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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빈지노 (Beenzino)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19.08.09 20:04조회 수 22411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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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Beenzino)가 씬을 떠나 철원의 훈련소로 들어간 뒤에도 그의 이름은 수많은 이들의 가사 속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했다. 개성을 뽐내는 다양한 신예의 등장에도, 트랩 사운드가 기본 덕목으로 자리 잡은 2년 사이의 새 흐름에서도 그의 빈자리는 대체되지 않았다. 그렇게 공백기에서조차 사그라들 줄 모르던 기대감과 함께 빈지노는 전역을 맞이했고, 수많은 힙합 팬들의 눈길은 그의 다음 발걸음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사회인이 된 빈지노의 태도는 조금 다르다. 그는 이제 사람들의 인정을 바라지 않으며, '빈지노'라는 이름보다 '임성빈'의 삶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려 한다. 더는 손목에 값비싼 롤렉스 시계를 차지 않는다는 그. 커리어의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하려 하는 빈지노의 마음가짐을 신사동 한복판에서 직접 들어보고 왔다. (빈지노 인터뷰는 영상과 서면으로 둘 다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665UaMDOwc




LE: 우선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B: 아, 오랜만입니다. 충성! 빈지노입니다. 제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아무도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아서 제가 힙합엘이를 찾아 왔고요. 날 찾지 않은 놈들은 각오해라 진짜. (웃음)





LE: 2월에 전역하신 후, 다시 사회인이 되신 지 어느새 반 년 정도가 됐더라고요.

아, 진짜 너무 빨라요. 너무 빨라서 요새는 진짜 그냥 다시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요. 어떻게 살아요 이걸?





LE: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시 사회에 적응은 한 것 같으신가요?

이게 적응을 한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 혼란스러워요. 진짜 방금 말한 것처럼 다시 군대에 가고 싶어요. (LE: 어떤 이유일까요?) 거긴 그냥 느릿느릿하니까요. 시간이 X라 안 가니까. 근데 X라 안 가서 힘든 게, 너무 빨리 가서 힘든 것보다 나은 것 같아요. 너무 빨라요 세상이. 호흡이 너무 빨라요.





LE: 아무래도 직업이 뮤지션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어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일단 저한테는 너무 삶의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져요. 공연도 많이 하고 그러는 직업이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LE: 입대 전에는 재지팩트(Jazzyfact)의 멤버로서 저희와 함께 마지막 인터뷰를 하시기도 했어요. 그때 이런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군대를 미룬 건 단순히 가기 싫어서, 매를 늦게 맞기 위해 늦춘 거다"라고요. 실제로 늦게 맞은 매는 어떠셨나요? 많이 아팠나요?

(웃음) 여러분들이 예상하셨듯이,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아, 그냥 빨리 올 걸'. '그냥 [12] 앨범 내고 왔어야 했다'. 전역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 그때 왔으면 지금 전역했을텐데…’ 이런 생각을 수없이 했죠.





LE: 결과적으로는 늦게 입대하신 걸 후회하는 듯하네요?

결과적으로 후회하는데,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웃음)





LE: 대부분의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상황이었잖아요. 나이 차이 덕분에 같이 생활하던 분들이 우대를 해주진 않았나요?

일단 저희는 전원 동기제라서, 누구든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어요. 입대 초반에는 2015년에 입대한 분들이 있었는데도 다 착한 친구들이었고, 저도 부당한 대접을 받으면 가만히 당하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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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과거 이야기를 하는 김에, 입대와 동시에 발표한 재지팩트의 [Waves Like] 이야기도 잠깐 해볼게요. 입대와 동시에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피드백을 나중에야 확인하셨을 것 같은데, 복무 중에 피드백을 챙겨보신 건가요?

일단 훈련소에 들어가기 직전에 댓글들을 조금 보고 그랬는데, 이후로 피드백을 챙겨볼 겨를이 없더라고요. 아쉽다는 평가가 제일 많았던 것 같긴 한데, 딱 그 정도로만 확인했어요.





LE: 개인적으로는 [Waves Like]의 완성도에 만족하시나요?

저도 좀 아쉬웠어요. 물론 어느정도 재밌게, 열심히 작업은 했지만, 정말로 뭔가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되게 억지로 (기대에) 맞춰서 한 거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훈련소 들어갔을 때 X나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입대 전까지 계속 달려 왔으니까요. 달려온 것도 처음에는 좋아서 달렸지, 나중에는 뭔가 또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면서 일이 되어버린 거죠.

어느 순간부터 저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해왔던 것 같아요. 재지팩트 작업할 때도 그게 드러난 거죠. 물론 팬분들의 기대에 맞추는 것도 저한테 필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게 너무 과도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재지팩트 앨범 하나 더 낸다고, 군대도 늦게 가서 이렇게 이 나이까지 있나 싶기도 했었고요.





LE: "입대 전에 재지팩트 앨범을 내고 가겠다”라는 말을 괜히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네, 괜히 한 것 같아요. 진짜 제가 내고 싶었던 거면 상관 없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안 그랬어도 되는 것 같거든요. 당시에 제가 겁을 많이 먹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제 모든 커리어가 멈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근데 그 정도로 크게 생각할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저한테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좋은 휴식이었어요. 뮤지션으로서는 독이었을지 득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는 미친듯이 일만 하다가 입대를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시야도 넓어졌고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경험을 참고해서 살려고 해요.





