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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수분 공연 ① Blue Magic in Mhood

title: [회원구입불가]Loner2016.08.26 02:51추천수 7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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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수분 공연 ① Blue Magic in Mhood


현재 우리 주변에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콘서트부터 시작해서 많은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는 힙합도 예외가 아니다. 힙합이 메인스트림한 장르로 올라서면서 각종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몇 년 전 성행했던 중소 규모의 옴니버스 공연과 신인들을 중심으로 꾸리는 공연들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편이다. 그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최근 새롭게 생겨난 신인 중심의 공연 브랜드가 있다. 바로 무드(Mhood)에서 열리는 <블루 매직(Blue Magic)>이다. <블루매직>은 한 뮤지션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화수분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이에 대해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또 공간주인 DJ 켄드릭스(DJ Kendrickx)와의 보다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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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지만, 서교동에 위치해있는 무드 앞서 언급한 대로 크루 ADV 소속의 DJ 켄드릭스가 소유하고 있는 클럽이다. 그는 자신의 공간인 무드에서 신인 뮤지션들을 위한 공연인 <블루매직>을 꾸준히 열고 있다. 뒤이어 나올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블루매직>은 수익 구조부터 시작해 뮤지션 간의 교류 등 여러 부분에서 DJ 켄드릭스가 신인 뮤지션들을 위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다.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취재를 갔던 광복절 815일은 어느덧 일곱 번째 공연을 맞이한 날이었다. 'Marcia'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날 공연은 그동안 <블루매직>에 참가했던 뮤지션 중 호평을 받았던 뮤지션들을 DJ 켄드릭스가 직접 섭외한 공연이었기에 관객들의 기대 역시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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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무드는 꽤 많은 사람으로 차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많은 뮤지션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은 공연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DJ 프리오(DJ Frio)가 무대 위로 올라와 디제잉을 시작했다. 팝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음악에 심취했을 때쯤 시계를 보니 어느덧 공연 시작 시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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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이날 라인업은 그동안 <블루매직>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참가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총 아홉 팀이 무대를 꾸몄고, 각각 10분 정도의 시간에 걸쳐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에 참여한 각 팀은 서로 다른 공연 스타일을 선보이며 매력을 뽐냈고, 힙합과 알앤비가 자연스레 어우러졌었다. 더불어 관객들이 다양한 신진 뮤지션들을 알아가기에 적당한 구성을 취하기도 했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중간중간 게스트들의 무대가 돋보였었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던 심바 자와디(Simba Zawadi)와 영비(Young B)는 노련하면서도 재치있게 무대를 꾸미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해냈고, 그렇게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직접 공연을 보며 <블루매직>의 매력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지만, 아직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어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DJ 켄드릭스와 간단하면서도 나름대로 깊이 있는 인터뷰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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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블루매직>의 뜻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건가요?

 

켄: 무드 놀러 오시는 분들이나 저랑 친하신 분들은 제가 느와르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 걸 아실 거예요. 팔에도 영화 <대부>의 돈 콜리오네 타투를 새겼고, 제 방 욕실에도 <대부> 액자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느와르 영화 중에 힙합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 속 주인공이 전설적인 마약상이에요. 그 사람이 월남전 때 직접 태국에 가서 싼 가격에 마약을 떼 와서 거의 열 배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 마약 이름이 블루매직이에요. (공연진들과) 쉐어하는 수익률로 신진 뮤지션들에게 수익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담은 거죠.


