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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석] 쿤디판다가 설계한 옴니버스의 종지부, 3부작의 피날레 <가로사옥>

김동현의핸드사인2020.08.07 15:05조회 수 1708추천수 26댓글 9

지난 몇 년간 쿤디판다를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가로사옥'이었다. 그가 설계했던 옴니버스의 종지부였고 3부작의 피날레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발매한 <쾌락설계도>에 이어 11월에 발매된 <재건축>은 가로사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특히 비앙과의 합작품인 <재건축>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의 적절한 밸런스, 그리고 가사적인 메시지가 큰 호평을 받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앨범'을 수상했다. 두 앨범은 최종 보스, 쿤디판다의 첫 정규 앨범이기도 한 <가로사옥>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신념과 생각들을 정리했다. 이제 <가로사옥>에서는 정리된 생각들을 완성된 하나의 건물로서 보여줄 차례다. 그에 앞서서 그동안 빌드업 과정을 거쳤던 두 앨범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결론이 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원래 결론을 지으려고 계획한 건 맞는데, 사실 <쾌락설계도>를 만들면서 <가로사옥>의 시놉시스를 다 짜놓은 상태였는데, 지금 2년이 지났잖아요. 그동안 생각이 몇 가지 바뀌었는데, 원래는 <쾌락설계도>를 통해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멋짐, 쾌락, 이런 것들을 좇기 위해 설계도를 만들고, 재건축을 하고, 시공이 끝났을 때, <가로사옥>으로 제가 뭘 원했는지 찾게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근데 스물두 살이 거의 끝날 때쯤의 저를 보니까 끝이 진짜 끝이 아니더라구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건 너무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다만, 작품이고 시리즈니까) 마지막에 결론이 있긴 해요."

 

 

- 2018년 10월, 힙합엘이와의 인터뷰 中

 

 

Chapter 1. <쾌락설계도> (2017년 9월)

 

<쾌락설계도> 앨범, 정확히 말하면 믹스테이프는 총 17트랙으로 구성됐다. 쿤디판다의 디스코그래피를 봤을 때는 5번째 믹스테이프였지만 옴니버스 구조의 출발을 알리는 믹스테이프이기도 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쿤디판다가 갖고 싶은 것들, 즉 쾌락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계가 담겼다. 동시에 자신이 말하고 싶은 불평과 씬에 대한 불만, 또 어린 시절부터의 회고록도 담겨 있다. <가로사옥> 시놉시스에 따르면 쿤디판다는 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자신이 휘둘렸었던 모든 쾌락과 예술인들을 현혹시키는 번뇌, 세속을 정리하고 싶었다. 특히 막연한 유명세와 티비는 래퍼들을 상품화 시키고 창작욕구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현재 상황들을 명확하고 짚고자 했다. <쾌락설계도>는 이와 같은 감정들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쇼미더머니를 향한 감정으로부터 믹스테이프가 출발된다.

 

쿤디판다는 2016년 쇼미더머니 5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실력파 래퍼라고 알려졌지만 '디스 래퍼' 이미지를 방송에서 남긴 채 2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쿤디판다라는 래퍼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소비되고 말았다. 그는 처음에 '방송으로 망친 이미지는 방송으로 잡아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쇼미더머니 6에도 출연을 고민했다. 지원 영상까지 촬영했지만 끝내 출연을 포기했다. 방송을 위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 앨범의 1번 트랙인 '현대극락'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며 출연 포기를 선언했다.

 

"박 터지는 꿈은 Show me the money

이 비유는 맞아. 근데 이거 믿고 탕진하면 바로 파산.

 

회사는 일을 땡겨와, 여중고딩들이 많이 오는 무대

가서 AR 깔고서 소리 지름 돈 돼.

나도 빽 있으면 좋을텐데, 마음 바뀌어서 똥꼬쇼 할 생각 부터 하는 추세"

 

- 쿤디판다 믹스테이프 <쾌락설계도> 中 '현대극락'

 

이 곡을 시작으로 쿤디판다를 향한 모든 쾌락들에 대한 설계도가 그려진다. 물론 방송뿐만이 아니다. 과거의 갈망과 질투심, 열등감 등에 대한 자기 고백적 가사들이 줄을 잇는다. 또 어린 시절의 따돌림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곡들도 있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자신의 말투와 성격에서 늘 묻어나는 반어적인 방식으로 불만들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것들이 모여서 쾌락을 향한 설계도가 됐다. 그냥 자신의 고민들을 풀어놓는 단계였다. 고민을 털어놨다면 고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게 <재건축>이 됐던 것이다. 무언가 3단계의 트릴로지를 자세히, 섬세하게 연결했다기보다는 지금 당장 쿤디판다가 갖고 있던 고민을 막 풀어놨던 믹스테이프였다.

 

 

3번 트랙에서 풀어놓는 학창 시절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자신의 성격이 바뀌게 됐던 계기를 풀어놓고 중국 상해 땅에서 당한 따돌림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짓밟아진 개미로 표현했다. 이제 와서 친한 척 연락이나 하는 친구들을 향한 분노, 그리고 미움이 표현된다. 그 뒤 트랙들에서 이어지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쾌락적 요소, 그러나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들. 'SNS, 겉치레 같은 선물들, 여자, 연락, 명예' 등등. 8번 트랙의 '지망생'도 의미가 큰 곡이다. 친구들은 원했던 것들을 얻어 가는데 자신만 불구덩이 행이라고 표현한 쿤디판다는 질투심과 시기를 드러냈다. 동시에 자신을 '난 그냥 뜨고싶은 지망생'이라고 지칭하는 그는 상당히 고백적이다. 동시에 우물 안의 개구리와도 같은 자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뒤의 트랙들에서도 고민이 이어진다. 자신을 잡아 당기는 중력과도 같은 고민이 없는 무중력 상태를 원한다. 또 반복되는 악몽과 깸, '진지충' 같지만 자신의 가사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상황들의 연속. 한편으로는 방송과 명예를 앞에 두고 예술인들을 향한 유혹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서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의 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지막 트랙 '산하엽'까지 이어지는 고민들의 나열은 이 앨범 그 자체다. 어떤 결론을 내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고민들을 나열하려 했다. '고민', 그것이 이 믹스테이프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Chapter 2. <재건축> (2017년 11월)

 

쿤디판다는 <쾌락설계도> 믹스테이프에서 짚었던 자신의 고민들을 <재건축>에서 사색했다. 17트랙에서 12트랙으로 줄었지만 그에 맞춰 각 곡에서는 단단하고 강한 그의 신념을 찾아볼 수 있다. <가로사옥>의 시놉시스에서 그는 <재건축>을 이렇게 표현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을 본다면, 이 단계는 바로 번데기일 때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고민들이 정리됐다고 해서 당장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재건축>이 <가로사옥>에 비해 사운드적, 구조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약간의 고통을 수반하며 마지막 단계인 <가로사옥>에서 아쉬움을 덜어내겠다고 말했다.

 

사실 <쾌락설계도>는 <재건축>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프로듀서의 기량 차이, 믹스테이프와 공식 음원 앨범이라는 차이 등이 이유로 꼽힐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이 더 뛰어났던 것은 생각이 정리되고 더 깊은 사색의 과정을 거쳐 정제되었기 때문이었다. 쾌락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트랙으로 나누어 불만을 표현하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감정을 드러내는 데 스토리와 예시만큼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없다. 쿤디판다는 '개미'와 같은 트랙처럼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감정을 삽입하여 설계도를 그려냈다. 재건축을 하는 과정에서는 이 감정들을 압축시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뱉게 됐다. 축약하여 은유적으로 한국 힙합씬을 비판하기도 하고 무언가 사색하는 과정이 드러나있다. 그리고 <재건축>은 <쾌락설계도>에 의해 완성됐다. 따라서 <재건축>이 상을 수상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쾌락설계도>도 다시 재조명됐다.

