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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3,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들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4.01.16 23:22추천수 11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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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들


0. 2013 힙합 신의 변화들

2013년은 힙합 신이 크게 변화한 해였다. 큰 사건들이 많이 있었고, 그만큼 힙합 신 자체가 한층 성장했다. 사운드클라우드의 팽창과 함께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신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과거 음반을 통해 주된 수입을 얻는 구조와 달리 공연 수익을 중심으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늘어났고, 실력만 좋다면 언제든지 급부상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전면으로 등장하는 시기였다. 또한 트랩이 EDM(Electronic Dance Music) 사운드 소스와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남부 힙합의 전유물이 EDM 장르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과정을 볼 수도 있었다. 이는 어느 쪽의 손해 없이 양쪽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동시에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와 큐팁(Q-Tip), 프로 에라(Pro Era)와 비스트 코스트 무브먼트(Beast Coast Movement), "Trillmatic"의 성공, 붐뱁 위에 노래하는 아티스트 맥 와일즈(Mack Wilds)의 등장 등 붐뱁의 회귀를 알리는 음악적인 움직임들도 많았다. 이렇게 다양하고 커다란 이야기들을 한 문단 안에 줄줄이 나열한 것은, 따로 이야기해 볼 만한 더 큰 움직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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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ntrol" 대란, 그리고 Macklemore & Ryan Lewis의 성공
 
'대란'이라 할 만하다. 무료 공개곡 하나가 힙합 신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으니 말이다. 관련된 이야기는 힙합엘이의 뉴스 및 여러 콘텐츠를 통해 많이 다뤘기에 짧게 설명하겠다. 지난 8월, 빅 션(Big Sean)의 앨범에 수록 예정이었던 "Control"이라는 곡이 샘플 클리어 문제로 무료 공개되었다. 이 곡에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가 참여했는데, 켄드릭 라마가 가사에 자신과 동년배의, 혹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여 성공한 몇 랩퍼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사랑하지만 죽여버리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또한 '뉴욕의 왕'을 자처한 것이 뉴욕 랩퍼들의 자존심을 건들기도 했다. 이 같은 광역 어그로의 결과 수많은 대응곡들이 나왔고, 힙합 신 전체가 달아올랐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낯선, 혹은 반가운 이름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고, 팬들과 랩퍼들이 모두 지금의 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켄드릭 라마는 사건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 사건으로 자신이 첫 앨범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위치는 한층 더 공고해졌다.
 
사유하지 않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매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Macklemore & Ryan Lewis)는 사유를 통해 성공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아무도 그러한 전철을 따라가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듀오는 힙합이 지니고 있던 여러 통념들을 깼다. 레이블 계약, 마초이즘, 돈 자랑, 백인 랩퍼 등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을 정면으로 뒤집었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Thrift Shop"은 그간 명품 자랑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 신선하고 유쾌한 자극을 주었고, "Same Love"는 힙합곡으로는 최초로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앤섬이 되었다. "Can’t Hold Us"와 같은 싱글들 역시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 연속적인 히트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행보이다. 이들은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을 싱글로 잡았고 그만큼 오래 활동했다. 이들은 여전히 투어 중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행보를 두고 한몫 단단히 챙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앨범에 그냥 들어가는 곡이 어디 있겠는가.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앨범 전체를 계속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 같은 팀이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2013년은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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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0년대를 주름잡던 프로듀서들의 부활, 대형 아티스트들의 컴백
 
우선 퍼렐(Pharrell)의 물량공세가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다. 제이지(JAY Z), 다프트 펑크(Daft Punk)부터 맥 밀러(Mac Miller), 막신 애슐리(Maxine Ashley)까지. 맥락 없는 이 사람들은 모두 퍼렐과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지난해 특히 활발했던 그의 프로덕션 및 피처링 활동은 굉장히 흥미롭다. 넵튠즈(The Neptunes)가 아닌 퍼렐의 이름을 확실히 다지기 위한 작업인지, 본인이 말 그대로 삘 받아서 한 작업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료 공개곡까지 포함하여 얼추 100곡에 가까운 트랙을 선보였다. 그중에는 싱글 컷들도 다수이며, "Happy", "Get Lucky", "Blurred Lines" 등 2013년의 성공한 싱글들에는 그의 이름이 있었다. 분명 인상적인 한 해이긴 했지만, 프로덕션 퀄리티가 약간은 들쑥날쑥하다는 점, 그리고 가끔 자가복제가 보인다는 점은 남은 과제이다.