LE: 무드에서는 유독 신선하고 도전적인 공연들에 대한 시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블루매직>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어떤 의도로 만들게 되었는지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부분 아시겠지만저는 정글 라디오(Jungle Radio) 출신이에요제 또래 사람들이 그 당시 정글 라디오에서 많이 활동했고그 당시부터 저희가 돈을 내고 공연하거나 직접 소규모 공연을 만드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그런 점에서 <블루매직>도 (그때부터) 늘 해왔던 소규모 공연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직접적인 계기는 제 공간이 생겼으니까 그냥 매주 할 수 있는 신진 공연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죠큰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실천했다기보다는 작은 계기를 하나하나 실천한다 생각하고 문득 든 생각의 연장선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LE: 오늘 공연을 포함해 벌써 횟수로만 일곱 번째 공연이에요. 본인이 직접 기획한 공연 브랜드라는 점에서 굉장히 뜻깊을 것 같은데 감회가 어떠신가요? 불안함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블루매직> 같은 경우에는 제가 모집 메일을 받은 후, (음악을) 듣고 최소한의 기준으로 이 정도면 무대에 설 수 있겠다.싶으면 선발을 해요. 저는 선발 이외의 일에 크게 참여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래도 회차가 늘어가니까 뿌듯해요.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뮤지션들끼리 서로의 공연을 보고 단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에요. 공연만큼 그런 교류나 단합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와 동시에 ‘이번 공연은 어떨까?’에 대한 불안함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내 감이 맞을지 아닐지 생각이 자꾸 들죠. 사실 매번 불안해요. 그런데도 신인 뮤지션들이랑 호흡을 맞추는 묘미가 있어서 항상 재밌어요. 새로운 뮤지션들도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항상 만족하는 것 같아요.

 
LE: 오늘 공연은 한 시즌을 결산하는 느낌의 공연이었어요. 라인업도 자신이 눈여겨보았던 루키들로 구성했고요. 오늘 라인업 중 기대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혹은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을 보여준 루키도 좋고요.

 

저는 제스티(Zesty)라는 분이 기억에 남아요. 그분이 이번에 득표수가 굉장히 높았어요. 사실 제스티 씨한테 투표한 분들이 전부 제스티 씨의 광팬은 아니에요. 근데도 제스티 씨를 보러 온 사람이 절반 정도였으니까 뭔가 모객하는 힘이 있다는 게 느껴졌었어요. 몇 번 대화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또, 저희 ADV 공연을 할 때마다 항상 오셨었어요. (웃음힙힙 씬에 관심이 많은 게 느껴지고작업물에서도 그런 애정이 느껴져서 추천하고 싶어요.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항상 (라인업 분들에게) 지인을 동원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꼭 연락해서 데려와 달라.’라는 식으로 말해요<블루매직>이 소규모 공연이고, 라인업 분들이 공식 작업물을 냈다든지 그런 게 아니잖아요. 제가 포스터를 올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 뮤지션들의 지인들, 또 저 뮤지션들의 지인들이 보러 오고 하면서 교류도 해야 (이 흐름이) 퍼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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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의 대답에서도 알 수 있지만, <블루매직>은 단순히 공연만 진행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투표를 통해 관객들이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 특별했고, 그로 인해 라인업들에게 수익이 분배되는 점도 타 공연과 차별되는 지점이었다. 이어지는 그의 답변을 통해서는 <블루매직>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LE: 사실 라인업 비를 걷기는 하지만, 수익 전액을 래퍼들에게 분배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쉬운 결정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라인업 비를 걷는 시스템은 제가 정글 라디오에서 활동할 때부터, 아니 그전부터 있었던 거로 알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라인업 비를 걷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거라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런 입장은 절대 아니고요. 공연 기획이라는 모든 과정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라인업 비를 걷어서 대관료나 진행비로 충당하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은데, 항상 이런 일을 하면서 중간에서 소위 '삥땅'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기획자라는 포지션으로 씬에 들어와서 라인업 비를 초과로 걷는 거죠. 삥땅친다 해도 많아야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거든요. 근데 그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때부터 늘 있었어요. 되게 보기 싫잖아요.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항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무대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거든요.