 

 

실제로 <쾌락설계도>는 <재건축> 앨범 구성에 큰 기반이 됐다. 이와 같은 연관성은 쿤디판다 인스타그램(@nothermaturesgold)의 '가로사옥' 스토리 하이라이트에서 엿볼 수 있다. 아래 단락에서는 이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굳이 이와 같은 연관성을 모르더라도 <재건축> 앨범 자체는 전체 트랙 간의 유기성이 있다. 이야기적인 유기성보다는 전체가 어우러지고 '쿤디판다'라는 사람의 머릿속을 가사로 적어낸 느낌이다. 또 1번 트랙에서 2번 트랙으로 넘어갈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처럼 음악적으로도 장치를 해 두었다. 이와 같은 장치는 앨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앨범이 3단계 구성의 옴니버스 중 중간 단계임을 아는 것이 지금은 더 재밌을 것 같다.

 

우선 1번 트랙인 'RANDOMCALL'은 인트로 형식이다. 그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또 자신이 속해 있는 힙합씬에 대한 생각을 강하게 표현한다. 맨 처음에 주는 음악적 효과음으로 웅장함이 드러난다. 제목도 영화 <Taken>의 첫 장면에서 리암 니슨이 전화를 받는 것처럼 앨범의 첫 전개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어 '나를 일으키는 힘의 원천은 불만족임을'과 같은 가사처럼 자신의 사색에 앞선 인트로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가사는 맨 마지막에 있다. '재건축이 한창인 내 겉 멋과 이면'은 앞으로 재건축된 자신을 보여줄 것을 암시한다.

 

 

2번 트랙인 '싱크홀'은 이 앨범에서 강한 어조의 트랙 중 하나다. 음악가들의 창작 욕구와 실험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 트랙은 앞선 <쾌락설계도>의 1번 트랙 '현대극락'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예전처럼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적 요소들을 실험하던 아티스트는 더 이상 없다. 이제는 쇼미더머니에 출연해서 어떻게 주목받을 자기가 더 중요해진 힙합씬을 꼬집었다. 쿤디판다가 지향하던 아티스트들은 더 이상 그 지향점을 좇지 않는다. 그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자신 역시 그런 씬 안에 있음을 자각한다.

 

 

'모두가 지금 내 자리에서 출발했고 다들 쓸만한 재목들이 되고파서 안달났지, 근데 시대가 많이 바뀌며'

'이제껏 없던 재앙이 필쳐질수도 있기 때문에 난 남기로 했지, 바로 여기 지하도에'

 

 

그러나 쿤디판다는 자신이 지향했던 것들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쇼미더머니 출연을 포기했던 것처럼. 아래 인터뷰에서 이 트랙의 의도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상업성 없이 자신을 이야기하던 래퍼들이 다들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지금의 힙합씬. 물론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지하수를 벗어나 올라가면 결국 지반은 불안해진다. 수단과 목적도 바뀌고 이제는 구분이 되지 않는 여러 물줄기가 합쳐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언더그라운드와 그 위의 어떤 것들은 모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것을 싱크홀이라고 표현한 미친 센스.

                    

 

'원시인'에서는 싱크홀과 같은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일차원적 이야기들만 가사에 늘여놓는 평범한 래퍼들을 원시인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정치가 아닌 철학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런 철학이 없이 터를 옮기는 평범한 래퍼들. 이 터에 물을 주며 숲을 그린다. 지구에 크게 그려진 쿤디판다, 그러나 평범한 래퍼들은 고작 벽화.

                    

"어느순간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이나 그런 비슷한 것들이 생기면서 다들 딴 곳에 눈이 뺏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고. 쉬운 표현으로 설명을 하자면 언더에 있는 게 다 위로 올라오고 싶어서 올라가다 보면 아래에 있는 지반이 불안해지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것들이 다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현상이 딱 싱크홀처럼 느껴지더라"

                                    

- 2018년 1월 힙합플레이야와의 인터뷰 中 쿤디판다

                                   

'국제도시'는 <쾌락설계도>의 '음주각본'과 '개미'에서 보여준 유학생활, 그리고 유학생이란 것에 대해 쓴 곡이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더 넓은 시각에서 더 많은 대상들을 향해 랩을 뱉어냈다. 쿤디판다가 상해에서 유학생 시절을 보냈지만 사실 한국인이 50%는 됐다고 말한다. 그 한인타운에서의 특별할 것 없던 생활,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같은 유학생들은 12년 특례로 좋은 대학교에 입학한다. 그것에 대한 더 이상의 질투심은 없다. 다만 모두 다 같은 한국인이면서 외국물을 먹었다고 우월감에 젖는 이들을 향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외국 문물에 대한 사대주의적 모습을 '역겹다'라고 표현한다. 또 한국에서는 외국인인 척, 외국에서는 한국인인 척하는 모습들을 비꼰다. 이런 비꼬는 가사들과 동시에 한국어로만 곡을 구성한 것도 포인트다.

                                

 

'Ms.808'에서는 <쾌락설계도>의 '앵두'처럼 여자 이야기들을 담았다. 설계도를 그리던 믹스테이프를 들었다면 예전 쿤디판다에게 있어서 여자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Ms.808이라고 했지만 이는 여명808에 대한 비유다. 술을 먹고 방탕한 생활을 할 때를 그렸다. 자신의 숙취해소제가 되어 달라며 말을 건네는 쿤디판다. '니 마음 속에 내가 있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처럼 감정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사실 오늘만 곁에 있어도 별로 상관하지 않겠다는 가사들. '해가 뜰 때 작별과, 일어날 때 취기와 같이 버릴 808'은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어떤 명확한 주제를 표현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자신의 20대 초반 시절을 그렸다.

                                

 

'욕심이란 것의 근본은 결핍이라 했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방목'에서는 예쁨 받는, 인정받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대해 담았다. 특히 마지막 파트에서는 무엇을 할지 몰랐던 자신이 랩이라는 하고 싶은 것을 만나게 된다. 부모님은 이를 반대했지만 더 이상 꺾을 수 없는 쿤디판다. '방목' 트랙을 중심으로 앨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그러나 'NOT4SALE'에서는 유복했던 자신이 느끼는 가정의 중요성이 드러나고 있다. 돈에 무감각했던 자신이 돈을 줘도 못 사는 게 있음을 알았다. 특히 텔레비전과 인터넷 안에서 자신을 욕하는 악플과 마주했을 때.

                                

 

'이사'에서는 단순히 그동안 살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사건을 통해 '변화'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랩을 시작하려 했던 13세에서 17세, 그리고 당시의 21세가 되기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들이 변했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쿤디판다. '생활오타'에서는 <쾌락설계도>의 '무중력'처럼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들을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생활 속에서 나는 오타처럼 가끔은 틀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틀려도 상대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Lukewarm Recess'는 <재건축>이라는 앨범의 큰 뼈대를 담당하는 느낌이다. 물론 곡의 중요도는 비교적 떨어질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흐름을 정리해서 쌓아올렸다. 앨범 몇 개 내면 바뀔 거라고 말했던 몇 년 전.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났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다시 담아낼 수 있는 힘을 찾아간다. '이것들을 다 담아낼 수 있는 힘을 찾아, 설계도를 피고 챙기겠지 내 머릿속 공구상자' 이처럼 설계도에 이어 공구상자를 통해 재건축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물론 사실은 이것들이 자기 위로 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다음 앨범은 이런 방향성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난 남을 욕할 줄만 알지, 나의 욕은 못 했어. 또 단 것만 꿀꺽해 쓴 것들은 뱉어'라며 반성도 한다. 자신에게 스스로 당당해지려고 하는 쿤디판다, 그리고 건물.