LE: 재지팩트는 [Waves Like]을 발매하고도 입대로 인해 특별한 활동을 못 했잖아요. 조금 이른 질문 같긴 하지만, 재지팩트로서의 새 행보는 예정된 바가 있나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재지팩트 다음 앨범은 내고 싶을 때 낼 것 같습니다. 어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해요.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면 자꾸 주변을 의식하게 되니까, 막 혼란스러워진단 말이에요. 10년 뒤든, 50살이 되서 내든 제 맘이니까. 그래서 아직은 모르겠어요.





LE: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새 앨범에 큰 관심이 없으신가요?

시미는 저보다 더 심하죠. 스님이에요. 걔는 뭐 그냥… 작업하고 우리끼리만 들어도 된다고 할 정도예요. 너무 쿨해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LE: 본격적으로 음악 관련 질문을 좀 드려보고 싶어요. 군대라는 공간이 어떻게 보면 단절되고, 억압된 공간이잖아요. 그런 공간이 아티스트한테는 더욱 견디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했어요.

근데 아마, 저처럼 그림 그리고, 음악 하는 친구들이 이런 걸 느꼈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군대에 있을 때 더 많이 그리고, 더 많이 뭔가를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밖에 나오면 쓸 데 없는 것들 X나 많잖아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디씨티, 댓글, 이런 한국 영화처럼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 널려있다 보니까, 오히려 군대 안에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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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오히려 더 중요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거네요.

네. 오히려 그런 제약이 아티스트로서 더 불을 지필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오히려 밖에 나오고 나서 다시 돈 벌고, 공연하고 하니까 그럴 시간이 없어요.





LE: 전역 후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신 것 같기도 한데요. 군대에서 나오면 뭔가 더 많이 해내고 할 줄 아셨는데, 그게 아닌 거잖아요.

그러니까요. 이래서 제가 요즘 혼란스러운 거에요. 나오면 또 나왔다고 뭘 보여주라고 하고, 조금 거친 애들은 ‘음악 별로다’, ‘맛탱이 갔다’ 이러면서 X랄하지. 그런 것들이 너무 잘 보이니까 더 짜증나기만 해요. 그래서 그냥 그런 댓글들은 이제 안 봅니다.





LE: 또 군대라는 공간이, 개개인이 발가벗겨지는 공간이잖아요. 직위나 이름값이 다 소용없게 되는 곳인데, 그렇기 때문에 느껴진 시선이나 불편함 같은 건 없으셨나요?

전혀 없었고, 너무 좋았어요. 저는 그냥 거기서 애들이랑 같이 생활하는 한 사람이었어요. 애들도 다 저를 성빈이라 부르거든요. 형이라고 부른 사람? 한 명도 없었어요. 다 "야, 성빈”, “미친놈아”, “X새끼야”, 그러면 전 또 “뭐? 죽을래?” 이러면서 어울렸으니까.

더 옛날처럼 살 수 있어서 ‘그래, 나도 그냥 X신이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물론 애들 휴가 나갈 때마다 어디다가 싸인 해달라고 하면 해주고,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요. 그 외에는 정말 친구처럼 지냈어요. 또 군대에선 별거 아닌 거로 싸우잖아요. 저도 똑같이 싸우면서 지냈고, 훈련하다가 한 명 어기적거리면 뭐라 하고. (웃음) ‘빈지노’가 아니라 그냥 ‘임성빈'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LE: 말씀하시는 걸 계속 듣고 있으니까, 좋은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받고 돌아온 느낌이네요.

네. 저는 생각보다 너무 좋은 기억이 많아요. 다시 돌아가고 싶다니까요? (전원 웃음) 





LE: 그런 생각을 전역하고 나서 하게 된 건가요? 아니면 군대 안에 있으면서 계속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군대 안에 있을 땐 생각이 바뀌었다는 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중간에 스테파니랑 얘기하거나 할 때 조금 제 생각이 바뀐 걸 눈치 채긴 했는데, 나오니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직접 느끼게 됐죠. 예전에는 그냥 저밖에 몰랐던 것 같아요. ‘내가 하는 모든 일, 그 위에는 어떤 것도 있을 수 없다’ 이런 느낌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것들이 중요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여자친구같은 경우는, 실제로 내가 군대에 가서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군대가 제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LE: 조금 더 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 인간적으로 변했다는 거겠죠?

그렇죠. 막 <보헤미안 랩소디>, <로켓맨> 보면 아티스트들이 중간에 사람들과의 관계로 완전 망가지잖아요. 그래도 그건 좀 피하게 된 것 같아요.





LE: 또, 군 복무 중에 창작 능력이나 음악성이 무뎌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하기도 하셨나요?

걱정이 됐죠. 실제로 무뎌지기도 하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해요. 좀 무뎌지면 어떠냐. 그냥 무뎌지게 놔두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열심히 안 멈추고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또 저한테 이득이었던 게, 우리나라가 힙합 아티스트들이 군대를 안 갔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사이에서 저는 군대를 갔으니 더 좋아해주시기도 할 거고요. 





