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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Golden Era, 당신 마음속 90년대는 이제 끝났나요?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2.06.19 04:52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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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라, 당신 마음속 90년대는 이제 끝났나요?
  
※ 힙합엘이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마련된 스탭 뒤풀이 자리에서는, 역시 흑인음악을 좋아하다가 이런저런 경력을 쌓거나 이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죽 해온 고수들답게 흥미로운 얘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 중 저의 관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주제가 있었고 그에 대해 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껴 이렇게 글의 형태로 남겨봅니다.
 
※ 앞으로 미국 언더그라운드나 90년대, 이른바 골든 에라(Golden Era)의 사운드에 관한 글을 좀 쓸 예정입니다. ‘서문(序文, introduction)’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자 과연 90년대의 사운드나 언더그라운드의 ‘Real'을 찾는 외침은 이제 유의미한 것이 아닐까요? 조촐한 저의 생각을 적어볼 생각이니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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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모두 ‘이상한 고집쟁이’
 
칸예(Kanye West)의 시대다. 제이지(Jay-Z)의 시대이고 릴 웨인(Lil Wayne)의 시대다. 물론 이들이 흑인음악에 있어서, 시대의 중심인 것에는 쥐똥만큼의 불만도 없다. 언제나 운과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결합하여 ‘누릴하여 것을 누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질시는 있을 수 있지만, 무시를 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뭐 당연하게 많은 것을 누리는 이들의 얘기는 잠시 접고 ‘(적어도 일반적인 대중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이상한 고집쟁이’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90년대. 힙합, 그 중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골든 에라'라고 불리는 붐뱁 / LP에서 디깅(diggin')을 한 사운드 / 컷 앤 페이스트(Cut & Paste) / Lyricism을 특성으로 들 수 있는 - 이게 현재의 힙합 씬에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더 두드러진 특징이었다고 생각한다 - 시대의 이야기. 정말 당신의 마음속 90년대의 사운드는 이제 멈췄는가?
 

♬ Nas - Nas is Like
 
나는 이 "Nas is Like"를 일종의 90년대 사운드의 단말마(숨이 끊어질 때 내뱉는 짧은 비명)로 본다. 세기말의 특수를 타고 싶었던 것인지 두 장의 ‘나중에 생각하면 못내 아쉬울 앨범([I Am...]과 [Nastradamus])' 을 연이어 냈던 나스 에스코바(Nas Escobar) 형. 나중에 "Hiphop Is Dead"라는 선언을 함으로써 실제로 90년대 사운드를 살해하기도 했던 듯. 물론 웃자고 한 소리고 이 곡은 힙합 팬과 나스 팬 모두가 입을 모아 욕을 했던 앨범 속에서 귀중하게 빛나는 트랙이다. 뭐 당연히 프리모 대인(DJ Premier)의 강림은 그 정도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라 본다. 90년대를, 힙합이 무게 있는 문화로서 그 지배력을 확장할 때를 그 어깨에 짊어지고 자신의 길을 걸었던 두 남자다. 싸우스 힙합이 서서히 남북전쟁(the Civil War)에서 못 이룬 미 대륙 통일을 위해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절, 90년대의 사운드는 이 곡을 통해 화려하게 타오르고 점점 꺼져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에미넴(Eminem)의 ‘나 빼고 다 까!’, 아니 ‘나도 가끔 까!’의 음악을 만났고 넬리(Nelly)의 딜레마와 중서부 억양을 만났으며, 드레(Dr. Dre) 형의 ‘아 90년대 사운드보다는 좀 더 나은 소리를 찾고 싶어’의 일환인 [The Chronic 2001]을 만나게 된다. 뭔가 독특하고 기존에 이미 있었던 것 같은 사운드를 더 화려하고 멋지게 증폭시킨 음악들, 매우 신나고 그저 좋은 "Hey Ya!"의 안드레 3000(Andre 3000)과 빅보이(Big Boi)가 보여준 변화를 본 것은 보너스일지도. 그렇게 시대는 첨단의 감각과 잠시도 쉬지 않는 변화를 힙합 음악에까지 심으며 90년대 사운드를 점점 골동품으로 만들어갔다.
 
 



2. 그 ‘고집’을 나는 사랑한다
  
자,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곁에 이제 90년대의 사운드는 남아있는가? 사실 90년대 사운드라는 구분과 정의도 웃긴다. 별로 크게 의미를 둘 영화는 아니었지만, The X-File의 스타, 폭스 멀더 역의 데이빗 듀코브니(David Duchovny)가 주연한 영화 [에볼루션(Evolution, 2001)]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진화를 거듭하는 외계생명체가 나온다. 이 생명체의 진화의 끝은 ‘거대한 단세포 동물’이었다. 힙합 음악, 나아가 음악 전반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구분과 정의가 쓸데없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 개인 지론은 특히나 ‘이 장르가 어떻네, 이것은 이 장르이네 하는 구분이 우습다’이다. 갑자기 분노를 글에 끌어와서 미안하지만 ‘음악 가지고 싸우고, 남에게 자신의 음악 취향을 강요하는 인간’은 좀 독하게 말해서 미안한데, 귀가 먹었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독한 진심이다.
 