                                

 

마지막 트랙인 '양반증후군'에서도 자기 반성과 모순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사실 설계도를 그리고 고민한 뒤 사색하여 재건축까지 했지만 사색이 결론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고민했다고 건물이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재건축>이라는 앨범 컨셉에 적합한 트랙이었다고 본다. 힙합플레이야와의 2018년 1월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 트랙의 전체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사실 철학을 가졌더라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모순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모순을 크게 세 가지로 각각 벌스로서 펼쳤다. 첫 번째 벌스에서는 기회주의자를 싫어하는 자신이 기회주의자적 모습을 보인다. 유명인이 아닌 이름 없는 아티스트를 대할 때, 자신의 모습이 어땠는가에 대한 가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나 역시 하고 있던 거지, 토 나오는 양반인 척을'

                                

 

두 번째 벌스에서는 여자와 관련된 모순을 말한다. 공연을 찾아온 여자들과 친해지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만들어나간다. 또 순진한 면을 연기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고농축 알콜, 술을 먹고 나면 흔들릴 때가 있다는 쿤디판다. 이런 말 자체가 모순이고 역겹다고 말한다. 사실은 철학 속에서도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마지막 벌스에서는 '쇼미더머니'와 관련된 모순들이 나온다. 자신은 출연 포기를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사실은 주변에 있던 쇼미더머니 랩스타들. 그들의 이야기와 무용담을 들을 때면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의 방송 출연은 곧 팔로워의 증가였고 이를 부러워할 때도 있는 자신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재건축>이 막을 내렸다.

                                

 

<쾌락설계도>와 <재건축>은 조금 다른 결을 두고 보는 게 트릴로지의 개념에서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을 살피면 결이 다르다고 하기 어렵다. 두 작업물은 거의 동시에 만들어졌기 때문이 가장 크다. 쿤디판다에게 있어서 고민과 사색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두 작업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믹스테이프와 앨범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쾌락설계도>는 무작정 뱉는 푸념의 느낌이고 <재건축>은 조금이나마 깊게 생각을 더 하거나 추가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다만 <재건축>이 앨범이다 보니까 더 정갈하고 비트와의 궁합도 더 찰떡이다. 그런 면에서 상을 수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가로사옥>은 3년의 생각을 거쳐서 다른 결의 앨범으로 발매됐다. <쾌락설계도>와 <재건축>이라는 고민, 사색의 펼쳐 놓음이 있었다면 그걸 하나로 모아주고 조금이나마 결론을 내린 것이 <가로사옥>이었던 것이다.

 


Chapter 3. <가로사옥> (2020년 7월)

 

리스너들이 기다렸던 <가로사옥>은 오랜 시간이 지나 등장했다. 그러나 쿤디판다는 앨범 속에 '자신'을 담는다. 옴니버스 시리즈의 마지막 피날레로 등장할 가로사옥에는 어쨌든 기승전결의 '결'이 필요했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심적으로도 성장이 필요했다. 이미 2018년의 쿤디판다는 앨범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함을 알고 있었다. 당시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전 이제 20대 초반이 끝나는데, <가로사옥>이 20대 초반에는 안 나와요. 20대 중반까지 가야할 거 같은데, 그때는 완성되길 바라야죠. 내년 중반까지는 완성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의 고민과 사색을 거쳐 결론을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시에 <가로사옥>은 낯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한 얘기를 하겠다고 예고했던 바가 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 핵심을 건드린 트랙은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아마 <가로사옥>엔 엄청나게 많을 거예요. 왜냐하면, 낯부끄러울 정도로 제가 솔직한 얘기를 많이 할 거예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든 트랙은 제 개인의 깊은 얘기를 꺼낸 게 아니라 어떠한 주제에 맞춰서 쓰다 보니 타협점이 생긴 케이스에요. 근데 <가로사옥>에선 제가 타협을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제가 쓰는 제 얘기니까. 그래서 제일 깊은 데 있는 걸 끄집어냈어요."

 

- 2018년 힙합엘이와의 인터뷰 中

 

<재건축>의 'Lukewarm Recess'에서 그는 이런 가사를 말한 적이 있다. '몇 장의 앨범이 끝이 나면 바뀔 거야' 그런데 2018년 한국대중음악 최우수 랩&힙합을 수상한 <재건축>에 발매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는 없었다. 고민은 계속됐다. 자신의 앨범은 정말 적합하게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감상자가 미개했던 걸까. 이 사색들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자연스럽게 가져왔다. 결국 그 사이에서 쿤디판다는 공허감을 느끼게 됐다. 그 가운데 건물이 완성됐다. 예전에 자주 듣던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기도 하고 생활하는 내내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가로사옥>의 시놉시스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감이 잡혔다고 한다. 그 감을 최대한 섬세하게 곡으로 변환해놓으려 했다고 전했다.

 

 

제목인 <가로사옥>은 말 그대로 가로로 된 사옥이다. 그동안 쿤디판다에게 쾌락이라고 정의되었던 이념들은 언제나 위를 향하고 있었다. 실제로 세상의 많은 추상적인 것들은 세로로 되어있고 건축 역시도 당연히 세로로 되는 것이었다. 무언가가 길어지면 세상은 이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한다. 쿤디판다 역시도 위와 아래를 나누며 살아왔다. 그러나 <쾌락설계도>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그 행동이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완성된 건물은 가로로 지어진 건물이 됐다. 층으로 나뉘었던 이전의 생각들은 더 깊어졌다. 그렇게 깊은 방으로 들어가는 가로 형태의 건물로 전환됐다. 이 앨범을 듣는 사람은 트랙마다 뮤지컬처럼, 어쩌면 전시회처럼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여기까지가 쿤디판다의 앨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쿤디판다의 <가로사옥>은 2년 이상, 거의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지난 25일, 상수동에서 열었던 음감회에서는 한 트랙을 작업하는 데 3주씩은 쏟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힙합 명반이라고 하는 것들은 오랜 시간을 걸쳐 발매되지만 분명 그 이상의 열정이 쏟아졌다. 그 이유는 트릴로지의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쿤디판다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아침이 되면 생각이 바뀌는 상황에 놓여왔다고 말했다. 음감회에서 그의 말을 빌리면 전날 밤까지 작업하던 가사를 다음 날 갈아엎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 마음속의 깊은 곳까지 찔러 낸 촌철살인의 가사들은 그 이유가 이해되기도 한다. 가사를 써보거나 생각해 본 사람들이라면 솔직한 가사가 쓰기 힘든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1년 반의 시간을 앨범 구상과 고민 사색에만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 고민과 사색의 결과물이지만 결코 결과물만은 아닐 것이다. 25살, 20대 중반의 쿤디판다가 갖고 있는 지금의 생각들이고 고민의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거친 결과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몇 트랙에서는 고민 끝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결국 인생에서 이런 고민이 반복될 것임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 끝에 발매된 <가로사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많이 고민했구나'였다. 그만큼 가사도 날카롭고 솔직하다. 그는 '명반'의 기준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기준을 떠나서 이번 <가로사옥>은 명반에 가깝다고 해도 다들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인정받지는 못하겠지만 '대작'임은 분명할 것이다.

 

 

지금부터는 각 트랙을 리뷰하고 연결고리와 가사를 파헤쳐 본다.

