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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2017.01.30 11:17

[기획] Musicians in Women’s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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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Musicians in Women’s March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공식적으로 임명됐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1월 20일의 일이다. 대선 과정부터 도널드 트럼프는 전 세계의 우려를 낳았다. 다양하고 예민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차별적인 언어로 일관하던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정치와 세계의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는 조금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리고 그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옳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격을 갖춘 이면 누구나 정치인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짧지 않았던 여정에는 분명 크고 작은 잡음과 논란이 뒤따르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 미국의 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다.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다음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Washington, D.C.)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의 이름은 ‘여성의 행진(Women’s March)’. 날짜에서도 알 수 있듯, 행사의 취지는 도널드 트럼프의 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을 규탄하고 여성들의 존재를 다시금 사회적으로 확립하기 위함이었다. 1월의 추운 날씨에도 당일 행사장과 그 인근에는 50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미국 내 다른 도시와 유럽, 아시아 등의 국가를 합쳐 세계적으로는 약 300만 명이 같은 시각 다른 자리에서 뜻을 함께했다. 단순한 유행이나 하나의 일시적인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숫자다. 그리고 행사의 취지에 동의하는 뮤지션들도 이 자리에 직·간접적으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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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건 이 날 참가자 앞에서 힘 있는 연설을 펼친 자넬 모네(Janelle Monae)이다. 그는 연설대에 올라 “역사적인 순간이다”라고 운을 뗀 후, “우리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힘의 남용 때문이다. 우리 형제자매인 LGBTQ 친구들에게, 이민자들에게, 여성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본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반드시 포용하길 바란다. 의구심이 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면, 두려움이 아닌 자유를 택했다는 걸 기억하라”고 이야기했다. 자넬 모네는 경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 에릭 가너(Eric Garner) 등의 부모를 무대 위로 초대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발표한 “Hell You Talmbout”에서 경찰 총격 피해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했던 뮤지션다운 행동이었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 또한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지난 2014년 타계한 미국의 시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명시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Still I Rise)>를 암송했다. 그리고는 “여기에 용기 내서 오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어머니이자 예술가이고 활동가이며 사업가다. 우리는 정부의 남성들 또는 이 문제와 관련한 남성들에게 우리의 몸을 지배하거나 컨트롤할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소울은 곧 우리의 것이다. 증오도, 편견도, 무슬림 등록제도 없어야 한다. 어느 미국인에게나 최선으로 대해야 한다”라며 소신을 밝힌 후, 대표곡 “Girl On Fire”를 불렀다. 스위즈 비츠(Swizz Beatz)와 결혼함과 동시에 다양한 구성원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최근 발표한 앨범 [HERE]에서 그 점을 자랑스럽게 밝히며 있는 그대로 자식과 가족과 사회를 사랑할 것을 노래한 그이기에 더욱 갚지고 호소력 짙은 말과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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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뮤지션 둘을 소개했지만, 이 둘 외에도 많은 가수가 목소리를 냈다. 가수 마돈나(Madonna)는 연설대 마이크에 대고 ‘X까(F*uck you)’라고 말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 ‘역시 마돈나’라는 말이 나왔다. 가수 맥스웰(Maxwell)은 무대에 올라 지난 2001년에 발표한 “This Woman’s Work”를 열창했다. 래퍼 빅션(Big Sean)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보냈고, 이외에도 안드레 3000(Andre 3000), 존 레전드(John Legend) 등이 뜻을 함께했다. 또한 이런 자리에 이름을 빼면 섭섭할 비욘세(Beyonce)부터 시작해 씨아라(Ciara),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핑크(P!nk),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루이스 델 마르(Lewis Del Mar) 등 알앤비, 팝, 포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적지 않은 가수가 힘을 보태기도 했다.

물론 행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힙합/알앤비 장르의 적지 않은 뮤지션들이 지지 의사를 보내자, 아질리아 뱅크스(Azealia Banks)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어째서 백인들이 깔아놓은 함정에 매번 그렇게 빠져서 단체행동을 하냐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의 주류 페미니즘에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의 성기를 아무런 인식 없이 말한 것에는 순식간에 거리로 쏟아져 나올 정도로 분노를 보내고 인권을 외치면서, 왜 그동안 흑인이 경찰의 부당한 총격에 연거푸 쓰러질 때는 잠자코 있었냐는 것이다. 이 역시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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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이 거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은 경찰의 날선 총 끝이 거리에 무의미한 피를 흘릴 때면 개인 또는 단체로 공개 곡을 발표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사건이 발생한 지역 근처에서 공연을 열어 시민들과 호흡하고 직·간접적으로 유가족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었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는 순간에도 그들은 함께했다. 직접 참가하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SNS로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항하는 시위에 그들이 동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음악은 늘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사회의 문제를 터뜨리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계 역사에 비추어 봐도 음악은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 동이 트자마자 미국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시작점에 음악인들이 함께하고 입을 열고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음악가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음악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역설적이게도 탄압받거나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명곡은 탄생했다. 21세기의 또 다른 명곡을 듣게 될 날이 머지않은지도 모르겠다. 


글 | 김현호(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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