LE: 실제로 안에서 음악은 많이 들으셨나요?

싸지방에서 많이 들었죠. 시미가 CD플레이어를 보내줘서 CD플레이어로도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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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주로 어떤 음악을 많이 들으셨나요? 군대에 계신 사이에 힙합 씬의 흐름도 많이 바뀐 것 같은데요.

식스나인(6ix9ine)도 접했고, 릴 펌(Lil Pump)도 접했고, 그리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앨범을 제일 좋게 들었고요. 이외에도 잡다한 거 많이 들었어요.





LE: 한국 힙합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아요. 특히 군대에 계실 동안 한국 힙합 씬에 신인들이 엄청나게 등장했잖아요.

네. 저희 회사 실장님이 한국 힙합을 좀 추천해주셨는데, 제가 스스로 찾아 들었던 건 재키와이(Jvcki Wai)가 기억 나네요. 재키와이 듣고 너무 좋아서 부대에 퍼뜨렸어요. 재키와이 들어보라고, X된다고. 뭐 그때 애들은 ‘에…’ 이랬죠. 그러다가 또라이같은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걔가 아니나 다를까 재키와이를 듣고 느낌을 알더라고요. 그래서 걔랑 저랑만 둘이 듣고 그랬어요.  또 브래디스트릿(BRADTSTREET)도 접했고, 릴러말즈(Leellamarz)도 그때 알게 됐고, 제네 더 질라(ZENE THE ZILLA)도 그때 알았고, 그랬었죠.





LE: 휴가 때 킨 라이브 방송에서는 또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를 좋게 들었다고도 얘기하신 것 같은데요.

처음에 나왔을 때는 그냥 ‘개듣보'라고 생각을 했는데, 자꾸 눈에 띄면서 좋게 들리더라고요. 그러다가 [HOODSTAR] 앨범을 듣고는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랑 차인철(디자이너) 형이랑 같이 음악 얘기를 자주 해요. 제가 복무 중에 인철이 형한테 한국 힙합을 많이 물어봤는데,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랑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 같은 음악 스타일 얘기를 하더라고요. “요새는 이런 거다”, “너도 이런 거 해야 돼, 마약 팔면서 이런 거 해야 돼” 이러더라고요. (웃음) X나 웃겼죠.





LE: 실제로, 지난 2년 사이에 힙합 사운드의 판도나 유행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군대에서 그 흐름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위기감도 느꼈던 것 같고,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재밌기도 했고요. 근데 전체적으로 되게 유행하는 스타일이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의 고질병, 비슷비슷한 거. 그래서 저도 걱정이 많이 돼요. ‘딩고’에서 나오는 음악들이라던가, 요즘 차트에서 잘 되는 음악이나 그런 것들이 다 비슷하잖아요. 당연히 아닌 것들도 너무 많은데, 한국은 히트하는 공식이 있으면 X나 잘 되잖아요. 그게 짜증나는 거죠.





LE: 그래도 전반적으로 바뀐 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나요?

그런 편이에요. 너무 유행에 편승하는 경향도 있다면 있지만, 힙합이 또 유행 빼면 시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다만 그 안에서 다양성이 생겨나면 좋을 것 같아요.





LE: 실제로 복무 중에 가사 작업같은 것도 많이 해놓으셨나요? 이센스(E SENS) 씨같은 경우에는 출소할 때 노트를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나오셨잖아요.

그 형은 글쓰는 사람이에요. 그 형은 그런 영감을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저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가 랩을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그림을 많이 그렸죠. 그래서 “OKGO” 커버 아트라던가, “Fashion Hoarder” 커버 아트는 다 그때 그린 스케치에서 나왔어요.





LE: 음악 작업보다는 전반적인 설계에 집중한 느낌이네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식으로 뇌가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뭘 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했어요.





LE: 이제 전역을 하셨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사람들의 기대가 엄청나게 쏟아지더라고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았어요.

부담이 되긴 하죠. 되게 부담이긴 한데, 또 한편으론 그게 감사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입 닥치고, 노래 내고 싶은 거 내고 작업하고 그러고 있어요.




LE: 그렇게 작업하면서 처음으로 발표한 곡이 “OKGO”에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업이 진행된 곡인가요?

말출 때, 제가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에 출연하기로 결정했거든요. 그때 센스 형이랑 뭔가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무대에서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곡이고, 센스 형한테 들려준 후에 같이 캐주얼하게 작업한 곡이죠.





LE: 곡에 이센스 씨가 잘 맞을 것 같아서 제의를 했던 건가요? 아니면 이센스 씨와 하고 싶은 무언가에 곡을 맞춘 건가요?

저는 곡에 센스형이 되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센스형도 갇혔다가 돌아온 사람이고, 저도 사실 그렇잖아요. 군대라는 공간이, 물론 너무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감옥 한 발자국 뒤같이 느껴졌었거든요. 그 정도의 답답함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OKGO”의 키워드는 ‘회귀’입니다. 회귀를 한 사람들.





LE: 사실 곡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의아해했던 게, 사운드 자체가 ‘요즘 트랩’의 느낌이잖아요. 두 분 다 그런 곡을 많이 만드셨던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놀랐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진지 빨고 싶지 않았어요. 진지해질 뇌 상태도 아니었고요. 그런 진지한 노래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이 노래는 그냥 단순히 말출 때 나온 느낌을 담아서 편하게 작업한 곡이에요.