 

 

이 앨범에는 음악만큼 중요한 앨범 아트들이 10장이나 있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최대한 줄이고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앨범을 더 즐기기 위해서라면 그 아트들을 참고해서 듣고 나름의 해석을 해 보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1. 블랙박스

 

https://www.youtube.com/watch?v=OK7LYT4ogro

 

지난 <재건축>처럼 1번 트랙이 전체적인 맥락을 정리하면서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난 가야겠어'라고 외치며 무언가 앨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제목 역시도 '블랙박스'로 어딘가를 지켜보고 살펴보는 느낌을 주고 있다. 첫 인트로부터 톡톡 튀는 질감의 비트가 나온다. 다크하지만 그 안에서도 감각적인 음향들, 그리고 오르내림의 코러스가 더 해지고 있다. 비앙의 특유의 비트 위에 놓이는 쿤디판다의 가사들은 <가로사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실제로 앨범 발매 전, 처음 뮤직비디오로 발매됐다. <가로사옥>의 뒷이야기들을 위한 인트로라고 확실하게 볼 수 있다.

 

이 트랙을 통해 첫 번째 방으로 입성하게 된다. 1번 트랙 커버 아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시피 문이 열리고 누군가는 쿤디판다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주술을 외치며 다음 방으로 향하는 키를 건넨다. 트랙에서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가야겠다'라는 방향성, 그리고 전 앨범들과의 연계성, '악마는 내 마음 속'이라는 가사까지.

 

 

첫 번째로 '난 가야겠어, 난 가야겠어, 난 가야겠어, 나를 떠나야겠어'라는 가사다. 처음 곡을 접하고 나면 의아하다. '가야겠다고? 어디로 가야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그러나 몇 차례 곱씹어 보면 당연한 것이다. 또 앨범을 다 들어보면 어쩌면 제일 중요한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우선 마음속으로 가야겠다는 의미가 내포된다. 그동안 고민하고 사색했던 것들에 대한 총정리 앨범이 <가로사옥>이다. 따라서 트릴로지의 최종판으로서 어느 때보다도 깊은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뱉어내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로로 된 사옥 속에서 계속 가야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가로사옥의 각 방에는 '악'한 악당도 있고 고민과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에 맞서게 된다. 그렇게 마주하더라도 계속 나아가고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기도 한다. 더 중심적인 의미는 전자(마음 속으로)에 있다.

 

 

두 번째로 전 앨범들과의 연계성이 돋보인다. 트릴로지라는 것을 강조하는 트랙이라고 볼 수 있다. '열등감은 내게 조급함을 줬고'처럼 이전 <쾌락설계도>와 <재건축>에서의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또 '랩 처음 시작했던 그 열세 살의 나이로'처럼 어린 시절과 '상해'에서의 일들을 회상한다. 특히 <쾌락설계도> 中 '개미' 트랙을 회상시켜주는 가사가 있다. '커보이던 걔네 덩치 앞에 나는 개미'로 시작되는 구절이 돋보인다. 또 특이한 것은 그동안 언급되었던 쿤디판다에게 가래침을 뱉었던 한 사람의 이름이 밝혀진다. '여럿 얼굴이 있었지만 내 첫 굴욕은 지훈이'라는 가사로 출발된다. 이 가사 역시 중요하다. 앞으로 <가로사옥>은 여럿 얼굴들을 지훈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주기 때문.

 

 

세 번째로 '악마는 내 마음 속'이라는 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 트랙부터는 악마의 존재가 감춰진다. 쿤디판다가 직접 '악마'라고 부르는 가사는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계속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 감정들은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악마는 쿤디판다를 움직이고 둔갑해서 다가간다. 그 악마가 쿤디판다를 움직이는 힘이 되기도 했지만 늘 그렇게 된다면 허수아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결국 쿤디판다는 마음속에 악마를 드러내고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이 악마의 모습은 '지훈이'라는 여러 존재들로 다가오기도 하고 부정적 마음들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쨌든 앞으로의 부정적인 어떤 것들은 '악마'라는 대상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앨범 아트에서도 그런 존재들이 쿤디판다를 괴롭히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로사옥의 특징인 '허나 인생은 닫힌 방, 닫고 그다음 방도 갇힌 방'과 같은 가사도 있다. 이렇게 <가로사옥>에 대한 초석을 다지고 다음 트랙부터의 트랙 간 연계성을 심어준다. 한편으로는 '그냥 세상에게 사랑 받는 예술가로', '그러니 인정 먼저'와 같은 가사들은 쿤디판다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 가사들로 구성되고 꾸며지는 트랙들도 뒤에 이어진다. 이 정도면 인트로 분석은 충분하다. 이제 차례로 쿤디판다의 삶을 개괄적으로 지켜보고 악마의 존재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다음 트랙부터 나올 것이다.

 

 

2. 네버코마니

 

 

그동안 쿤디판다의 <쾌락설계도>와 <재건축>을 대변할 수 있는 감정 중 하나는 '질투와 열등감'이었다. 그런 감정들의 끝판왕인 '네버코마니'는 특정한 대상을 두고 있다. 그에 대해 추측해볼 수 있는 자세한 힌트들도 남겨뒀고 결국 솔직한 고백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제목은 '네버코마니'다. 보통 '코마니'라고 하면 '데칼코마니'가 생각날 것이다. 데칼코마니는 어떠한 무늬를 찍어 다른 면에도 똑같은 대칭 구조의 무늬를 남기는 예술의 형태다. 그런데 앞에 부정의 의미인 '네버'가 붙는다. 뭔가 대칭 구조처럼 하지 않겠다는, 똑같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가사에서 철저하게 모든 것이 드러난다.

 

 

'같은 리그, 다른 급 잘하는 사람 몇 있어도 안돼, 너만큼은, 넌 내 동경의 대상'이라는 가사에서 명확하게 대상이 지칭되고 있다. 쿤디판다는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운드클라우드의 언더 래퍼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동경했음이 보인다. 그에 대한 동경과 느낀 '멋'이 작지 않았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넌 내 지훈이'라고 말한다. 동경하고 그를 따라가고자 했던 자신의 마음이 '악마' 중 하나처럼 느껴진 것일까. '압도되는 느낌이란 게 널 내게서 멀리도 치우니'라는 가사로 설명한다. 아마도 동경하고 압도됐던 자신이 괴리감을 느낀 것 같다.

 

 

쿤디판다는 그에게서 발성과 어조도 따라가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누군가를 동경하는 것은 좋지만 따라가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은 그를 넘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그런 면에서는 쿤디판다를 위협하는 요소로 변모하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동경하게 만들고 그를 따라가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아이덴티티는 빼앗기고 색채가 옅어지게 돼 곤 한다. 이는 쿤디판다에게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특히 그의 심기를 건들였던 것은 동경의 대상 곁에 있었던 지인의 한 마디와 누리꾼들의 반응이었다. 이런 '동경'은 쿤디판다에게 또 하나의 악마가 됐다. '넌 내 지훈이'라는 점에서 같은 결을 하고 있다.

 

 

이 트랙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동경과 힙합씬의, 특히 언더 힙합씬의 시대상 변화가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동시에 두 가지 재미를 준다. 이 중에서 시대상의 변화와 관련된 가사가 등장한다. '플레이야에서 엘이로, 랩잡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겨갔지 우리 활동 구역'은 힙합플레이야에서 힙합엘이로, 또 네이버 커뮤니티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옮겨진 과거의 아마추어들을 보여준다. 또 '소리구름 세대 늘어났던 넷 상 팬 수'와 같이 사운드클라우드에서의 이야기도 담겼다. 큰 속 뜻을 가진 가사들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줄 수 있는 가사라고 할 수 있다.