사실 제가 그런 사람들이랑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제가 ADV 입단하게 된 것도 이런 문제랑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요. 예전에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뮤지션들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거든요. JJK 형한테 무작정 연락해서 찾아간 다음에 실태 보고서를 드렸어요. ‘지금 등쳐먹는 애들이 있는데, 심지어 아마추어 래퍼들이랑 담합을 해서 사기를 친다.뭐 이런 내용이었죠.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때 술제이(Sool J) 형이랑 데드피(Dead’P) 형한테도 찾아갔었어요. ‘투명한 공연들을 많이 열겠다.라는 의지를 담은 실태 보고서를 보여 드렸는데, 두 분 다 그걸 보시고 도움을 주셨었죠. JJK 형은 아예 저한테 제안을 해주셨어요. 자기가 게스트를 많이 하면서 투명한 공연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테니 ADV 멤버들을 공연에 섭외해달라는 제안이었죠. 아예 뉴올(Nuol) 형 비트에 실화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하셨고요. 아직도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많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라인업 비는 정확히 주말 대관료만큼만 받아요. 그럼 전 그 돈으로 대관료를 충당하고, 이외 수익은 전부 라인업에게 분배해요. 관객분들이 투표하면 해당 팀은 득표수만큼의 수익을 얻게 돼요. 득표수대로 나눠드리고도 남는 금액도 N분의 일로 분배해요. 실질적으로 대관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 이외에는 저는 이익을 챙기지 않는 거죠.

 

LE: 디제잉을 본인만 하시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DJ를 세운 적이 있는 것 같던데,이런 부분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DJ 분야는 클럽 씬이 있고, 배틀 DJ 씬도 있고, MC들이랑 호흡을 맞추는 분들까지 크게 세 부류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힙합 씬에서 트랙도 참여하고, 공연도 같이하는 DJ들이 제 뒷세대부터는 활동을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DJ 웨건(DJ Wegun) 씨처럼 진짜 형들이거든요. 근데 그중에서는 저를 제외하면 DJ 웨건 씨가 제일 어린 편이실 거예요. 그래서 어떨 땐 외롭기도 해요. 제 또래에선 DJ를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으니까. 그래서 <블루매직>에서는 신인 DJ들을 네 명씩 올려요. DJ 프리오, DJ 하비스트(DJ Harvest), ADVDJ 드래브(DJ Drev), DJ 티라노이즈(DJ Tiranoize)라는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사실 그 네 명이 다 제 제자에요. 제 다음 세대 DJ들이 판을 좀 꾸려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블루매직>이 딱 신진 뮤지션에 맞춘 공연이니까 어떻게 보면 신인 DJ를 올리는 게 색깔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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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켄드릭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지만, 그의 답변에서 씬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공연을 해왔던 그이기에 행동 하나하나에 이러한 애정이 더욱 묻어났다. 그는 다음과 같이 현재 공연 문화에 대한 의견을 비치기도 했다.