팀버랜드(Timbaland)는 앨범 단위로 자신의 역량을 과시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20/20 Experience]와 제이지의 [Magna Carta... Holy Grail](이하 [MCHG])이 플래티넘을 달성하는 등 스스로가 하나의 마스터피스를 만들 줄 아는 장인의 대열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물론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파트 투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팀버랜드와 함께한 저스틴 팀버레이크, 제이지 모두가 긴 공백을 끊고 나온 대형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그 둘이 함께 투어를 돌고 싱글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반면 릭 루빈(Rick Rubin)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앨범 [Yeezus]를 필두로 제이지의 [MCHG], 그리고 에미넴(Eminem)의 [The Marshall Mathers LP 2](이하 [MMLP 2])까지 큰 앨범 세 장을 맡았다. [Yeezus]에서는 후반 작업과 전체적인 조율만을, [MCHG]에서는 피드백과 가이드 정도만을 맡았다면, [MMLP 2]는 에미넴과 한 팀이라고 할 만큼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작업하였다. 지금까지 록과 펑크, 힙합 등을 오가며 여러 뛰어난 앨범들을 총괄해오던 그가, 한동안의 휴식기에서 돌아와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인 한 해였다. 덕분에 우리는 라디오를 지배하던 트랩 사운드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대형 히트에 성공한 앨범들이 남부 사운드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음악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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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AY Z와 Beyonce의 새로운 홍보 전략
 
2013년 음반 시장에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만큼, 메인스트림의 거물급 아티스트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중 특히 제이지/비욘세(Beyonce) 커플은 각각 여름과 겨울에 정규 앨범을 발매하면서 특이한 홍보 방식을 내세워 효과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대중들에게 백만 장이 팔릴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계약을 통해 삼성에 백만 장을 미리 판매하는 방식으로 갤럭시 유저들에게 자신의 [MCHG]을 무료로 공개한 제이지. 그는 미국 레코딩 산업 협회(이하 RIAA)가 자신의 앨범을 발매와 동시에 플래티넘(백만 장 판매) 음반으로 기록하지 않자 즉시 이의를 제기하였다. 원래 RIAA는 발매 후 30일의 유예 기간 이후에 해당 앨범의 판매 기록 달성을 인정하는 규칙이 있었는데, 제이지의 의견을 받아들인 그들은 앨범이 발매 즉시 플래티넘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제이지는 이 일을 통해 업계의 규칙까지 좌지우지하는 거물임을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뒀고, 이는 삼성과 RIAA에게도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제이지와의 콜라보를 통해 쿨한 이미지를 더해 업계 판매량 우위를 확고히 하고자 했던 삼성은, 음반 시장 규칙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란 이미지를 추가로 얻게 되었고, RIAA는 보수적일 수 있는 이미지를 벗어나 유통 방식 변화의 흐름에 맞춰 유연한 모습으로 대처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즉, 모두가 윈-윈한 결과였다. 하지만 제이지는 음악 팬들과 일부 아티스트들에게 '음악보다 돈에 집중하는 사업가' 이미지와 '자본으로 승부하는 정정당당하지 않은 태도'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12월, 이번에는 비욘세가 갑자기 전곡 뮤직비디오를 동반한 비주얼 앨범 [Beyonce]를 예고도 없이 발매, 세상을 놀라게 했다. 수록곡의 뮤직 비디오 감독이나 프로듀서들조차 그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철저히 극비에 부쳐졌던 이번 앨범은, 발매만큼 그 판매 방식에도 차별화를 두어 눈길을 끌었다. 앨범은 최초에 아이튠즈에서 단독으로 유통되었는데, 아예 곡을 개별적으로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막음으로써 전곡 일괄 구매를 유도했다. 게다가 추후에는 일부 유통사와는 계약하지 않고, 월마트에서만 실물 CD 패키지를 판매해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현저히 좁혔다. 어찌 보면 획기적인 듯한 이 판매 방식은 사실 90년대 초반에 일반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 가게를 가서 CD를 사야만 했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오늘날의 시각에서 본다면 다소 강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3시간 만에 8만 장, 일주일 만에 플래티넘에 가까운 판매량. 역시나 그녀의 승리였다.
 