 

 

지인들의 '사생아'라는 한 마디와 누리꾼들의 '베꼈다'라는 여론은 쿤디판다를 뒤흔들었다. 급기야 조급함을 일으켰고 쿤디판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와 달라져야겠다'라는 명목 아래 큰 뜻이 없던 것들을 했다. 그가 가장 싫어했던 것은 방송 출연이었다. 마침 당시에 그에 대한 곡을 내기도 했고 이의 가사를 인용해 맞불을 놓은 곡이 <쾌락설계도>의 '현대극락'이 되었다고 한다. 쿤디판다는 당시 '쇼미더머니 5'에 출연했던 바가 있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과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게 된 당시의 상황들. 그리고 그는 자신 앞의 길들을 다시 공사한다.

현대극락은 쾌락설계도로, 쾌락설계도는 재건축으로

공사했네 도로를

 

- 쿤디판다 <가로사옥> 中 '네버코마니'

<쾌락설계도>에서 <재건축>으로, 그리고 <가로사옥>에 이르기까지 그는 변했다. 이제는 그를 따라가지 않고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가 싫어서, 또는 그를 미워해서 변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냥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뿐이다. 이 곡에서는 훅 파트의 변화로 그러한 감정을 예측할 수 있다. '넌 지금 어디에 있어, 넌 지금 어디에 있어'라는 파트가 곡에서 세 번 등장한다. 그러나 그 뒤의 가사는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다. 맨 처음에는 '난 지금 이 쯤 왔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어, 진짜로 넌 지금 어디에 있어'로 이어진다. 그의 존재는 완전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음악을 했는데도 보이지 않는 '그'의 높이가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넌 지금 어디에 있어, 넌 지금 어디에 있어'로 그냥 이어진다. 단순하다. 그와 다른 길을 걷기로 마음먹기 시작한 상황. 마지막에는 '나 이쯤 오니까 너가 안 보여'로 가사를 썼다. 첫 번째에서의 '이 쯤'과는 다르다고 보인다. 마지막에는 이제 완전히 가는 길이 달라진 서로의 길이 묘사되고 있다. 결국 그는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고 이제는 각각 다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 곡이 앨범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앨범에 있어서 중요한 초석이 된다. 이 '동경의 대상'인 인물은 '지훈이' 만큼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거부하면서 트릴로지의 첫 시작점인 '현대극락' 곡이 나오고 지훈이에게 느꼈던 만큼의 큰 감정을 그에게도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훈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여러 얼굴들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2번 트랙을 시작으로 뒤에서도 여러 지훈이들이 나오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3. 자벌레 (Feat. 형선)

 

 

무언가 '잰다'라는 표현은 쿤디판다의 앨범을 들었다면 기억에 남을만한 표현이다. 특히 <재건축>의 '양반증후군' 트랙에서 사람에 대해 계산적으로 만나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트랙에서는 더 구체적인 대상이 나오고 그를 대하는 자신을 '자벌레'라고 표현하고 있다. '네버코마니'라는 표현처럼 '자벌레'라는 표현은 쿤디판다만의 개성 있는 이름 짓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쿤디판다는 단어의 특정 부분을 잘라 이어 붙이곤 하는데 이 트랙에서는 '자'와 '벌레'가 합쳐졌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자벌레'라는 실제 벌레가 있고 자신의 모습으로 빗댄다. '지독한 내 습관은 보호색'처럼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은신하는 느낌도 주고 있다. 즉, 크게 보면 제목에서부터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있는 것이다. '자'처럼 무언가를 재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이를 왜 벌레라고 표현했을까.

 

 

무언가 자동차가 다가오는 소리로 트랙이 시작된다. 그리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1번 트랙에서 자동차 시동 소리가 났던 것의 복선처럼 보인다. 그리고 세 번째 지훈이가 등장하고 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날 지나쳤던 그 밤'으로 시작해 특정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뒤에서 더 자세한 부연 설명들이 등장한다. 쿤디판다는 자신이 밑바닥에 있던 시절, 함께 했던 누군가가 큰 공연에 서기 시작했고 만나도 무시를 당했던 날을 회상한다.

 

 

곡 전체적으로 쿤디판다가 느꼈던 질투심과 열등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누구는 큰 공연에 서, 누구는 밑바닥에 서 있었던 그때'라는 가사를 통해 <쾌락설계도>의 5번 트랙 '수완'과 연결 짓고 있다. 그 트랙에서 '누구는 큰 공연에서, 누구는 밑바닥에 서, 또 누구는 뒷담화를 계속 까'라며 가사를 썼던 바가 있다. 뒤에 나오는 부유선 역시도 같은 트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완' 트랙은 누군가의 바빴다는 핑계와 래퍼들의 인스타그램, 그리고 사람을 숫자로 보는 누군가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자벌레'와도 결을 같이 하고 있다. 대상이 같을 수도 있고 똑같은 '질투심'과 '열등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열등감은 그 사람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열등감의 대상을 빨리 벗어나지 못하고 갇히게 되면 끝없은 추락을 겪을 수 있다. 사람을 만나도 그 관계를 쟀던 '자'와 같았던 쿤디판다. 그에게 열등감의 존재는 괴리감과 망상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런 감정들을 느끼면서 조급함도 찾아왔던 것이다. 답장 하나에 신경 쓰기 시작하고 '성공'에 혈안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는 사람을 재서 만나도록 쿤디판다를 이끌었으며 계산적인 사람으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우린 멋진 미래를 공유해뒀고, 그 낭만들은 범선 노를 저어서, 먼저 간 너와 달리 내 항해는 여전히지만'은 자신의 행보를 설명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쌓은 추억들이 자신이 타고 있는 범선의 노를 저었고 여전히 그 범선을 타고 있음을 말한다. 아마도 '낭만'이라는 단어는 <쾌락설계도>의 '낭만' 트랙에서 따 온 것 같다. 이어 이 범선의 존재는 부유선의 존재와 대비되고 있다. '다들 부유선을 타고 떠나가네, 난 놓쳤지 겨우 스카이콩콩만큼 뛸 뿐'이라는 가사는 '부유선'의 존재가 가장 부각되는 가사다. 쿤디판다는 여전히 범선을 타고 항해하지만 다른 이들은 부유선을 타고 떠난 상황. 부유선은 <쾌락설계도>와 <부유선> 등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다. 뜨는 배, 즉 자신의 힘이 아니라 누군가의 힘으로 인기를 얻고 뜬 배를 의미하고 있다. 물론 쿤디판다는 부유선을 마냥 부정하지 않는다. 자신도 쇼미더머니 5나 여러 가지로 부유선을 타고자 했기 때문이다. 단지 타지 못 했었다는 사실을 표현했다. 물론 지금은 비와이의 데자뷰 그룹이라는 부유선을 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벌스의 막판부터는 앞서 언급한 무시당했던 특정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이어 '나의 그림처럼 나도 있었을까 너의 그림 속 안에'라는 가사로 자신과 상대의 선명한 입장 차이를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마지막에는 '결국 나를 파괴하고 보호해줄 이 계산에 기대서'라는 가사가 역설적이다. 이는 '자벌레'라는 존재를 정확하게 집어낸다. 자벌레 같은 자신의 가식은 결국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 망상과 괴리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식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부딪히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트랙인 '양심트리거'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마지막 가사는 '양심트리거'의 초반 가사와 동일하다. '내 이타심의 근본 바닥은 이기심에서'

 

 

그리고 '오로지, 날 위해서, 말했듯'이라며 이타적인 것들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비트가 변주되고 있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도 나고 목소리도 조금씩 변화한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술도 먹고 그런 자신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다음 트랙은 '말했듯'을 반복하며 시작된다.

