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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제 시작이다

title: [회원구입불가]Bluc2011.11.08 23:03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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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다

 

* 힙합엘이에서 다양한 파트를 맡고 있는 Bluc이 작성한 글입니다. 함께 하는 필자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1주년 관련 글'은 이 글이 마지막임을 알려드립니다.

 

 처음 이 사이트를 알았던 건 어느 추운 겨울 날, 무너질 듯이 외롭고 너무도 힘겨운 날 하얀 미소는 아니지만 하얀 사이트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접했던 경로는 아마 디씨트라이브에 히맨 형(운영자)이 썼던 글이었다. 사이트 많이 사랑해달라며 비디오에 자막 뮤비를 올리던 그 때 힙합엘이의 트위터 계정을 알게 되었으며, 난 별 고민 없이 지원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싶어서 생각해보면 아무 고민도 없었다. 그냥 처음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다. 전역 후 딱히 별 일 없이 살던 나에게 열정을 불태울 만한 새로운 곳을 찾은 것이다. 내가 순진했지. 정말 순진했다. 꽤 오랫동안 흑인음악을 듣고, 흑인음악 글을 한글로, 또 영어로 읽어왔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러한 글을 써왔기 때문에 난 잘 할 수 있으리라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방금 읽어본 내 첫 글은 제대로 오그라들었고, 난 본능적으로 모니터를 후려쳤다. 다행히 모니터에 별 이상은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처음에 자리잡지 못했던 글들은 지금은 어느 정도 정돈되어가며, 아직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느끼며 안도한다. 지금 새 탭 열어서 지난 에디토리얼들을 검색하는 당신, 검색하더라도 이 글은 마저 읽어줬으면 한다.

  

 내가 처음 사이트 내에서 맡았던 역할은 에디토리얼(Editorial)이었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는 지식,내가 몰랐던 지식들을 관심 갖게끔 쓰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터뷰 코너인 뮤직 살롱을 발견했고 인문학도인 나는 글 쓰는 것과 더불어 인터뷰 역시 쭉 해왔던 일상이다. 그래서 선뜻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건 그 동안 학교에서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쨌든 이미 인터뷰는 맡은 역할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 외에도 뉴스 업데이트나 페이스북 관리, 그 외의 크고 작은 부분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 자랑하려는 게 결코 아니라(물론 자랑거리가 아니다), 이러한 파트들 중 만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어느 것 하나 없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하는 것이며, 그만큼 정예멤버에 가까운 스텝들이 정말 엄청난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필진 분들 모두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고맙다. 게다가 그 퀄리티들이 정말 뛰어나지 않은가. 그만큼 장인의 정신으로 다들 멋진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야 이래도 되는 인생이지만, 정말 이렇게 하는 건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니다. 보고있나 필진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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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에디토리얼로 이야기로 돌아와서, 첫 목표는 흑인 음악을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소개하는 것, 그리고 입문하는 분들을 위해 쉬운 이야기에 약간의 지식을 더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소개하는 글이 있다면, 깊이 생각해보는 글도 있어야 한다. 가볍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끼만 있다면 금방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음미하는, 그리고 그 궤도의 정곡을 뚫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다 잡겠다는 것이 아니다. ‘난 한 놈만 팬다’가 아니라 이 토끼가 필요할 때는 이 토끼를, 저 토끼가 필요할 때는 저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좀 더 확실하게 포인트를 잡았을 때 나 역시 뿌듯하고 읽는 이에게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현실이 현실인 만큼, 아직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곡들이 너무 많은 만큼,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뮤직살롱 역시 마찬가지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티스트에게 관심이 끊기지 않게 유도하고, 그 아티스트가 쉬는 짬을 빌려서 그 사람에 대해, 그의 음악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고 더욱 애정이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아티스트를 좋아할 것이고, 그의 음악을 좋아할 것이며 나아가 이 음악 전체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길게 얘기했지만 사실 난 잘하지 못한다. 내가 잘했으면 여기 있겠나 그냥 다른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겠지.이런 날 받아주는 엘이에게도 감사하고 내게 엘이는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도망가려고 그러는 건 아니다). 게다가 사실 글을 길게 쓰지는 않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원 페이퍼 운동'이라며 한 장 안에 요점만 담아서 제출하는 게 교내에서 일종의 유행이었기 때문에, 한 장에 굉장히 익숙하다. 장점이자 약점이 되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나는 영어도 잘 못하고 글도 좀 부족하지만 이게 다 관심과 열정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열정이 넘쳐서 스스로 힘들 때도 아주 가끔은 있지만, 다 내가 붙인 불이니 내가 끝내는 것 외엔 없다. 모든 일의 동력은 애정이라 생각한다. 사랑이든 밥벌이이든 그게 무엇이든. 애정이 없으면 일이 잘 될 리 없다. 무슨 마가 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힙합엘이에 코가 꿰어서 늘 고민하고 또 행동해보고 이런 저런 활동을 쉴 새 없이 한다. 브라운 아이즈의 노래처럼 벌써 일년이 지났다. 1년 뒤에도, 그 1년 뒤에도 널, 아니 이런 글을 쓸 시간을 기다리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힙합엘이는 이제 시작이고 기초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하고 싶은 일들도, 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두서없이 내뱉은 탓에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글을 잘 못쓴다. 이래서 내가 일기를 안 쓰나보다. 어쨌든 아직 난 욕심이 크다. 아직 힙합엘이는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기대해도 좋다. 어떻게든 쥐고 갈 것이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글 | Bluc

 

신고
댓글 12
  • 11.9 22:27

    작업물 하나하나 소중히 보고있어요 진심 항상 감사드려요 ㅠㅠ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싸이트가 될지 기대되네요 ㅠㅠㅠ

     

  • 11.10 09:00

    RESPECT

  • 11.10 13:45

    힙합LE도 이제 시작...

    내 수험 생활도 이제 시작... ㅋ


  • 11.10 15:36

    정말 힙합엘이의 필진분들은 실력과 애정이 장난이 아니신듯 ㅠㅠ

     

    화이팅입니다!

  • 11.10 22:42

    저도 RESPECT

  • srg
    11.10 23:45

    리스펙!

  • 11.11 04:12

    결국 운영자 히맨님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전부 편집됬군요 ㅋㅋ

    이게 현정부랑 다른게 뭐죠!?!?!? ㅋㅋㅋㅋ


    농담이고 여튼 1년동안 필진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힙합엘이를 찾아주시는 모든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힙합엘이의 탄생부터 함께해온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title: [회원구입불가]Bluc글쓴이
    11.11 11:16
    @쏘울풀몬스터

    이 댓글을 제일 기다렸습니다 는 뻥이구요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11.14 17:04

    박수 짝짝짝!!! much respect 입니다!! 

    힙합엘이 짱!!! 

  • 11.15 11:17
    수고하셧어요!
  • 11.16 20:32

    너무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 정성도 많이 느껴지구요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 11.24 05:21

    like 버튼 없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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