LE: 팬 분들이 “OKGO”를 듣고는 "릴 지노가 돼서 돌아왔다" 이런 말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내가 ‘릴 지노’를 하던, ‘빅 지노’를 하던 뭔 상관이야. 입 닥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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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OKGO”의 타이틀이 한자어 옥고(獄苦, 옥살이를 하는 고생)를 뜻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어요. 혹시 의도한 건가요?

그건 완전 우연이었어요. 그런 말도 되겠구나, 어쩌면 이건 운명이겠구나 생각했죠.





LE: 실제로 “OKGO”에 대해서 본인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세요? 곡의 퀄리티에 만족하시나요?

노래 자체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불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믹싱할 사람도 늦게 구하고 해서 애를 먹었고, 그래서 불만족스럽긴 하죠. 아쉽긴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내고 싶었어요.





LE: 오토튠의 사용도 눈에 띈 곡이었어요. 오토튠도 곡의 분위기에 맞춰서 일부러 사용하셨나요?

가볍게 작업한 김에 써 본 거에요. 여담인데, 제 여자친구가 오토튠을 진짜 싫어해요. 오토튠을 써서 들려주면, “나는 오토튠 잘 모르겠어” 계속 이러거든요. 근데 오토튠 써보면 X나 재밌어요.





LE: 실제로 평소에 잘 쓰지 않으시던 오토튠이라서, 재밌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따지면 사실 오토튠도 종종 써왔거든요. 심지어 옛날에, 재지팩트 할 때 “Addicted” 때도 오토튠을 썼고.





LE: 반대로 빈지노 씨의 오토튠 사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쪽도 있었어요. 요즘 래퍼들이 다 쓰는데 빈지노까지 오토튠을 써야겠냐는 의견인 것 같은데요.

그게 뭐 대수야, 다 쓰는데. 다 쓰는데 나는 쓰지 말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그건 뭐 자기 자유니까요. 싫으면 안 들으면 되는 거죠. 오토튠은 그냥 음악적 장치일 뿐인데 거기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나. 저는 아무 거부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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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또 최근에는 새 싱글 “Fashion Hoarder”를 발표하셨어요. 제네 더 질라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곡인데, 어떻게 시작된 곡인가요?

옷정리를 하면서 나온 곡이었어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요즘의 저를 표현한 곡이죠. 사람들도 청소할 때 들었으면 좋겠어요.





LE: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군대에 가보니까, 삶을 사는 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돈을 벌고 나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너무 많은 걸 샀어요. 스타일리스트를 두지 않고 대부분 제 옷으로 해결하니까, 옷이 많이 필요해서 많이 산 거죠. 근데 필요 이상으로 너무 산 것 같아요. 옷가게를 가면 막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알고 하니까, 그냥 막 사는 거에요. 가격도 안 봐. 어차피 이 안에 있는 거 다 살 수 있으니까 가격도 안 보고 막 사는 거죠. 그걸 나중에 되팔지도 않고, 가격표도 안 떼고.

사실 너무 많으면 또 뭘 고를지 모르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서 불행이 왔던 것 같거든요. 공연 갈 때 항상 뭐 입을지 고민하다가,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까 조합하는 데 스트레스 받고 그랬단 말이에요. 군대에서도 쇼핑 졸라 했어요. 싸지방에서 1,000만원, 2,000만원 긁고 그랬는데, 제가 속이 허하니까 자꾸 뭔가 사는 거라는 걸 알게 됐죠. 막상 휴가 나와서 대충 입고 다녀도 편하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옷을 비우기 시작했어요.





LE: 실제로 SNS 등에서 보이는 모습을 봐도 많이 담백해진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비싼 옷차림 말고 내세울 게 없었나봐요. 근데 지금은, 그냥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생각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롤렉스도 안 찬지 진짜 오래 됐어요. 버린 악세서리도 많은데, 그 중에서 몇 개만 남겨놨거든요.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요. 사람들도 어차피 몰라요. 내가 이걸 언제 샀고, 언제 했는지.





LE: 실제로 “Fashion Hoarder”의 내용을 두고 사람들이 분석하길, 예전 모습을 벗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도 있긴 한데, 보다 정확한 시작은 그거였어요. 후배들이 있잖아요. 얘네들은 이제 옷도 많이 사고, 한창 많이 필요할 때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내 옷을 다 가져가라. 혹은 내가 누렸던 명성을 너희도 누려봤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 훈훈한 마음가짐이 있던 것 같아요.