중요하지 않은 얘기에 문장을 낭비해서 미안하다. 이제는 핵심으로 들어가 ‘어떤 고집’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애정을 밝혀야 할 시간이 된 듯하다.
 

♬ Torae - For The Record
 

♬ Celph Titled & Buckwild (Feat. FT & RA The Rugged Man) - Mad Ammo


 
앞서는 ‘음악을 굳이 나노 단위까지 구분하는 무리수’와 ‘90년대 사운드라는 소리에 대한 향수가 도를 지나쳐 자신의 아집으로 빠지는 경우’에 대한 독한 혐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역시 나도 그렇고 다른 힙합 뮤직 팬도 그렇고, 자타공인으로 골든 에라의 사운드는 참으로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 그리움은 굳이 없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다. 위에 나열한 곡처럼 시대의 세련됨도 포섭하며 찬란하게 빛나던 황금기의 비트와 랩을 보존하는 노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너무 감사하며, 경애한다.
 
이들이 이런 노력을 아끼지 않을 수 있는 것에는 공고한 90년대 사운드에 대한 같은 나라(미국 본토) 팬들의 지지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밝히자면, 이 이야기의 끝은 ‘우리나라에서 본토의 황금기의 유산을 받아들여 골든 에라의 소리를 유지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향해 갈 것이기 때문에 좀 어두운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위의 명장들의 앨범 판매량은 서서히 과거에 비해 적어지겠지만 꾸준한 투어를 통해 자신의 음악 정체성을 지킬 만큼의 생계 해결을 한다. 그것이 미국 음악 시장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존중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령, 당장 커먼(Common)의 최근 앨범 판매량이 저조했다고 해서 커먼 형이 그것 때문에 생활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커먼 형은 여전히 돔 페리뇽(Dom Pérignon)을 기분 좋은 날 깔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된다. 이것이 지금 매우 핫한 릴 웨인의 사운드를 즐기면서 가끔 과거의 소리가 그리워 디제이 프리미어 앤 범피 너클즈(DJ Premier & Bumpy Knuckles)의 괴물 같은 콜라보도 즐길 수 있는 근거이자 원동력이다. 음 여기까지 오면 저 위의 명장들과 토래(Torae) 같은 뜨거운 피가 있는 한, 90년대 사운드가 취향인 사람들은 희망의 불씨 정도는 계속 가지고 간다고 봐도 되겠다.
 


 
3.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땅의 골든 에라 사운드
  
인구가 3억이 넘어가는 나라,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어브 어메리카의 90년대 사운드는 뭐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고 본다. 그곳은 거대 공연, 투어로 먹고 사는 곳이고 아이튠즈의 이익 배분율이 유행이 아닌 사운드를 생산하는 아티스트도 그럭저럭 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문제는 이곳, 리퍼블릭 어브 코리아인데….
 
아…, 암담한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비판은 언제나 맹점을 낳는다. 단점만 부각하는 것은 냉철해질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나 대안을 내놓는 힘을 약화시킨다. 멍하고 아둔한 긍정주의도 문제지만 삐뚤어지고 생산성 제로의 부정주의도 전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때 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던 최 모 시나리오 작가님의 사망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분석은 없다고 본다. 많이 굶으셨던 것이 원인이신 건지, 지병의 악화인지, 하지만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으셨던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듯)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 음악이든 미술이든 글이든 영화든,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그 일이 아니면 자기를 움직이지 않는 일을 하는 데는 가혹한 현실이 뒤따른다.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뭔 잔말이 많으냐? 하는 윽박지름은 기본이고, 성공한 작품에는 부탁도 안 했는데 칭찬하며 콩고물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파리처럼 꼬이고 열정을 다한 작품을 '흥행의 도마' 위에서 큰 칼로 쳐대며 깊이가 없는 얄팍한 '청하지 않은 자뻑 비평'을 해대며 혀를 찬다. 나는 행복한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음악이든 글이든 했던 녀석이라 저런 극단적인 상황을 만난 적은 적지만 그래도 가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관해 별로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의 평가를 만났던 적이 없지는 않았던 듯싶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도 경청해야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언제나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사회의 구조, 시스템에 부딪혔다가 돌아온다. 사회 안전망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 - 이게 어찌 우리나라만의 문제겠느냐 만은 - 특히 예술 분야 전반이 완전히 자신의 자아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려면 문자 그대로 '굶어 죽을 각오'까지 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 얘기가 너무 커지는데, 우리나라에서 랩의 스킬과 가사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태도와 과거의 소리, 향수가 담긴 소리를 자신이 존경하는 창작 방식(디깅, 컷 앤 페이스트)를 고수하는 것은 너무 외로운 길이고 걱정을 항상 안고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투 잡이 아니면 꿈을 꿀 수 없는, 하지만 투 잡을 하면 그 작업의 순도와 깊이를 인정받기 어려운 역설의 환경 속에서 꿈을 놓을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되는 것이 나는 솔직히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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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지만 큰 불꽃이 될 작은 희망의 불씨
  