 

 

4. 양심트리거

 

 

'내 이타심의 근본 바닥은 이기심에서'로 시작되는 '양심트리거'. 트랙 내내 가식과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논하고 있고 '당겨'라고 말하고 있다. 즉,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 자체를 가식적이지 않은 말들을 상징화한 것으로 보인다. 총알들은 상대를 아프게 하는 말인 것이다. '내 말투가 상대가 느낄만한 미친 짓 되면 안 돼'라는 것도 자신을 절제하고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트랙에서 결정적인 가사는 '잘 봐 입안에 총 두고 애써 서로 안 쏴, 웃긴 건 너 아플까 봐가 아니라 내 옷에 피 묻을까 봐'다. 서로 가식을 떠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만약 총을 쏘는 행위를 하더라도 상대가 아픈 건 쿤디판다의 안중에 없다. 애초에 남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랬을 때 생기는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육체적으로 지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총을 쏘지 않는다. 재밌는 것은 이 트랙 자체로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대화에서는 총을 쏘지 않았을지라도 공개적인 곡을 통해서 총을 쏘았다. 트랙의 존재가 방아쇠를 당긴 행위가 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힘들게 할 텐데, 이러한 고백의 존재는 <가로사옥>의 가치를 증명한다.

 

 

'넌 날 만나본 거지, 날 겪어본 게 아니잖아'라는 가사도 재밌는 요소다. 단지 만나본 것과 곁에서 겪어본 것의 차이를 명확히 두고 표현했다. 벌스 2에서부터는 또 다른 지훈이의 존재가 나타난다. '쇼미더머니 촬영장, 맞다 널 거기서 처음 봤구나'라며 특정 인물을 지칭하고 있다. '16년도 4월 말'이면 아직 쇼미더머니 5가 방영되기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촬영장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미 촬영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월에서 3월까지 공개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보면 4월 말은 2차예선 촬영 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두 석달 뒤 유명해질게 확정난 형들'은 2차 예선에서 히트를 친 사람들이다. 녹화된 방송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2-3달 뒤 나올 방송에서 히트를 칠 것으로 보이는 형들, 즉 3차 예선 이상으로 올라가고 실력을 증명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유통기한 있던 전우애는', '딱 그 전 쯤에 녹슨 걸 난 알아채'라는 가사에서는 쇼미더머니 촬영장에서의 '전우애'를 녹슬었다고 표현한다. 이미 유명해질 사람들은 확정됐고 자신은 2차 예선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탈락자들과 달리 친밀감이 더 생겼을 것이다. 탈락자들에게 있던 전우애는 녹슬어버렸다. 그러나 특정 인물은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유명해질 형들을 따라다닌 모양이다. '미안 난 못하기에 내 마음에 문도 지금 앞에 네겐 못 열어'라고 말한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또 마음의 문도 열지 못하겠다고 그 특정 인물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런 미련조차 없으니까 서로 총을 쏘자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리면서. <가로사옥> 시놉시스에 따르면 우연한 기회에 이 친구를 카페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 듣고 싶지 않았고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즉, 마음의 문은 닫혀 있었고 총을 당길 준비는 되어 있었다.

 

 

'요즘 뭐 작업하고 계신거 있나요', '요즘 음악 잘 듣고 있어', '오랜만이다 봐야하는데 우리' 등의 이야기는 가식적이고 일시적인 말이다. 그냥 할 말이 없을 때 인사치레로 건네는 한 마디. 이런 말들을 두고 쿤디판다는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이제는 견적을 재는 '자벌레' 같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식을 떠는 게 상대를 위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위한 것이며 자신의 사람들을 챙기겠다고 말한다.

 

 

5. 향바코 (Feat. Noogi, Don Sign.)

 

 

<쾌락설계도>의 '낭만'과 같은 향기를 주는 곡이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쿤디판다'라는 사람의 방에 남겨진 향기를 뜻깊게 인식하고 있다. '만들어줬어 이 방의 공기를, 향기를'이라는 가사를 보면 주변 사람들의 존재와 자신을 거쳐간 이들의 존재를 향기와 공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아마도 방의 존재는 쿤디판다의 지난날들일 수도 있고 복현이라는 사람의 존재일 수도 있고, 어쩌면 <가로사옥>의 각 방일 수도 있다.

 

 

앞선 '양심트리거'에서 마지막에 '너가 미운 것보다 지금, 내 사람들을 챙길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식을 떠는 것은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에 대한 복선이 이어진다. 5번 트랙에서는 쿤디판다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 현재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도 드러나 있다. 자신의 커리어를 전체적으로 훑으며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스물 두 살의 낭만'을 지나서 '내 잠재를 보고 해보라 했던 셔니슬로우, 진보형'에 의해 탄생된 <재건축> 이야기 등 쿤디판다로서의 커리어와 복현으로서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스치듯 달려온 시간을 바라보면서 의미가 없는건 없단걸 느껴'는 이 트랙의 핵심적인 구절이다. 앞선 일들이 빠르게 흘러갔고 또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있는 이 트랙의 문법. 그리고 그 시간들은 모두 의미 있었다. 이전까지 치열한 감정을 느끼고 열등감을 느꼈던 감정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의미가 없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단 한순간이라도 의미가 없는 건 없으니 앞으로 열심히 살아갈 것을 제시하는 느낌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유연해진 감정과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처음 공연을 세워줬던 화나, 그리고 알아봐 준 제리케이와 JJK를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역시 인상적이다. 함께 했던 크루들과 그 사이에서 배웠던 열정, 그리고 동료애 모두 의미 있었다고 되새기고 있다. 마지막 파트는 이 앨범에 유기성을 가져다준다. 초반에 느꼈던 열등감과 질투심, 그리고 자신에게 있었던 갑작스러운 변화들은 어쨌든 쿤디판다가 선택한 것임을 이해한다. '결국 내가 스스로 택하고자 느낀 상실감, 받아들이고 나니까 그게 내게 풍기는 향기야'라는 가사. 악마와 자신을 괴롭히던 것들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고 그러한 존재들은 쿤디판다 안에 있었다. 물론 외적인 것으로 찾아오지만 자신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6. 겟어웨어

 

 

'향바코' 트랙이 끝나면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겟어웨어'가 시작되며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고 있다. 이번 방은 무언가 다르다. 바로 트랙이 시작되던 이전과 다르게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내 기차 소리도 들리고 의자에 앉는 소리도 들리고 한숨을 쉬더니 가사를 읊고 있다. 타자를 치는 것으로 보아하니 가사를 쓰는 것 같다. '몇 얼굴들이 있었지만'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며 자신 앞에 놓였던 여러 얼굴들을 기억하고 되짚고 있다. 갑자기 조용했던 주변 소리가 변한다. 마치 과거의 특정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느낌을 준다. 상해에서의 유학 생활을 상기시키는 교실 소리 느낌, 그리고 술자리에서의 '짠'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도망치며'라는 가사.

 

 

'겟어웨어'는 Get Away를 하는 사람이다. 과거 유학 생활에서의 따돌림, 그리고 기피했던 술자리로부터 도망을 쳤기 때문이다. 그 도망을 친 사람은 쿤디판다였고 이후 벌스들에서는 도망쳤던 사건들을 후회하고 있다. 물론 진심을 다 하여 후회하지는 않는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통해서 '그랬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동안 앞 트랙들에서 언급했던 사건들을 되짚으며 가정하고 후회를 남기고 있다. '후회는 여러 모습으로 다가와, 여럿 얼굴들이 보이며'라고 말하는데 이는 앞 트랙들의 '지훈이'들이 아닐까.

