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딘 [130 mood : TRBL] 음감회
인디고 차일드, 괴물 신인, 넥스트 빅 띵, 믿고 듣는 가수… 지난해 국내 힙합/알앤비 씬에서 가장 뜨겁게 이슈가 되었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딘(DEAN)을 일컫는 별명들이다. 밀라 제이(Mila J)와 함께한 트랙 "Here & Now"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딘은 이내 “I’m Not Sorry”, “Put My Hands On You”와 같은 트랙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주목을 받게 된다. 이런 그의 한국에서의 데뷔 싱글 “풀어(Pour Up)”는 자신의 역량이 한껏 드러난 매력적인 작품이었으며, 딘에게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딘은 SXSW 페스티벌 참여, 방송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며, 대중과 평단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대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딘의 [130 mood : TRBL] 음감회가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JBK 컨벤션 홀(JBK Convention Hall)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 대한 초대 이벤트는 SNS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마감된 바 있다. 이후, 공개된 “bonnie & clyde”의 뮤직비디오는 앨범과 음감회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더 높였었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치가 반영된 듯이 음감회 당일이 되자 사람들은 이른 시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오후 12시 반부터 팬들이 줄을 서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음감회 시작 30분 전부터 공연장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으며, 팬들은 물론 미디어 관계자, 아티스트, 음악 관련 종사자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공연장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입장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술 또는 음료를 한잔씩 곁들이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6시 35분을 기점으로 진행자 멜로(Melo)가 등장하여 딘의 별명인 인디고 차일드를 소개하며 본격적인 음감회가 시작됨을 알렸다. 이윽고, 딘이 등장한 순간, 사람들이 앞으로 몰리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소 진행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멜로는 흥분된 관객들을 진정시킨 뒤진행을 이어나갔다.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기 이전,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다녀온 SXSW 페스티벌에 대한 소감에 관한 이야기가 잠시 있었다. 딘은 페스티벌에 참석하여, 미겔(Miguel)과 같은 여러 뮤지션과 같이 공연하고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특별한 경험이었음을 밝혔다.
이윽고, 앨범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어졌다. 딘은 제임스 딘(James Dean)이 타던 포르쉐에 부착되어 있던 숫자 130에 영감을 받아 이번 앨범을 작업했음을 밝혔다. 제임스 딘이 자신의 차를 계속 개조하고, 새로운 시도에 목숨을 걸었던 것처럼 자신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험하려고 하는 마음에 '130 mood'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앨범은 기존 공개 곡 중에서도 “풀어(Pour Up)”, “I Love It”이 전체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첫 번째 트랙의 부제가 'Outro'라 의아함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앨범 전체를 역전된 이야기 구성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려 했음을 밝혔다. 다시 정리하면, 1번 트랙에서 사랑이 끝나고 7번 트랙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내용을 담아 연인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스토리를 풀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적인 측면 외에도 딘은 이번 앨범에 다양한 장르를 녹여 내면서도 하나의 무드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우선, 소리적으로 트랙이 끝난 뒤 다음 트랙으로 넘어갈 때마다 특별한 소리들을 집어넣어 자연스러운 연결을 의도했음을 밝혔다. 이 밖에도 앨범 커버, 폴라로이드 이미지 뒤에 있는 가사, 뮤직비디오 등등 후반 작업을 통해 이야기에 생동감을 주었으며, 이러한 곳곳의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 앨범임을 전했다.
간략한 앨범 소개가 끝난 뒤 공연장에는 첫 번째 트랙 “어때(Outro)”가 흘러나왔다. 공연 무대는 하나의 방처럼 꾸며져 있었고, 프로젝트 빔을 통해 쏜 영상들이 공연장 벽에 비쳤다. 영상에는 곡이 끝나자 리와인드되는 소리와 함께 영상 또한 되감기는 등의 곡과 어우러지는 이미지들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흘러나온 2번 트랙 “풀어(Pour Up)”에서는 딘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이번 음감회에서는 이전에 이미 공개되었던 트랙들을 딘이 직접 라이브로 부르면서 진행을 했고, 신곡의 경우 조용히 곡을 감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딘이 라이브를 선보일 때는 그의 손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곡의 감상이 끝나고 노래에 대한 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첫 곡 “어때(Outro)”는 아웃트로이며, 앨범의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는 곡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도 되감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앨범이 역행으로 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트랙임을 언급했다.