LE: 요즘은 어쩔 수 없이 미디어를 통해 생기는 공연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 물론 단발성인 경우가 많지만요. 이러한 근래 들어서의 공연 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저는 ADV 소속이고, ADV에서는 두 명이나 <쇼미더머니>로 큰 수혜를 입었어요. 제 생각에 크루 단위로 보면 ADV<쇼미더머니>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크루인 것 같아요. 저도 그 수혜를 입고 있긴 해요. 왜냐하면, 우선적으로 <쇼미더머니> 이후 ADV와 함께하는 공연이 엄청 많아졌고, 그 덕에 돈을 더 잘 벌게는 됐죠. 수혜를 입은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힙합 씬이 약간 연예계의 하위 호환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 현상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물론, 공연 기획도 엄연히 사업이니까 수익성을 생각해야겠죠. 그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미디어에 나온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게 어떻게 보면 맞을 수도 있어요. 다만, 지금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거죠. (그런 류로 볼 수 있는) 조그만 클럽이 오픈하는데 누가 게스트로 나온다.’ 싶은 공연은 그냥 연예인이 작은 규모의 행사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딱 봐도 힙합 씬이 뭔가 서브 연예계처럼 보이잖아요. 그런 게 안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듣기에는 그런 공연들이 스코어도 안 좋은 거로 알고 있어요. 반면에 최근에 있었던 <2016 버저비트(2016 Buzzer Beat)>같은 공연까지 나쁘게 보진 않아요왜냐하면, (그 공연은) <쇼미더머니>에서 아쉽게 떨어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고스포츠 아레나에서 공연하는 포맷이 굉장히 신선했거든요그래서 잘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매니아틱할지라도 (특정한) 성향이 드러나는 공연들도 있어야 하고, 대중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들도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LE: 많은 공연이 우리 주위에 있지만, 사실 뮤지션이 자신의 공간을 통해 루키들을 위해 공연을 여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공연들이 많이 없는 이유는 단지 공간이나 금전적인 문제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저는 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신진 뮤지션들을 위해 신경 쓰시는 분들은 진짜 많거든요. 힙합엘이에 있는 블럭(bluc) 형 진짜 대박이잖아요. 그분이 얼마나 챙겨 듣는지 힙합 팬들이 알아야 해요.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쓰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근데 그렇게 관심 두고 계신 분들이 진짜 많아요저는 이 인터뷰를 통해서 블럭 형, 딥플로우(Deepflow) , 화나(Fana) 형, 그리고 JJK 형을 꼭 샤라웃하고 싶어요. 이건 꼭 실어주세요. (웃음) 네 분에 저까지 지금 다섯 명이지만, 이정도여도 일반 대중분들이 신인 뮤지션을 알기에는 충분히 좋은 채널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꼭 <블루매직>이 아니더라도 <어글리정션(Ugly Junction)>이나 <슈퍼루키챌린지(Super Rookie Challenge>같은 공연에 꾸준히 와주시면 충분히 나은 상황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자신의 공간을 갖지 못하는 건 사실 어쩔 수 없죠. 대한민국 땅값이 비싸고 특히 홍대 땅값이 더욱 비싸니까요. 셀프 칭찬을 하자면, 저는 돈을 모아서 잘 아낀 케이스죠. 저희 집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제가 그냥 성실했던 거죠. 부동산 쪽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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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그의 답변을 통해 <블루매직>이 현재에 오기까지 어떤 생각들이 바탕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DJ 켄드릭스의 과거 모든 경험과 생각들이 토양이 되었기에 지금의 <블루매직>이 제대로 된 공연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블루매직>을 기획하고, 무드를 운영하는 게 마냥 순탄한 건 아니라고 한다. 인터뷰 끝 무렵의 답변을 통해서는 <블루매직>과 무드 운영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LE: 지금까지 <블루매직>을 기획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반대로 뿌듯했던 순간은 어떤 때였나요?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저희는 모집하는 절차가 까다롭지 않거든요. 그러면 저도 불편하고 진행 속도도 느리기 때문인데, 그래서 제 전화번호랑 메일을 완전히 오픈해놔요. 저 같은 경우에는 완전 프론트맨이 아니니까 오픈했는데, 이게 진짜 가게에서 물건사듯이 아유~ 공연 모집하시는데 언제까지죠?’ 하면서 대뜸 예의 없게 전화하는 경우가 있어요. 갑자기 펑크내시는 분들도 있고요. 제가 정리를 깔끔하게 해서 공지를 하는데도, ‘내가 돈을 내고 공연을 산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는 굉장히 불쾌했어요. 반대로 뿌듯했을 때도 있었어요. 최근에 좋은 기획이 있다면 무상으로 대관해주겠다고 공고를 하고, 기획서들을 받아본 적이 었었어요. 그중에서 <블루매직>에 참여해서 알게 된 두 크루가 기획서를 써서 보냈는데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저희는 끝나고 항상 뒤풀이를 일부러라도 꼭 하는데, 그 이유가 라인업들끼리 친해지고 교류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이렇게 하게된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 사실 저 정도만 되어도, 아니 정규 작업물을 낸 뮤지션들만 되어도 섣불리 다른 뮤지션들을 폄하하는 말을 하지는 않아요. 음악이란 게 함부로 욕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요. 이건 사회생활에서의 태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음악인으로서의 태도랑 관련된 거거든요. 그런데 소규모 공연에서 라인업들끼리 쟤네 구리네.이런 식의 말을 많이 한대요. 그게 싫었어요. 오히려 많은 교류를 하고 영감을 얻는 게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제 의도랑 딱 맞게 두 크루가 연합 공연을 연다고 하니까 엄청 뿌듯하더라고요. 이외에도 가끔 좋은 움직임 보여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해주실 때 민망하지만 뿌듯했죠. (웃음)