 

 

첫 번째로 술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무거워진 양심, 많이 가벼운 우리 사이엔 꽉 끼어서 전혀 반가운 인사치레와 함께 난 떠났어'라며 가식을 떨기를 거절하고 인사치레로 떠나는 장면이 그려진다. '저 멋쟁이들의 틈 사이, 비집은 진심을 믿어'와 같은 가사는 아마 쇼미더머니를 비롯해 형들 사이에서 끼어 다녔던 사람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심지어 그때 2년 만에 건넨 인사를 그저 외면했던 기억은'이라며 외면당한 기억을 꺼낸다.

 

 

이후 쇼미더머니라닌 방송에서 달아났던 자신을 꺼냈다. '나의 대의명분은 그저 개인 용품'이라며 사실은 방송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솔직하게 풀어 놓고 있다. 쇼미더머니 6 출연을 거부하며 시작됐던 '현대극락'은 대의명분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쿤디판다를 위한 것이었다. 어쩌면 쇼미더머니 5에서의 실패가 그런 <쾌락설계도>의 밑바탕이 됐고 이것들은 '차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솔직한 말이다. 쇼미더머니 5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면 지금까지의 쿤디판다는 또 다른 사람이었을 테니까. '네 가사는 의심한 걸, 못 믿겠어 보여줘 봐'라는 가사는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2번 트랙에서 특정 지어진 사람의 가사를 인용하면서 서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솔직한 고백은 '됐었다면 아마도 달랐을걸, 지금 외쳤던 이 말들의 방향'으로 귀결된다.

 

 

이어 2번 트랙의 '동경의 대상'을 향한 말들이 이어진다. '널 더 닮아갈 수는 없어'와 '너가 들었으면 해 이번 음반을'과 같은 문장들은 누가 봐도 그를 향한다. 이렇게 여러 얼굴들을 훑은 다음 마지막은 당연하게도 '지훈이'였다. '내 첫 굴욕은 지훈이, 여럿 얼굴들로 다가왔네'라며 앞선 사람들이 다른 얼굴, 다른 이름이지만 비슷한 존재였음을 제시했다. 이런 후회들은 '만약'이라는 단어가 붙어 상상하게 만든다. '만약 쇼미더머니에서 성공했다면', '만약 술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만약 지훈이와 같은 존재였다면' 이러한 가정들은 쿤디판다를 더 아프게 할 것이다.

 

시간별로 나눈 방안엔 때마다 다른 이름이,

하지만 안겨준 건 같은 무게 같은 힘든 일

 

- 쿤디판다 <가로사옥> 中 '겟어웨어'

 

7. 어덜트금고 (Feat. 진보)

 

 

https://www.youtube.com/watch?v=rdf6ZTAcJjc

 

어덜트금고의 다른 이름은 'Nothermaturesgold'이다. 이는 쿤디판다의 오랜 인스타그램 아이디이기도 했다. 트랙 전체적으로 '지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후회 속에 갇힐 시간조차도 아까울 테니 버려'라는 가사처럼 후회는 앞선 트랙에서 다 했으니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자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한적한 곳에 본심을 버린 밤'으로 자신의 욕심과 질투심 등 본심들을 버리면서 시작된다. 서러움이 머리맡에 있지만 후련하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본심을 버린 뒤 후련하다고 하는 게 거짓말이다. '치고 싶지 않아 나는 더이상'이라며 이런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시작점은 이제 보니 멀지만 아직 온 게 아냐 거의 다'는 자신의 커리어와 인생을 얘기한다. 출발한 지 꽤 됐는데 끝이 보이지는 않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육신이 피폐한 것'처럼 피로해진 자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열등감과 질투심은 자신을 발전시키지만 이내 지치도록 만든다.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견디고 싸워야 하는 상황은 쿤디판다를 지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10번 트랙인 '집'으로 귀결되는 떡밥을 뿌려둔 것이다.

 

 

'인정을 못 받을까 두려워 지금도'라며 두려운 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 인정 먼저'라며 모든 것에 앞서 인정부터 받겠다고 선언했던 쿤디판다지만 사실은 그 인정조차 받을 수 있을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 역시도 자신의 일부라며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현실은 곧 내가 있는 곳'이라며 주어진 시간에 따르나 시간을 아깝게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불완전한 것들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는 '블랙박스'에서 말했던 '가야겠어'의 복선이다. 마음속으로 가야겠다는 뜻으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뜻으로 나아갈 쿤디판다.

 

 

'못 거스르는 강물 위, 어차피 쓸려 흘러가는 물결이면 헤엄쳐'는 지금 자신의 상황을 감각적으로 비유했다. 흐르는 시간처럼 흐르는 강물은 거스르기 어렵다. 특히 그 물의 흐름이 빠르면 빠를수록 거스를 수 없다. 그런 물결이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차라리 좋지 않을까. 정해진 시간 속에서 거스르기 위해 노력하다가 시간을 보내느니 반대편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게 낫다는 걸 깨달았다. '너보다 앞서있는 너는 없어'도 이 앨범의 핵심을 뚫고 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더 이상 <가로사옥>에게 유효하지 않다. 지금의 자신이 제일 앞서있는 자신이니까, 지금을 더 잘 써야 계속 앞서가지 않을까. 그러니 '당장 옆 사람의 방향도 달라 전혀'라고 할 수 있다. 내게 라이벌은 '나' 뿐이니까.

 

 

그러나 늘 앞을 향해 달려간다고 해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사실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파트를 통해 증명된다. 쿤디판다는 <재건축>의 '이사'에서 '변화를 받아야 해', '난 떠나가야 해', '날 사랑해야 해'와 같은 가사를 뱉었다. 동시에 '20대 후반쯤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근데 이와 같은 말들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 20대 후반쯤에도 이사란 가사를 쓴 초반을 넘어서 중반인데 그대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중반인데도 '이사'를 썼던 초반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 20대 후반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변화란 것에 여전히 경계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쿤디판다다.

 

 

수많은 실패에 두려움을 느끼고 겁을 먹었지만 쿤디판다가 선택한 것은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시도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제시한다. '잊지 마 못 벗어나 여기, 벗어나지 못 한다면 시도해, 지금 쥐고 그리고 있던 그림이 뭐였든지'처럼 말이다. 게다가 '미래는 현재가 만드는 거야, 과거가 지금 현재를 만들은 듯이'처럼 계속 나아가는 삶을 그려낸다. 이 가사는 아까의 '너보다 앞서있는 너는 없어'와도 직결된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진보의 피처링으로 이어진다. '시간을 한가득 안고서 황금과 바꿀 수 없는 집을 지어, 용기를 갖고서'라며 또 한 번 핵심을 말한다. 황금과도 바꿀 수 없는 '쿤디판다'와 '복현'이라는 집을 지었다. 그리고 '용기'를 통해 다음 트랙과 이어준다.

 

 

8. 낙찰 전 / 용기의 합창단 (Feat. DAMYE)

 

 

이 트랙에서는 '용기'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아직 낙찰이 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자신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고 또 자신을 이해해 줄 팬들의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내용으로 '낙찰 전 / 용기의 합창단'이라고 나뉘었다.