이후, 앨범의 3번 트랙이자 뮤직비디오로 공개된 “bonnie & clyde”가 흘러나왔고, 곡이 끝난 후 딘은 4번 트랙 “what2do”를 직접 라이브로 불러주었다. 벽에서는 곡의 가사와 어우러지는 색채가 담긴 영상이 흘러나와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곡이 끝난 후, 진행자 멜로는 딘에게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라는 소재가 예술 작품에 차용이 많이 되었는데, 본인만의 감성으로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물었다. 딘은 원작에서 서로 사랑하는 살인자 커플이 파국에 이르러 다 죽게 되지만, 자신의 작품에서는 저 자신을 기억 속에서 죽이는 내용을 담아내었다고 밝혔다. 특히, 헤어진 후 잘해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만이 떠올라 정신착란에 걸려 중얼거리는 모습들을 곡에 표현했다고 한다. 이를 곡에서 구현하기 위해 전화 소리, 총소리 등의 후반부 사운드 작업에 공을 기울였다고도 언급했다. 이 밖에도 딘은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후일담도 간략하게 전했다.
이어 딘은 관객들에게 다음 타이틀곡 “D(Half Moon)”가 흘러나오기 이전에 방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 배경과 가사를 집중해달라는 요청했다. 이후 흘러나온 “D(Half Moon)”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에게 1패를 선언한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곧바로 “I love it”을 라이브도 소화한 딘은 타이틀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딘은 곡의 제목을 반달과 같은 모양의 'D'로 정했으며, 이는 연인 사이의 공백을 의미한다고 한다. 연인은 공백 사이에서 권태를 느끼고 있으며, 이는 결국 이전 트랙 “what2do”와 연결되어, 결국 결별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딘은 곡 안에 개 짖는 소리, 문 두들기는 소리 등 사운드적으로 많은 것을 집어넣어 노래를 시각화하려 했음을 언급했다. 더불어 게스트로 참여한 개코에 대한 에피소드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개코에 대해 어느 비트와도 완벽하게 잘 맞는 아티스트라 이야기했으며, 긴박한 상황에서 부탁을 드렸는데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전했다. 이후, 마지막 트랙 “21”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후 공연장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연인의 시작에 해당하는 트랙이라 그런지 공연장에는 달콤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트랙이 끝난 후, 진행자가 이 트랙이 다음 작품으로 연결됨을 암시하는 트랙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딘은 우선 '130 mood'는 시리즈임을 언급했으며, 'TRBL'이란 주제를 통해 만든 이번 앨범처럼 다음 앨범 또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음감회가 끝난 뒤, 팬들을 위해 딘은 짧은 공연을 준비했음을 밝혔고, 아쉬워하던 팬들의 입에서 이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라이브 밴드의 세팅이 이어졌고 잠시 악기 조율을 거친 뒤, 밴드의 사운드로 구현된 “Put My Hands On You”가 공연장에 흐르기 시작했다. 밴드와 함께한 라이브 무대에서는 “what2do”, “D(Half Moon)”, “bonnie & clyde”를 들을 수 있었다. 리얼 세션연주로 구현된 곡들은 기존보다 그루브 감이 더해진 편이었다. 이후, 밴드 라이브가 마무리된 뒤 딘은 퇴장하는 제스처를 취했고, 이내 관객석에서 앵콜 요청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무대에 등장한 딘은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 크루의 멤버들을 무대 위로 불러낸 뒤 함께 “I’m Not Sorry”를 부르기 시작했다. 또한, 클럽 에스키모에 새롭게 합류한 크러쉬(Crush)도 올라와 “Oasis (Millic Remix)"를 부르며 무대를 즐겼다. 관객들은 이에 호응하여 떼창했으며, 음감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이처럼 딘의 이번 라이브 세션은 기존의 음감회 방식과 다른 점이 많았다. 우선 공연장의 규모, 참석한 인원의 수, 셀럽을 위한 VIP 존, 밴드 셋의 라이브 공연, 공연장 내의 바 등이 그러했다. 특히, 참가자에 따라 주어지는 스티커와 팔찌, 방처럼 꾸며진 공연 무대와 공연장 벽에 비치는 영상, 음향과 트랙별로 바뀌는 조명 등 세세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듯, 이번 음감회는 여러 디테일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던 딘의 이번 앨범 [130 mood : TRBL]처럼 딘과 참여 스태프들이 여러 부분에 세세하게 신경을 쓴듯 했다. 특히, 그러한 요소요소를 통해 딘이 자신의 음악을 좀 더 감각적으로 다가오게 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게 느껴졌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이유들로, 딘의 [130 mood : TRBL] 음감회는 매우 성공적인 행사로 생각된다. 비록 공연 조명 상태, 많은 참석 인원으로 인한 스태프들이 겪은 현장 관리의 어려움, 일정 공지의 부재 등 아쉬운 점이 느껴졌지만, 음감회 자체는 이러한 아쉬움을 잊을만큼 깊은 여운을 가져다준 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여운이 가시기 전, 지난 3월 24일 자정 딘의 [130 mood : TRBL]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제는 딘이 음감회에서 언급했던 여러 디테일들이 앨범어디에 숨겨 있는지를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글 | Geda
사진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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