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LE
LISTENING SESSION Vol.14:
민제


날짜

2017. 4. 21. 금요일

장소

이태원 플래툰 소넨덱


‘얼터너티브(Alternative)’.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이 한 단어는 이제는 음악 씬에서 빼먹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다. 다양한 장르를 섞는 혼합성과 동시에 기존 장르의 특성에서는 조금 벗어난 그 매력이 메인스트림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다. 민제(Minje) 역시 이러한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이자,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그는 공식 첫 싱글 “Melt”로 시작해 [Mojo], [Freesm, 659], [Boy Ⅱ Man]를 통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구축했고, 이번 달 22일 드디어 첫 정규 앨범 [Now]를 발표했다 힙합엘이는 앨범 릴리즈 바로 전날인 21일, 이태원의 플래툰 소넨덱(Platoon Sonnendeck)에서의 음감회를 주관했고, 덕분에 [Now]에 담긴 이야기와 그의 현재를 엿볼 수 있었다.
행사 당일은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였다. 4층에 위치한 이태원 소넨덱의 넓고 탁 트인 공간이 시작 전부터 그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예정 시간보다 일찍 온 민제가 디제잉 부스에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부터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등 여러 아티스트의 음악을 직접 선곡하며 소넨덱의 무드를 한껏 증폭시켰다. 음감회 시작이 가까워질수록 많은 관객이 오기 시작했고, 똘배, 짱유, 구스범스(GooseBumps), 소마(Soma), 한스커(Hanscur) 등 많은 뮤지션 및 관계자들 역시 참여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관객이 가득 차고, 힙합엘이의 치프 에디터 멜로(Melo)의 인사말과 함께 음감회는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Now]를 감상하기 전, 앨범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년 동안 준비한 이번 앨범을 위해 지구 세 바퀴를 돌았다는 그의 농담은 조금은 경직되있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었다. 곧이어 스톤쉽(Stone Ship)의 CEO, 똘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와 함께하면서부터 [Mojo]도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협업이 늘어갈수록 그가 좋은 파트너인 것을 느꼈다는 말도 빼먹지 않으며, 똘배를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이후, 민제는 이번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앨범이냐는 질문에 민제는 웨이브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앨범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웨이브라는 말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그런 앨범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고, 스토리텔링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작 과정을 이야기하며 “Do”에 관해 언급했는데, 이 곡을 통해 많은 사랑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음악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자신 역시 가치 있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진실성 있는 음악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다고 한다. 그 후, 민제는 이번 앨범에 도움을 준 여러 동료를 샤라웃했고, 본격적으로 감상에 들어갔다.
보통 일정 시간 감상 후 잠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기존 힙합엘이의 음감회 방식과 달리 이날은 13트랙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거로 진행됐다. “그냥 들으면 돼요.”라고 쿨하게 말했던 민제는 이미 알았던 걸까? 인트로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은 곧바로 앨범에 몰입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감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Baiji”, “Yellow”, “Remeberance” 등의 트랙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에 집중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Talk about Bowie”나 “Youth”, “Nap”과 같은 트랙에서는 곡 안에 담긴 나레이션이나 대화에 집중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Internet”, “Do”처럼 팝적인 색채가 담긴 트랙에서는 관객들 역시 리듬을 타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감상이 끝난 후, 여러 질문에 민제가 직접 답하면서 앨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들을 수 있었다. 민제는 우선 “Baiji”라는 곡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하나의 컬러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제는 멸종된 양쯔강 돌고래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밝혔다. 추가로, 그 외의 뜻도 있다는 짧은 말과 함께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민제는 앨범을 듣다 보면 누구나 흥미롭게 들었을 만한 “Talk About Bowie”와 “Nap”에 관한 이야기 역시 빼놓지 않았다. 전자에 대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대화를 빌려와 음악으로 평화를 만들고 싶다는 본인의 소망을 담았다고 밝혔으며, 후자에 대해서는 손기정 선수에 관한 나레이션을 통해 순수한 음악, 떳떳한 음악을 만들고픈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한 추모곡이 바로 “Remeberance”라는 점과 이 앨범 자체가 자신의 기억 속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밝히며, 앨범에 관한 여러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민제의 대답이 있고 난 후부터는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앨범 발매 이후 일정에 대해서 자세하지는 않지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기도 했고, “Maria (Interlude)”의 구체적인 대상에 관한 질문에는 폭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인지 '여자'라는 짧은 한마디로 대답을 끝마치기도 했다. 민제만의 특별함이 드러난 답변은 영감을 받아들이는 훈련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는 사회라는 브루마블 밖에서 모든 것을 바라봐야 이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고 자신은 이러한 훈련을 순수해지는 훈련이라고 밝혔다. 영감과 그 훈련에 관한 본인만의 뚜렷한 생각이 보인 대목이었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어느덧 마무리 시간이 찾아왔다. 찾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지켜봐달라고 조금은 쑥스러워하며 말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 날 정말 기억에 남았던 모습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감상하며,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투박하고 짧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는 그의 대답들에서 알 수 없었던 모든 것은 자신의 음악을 누구보다 즐기던 그의 표정에 전부 담겨있었다. 민제는 그렇게 자신의 현재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그리고 이날 보여준 민제의 현재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Now]를 들어본다면, [Now] 속 민제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매 순간 변해가는 현재 속에서도 민제만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