LE: 특별히 피쳐링으로 제네 더 질라 씨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제네 더 질라의 스타일이 너무 좋아요. 자기 스타일이 확실하고, 하는 말과 뱉는 단어에서 자기의 색채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혐오스러운 표현도 별로 안 쓰는 친구고, 인간적으로도 좋았고. 사실 곡 작업하기 전에는 친분이 없었어요. 그냥 <랩하우스> 처음 놀러 갔다가 처음 보게 되서 좋게 생각하고 있기만 했어요. 그 ‘돈,돈,돈,돈’거린 싸이퍼 보고도 X나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주고, 바로 작업해서 보내주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이제 몇번 만나서 IAB 작업실도 놀러 오고, 걔네 친구들도 같이 만나서 놀아 보고, 밥 먹고, 같이 쇼핑가고, 작업실 짐 같이 옮겨주고. 그러면서 많은 얘기를 했어요. 또 제가 군대 갔다와서 하고 있는 것중에 ‘반말 캠페인’이 있는데, 말도 저랑 깔끔하게 잘 놓고. 단시간에 끈끈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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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아티스트들과 짧은 시간에 친해졌다는 게 되게 재밌네요.

그 전에는 제가 뮤지션들이랑 잘 놀지는 않았어요. 진짜 오랜만에 뮤지션 친구들이랑 작업실에서 같이 뭐 하고 그런 거에요. 음악 작업을 했다는 것도 아니고요. 진짜 그냥 청소하고. 가구 옮기고. 배치 고민하고. 회 먹고. 또 걔네가 볼링 치러 가고 싶다고 절 막 조르는 거에요. 그때 어반자카파의 “서울 밤” 피쳐링을 맡았어서, 오늘은 진짜 작업 해야 한다고 뺐죠.

그렇게 헤어지는가 싶더니, 또 커피 한 잔만 마시자는 거에요. (전원 웃음) ‘그래 커피…’ 이러면서 결국엔 한 새벽 2시까지 허송세월을 보내게 됐죠. 그러고 나서 ‘아… 지금부터 가사 쓰기 시작하면 언제 끝나나’ 이랬는데 다행히 새벽이 가기 전에 “서울밤” 가사가 다 나왔어요. 작업할 때는 많은 시간을 쓰는 것보다, 재밌는 시간 보내면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걸 느꼈죠.





LE: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세대 래퍼들 중 제네 더 질라 씨를 제일 많이 아낀다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야망꾼]에서 피쳐링으로 한번 더 협업하기도 했고요.

네. 최근에 친해지게 되고, 짧은 시간에 많은 대화를 해서 호감이 가는 친구에요. 심지어 이제 앰비션 뮤직(Ambition Musik)에 들어왔으니까. 근데 제네 더 질라만 아끼는 게 아니라 릴러말즈도 아끼고, 걔도 진짜 골때려요.





LE: 그 외에도 현재 빈지노 씨가 주목하고 있는 국내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굳이 힙합 쪽이 아니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오존(O3ohn)이라는 친구를 만났고, 92914라는 팀도 만났고, 소금(sogumm) 씨도 만났어요. 소금 씨랑 원래 작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소금 씨의 카리스마에 제가 압도당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한 노래가 하나 있거든요. (LE: 쫄리셨네요…) 완전 개쫄렸어요. 그 트랙이 완전 장난 아니었는데, 저도 그래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이외에도 주목하는 사람은 너무 많죠. 우리 앰비션 식구들만 봐도. 최근에 들어온 제네 더 질라, 릴러말즈도 있고. 효은이도 요새 완전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고 있고. 창모는 거의 지금 최고를 달리고 있고. 걔는 특별하죠. 해쉬스완(Hash Swan)도 가사 같은 걸 제가 참고하게 되더라고요. 앰비션 뮤직에서 벗어나서 보자면,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재키와이도 있고, 릴체리(Lil Cherry), 지토모(Jito Mo)도 있고, 너무 많네요.





LE: 생각해보면, 어느새 씬에서 '선배 아티스트'가 되셨어요. 예전엔 선배들과 작업을 많이 했을 테고, 요즘에는 후배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로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그렇게 큰 차이는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는 옛날 선배 뮤지션들의 감정을 조금 이해하게 됐죠. 저도 십 년이 지났고, 나도 이제 그런 단계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LE: 커뮤니티 유저분들이나 신인 아티스트들의 발언을 보면, 생각보다 먼저 씬에서 활동했던 선배 래퍼들에 대한 예우가 많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그거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예우, 나이,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것들 되게 불필요한 것 같아요. 힙합 씬 뿐만 아니라 어디든 간에.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존댓말을 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힘이 나이 많은 쪽으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그걸로 자기는 무슨 자격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적은 사람은 자기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지 못하고, 그렇게 소통이 안 되어서 퇴보하는. 그런 것보다는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LE: 그렇다면, 그런 면에서 빈지노 씨가 리스펙하는 분이 있나요?

가회동에 사는 가회동 빈센트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분을 제가 <SBS 스페셜>을 통해서 봤거든요. 자기 인생에 뭐가 필요한지를 스스로 묻고, 그걸 자기가 직접 만들어요. 자기가 쓰려고 만들었기 때문에 더 정성스럽게 완성이 되는 거죠. 그분이 되게 쿨했어요. 그분 나이가 예순 여덟 정도 되시는데, 자기를 빈센트라고 부르던가, 그냥 ‘야’라고 부르라고 하는 분이세요. 저는 그런 사람들한테 강력한 인상을 받아요.





LE: 세상이 조금 더 쿨해지고, 평등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 듯하네요.

그쵸. 물론 이런 게 두려울 수는 있거든요. '내가 기가 센 동생한테 말을 놓으라고 했다가 나한테 X랄하면 어떡하지?’라고. 근데 그러면 안 보면 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래서 앰비션 친구들도 그렇고, 다 말을 놔요. 





