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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Blake - Assume Form을 듣고

TomBoy2019.01.22 12:01조회 수 1415추천수 10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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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메트로 부민이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을까?" 영국의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데뷔 이래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어떤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임스 블레이크가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거야?" 2000년대 중반 불어닥친 일렉트로닉 광풍의 상승곡선, 그 곡선의 단락에 블레이크의 데뷔 앨범 [James Blake]가 있다. 이 덥스텝 DJ의 앨범은 불안감, 흐느낌에 가까운 창법, 신선한 훅 메이킹, 촘촘하게 조직된 드럼, 무채색의 멜로디 등의 키워드로 유행에 장악당한 서브컬처에 근사한 대안을 제시했다. (프랭크 오션의 [Blonde]에서 가장 뚜렷한 레퍼런스가 무엇인가) 이런 음악 스타일은 약간의 변주만 가미된 채 그의 경력 내내 계속됐고 마침내 한 명의 뮤지션을 정의했다. 그리고 블레이크의 신보 [Assume Form]에는 대중들의 머릿속에 인처럼 박혀버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매진하는 한 남자의 사색이 담겨있다. 


  제임스 블레이크가 왜 메트로 부민과 작업하는가. 조금만 시선을 조정해보자. "제임스 블레이크는 왜 앨범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가?" [Assume Form] 그의 이력에서 가장 화려하고 대중에게 친화적인 앨범일 것이다. 발매 전부터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콤비네이션은 메트로 부민과 트래비스 스캇이었고, King's Dead와 Stop Trying to Be God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퍼포먼스가 아직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터였다. 그러나 Mile High와 Tell Them의 프로덕션은 스캇의 데뷔 앨범이었던 [Rodeo]의 B-Side에 가까웠고 신선함을 담보할 것 같았던 조합이 도리어 익숙함을 불러오는 모순이 발생했다. 오히려 새로움은 오래된 인연으로부터 피어났는데,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마운트 킴비의 반쪽 도미닉 메이커가 그 주인공이다. [Assume Form]은 [The Colour in Anything]에서부터 협업의 잠재력에 대해 가늠하던 블레이크의 결단이나 다름이 없다. 그와 도미닉은 대부분의 곡들을 함께 재단했고 이 둘의 시너지에 대한 독해야말로 사운드의 핵심이다. 


  특히 Can't Believe The Way We Flow와 I'll Come Too에서의 샘플을 통한 멜로디 메이킹이 단연 돋보인다. Can't Believe The Way We Flow는 고전 솔 그룹 맨해턴스의 풍성한 중창을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서 유실된 모타운 클래식의 품격을 일깨우고, I'll Come Too는 이탈리아의 영화음악감독 브루노 니콜라이의 고풍스러운 선율을 통해 감동과 유머가 공생하는 고전미를 앨범 속에 불어넣는다. 과거의 작품들에서 선보이던 블레이크의 작곡법을 떠올려보면 이 같은 변화는 몽환적인 멜로디만큼이나 극적으로 여겨진다. André 3000가 지원사격을 한 Where's The Catch? 역시 앨범의 백미로 꼽힐만한 곡이다. 되풀이되는 피아노 라인과 불안정한 이펙터로 얼룩진 곡은 블레이크가 미국 힙합 신의 브라만 계급과 어울리며 받은 영감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하다. André 3000 또한 무거운 주제를 익살스럽게 다루는 타고난 위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최고작을 갱신한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들은 항상 블레이크 자신의 사운드트랙이었다. [Assume Form] 역시 마찬가지지만 앞서의 작품들과 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불안감을 취급하는 방식이다. 블레이크는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결의에 찬 상태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Power On에서 자신이 저지른 모든 실수를 고백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자신의 투쟁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나는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 나는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나는 결코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곧 "하지만 내가 틀렸어."라고 덧붙이며 과거의 염세적인 진술에 대해 참회하는 그의 모습에는 어색하지만 진솔한 현대인의 자화상이 담겨있다. Don't Miss It에서 블레이크의 목소리는 앨범을 통틀어 가장 훌륭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의 행적에 대한 야유와 회한으로 점철되어 있다. "놓치지 마세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놓치지 마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ssume Form]은 고해성사나 속죄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다. 오히려 이 앨범은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인공적인 전시에 가깝다. 좀처럼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운 앨범명, 확연하게 명암이 대비되는 커버 아트, 희망적인 동시에 모호한 가사 등은 블레이크가 기획 단계부터 구상했을 콘셉트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세간의 평가가 어찌 됐든 간에 이 앨범은 그의 경력에서 가장 화려하고, 대중에게 친화적이고, 낙관적이며,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블레이크는 왜곡된 전자음과 부자연스러운 음향 세계를 추구하며 힙스터들의 유다가 되었다. 이제 그의 음악에는 평온한 그랜드피아노와 밝은 신디사이저, 가벼운 스네어가 주축을 이룬다. 한때는 대중음악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칭송받았지만 현재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과거 스타일을 견지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는다. 블레이크는 [Assume Form]을 통해 처음 듣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품은 따듯하고 일상의 소망으로 그득하다. "단지 태양이 뜬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더 따듯해 보이지 않니?" [James Blake]의 흐릿하고 음울했던 커버 아트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8년 만에 그의 눈빛을 마주한다. 성서 속 두 명의 유다처럼, 한 명은 잊혀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이렇게 변해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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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해의 앨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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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잘 읽었습니다! 아직 제임스블레이크 신보 못들어봤는데 시간내서 꼭 들어봐야겠네요
  • 1.22 16:11

    피치포크 점수가 충격적이네요 ㄷㄷ
    5.8이라니 ㅋㅋㅋㅋ

    이번에 사운드가 좀 대중적이라 어느정도 예상은했는데

    5.8은 충격적이네요 ㅋㅋㅋㅋ

  • 1.22 17:08
    @러버소울
    피폭 말고 다른 매거진 평은 좋아요ㅋㅋㅋ 메타크리틱 점수 높습니다
  • TomBoy글쓴이
    1.22 17:51
    @러버소울
    앨범 발매 전 블레이크가 피치포크 리뷰를 비난했는데, 그냥 그 장외설전의 연장선 느낌이네요
  • 1.22 23:02
    @러버소울
    5.8이요??? 5번 8번 트랙듣고 쌌다 이말인가..?
  • @러버소울
    그 점수는 피치포크가 졸렬하고 간사한 평론조무사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 1.23 03:54
    웨어유인러브는 영화의 한장면에 나올거같은 분위기여서 넘 좋앗어요
  • 1.23 09:36
    피폭은 이제 너무 간듯요
  • 1.23 09:36
    피폭은 이제 너무 간듯요
  • 1.23 13:16
    피폭놈들 ㅋㅋ 저도 간만에 정말 머리 띵해질만큼 충격적인 음반이엇습니다
  • 1.23 16:15
    전작도 그렇고 이번작도 데뷔앨범때의 생각은 더이상 안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딴거 듣느라 이걸 좀 늦게 듣고 있는데 너무나도 달라졌기 때문에 제임스 블레이크를 더이상 장르에 묶어둘 필요는 없을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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