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WeeksTape (6월 2주)
캄 - [푸르름]
첫 번째로 흥미로운 건 캄(KALM)의 목소리 톤이다. 높은 톤의 좋은 발음은 확실히 래퍼로서는큰 강점이다. 본인도 이를 알고 있는듯한 플로우 구조를 짰다. 다만 그 구조의 가짓수가 너무 적은 탓에, 한 곡을 끝까지 듣기 어려웠단 점은 아쉽다. 두 번째는 선택한 비트와 그 가사다. 믹스테입 아트워크의 색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캄이 선택한 곡들은 모두 잔잔하고 평화롭다. 캄의 가사 역시 그렇다. 일상을 이야기하고, 본인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가사는 본인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충분히 구조적 서사를 가진다. 캄이 이런 점을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가사가 넘쳐나는 한국힙합에서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랩은 참으로 희귀하기에, 충분히 흥미로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GDB
키스에이치 - [Jazz In The Trap]
뉴타이틀(Nu Title) 크루의 래퍼 키스에이치(Keys.H)의 첫 믹스테입이다. 멜로우한 사운드가 믹스테입 전반을 아우르며, 간간이 등장하는 재즈 샘플들은 앨범의 컨셉을 공고히 한다. 안정적인 톤을 바탕으로 매끈하게 흘러가는 플로우에 변칙적인 포인트를 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전반적인 사운드가 통일감을 지녀 매끄러운 감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특별히 긴장감을 유발하는 지점 없는 평이한 구성 때문에 끝까지 듣는 데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한다. 가볍게 들어볼 만한 작품이다. - greenplaty
엠디 코지바이브 - [Cozy Vibe]
'Cozy Vibe'라는 제목을 본 순간, 정말 제목처럼 코지한 느낌을 잘 담아냈을까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엠디 코지바이브(MD Cozyvibe)는 본 믹스테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일구어냈다. "Palm Trees"부터 "Thinkin' Of You"까지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풍기는데, 힘을 뺀 듯한 그의 보컬은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더불어 툭툭 뱉는 듯한 랩은 본 작의 편안하면서도 몽환적인 색깔을 더욱 짙게 한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일구었다고 표현한 것은 그의 랩이 주는 아쉬움에서였고, 몇몇 트랙에서 드러나는 일정한 플로우와 약간은 과한 듯한 인토네이션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그의 무드와 편안한 보컬이 더욱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Loner
비니플라이 - 먼지쌓인TAPE
<쇼미더머니 5>에서 서출구의 2차 예선 무대를 봤다면 알 것이다. 스눕 독(Snoop Dogg)의 "Drop It Like It's Hot" 같이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아는 유명한 비트에 랩을 하는 게 위험하다는 걸 말이다. 이는 원곡이 가진 힘이 강해 랩을 하는 이든, 듣는 이든 모두 그 이미지를 벗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려 자신의 랩이 묻히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 점에서 비니플라이(VinyFLY)의 [먼지쌓인TAPE]은 꽤나 흥미롭다. 드레이크(Drake)의 "ENERGY", 우탱클랜(Wu-Tang Clan)의 "C.R.E.A.M", 맙 딥(Mobb Deep)의 "Shook Ones ll"에 랩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보이스톤과 플로우를 뽐낸다. 이러한 인상은 사실 테크닉보다도 어렵지 않게 이해되는 가사 속 문장들의 어순과 표현에서 기인하기도 한다(앞서 언급한 세 곡 외의 곡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물론, 비니플라이의 랩과 가사가 유달리 다른 이에 비해 독특한 지점이 있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다만, 래퍼로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갈하게 가사를 쓰고, 그것을 정확한 전달력에 기반해 온전히 랩으로 소화해내는 것을 곧잘 해냈다는 것이다. 서사와 캐릭터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로만 가사를 채우지 않고 자신의 인생사와 그것을 되짚으며 느끼는 감정을 잘 캐치해낸 것도 고무적이었다. 기청감 있는 인토네이션과 박자감만 좀 더 보강한다면 보다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듯하다. -Melo
글 | GDB, greenplaty, Heebyhee, Loner, Melo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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