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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 신보]
2015.02.11 19:02

[앨범] JJK - 고결한 충돌 (Noble Collision)

조회 수 7000 추천 수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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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2015/1/23
레이블 Alive Music,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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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 - 고결한 충돌 (Noble Collision)

01. 고결한 충돌 (Feat. Soulman & Morra)
02. Let Us Love
03. 결 (Feat. 랑쑈 of Bubble Sisters)
04. 201312241212
05. 거울안의 그녀 (Feat. Samuel Seo)
06. 야임마
07. 알고 싶지 않아
08. 201408112039
09. 충돌완화


* 힙합엘이(HiphopLE)는 2015년부터 윅엘이(WeekLE)의 규모를 단평으로 축소하고, 앨범 단위의 결과물은 더 큰 규모로 확장시켜 본 글과 같이 리뷰로 작성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이상한 일이다. 현재 한국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꽤 보인다. 하나의 작은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서 거치는 아주 보편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우리 시대의 결혼을 앞둔 세대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맞닥뜨려가며 오랜 세월 수없이 반복되어 온 당연하다면 당연할 인륜지대사를 쉽사리 결심하지 못하게 된 걸까. 물론, 그 자체가 생각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려운 일인 건 백번 이해한다. 이전 세대였다고 해서 결혼을 쉽게 생각하고 걱정 없이 하진 않았을 테다. 다만, 지금의 사람들이 자기 혼자 온전히 서 있기조차 쉽지 않고, 둘 사이의 사랑 그 이외의 다른 문제를 너무나 많이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평범함을 획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보편성이 있는 일종의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는 절대 평범치 못한 ‘언더그라운드 래퍼’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더욱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비프리(B-Free)가 [Korean Dream]을 발표하며 촬영한 영상에서 했던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너무 일찍 온 거 같아.”라는 말과 JJK가 새 앨범 [고결한 충돌 (Noble Collision)]의 수록곡 “알고 싶지 않아”에서 뱉었던 “내 가족에게 있어 나의 꿈이 돈보다 위협적인 존재라면 난 대체 어떡하나.”라는 가사는 그에 아주 대표적인 예시다. 두 래퍼는 자신의 작품 안에서 각각 안 그래도 평범한 직업을 가진 2, 30대에게도 쉽지 않은 ‘온전한 생존’과 ‘결혼’을 논하면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래서 [고결한 충돌 (Noble Collision)]은 JJK라는 사람과 그의 행보를 모르면 이해가 안 될 것 같다가도 비슷한 층위에 속하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자극할 수도 있는 앨범이다. 또한, 비슷한 층위가 아니더라도 서사를 끌고 나가는 JJK의 랩스킬, 표현력, 현실감이 뛰어나기에 적어도 몇몇 미디어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허황한, 혹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결혼부터 가정을 형성까지의 과정보다는 훨씬 실감 날 것이다.

앨범은 동명의 첫 트랙 “고결한 충돌”에 담긴 JJK의 가족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시작된다. 그는 할아버지-아버지-아들까지 이어지는 집안의 큰 흐름을 천천히 되짚는다. 또한, 그에서 멈추지 않고 대를 이어나가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자신이 느낀 소회와 바로 세운 의지를 차곡차곡 담아낸다. 인상적인 지점이라면 코드 쿤스트(Code Kunst)의 프로덕션이 소리적으로도 그 내용의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뒤로 재생되는 사운드 소스는 장구한 가족의 역사를 마치 파노라마처럼 훑는 것만 같고, 초반부와 후반부에 깔리는 러프한 샘플은 이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묘사하는 것처럼 꿈틀대는 것만 같다(이 꿈틀대는 에너지는 레어버스(Rarebirth)가 제작한 커버 아트워크에도 감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고결한 충돌”은 JJK가 본 작을 만든 동기와 배경, 그리고 현재의 태도가 효과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트랙이다.


첫 트랙을 지나고 나서부터 JJK는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각 이야기에 접근한다. 연인이 부부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리기도(“Let Us Love”), 첫 아이의 탄생에 대한 심정을 표현하기도(“결”), 임신한 부인의 내적 갈등을 바라보기도(“거울안의 그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격렬한 어조로 늘어놓기도 한다(“알고 싶지 않아”). JJK는 이 구간에서 “고결한 충돌”에서와는 다르게 서사보다는 묘사나 감정 표현에 집중한다. 각 트랙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지 정확히 드러내고 있음은 물론, 그 무엇을 이야기하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순간의 감정, 혹은 중요한 키워드 등을 빠짐없이 담고 있어 청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그 어떤 아티스트도 이렇게까지 한국에서의 결혼을 디테일하게 담아내진 못했을 것이다. 이는 JJK 본인이 랩이라는 보컬 도구를 최대치로 활용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건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프로덕션도 서정성을 더하면서 “고결한 충돌”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리적으로 서사와 감정 전달에 일조한다. 이와는 별개로 드럼의 타격감, 피아노 소스의 가공 정도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두 번째 스킷의 전후로 배치되어 있는 “알고 싶지 않아”와 “충돌완화”에서 드러나는 화자 JJK의 상반된 태도는 다소 이율배반적이다. 아들과 남편으로서 느끼는 중압감과 젊음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뒤섞여 미래를 두려워함과 동시에 그래도 아들과 부인이 있기에 자신은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모순적임과 동시에 간단히 정리하기에는 많은 생각과 감정이 혼재되어 있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이고 진실하다. 즉, 어떠한 재가공도 거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청자에게 제공한 셈이다. 그리고 “충돌완화”에서 표현한, 그 날 것 그대로의 끝에 서 있는 감정은 앨범에서 얘기한 다른 어떤 감정도 아닌 ‘행복’이다. 여기서도 브라스 위주로 구축한 조디악(Zodiac)의 프로덕션은 그 행복에 찬사를 보내듯이 위풍당당하다.

누군가는 JJK의 과감한 랩 테크닉적 시도가 귀에 익숙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철저히 특수한 개인의 관점에서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야임마”는 JJK가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관점에서 풀어낸 곡으로 음악 자체만으로는 트랙의 존재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결한 충돌 (Noble Collision)]은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이유로 결점보다는 장점이 빛나는 앨범이다. 더불어 한국힙합 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층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30대의 삶이 무조건 결혼, 출산, 가정 등의 키워드로 귀결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들이 앨범에서 드러난 JJK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할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점에서 [고결한 충돌 (Noble Collision)]은 한국힙합 역사상 30대를 위한 진정한 첫 번째 힙합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글│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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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매거진팀 치프 에디터. 도를 도라고 불러봤자 더이상 도가 아닙니다. 그래도 매일 같이 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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