”에서도 주비트레인 형이 되게 인상적인 벌스로 환호를 얻었잖아요. 이번에도 그런 걸 기대하고 주비 형한테 제의를 드렸는데, 흔쾌히 잘 해주셔서 되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LE: 혹시 다른 후보도 있었나요? 뭔가 한국 힙합 씬의 ‘OG’를 의도적으로 초대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요.

그쵸. 약간 “연결고리” 같은 느낌? 아니면 레이 스레머드랑 쥬시 제이가 함께한 “Powerglide”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LE: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씨는 이번 앨범에서 “Give No F” 한 곡에서만 모습을 비추셨는데, 혹시 함께 작업했던 다른 곡은 없었나요?

네. 최근에는 각자의 곡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Catch Me If You Can]도 한 6일 만에 만든 앨범이거든요. 성우랑은 언제든지 필만 받으면 후딱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죠.





LE: 이후의 두 트랙 “I Go Flex”, “물에 빠져”는 멜로디컬한 요소 덕분에 앞선 트랙들보다는 더 대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조금 전에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앞으로는 오히려 이렇게 대중적인 트랙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죠.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이 힙합 팬들한테 정말 대중적으로 들릴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멜론 차트 순위에 높게 있는 발라드나, 그런 음악을 주로 듣는 분들한테는 대중적이지 않겠죠. 다만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는 굉장히 대중적인 호응을 받을 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번 앨범은 대중성 X까 하고 만들었구나’라고 하니까 기분이… 글쎄요. 싱숭생숭. 좋으면서도 ‘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뭐 어쨌든, 결론적으로 이번 앨범이 제가 낸 앨범 중에는 가장 잘 됐어요.





LE: 저희가 들었을 때도, 굉장히 미국 힙합 씬의 메인스트림 사운드를 듣는 느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때문인지, [Rap Legend 2]에서 믹 밀의 음악이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사실 이번 앨범의 플로우 짜임새가, 애드립이 되게 많아요. [Rap Legend 1] 같은 경우는 그냥 따다다다 쏟아붓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애드립을 상당히 많이 차용했거든요. 그래서 약간 동어 반복 애드립 같은 게 그런 느낌을 준 게 아닐까… 그리고 또 제 목소리가 되게 많이 바뀌었어요. 약간 조금 더 성숙한 목소리가 됐는데, 거기서 쏘면서 랩을 하다 보니까 목소리의 유사성도 조금 있는 거 같고요.

가장 ‘믹 밀 같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건 “MUD BOY”였는데, 그 곡 같은 경우는 사실 실제로 믹 밀한테 비트를 줬던 프로듀서 DP 비츠가 만든 곡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바이브가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그런 비트에서는 그렇게 랩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LE: 그래도 확실히 수퍼비 씨만의 차별점이 있어서 ‘하위호환’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수퍼비 씨는 가사에서 한국적인 표현을 특히 즐겨 쓰시는 래퍼잖아요. ‘사임당’, ‘오렌지족’ 같은 말들이요.

그렇죠, 아무래도 그게 더 재밌으니까. 근데 사람들은 못 알아듣죠. 그런 슬랭들을 못 알아들어서 오역하시는 경우도 되게 많은데… 아무튼 뭐 하나라도 조금 더 새롭게 하면 좋잖아요. 저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LE: 앨범의 핵심 트랙 중 하나인 “거울”에 관한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저스디스 씨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일단 그 노래에서 제 벌스가 두 개인데, 두 개를 다 써놓고 나서 누구의 피처링을 받을까 생각했어요. 센 사람이 나와서 피처링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금 의외인 사람을 찾다가, 이그니토(IGNITO) 씨한테 물어볼까?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아예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할 그림으로 만들려 했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저스디스 형하고 하는 게 가장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팍 드는 거예요.

또, 뭔가 한 1~2년 전부터 사람들이 “저스디스랑 수퍼비가 사이가 안 좋다”, “서로 암묵적인 디스전을 하고 있다” 이런 루머를 만들더라고요. 그게 사실이 아니거든요. 2년 전인가? 어쩌다 우연히 저스디스 형 작업실에 놀러 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한국 힙합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했었어요. 그 후 2년이 흐른 뒤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LE: 저스디스 씨는 워낙 랩 실력으로 큰 호평을 받는 뮤지션이다 보니, 참여한 곡마다 항상 장르 팬들이 랩 실력으로 싸움을 붙이는 것 같아요. 수퍼비 씨는 “거울”을 만들면서 저스디스 씨에게 경쟁의식을 느끼셨나요?