LE: 팬 분들의 피드백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아무래도 빈지노 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내려갔던 적이 없잖아요. 빈지노는 항상 우리를 만족시켰고, 항상 탑 급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의 입장에서는 큰 고충일 것 같기도 했어요.

맞아요. 왜냐하면, 내가 완벽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거든요. 계속 그렇게 기대해주고, 계속 그렇게 찬양해 주잖아요? 내가 완벽해야만 하고, 어쩌면 완벽할 수도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되게 불행한 삶인 것 같아요. 물론 뭐 항상 좋으면 베스트지지만, 좀 못해도 상관 없다는 거죠.





LE: 그런 생각을 군대에서 더 많이 하게 된 건가요?

군대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모든 명성이 없어지는 환경에 놓여지다 보니까, 중요한 걸 볼 수가 있더라고요. 그냥 음악 없이 ‘나'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느꼈어요. 예전에는 음악이 곧 나고, 빈지노가 곧 나다. 내가 작업할 때는 누구도 내 시간을 방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정도 되는 사람이고, 얼마를 받고, 유명하니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LE: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나 치열한 마음이 창작에 도움이 되지는 않나요?

아니에요. 옛날에 저를 아무도 몰랐을 때나, 갓 인지도가 올라왔을 때 정도에는 그런 치열함이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저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요.





LE: 이번 두 싱글에 대해서도 여러 피드백이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24:26], [12]의 빈지노를 기대하는 리스너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 이런 피드백도 신경을 쓰시는 편인가요?

신경을 써야죠. 하지만 그게 또 전부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감정 상태에요. 그리고 내가 예전의 그 느낌을 지금 할 수 있는지의 문제도 있으니까,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죠. 물론, 그런 팬들의 반응이 ‘틀렸다’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도 당연히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으니까, 충분히 이해하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그런 의견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프라임타임'이 있잖아요. 그게 저하고 제일 잘 맞았던 시기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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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빈지노 씨가 생각하는 본인 커리어의 프라임 타임은 언제인가요?

[Up All Night] 앨범 냈을 때.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는 여러 가지를 신경 안써도 괜찮을 때였어요. 너무 유명하지도 않았고, 너무 바닥이지도 않아서 여러모로 재밌던 시기였죠.





LE: 사실 빈지노 씨가 타겟층이 넓은 편이다 보니, 팬들이 기대하는 방향도 가지각색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24:26]의 밝고 일상적인 면을, 누군가는 재지팩트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또 힙합 리스너들은 “January” 같은 곡을 바라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그분들이 전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팝적인 것도 좋아하고, 완전 힙합도 좋아하고, 완전 생뚱맞은 거를 좋아할 때도 있어요. 확실히 어디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LE: 그러다 보니까 여러 타겟의 취향을 전부 충족하기 너무 힘들 것 같은데요.

절대 못 맞춰요. (웃음) 죄송합니다. 못 맞추겠습니다. (전원 웃음)





LE: 혹시 조금 더 '힙합'스러운 음악에 힘을 쏟을 생각도 있으신가요?

확실히, 내 음악을 하고자 할 때 그쪽으로 제 주파수가 당겨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 앨범을 작업한다고 했을 때는 동갑이 형이나 도끼가 판을 짜주고 거기에서 놀면 돼요. 그런데, 제가 그런 판을 먼저 나서서 만드는 뇌는 저한테 없어요. 그런 힙합적인 것에 대한 욕망은 딱히 없는 상태랄까?





LE: 저희가 봐도 빈지노 씨가 힙합씬에만 속해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어요.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에이셉 라키(A$AP Rocky)가 되고 싶고, 드레이크(Drake)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벡(Beck) 같은 아티스트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죠. 다양한 방면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니까. 그냥 힙합 아티스트로만 분류하는 건 이제 하지 맙시다. (전원 웃음)





LE: 나는 힙합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내가 과연 그냥 힙합 아티스트인가?’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그것만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LE: 그럼 최근 빈지노 씨가 가장 영감을 받은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요즘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그리고 브록햄튼(Brockham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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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래도 대체로 힙합적인 뮤지션인데요? (웃음)

다시 힙합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원 웃음) 근데 타일러와 브록햄튼 앨범이 좋았던 건, 랩만 있는 게 아니라 멜로디컬한 요소나 음악적인 장치가 많아서였어요. 그들이 다루는 주제도 유니크하고.





LE: 그럼 빈지노 씨가 직접 생각하는 ‘팬들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음악’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팬분들이 빈지노를 너무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잖아요.

진짜 뭘까? 근데 그런 거를 생각하면 작업이 진짜 힘들어져요. 예를 들면, “Always Awake”를 사람들이 지금까지 좋아하니까 그런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마음 가짐을 가지면, 되지도 않은 말을 지껄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럼 작업이 불행해져요. 그렇기 때문에, 팬들이 나한테 뭘 원하는지는 평생 모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LE: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빈지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고 들어야 제대로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아요. 반대로 말하면, ‘처음에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라는 의견으로 부정적이게 들릴 수도 있잖아요.