 

 

'낙찰 전'이라는 벌스는 힙합 씬을 경매장에 비유했다. 힙합 씬에서 자신은 아직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평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아직 낙찰이 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것이고 낙찰되지 않았음을 이해받고 싶어 한다. 한편 시작 파트에서는 <재건축>의 '방목' 트랙과 연결되고 있다. '내 미래를 설계하신 아빠의 지붕 밖'은 부모님이 래퍼가 아닌 다른 것을 원했던 '방목'의 스토리다. 이어 '고개를 돌려 여전히 홍대는 보여'라며 꿈이 래퍼가 되었음을, 그리고 '내가 본 건 늘 푸른 초원'라며 '방목'을 제시했다. <쾌락설계도>에서 <재건축>, <가로사옥>으로 이어지는 트릴로지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아직 낙찰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중들의 평가로 어림잡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난 네가 떴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그걸 믿을 수 있었다. 그러나 쿤디판다가 생각하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모양이다. 이제 그런 말들은 긍정적으로 했을지라도 쿤디판다에게 못된 말들처럼 들려온다. '있을 의무 없지만 없어 보여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사실 띄워주는 사람들은 '난 네가 떴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인데 그런 말만 하는 것이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이어 '내가 유명해진다면 이유는 분명 명반이겠지만 유명하지 않은 명반이 내 귀에 닿은 적 없듯이'라며 자신이 제일 원했던 인정이라는 것의 기준을 고민한다. 유명해야 인정을 받는 것일까, 인정을 받아야 유명해지는 것일까. 사실 답을 알 수 없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결국 지금의 쿤디판다는 입찰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무도 용기를 내지 않기 때문에. 분명 더 높은 입찰가를 모두 바라지만 용기 내어 못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대로 'B급'으로 낙찰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한다. '얼마나 더 해야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며 지금 상황에 대한 고민과 고찰이 돋보인다. '일단 앞에 나가 판매한 삶, 싸게만 산 사람들에게 더는 기회가 안될까 봐'는 쇼미더머니를 출연한 자신에 대한 고민이다. 방송으로 소비되는 자신은 매우 싼 가격에 팔린다. 그러나 단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디스' 이미지로 팔렸던 쿤디판다와 심바자와디(손 심바). 더는 기회가 없을까 봐 마음을 졸이며 만들기 시작했던 곡은 <가로사옥>까지 왔다.

 

 

그때 앨범을 냈던 심바자와디의 정규 1집은 <NAMES>였다. '어떤 이름으로 기억 되고자에 대해', 그리고 쿤디판다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기적이 일어났다. 앨범의 단독 공연을 준비하며 느꼈던 것은 불안함이었지만 그런 기우와는 달리 공연장이 가득 찼다. 그리고 쿤디판다를 놀랬던 것은 '꽉 찬 떼창'이었고 이는 '기적'과도 같았다. '진정 목격했어, 그날 돌려받을 사랑 인정'이라며 그런 것들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표현한다. 그때 본 사람들은 '용기의 합창단'이었다. 그리고 쿤디판다는 이제 진정으로 원한다. 그러한 팬들을.

 

 

9. 킥아웃코드

 

 

첫 벌스에서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다. '서사에 무조건 필요했던 역할이었고, 나도 그려갔네'와 '그 인물이 나와 닮았을 거라는 희망위로'처럼 주인공과 같은 역할의 인물이 필요했고 그게 자신이었을 거라 생각하고 자신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그러한 역할에 맞춰가다 보니까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따라서 '흩뿌린 가사 속에 내 모습이 아니면 내가 너무 싫어지던 그때'라며 자신이 아닌 모습을 가사에 그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꿈과 같은 것이다. 주인공 옆, 옆 그 정도로 실리는 예술가가 되길 원했던 것도 모두 꿈처럼 상상했던 것이었다.

  

 

두 번째 벌스에서는 기준이 조금이나마 생겼다. 그러나 '내 시야엔 남 뿐'처럼 그 시야에서는 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서사를 말하고 자신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자신을 숨길 필요가 있었던 걸까. '실은 이뤄낸 게 없는 걸 숨겨서, 달라진 척 그 사람들이 된 기분에 나를 적시고'라고 표현한다. 자꾸 자신을 없애고 억지로 구겨 넣었다. 동경했던 사람들에 맞춘 틀을 만들어 자신을 끼웠던 것이다. 그런 틀은 앞 트랙들에서 나왔던 '여럿 얼굴들'이었다. 그리고 그 '맨바닥에는 지훈이가 있어'라고 기본 바탕을 이야기한다. 욕심을 가졌기 때문에 부족함을 느꼈다.

 

 

'나에 대해 말해줘'라며 스스로 던지고 있다. 다른 무언가를 향한, 다른 무언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대신에 늘 다른 사람들을 집어넣었던' 쿤디판다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밑바닥으로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모든 허물들을 벗어냈다. '원점으로 돌아가며'라고 말한다. 결국엔 꿈을 깨고 자신이 아닌 것은 떨쳐낼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 돌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으로, 그리고 그 원점으로.

 

 

꿈을 깬다는 개념은 <인셉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셉션>에서는 꿈속으로 들어가고, 꿈 안에서도 꿈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이런 무의식 속의 깊은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킥'이란 것을 적용시킨다. 킥 한 번이면 모든 꿈이 깰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들이라는 코드에서 벗어나 자신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킥을 한다. '킥아웃코드'

 

 

10. 집 (Feat. 히피는 집시였다)

 

 

'띠, 띠, 띠, 띠'하는 소리와 함께 끝났던 '킥아웃코드'. 그리고 '집'은 문이 닫기며 잠금장치가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쿤디판다가 집으로 들어간 것인지, 집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집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저 기댈 곳을 찾느라고 숨 가삐 쉬어, 무언가 이 곳을 벗어나면 있을 거라 믿어 이제껏'이라는 가사가 있다. 그동안은 달려오면서 어느 정도 가면 쉴 곳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봤더니 이미 지쳤다. 쿤디판다는 이를 '내게 허락된 나라는 공간에 내가 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앨범 트랙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왜였을까. 익명의 인물들은 특정한 인물들을 가리키고 있지만 결국에는 쿤디판다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가로사옥>이라는 존재도 결국 허상이었고 본질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쉼터 역시도 만들 수 있었지만 본인이 허락하지 않았고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즉, 자신 안의 쉴만한 '집'이라는 공간은 없었다. 본질은 자신에게 있었다. 여정 속에서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

 

 

'불만족은 새 아픔을 낳고 악순환을 욕심이란 쓴 말로 포장했지, 그걸 반복 후 반복'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불만족했던 것이 결국 다른 존재로 보이는 아픔을 가져왔고 그런 것이 순환되고 있었다. 그걸 반복하고 반복했지만 단순히 '욕심'이라고 치부했기 때문에 쉴 수 없었다. 결국 인생은 새로운 방의 연속이다. 감정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욕심으로 치부했고 너무 앞만 봤기 때문에 오히려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한 방의 연속이라는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쿤디판다는 깨달았다. 그래서 '집으로 떠나'라고 외치고 있다. 표현 자체가 독특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집은 일정한 공간인데 집으로 떠난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쉴 수 있는 그런 것을 찾아간다. 그러한 집도 쿤디판다일 것이고 그 안에 존재할 것이다. 그동안은 '위만 쳐다봐 목뼈가 부러지는 듯'처럼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나의 결핍도 나인걸' 깨달았다. 그리고 '올라가기보단 해가 늘수록 굵어져 가기만 하는 삶의 깊이를' 깨달았다. 이제는 안다. 방을 빠져나간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방에 갇히고 또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방에 갇히는 절망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내가 지은 나의 집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본질을 찾아 떠난다. '집으로 떠나'd1f3b4d2f963bdd83c45cc7fecccfd7a_1000x1000x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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