아뇨. 제가 벌스 1, 3을 다 써놓고 저스디스 형한테 보내줬기 때문에, 저스디스 형 벌스를 받고 내 벌스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고요. 다만 저스디스 형이 비트를 멈추는 효과를 엄청 많이 써서 주긴 했어요. 비트가 막 작아지고, 안 나오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그걸 엄청 많이 한 거예요. 그래서 ‘이 형이 MSG를 세게 넣어서 줬네? ’라고 생각해서, ‘그렇구나. 나도 MSG 세게 넣어서 부탁해야겠다’ 생각하고 사운드를 수정했죠. 그래서 그런 건 있었어요. 비트 드랍 싸움. 누가 더 비트 드랍을 예쁘게 하느냐? (웃음) 컴퓨터의 싸움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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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수퍼비 씨는 커리어 초기에 경쟁의식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는 캐릭터로 비춰지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좀 어떤가요?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지금은 제가 더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더 좋은 삶을 살아갈지. 그런 고민밖에 없는 거 같아요. 또 “거울”도 그렇고, “Selfmade Orange”도 그렇고, ‘누가 더 잘했나’로 논쟁이 생기는 곡들은 저는 전부 취향 차이라고 봐요.





LE: 말씀하신 것처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TT Way”에서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조금 진지한 고민일 텐데, 답을 어느 정도 찾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직 못 찾은 거 같아요. 아무리 좋은 걸 사고, 아무리 비싼 차를 사고, 아무리 비싼 시계를 차고, 뭐 어떤 세속적인 짓거리를 하고 다니던 결국에는 무뎌져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안 하다 보면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어요. 계속 영원한 걸 찾으려고 해봤자, 지금 어떻게 알겠어요. 근데 이 (커리어의) 끝에 뭐가 있을지는 궁금해요.

제가 언제까지 음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제대로 데뷔한 지 4~5년 정도 됐는데. 그 4년 동안 제 인생이 정말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대는 있어요. 앞으로 한 7년 뒤, 서른 중반이 되면 내 인생이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그런 기대감은 있어요. 일단 영원한 걸 찾으려면 하루하루 나아져야 하는 거 같아요. 하루하루 한 계단이라도 계속 올라가면, 결국에는 원하는 곳에 닿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LE: 굉장히 고민할 가치가 있고, 가장 진지하기도 한 주제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평소에 다른 동료분들과도 많이 하시나요?

아무래도 언에듀랑, 그리고 저랑 중학교 때 같이 랩을 시작한 키득키득(Kidk Kidk)이랑 같이 많이 대화하죠. 같은 아파트 동에 살거든요. 그래서 거의 이틀에 한 번 밥도 먹고, 대화를 많이 하죠.





LE: 키득키득 씨와는 이번 앨범에서 “Kidk Kidk”이라는 곡으로 함께하기도 했는데요. 팬분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트랙인 것 같아요. 이 트랙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일단 이 친구랑 한때 5년 정도를 같이 살았었어요. 저는 그때 어느 정도 랩으로 돈을 벌고 있었고, 이 친구는 알바를 하면서 살았단 말이에요. 낮에는 알바하고, 밤에는 와서 녹음하고. 이 친구가 최근에도 앨범을 꽤 많이 냈어요. 근데 너무 주목도가 떨어지는 거예요. 진짜 씬이 너무 작아서. 얘가 괜찮은 음악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보면 돼요. 같은 친구지만 조금 안쓰러운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이번에 네가 내 앨범에 피처링을 해라. 한번 뭔가를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트랙이에요.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함께했던 스토리를 곡에 담게 된 거죠. 사실 만들면서는 ‘사람들이 오글거린다 생각할 거 같은데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내면서도 조금 긴가민가했었어요. 근데 감동한 사람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실제로 저랑 키득키득을 아는 친구들은 이 노래 듣고 울었다고도 하고… 조금 저희한테는 머쓱한 일이죠.

심지어 저희 둘한테 드라마 OST까지 들어왔는데, 거기서도 수퍼비와 키득키득의 조화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곧 발매될 예정으로 알고 있어요.





LE: 실제로 “Kidk Kidk”을 [Rap Legend 2]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분들도 많은데요.

그렇더라고요. 물론 (곡이) 감동적이긴 한데, 사실 이 노래가 베스트 트랙이 되는 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힙합은 진짜 뜨겁고, 빡세고, 잔인한 허슬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감정적이고 따뜻한 트랙이 제 앨범에서 베스트 트랙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게 들어주셨으니까 당연히 기쁘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Rap Legend 2]의 베스트 트랙은 “MUD BOY”입니다. 이 곡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느낌의 랩 음악인 거 같아요.





LE: 이 자리를 빌어서 키득키득 씨, 혹은 다른 동료분들의 곡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일단 키득키득의 앨범이 최근에 나왔어요. 제 친구니까, 음원사이트에서 한 번씩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또 최근에는 GGM 레코즈(GGM Records) 분들 음악도 잘 듣고 있어요.