저도 그런 피드백을 봤어요. 이제는 다들 약간 습관처럼 하는 말 같기도 한데. (웃음) 물론 음악이 별로인 걸 수도 있죠. 저도 그런 의견에 대해 아쉽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이 상할 때도 있긴 해요. 근데 며칠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좋은 음악 하나 더 만들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바뀌죠.





LE: 결국 또 증명하면 된다는 걸까요?

증명은 필요 없어요. 아니 뭘 또 증명해? 진짜 x나 피곤해요. 왜 증명을 해야 하나 싶어요. 제 음악을 사고 싶으면 사는 거고, 사기 싫으면 안 사면 되는 거예요. 그 와중에도 저를 서포트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 보잘것없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나를 좋아해달라고 구걸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게 구걸하는 순간 불행해지더라고요.

그래야 삶이 재미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계속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모든 선택을 부모님의 기대에 입각해서 결정하고, 모든 한순간 한순간에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게 너무 싫거든요. 그래서 레고도 싫어해요. 내가 지어야 할 거를 알려주고, 순서까지 정해서 일일이 하나하나 체크하는 게 제 성격에는 너무 안 맞아요.





LE: ‘빈지노의 적은 빈지노’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비교 대상이 없는 편이다 보니, 결국 본인의 과거와 싸워야 하는 입장인 것 같기도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를 남이랑 비교하거나 누구를 의식하지는 않아요. 물론, 식케이(Sik-K), 창모(Changmo), 더콰이엇(The Quiett) 형이 다 나오는 “The Fearless Ones” 같은 트랙에서는 ‘나도 안 밀리고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기도 하죠. 그래도 평균적으로는 그렇지 않아요.





LE: 남들과 치열하게 비교를 하지는 않나 보네요.

사실 옛날에는 그런 게 중요했어요. 래퍼라면 남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트랙이 있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예요.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면 안 하는 거고.




LE: “The Fearless Ones” 작업은 어떠셨나요?

저는 되게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근데 창모 벌스를 듣고 ‘와 이 새끼, 이거를 어떻게 한 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LE: 그럼 본인은 “The Fearless Ones”에서 몇 등인가요? (웃음)

저는 2등. 어우, 창모 1등. 식케이 3등, 동갑이 형은 마음이 넓으니까. (전원 웃음)





LE: 더콰이엇 씨는 비 맞으면서 뮤직비디오까지 찍으셨는데. (웃음)

동갑이 형은 저의 이런 보잘것없는 피드백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에요. (웃음) 아마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러실 분이라. x나 멋있게. 아 오케이, 오케이 바꿀게요. 창모 1등, 식케이 2등, 내가 4등. (전원 웃음)





LE: 다른 질문을 드려볼게요. 커리어 초기에 어울리던 래퍼들에게는 동생으로서, 현재는 신예 래퍼들에게 큰형님으로 비춰지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한데요. 선배가 된 본인의 포지션이 편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선배가 되고 싶지 않고, 그냥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게 첫 번째에요.





LE: 그래도 주변에 선배를 바라는 동생들이 있기도 하잖아요.

근데 제가 그렇게 동생들을 이끄는 스타일은 아니라, 그러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지. (웃음)





LE: 선후배 외에도 빈지노 씨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모기'들이 많아요. 나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죠. 그거에 대해 저도 요즘 고민이 많아요. 물론, 제 주변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채워요. 다행히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없어요. 옛날에 한 명 있었는데, 이제 떠났어요. 사실 제가 모기 색출을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저는 진짜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 중에서 저를 빈지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냥 저는 임성빈이죠. 게다가 제 친구들은 (SNS에서) 자기를 태그하는 거를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싫어해요. 여러모로 저는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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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빈지노의 다음 앨범일 거예요. 복귀 이후 앨범 작업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내년을 생각하고 있어요. 정규일지 EP일지는 고민 안 해봤어요. 어찌 됐든 지금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밖에 없어요.





LE: 생각하는 구성이나 예상하는 프로듀서 라인업은 있나요?

피제이(Peejay), 시미 트와이스는 같이 할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둘과의 협업이) 제가 작업하는 기본적인 환경이 됐고, 그 환경이 저한테는 너무 중요해요. 하지만 다른 새로운 사람들과 어떻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항상 하던 것과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도 늘 고민하고 있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제가 하고 싶은 거를 하고 싶어요. 다행히 그동안은 결과를 의식하고 작업하지는 않았어요. ‘결과가 좋아야 한다’ 이런 생각보다는, 내가 이거를 하면서 최대한 재미있게 할 수 있냐가 중요했죠. 그래서 요즘은 인스타그램도 잘 안 하고, 커뮤니티도 잘 안 보려고 해요. 잡음이 많이 안 끼는 게 제일 중요하죠.





LE: 여담이지만, DC 트라이브나 힙합엘이에 있는 커뮤니티 같은 반응도 좀 보시나요?

보면 웃기긴 하는데, 잘 보지는 않아요. 거기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대부분 우리가 핸드폰으로 접하는 모든 것들이 저에게 유익하지는 않아요. 전반적으로 너무 자극적이죠. 너무 자극적이라 저는 조금 그래요.