이야기를 우리 힙합엘이에서 진행한 토크 콘서트에 관한 홍보와 자화자찬으로 마무리하려는 생각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난 작지도 크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희망'을 보았다. 메타 님을 두고 종교를 만들려는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자신의 삶으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내 삶을 바쳐도 나는 이렇게 유쾌할 수 있고 사랑하고 결혼을 할 수 있고 그래 나아가 역사를 만들 수 있다.'를 보여주는 분들이 건재한 이상 우리는 너무 칙칙하고 어두운 생각에서 방황할 필요가 적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 본토의 90년대 사운드는 '굶어 죽을 상황'은 딱히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온, 그래도 적절히 잘 팔리는 조연의 자리일 뿐이라는 거지. 우리나라의 '미국 본토의 90년대 사운드의 유산을 이어가는' 소리들? 글쎄 뭐 딱히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은 조금이라도 90년대 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국내의 아티스트들이 그 사운드를 이어가는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의 몫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안전망이 지켜주지 못하는 그들을 여러분이 지켜주길 바란다. [반지의 제왕]에서 미나스 티리스(Minas Tirith)를 지키던 반지 원정대 일행처럼 말이다.
 

자, 이제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당신 마음속 90년대는 이제 끝났나? 당신의 대답을 궁금해 하며, 이만 글을 접는다.


글 | Mr.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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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6.19 06:36
    전 아직도 3년전 Gang Starr 의 Mass Appeal 앨범을 처음들었던 그때의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무심한듯 내뱉는 소울풀한 랩에 프리모의 장인정신넘치는 비트. 아 이게 골든에라, 진짜 힙합이구나 라는걸 느끼고 그이후로는 계속 골든에라 시기음악만 주구장창 돌리고있습니다. 정말 잊지못할 시기인거같습니다 저에겐
  • 6.19 15:01

    요즘 90년대를 폄하하는 몇몇분들이 리드머나 힙플에서..좀 계시던데.. 참 뭐라 할말이 없더라구요

    잘 알려지지 않은 3Steps From Nowhere - 30 below funk 엘이분들에게 추천하고 갑니다ㅋㅋ 90년대 글 기념으로요

  • 6.20 11:20
    @JASON0119

    허허.. 좀 신기하네요 ㅎㅎ.

    90년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지금의 음악들을 모두 폄하하는 분들은

    꽤나 자주 봤었지만 그 반대는 처음 보는거 같네요 ㅎㅎ

     

    암튼 앨범 멋진거 추천해주시고 가시네여 ㅋㅋㅋㅋ 굿굿

    Mr. TExt 님꺼 도용좀 해야겠습니다.

     

    모두들 사랑과 평화 

  • 6.19 22:39
    시간이 지나고 힙합이 변하고 언젠가 황금기라고 불릴수있는 또 다른 시대가 올지 모르지만 90년대는 언제까지나 황금기이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 6.19 23:43
    오와 이거 씨리즈죠??? 다음편기다릴께요ㅜ
  • 6.20 19:11

    93년생으로써 요즘 Kanye, Wayne, Cole 이 취향이긴하지만

    역시 아이팟에 빠지지 않는 2Pac, BIG, Gangsterr, Nas 등등.....

    그리고 뭔가 전 90년대가 식어가는 세대라기 보다

    요즘의 래퍼들이 우러러보고 살아있거나 안타깝게 죽은

    LEGEND 로 기억됩니다

     

    영원하지 않지만 영원할 the 90s

  • 6.20 23:42
    @Jate
    Illmatic,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The Chronic, All Eyez On Me, The Infamous, Death Certification, The Low End Theory, Doggystyle, Return Of The Boom Bap, Ready To Die, The Score

    등등 수많은 전설들.......


    영원하지 않지만 영원할 the 90s
    라는 말씀에 공감 합니다
  • 6.20 23:26
    왠지 모르게 저절로 피타입의 돈키호테 가사가 떠오르게 만드는 글이군요...

    「누군가는 바보처럼 서러워도 걸어야 할 길이었다고 그리 해야만 했다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채 걸어야 할 길이었다고 그리 해야만 했다고」
  • TIP
    6.20 23:41
    D.I.T.C
  • 6.21 01:09
    정말 좋은 글이군요
    90년대 골든에라라는 말만 들어도 먹먹한 향수가 느껴지네요
  • 6.22 15:02

    93년 생이지만.. 전 칸예나 제이콜 등 요즘세대 보단 주로 90년대 음악을 찾아듣습니다.

     

    그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비트에 요즘보다 잘하는 랩퍼들도 수두룩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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