LE: 아까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궁금했던 점이 또 있는데요. 외국 힙합 씬에서는 요즘 앨범의 디럭스 버전을 따로 발표하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수퍼비 씨도 [Rap Legend 2]의 디럭스 버전을 발표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 이게 비밀이었는데. 안 그래도 지금 디럭스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되게 예리하시네요? 어떻게 아셨지… 최근에 영 떡(Young Thug), 트리피 레드(Trippie Redd), 릴 우지 버트 같은 래퍼들이 다 디럭스 앨범을 내는 걸 보니까 디럭스 바람이 부는 거 같더라고요. 한국 힙합 씬에서는 디럭스가 많이 없었죠.

[Rap Legend 2]가 워낙 다크하다 보니까,  기력을 다 소모해서 지금 잠깐 쉬고 있는데요. 올해 안에는 ([Rap Legend 2]의) 디럭스가 나올 거예요. 만약에 나오게 된다면 2 CD로 나눠서 발매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LE: 이제 앨범에 관한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마친 것 같은데요. 수퍼비 씨가 생각하셨을 때, 이번 앨범은 충분히 만족스럽게 완성된 프로젝트였나요?

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이 (제 커리어의)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만족스러운 앨범이에요. 이제 바로 다음 거 해야죠.





LE: 조금 유치할 수도 있지만, 점수를 줄 수 있다면 [Rap Legend 2]에 몇 점을 주고 싶으신가요?

음… 저는 10점을 주고 싶지만, 앞으로 더 잘하라고 9점을 주겠습니다. [Rap Legend 2]를 작업하면서 느낀 게, 이게 정말 랩으로 꽉 채운 나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겠지만 요즘 힙합의 흐름도 너무 많이 바뀌었고, 지금 아니면 랩으로 꽉 채워진 앨범을 더는 못 할 거 같아서 만든 앨범이거든요. 

‘이거보다 내가 랩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잘하면 ‘랩 레전드’의 마지막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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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러면 앞으로의 수퍼비 씨의 음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만약에 가정이 생긴다거나 하면,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을 만들게 될 수도 있는 걸까요?

가정이 생긴다? (웃음) 그렇죠… 근데 모르겠어요. 본토 래퍼들을 보면 부인 있고, 와이프가 몇 명이고, 슬하에 딸, 아들이 몇인데. 퓨처(Future) 이런 래퍼들을 봐도. 그런데도 가사를 보면 진짜 더럽게 쓰고 그러잖아요. 힙합은 그런 거 같아요. 그런 ‘나쁜 거’ 같아요. 저는 그런 걸 보면서 힙합의 ‘나쁜 모습’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바뀌진 않을 거 같습니다. (LE: 음악의 결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거네요?) 네, 제가 생각하는 걸 계속할 거예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게 옳다고 생각하면 계속할 겁니다.





LE: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영앤리치 레코즈는 앞으로 한 해 동안 어떤 계획을 펼칠 예정일까요? 일단은 수퍼비 씨, 언에듀케이티드 씨, 트웰브 씨가 전부 상반기에 앨범을 발표하셨는데요.

일단 다들 작업 욕구가 왕성하게 있어요. 시온이도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랑 작업하는 앨범이 4월 중순쯤에 아마 나오는 거로 알고 있고요. 연말까지 계속해서 내야죠. 저는 일단 올해 목표가 50곡을 내는 거예요. (작년에) 허슬하는 걸 조금 쉬어서요. 다른 (멤버) 친구들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친구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대로 둘 거기 때문에. 저는 권위적인 게 너무 싫어요. 친구들이 알아서 잘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LE: 영앤리치 레코즈의 컴필레이션 앨범 계획도 있나요?

일단은 개개인이 더 많이 보여줘야 할 거 같아요. 시온이나 트웰브 같은 경우는 아직 신예니까. 본인들의 음악으로 더 많이 보여주고, 컴필레이션 앨범에 관한 생각은 그다음에 해봐야 할 것 같아요.





LE: 알겠습니다. 남은 2020년의 수퍼비 씨와 영앤리치 레코즈에게도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팬들과 헤이터들에게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제가 그때 3년 전에 인터뷰했을 때, 헤이터 분들한테 이 목걸이 5천만 원짜리라고 했는데요. (웃음). 이번에는 시계까지 하고 왔습니다. 헤이터 분들. 여러분들이 저를 밟아도, 저는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수퍼비가 되어서 다음 힙합엘이 인터뷰 때는 이거 다섯 개, 열 개 하고 올게요. 

그리고, 팬분들한테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사실 제가 표현을 잘 못 해요. 부모님한테도 그렇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 하는데. 오늘은 할게요. 사랑합니다. 올해 30곡 조금 넘게 더 내보겠습니다. 수퍼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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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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