제가 얼마 전에 프로듀서 아프로(Apro)라는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가 LP를 듣길래 “왜 LP를 듣는 거야?”라고 물어봤어요. 제가 들을 때는 사실 그렇게 사운드가 풍부한 거 같지도 않고, 사운드 자체가 얇은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아프로가 유튜브는 자기가 생각해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제안하는 거를 수동적으로 받는 느낌인데, LP는 자기가 찾아서 듣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그리고 자기의 의지로 뭔가를 하는 재미가 있다고. 저도 그 얘기를 듣고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런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LE: 혹시 피제이, 시미 트와이스 씨 외에 ‘1 MC 1 PD’ 같은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은 프로듀서는 없나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제는 다 너무 좋고 잘하긴 하는데, 제 스타일에 맞는 자연스러운 사운드는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지금은 저희끼리도 아직 그게 어떤 건지를 못 찾아서... 계속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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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더콰이엇 씨가 [glow forever]로 엄청난 변화를 이뤄낸 것처럼, 빈지노 씨도 아예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준비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런 사운드나 내용이 들어 갈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거를 하더라도, 제가 얘기하는 내용은 조금 더 새롭거나 달랐으면 해요. 저는 그런 음악에 담긴 내용적인 클리셰가 흥미롭지 않아요. 제네 더 질라의 “CLEAR VISION” 피처링도 재미있었던 게, 어떤 농부의 이미지를 그리는 게 너무 신선했어요. 요즘 스타일을 하더라도 저는 이렇게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을 추구할 거예요.





LE: 현재 빈지노 씨가 세상에 당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건가요?

이 인터뷰를 통해서 정말 많이 전달하고 있어요. 돈으로 사랑을 사지 못한다,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거. 그리고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는 거. 이런 인생에 대한 여러 시각이 담기지 않을까 싶어요. 옛날부터, 그리고 최근까지 가장 관심이 있는 건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예요. 혹은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고.





LE: 지나가는 말이지만, 혹시 본인만의 서브 레이블이나 후배 육성 등은 여전히 생각이 없을까요?

레이블의 수장에 대한 욕망은 여전히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 저는 그래서 스윙스(Swings) 형이나 더콰이엇 형, 팔로알토(Paloalto) 형들이 다 너무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리더가 되고 싶은 DNA가 전혀 없어요. 나중에 거지가 될 운명인가 보죠. (웃음)





LE: 그럼 일리네어 레코즈나 앰비션 뮤직의 운영 관련해서는 관여를 거의 안 하시나요?

의견 정도만 내고, 같이 걱정하는 정도랄까? 동생들이 힘들어하는 게 있으면 얘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제가 이때까지 커리어를 이어오며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패턴을 동생들이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제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죠. 그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소통하면서 같이 고민을 풀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LE: 혹시 앰비션 뮤직에 빈지노가 별도로 데려오고 싶은 사람도 있나요?

지금은 전혀 없어요. 아오, 지금도 너무 많아요. (전원 웃음) 지금만 해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각 멤버를 어떤 생각으로 영입했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같은 동료 뮤지션으로서 너무 다 환영합니다.





LE: 별도로, IAB 스튜디오(IAB Studio)도 어느새 카카오(Kakao), 게스(Guess) 등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하는 등 의류 브랜드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게 되었어요. 초창기부터 크루를 만들어온 입장에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저는 진짜 제 친구들이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이렇게 잘 되기 시작한 게, 제가 군대 간 이후부터거든요. 사실 제가 없을 때가 걱정이었어요. 왜 걱정이었냐면, 제가 저밖에 몰랐기 때문이겠죠. 내가 짱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걱정을 하지. 그런데 친구들은 저 없이도 너무 잘하더라고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제 마음가짐만 변했지, 친구들은 하고 싶었던 걸 계속 꾸준하게 진행 중이고, 여전히 순수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LE: IAB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는 없을까요?

“Fashion Hoarder” 노래와 관련해서 제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기부 플리마켓을 하게 됐어요. 우리의 사비를 털어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재미있게 빈티지 쇼핑도 하고. 그게 기부로 이어지는 행사를 만들어보고 있어요. 여러 사람들이 좋은 취지를 같이 경험할 수 있는 거죠. 사실 예전부터 기부를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수퍼비(SUPERBEE)가 기부하는 것도 보고, 재범이가 하는 거, 아이유(IU) 씨가 산불이 났을 때 기부하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나중에 따로 기부할 예정인데, 그 전에 조금 더 재미있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해서 기부 플리마켓을 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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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그리고 헤이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시겠어요?

돌아올 때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특혜를 받은 것 같아요. 과도한 관심과 환대에 약간은 면목이 없기도 해요. 저만 군대 간 게 아니니까. 팬분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서, 진짜로 너무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헤이터들에게는… 뭐 인터넷만 나를 싫어해. 너희도 나를 알면 싫어할 수 없을 거야. 헤이터들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이 '빈지노'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고, 음악 비즈니스를 보자면 그냥 이곳이 프로레슬링 판 같아요. 다 오락용인 것 같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내가 너희에게 뜯을 거리를 주는 거지, 오케이. 근데 거기서 상처는 안 받기로 결정했어요.





LE: 앞으로의 빈지노 씨를 더 기대해볼게요. 긴 시간 인터뷰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Beasel, 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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