 

LE: 앞서 나온 이야기도 그렇고, 무드를 올 때마다 혹은 무드에서 진행되는 공연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수익에만 집중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 점에서 힘든 점도 있으실 것 같은 데요. 어떻게 보면 관객들이나 라인업들에게 금전적으로 많은 배려를 해준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무드 운영에 대한 DJ 켄드릭스만의 특별한 원칙이 있는 건가요?


진짜 감사하게도 무드라는 공간이 홍대에 위치해 있지만, 월세가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덕분에 제가 생활고에 시달리진 않죠. 그래서인지 꼭 돈을 벌어야 한다기보다는 진짜 제가 생각하기에 재밌겠다.' 혹은 '기분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다.싶으면 무조건 진행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무료 공연이나 강연들도 있었던 것 같고요. 원칙이라기보다 재미에 중점을 두고 수익을 조금 뒤에 두고 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화나 형도 말씀하셨어요. 재미를 얻는 대신 재정 상태와 정신 건강을 잃고 있다고. (웃음) 모두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웃음)

 

LE: 무드라는 공간, 그리고 <블루매직>이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으면 싶나요?


<어글리정션>하고 계시는 화나 형도 엄청 사명감 있게 말씀하실 것 같지 않은데… (웃음) 저도 사실 큰 사명감을 가졌다기보다는 뭐랄까… 대중들이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걸 잘 모르잖아요. 바람이 있다면 딱 하나에요. 좀 더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 외에는 찾아오는 재미매니아틱한 소규모 공연, 그리고 우리 주변에 래퍼를 꿈꾸는 친구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찾아보는 재미? 그런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오래 하면 많이 알려지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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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사의 제목처럼 <블루매직>은 여러모로 신진 뮤지션들에게 화수분과도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더욱 고무적인 건 지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또 공연마다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공연 라인업 중 한 명이었던 제스티는 "공연에 굉장히 목말라있던 때에 이런 좋은 공연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최소한의 라인업 비 6만 원만 투자하고 좋은 경험과 여러 뮤지션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기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앞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힙합 씬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블루매직>이 되길 바란다.




글ㅣLoner

신고
댓글 7
  • 8.26 03:27
    Tranoise가 아니라 Tiranoize일겁니다 아마.
  • title: [회원구입불가]Loner글쓴이
    8.26 03:35
    @King Logic
    말씀해주신 사항은 수정했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 8.26 03:36
    @Loner
    Tiranoize로 수정이 안되어있네요.
  • title: [회원구입불가]Loner글쓴이
    8.26 03:40
    @King Logic
    수정을 잘못 했네요...꼼꼼한 지적 감사합니다...!!
  • 8.26 06:06
    좋은 내용의 글 감사해요~
  • 8.26 16:01
    저번에 심바랑 영비 온다길래 구경갓는데 은근 재밋더라구요ㅋㅋ
    제스티 그 분 무대 진짜 멋잇엇음
  • 8.27 16:56
    이런일 하시는분들 보면 진짜 멋있고 존경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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