인디펜던트 아티스트가 발전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담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유통하여 성공을 얻기 쉬워진 최근 몇 년 간의 흐름은 비욘세나 제이지처럼 대형급 뮤지션들 또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한 무한 경쟁의 세계로 던져놓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제이지와 비욘세가 시간차 공격으로 보여준 새로운 유통 방식과 홍보 전략은 그들이 아직도 걸출한 음반 업계의 프로들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앞으로 더욱 더 심화될 아티스트 간의 홍보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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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사 논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인가
 
2013년에는 그동안 힙합 음악에서 가장 자유로운 부분 중 하나였던 가사 영역이 유난히 많이 논란이 되었던 해이기도 하다. 제이콜(J. Cole)과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각각 자폐증과 파킨슨병을 직접 언급한 가사를 쓰자, 환자 관련 단체 등에서 강하게 항의를 했던 일도 있었고, 결국 제이콜은 장문의 사과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훈훈한 결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릭 로스(Rick Ross)는 "U.O.E.N.O"라는 곡의 가사 때문에 여성 단체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리복(Reebok)과의 계약까지 파기해야 했다. 릴 웨인(Lil Wayne) 역시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 에밋 틸(Emmett Till)을 가사에 거칠게 언급한 일 때문에 마운틴 듀(Mountain Dew)와의 홍보 게약을 파기당했다. 이후 릭 로스는 왈레(Wale)의 "Poor Decisions"이라는 곡에 참여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담은 가사를 선보이기도 했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가사를 검열했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에미넴(Eminem)은 있는 그대로의 날것들을 들고 나옴으로써 동성애 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에미넴은 오랫동안 해당 단어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던 만큼 이번에도 그 해명 아닌 해명의 반복이 있었을 뿐이었으니 앞의 사건들보다는 조용히 지나갔다.

이와 같이 가사에 대한 사회적 논란들이 계속해 이어지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는 '예술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영화에서의 살인은 검열을 받지 않지만 음악에서의 살인은 검열을 받는다는 것이 불만이라는 입장이겠다. 아티스트들은 음악이란 예술을 하는 것인 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고, 반대 측은 랩퍼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낳는 결과와 사회 인식에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는 입장일 것이다. 힙합 음악의 영향력이 커지고 미디어, 광고 등과 밀접하게 얽히면서 전보다 가사 문제가 더 민감해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알려준 일련의 사건들이, 앞으로 아티스트들에게 자기검열, 혹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 등 다양한 방향성을 가져올 수 있음은 물론, 팬들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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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Kayla, Bluc
편집 | ATO, sou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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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1 1.16 23:58
    작년에 정말 들을 맛 나는 한해였습니다
  • 1 1.17 00:16
    글 되게 좋네요.
  • 1 1.17 00:35
    잘 읽었습니다. SWAG!!!
  • 1 1.17 00:46
    굳굳 정말 안상깊은사건들만있네요
  • 1 1.17 07:17
    잘 읽고갑니다~

    퍼렐 올해도 삘타서 곡 좋은것좀 뽑아주길!
  • 2 1.17 10:40
    게이들 취존은 해준다만
    맥클모어같이럼 게이를 인정해달라 강요는 하지말아줬으면
    사회로 나와주지 않고 게이들끼리 즐겨줘라.
    언제부터 힙합에서 게이에대해 관대해졌는지.
  • 2 1.17 12:56
    @N수
    저도 동성애 인권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건 존중하지만 힙합 내의 가사에 대해 동성애자 비하와 연결지어서 비난하는 것만은 참 지긋지긋하네요. 힙합 고유의 특징이 동성애자를 멀리하는 게 사실인데 일부 동성애 단체들이 힙합의 부분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듯 해서 좀 불쾌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 title: Kanye Westido
    1 1.17 10:49
    수작이 많이 나와서 좋았던 한해였어요.
  • 1.17 12:50
    2014년도 기대
  • 1.17 19:13
    이저스 본시너 왓칭무비가 같은 날에 나와서 피가 터진 6월은... 참 대단했죠...!!!!
  • 4.8 15:49
    제이콜의 진지한간지는 진짜배기스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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