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 힙합엘이에서 다양한 파트를 맡고 있는 Bluc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함께 하는 필자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1주년 관련 글'은 이 글이 마지막임을 알려드립니다.
처음 이 사이트를 알았던 건 어느 추운 겨울 날, 무너질 듯이 외롭고 너무도 힘겨운 날 하얀 미소는 아니지만 하얀 사이트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접했던 경로는 아마 디씨트라이브에 히맨 형(운영자)이 썼던 글이었다. 사이트 많이 사랑해달라며 비디오에 자막 뮤비를 올리던 그 때 힙합엘이의 트위터 계정을 알게 되었으며, 난 별 고민 없이 지원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싶어서 생각해보면 아무 고민도 없었다. 그냥 처음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다. 전역 후 딱히 별 일 없이 살던 나에게 열정을 불태울 만한 새로운 곳을 찾은 것이다. 내가 순진했지. 정말 순진했다. 꽤 오랫동안 흑인음악을 듣고, 흑인음악 글을 한글로, 또 영어로 읽어왔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러한 글을 써왔기 때문에 난 잘 할 수 있으리라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방금 읽어본 내 첫 글은 제대로 오그라들었고, 난 본능적으로 모니터를 후려쳤다. 다행히 모니터에 별 이상은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처음에 자리잡지 못했던 글들은 지금은 어느 정도 정돈되어가며, 아직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느끼며 안도한다. 지금 새 탭 열어서 지난 에디토리얼들을 검색하는 당신, 검색하더라도 이 글은 마저 읽어줬으면 한다.
내가 처음 사이트 내에서 맡았던 역할은 에디토리얼(Editorial)이었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는 지식,내가 몰랐던 지식들을 관심 갖게끔 쓰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터뷰 코너인 뮤직 살롱을 발견했고 인문학도인 나는 글 쓰는 것과 더불어 인터뷰 역시 쭉 해왔던 일상이다. 그래서 선뜻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건 그 동안 학교에서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쨌든 이미 인터뷰는 맡은 역할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 외에도 뉴스 업데이트나 페이스북 관리, 그 외의 크고 작은 부분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 자랑하려는 게 결코 아니라(물론 자랑거리가 아니다), 이러한 파트들 중 만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어느 것 하나 없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하는 것이며, 그만큼 정예멤버에 가까운 스텝들이 정말 엄청난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필진 분들 모두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고맙다. 게다가 그 퀄리티들이 정말 뛰어나지 않은가. 그만큼 장인의 정신으로 다들 멋진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야 이래도 되는 인생이지만, 정말 이렇게 하는 건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니다. 보고있나 필진 여러분?
다시 에디토리얼로 이야기로 돌아와서, 첫 목표는 흑인 음악을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소개하는 것, 그리고 입문하는 분들을 위해 쉬운 이야기에 약간의 지식을 더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소개하는 글이 있다면, 깊이 생각해보는 글도 있어야 한다. 가볍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끼만 있다면 금방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음미하는, 그리고 그 궤도의 정곡을 뚫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다 잡겠다는 것이 아니다. ‘난 한 놈만 팬다’가 아니라 이 토끼가 필요할 때는 이 토끼를, 저 토끼가 필요할 때는 저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좀 더 확실하게 포인트를 잡았을 때 나 역시 뿌듯하고 읽는 이에게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현실이 현실인 만큼, 아직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곡들이 너무 많은 만큼,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뮤직살롱 역시 마찬가지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티스트에게 관심이 끊기지 않게 유도하고, 그 아티스트가 쉬는 짬을 빌려서 그 사람에 대해, 그의 음악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고 더욱 애정이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아티스트를 좋아할 것이고, 그의 음악을 좋아할 것이며 나아가 이 음악 전체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길게 얘기했지만 사실 난 잘하지 못한다. 내가 잘했으면 여기 있겠나 그냥 다른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겠지.이런 날 받아주는 엘이에게도 감사하고 내게 엘이는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도망가려고 그러는 건 아니다). 게다가 사실 글을 길게 쓰지는 않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원 페이퍼 운동'이라며 한 장 안에 요점만 담아서 제출하는 게 교내에서 일종의 유행이었기 때문에, 한 장에 굉장히 익숙하다. 장점이자 약점이 되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나는 영어도 잘 못하고 글도 좀 부족하지만 이게 다 관심과 열정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열정이 넘쳐서 스스로 힘들 때도 아주 가끔은 있지만, 다 내가 붙인 불이니 내가 끝내는 것 외엔 없다. 모든 일의 동력은 애정이라 생각한다. 사랑이든 밥벌이이든 그게 무엇이든. 애정이 없으면 일이 잘 될 리 없다. 무슨 마가 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힙합엘이에 코가 꿰어서 늘 고민하고 또 행동해보고 이런 저런 활동을 쉴 새 없이 한다. 브라운 아이즈의 노래처럼 벌써 일년이 지났다. 1년 뒤에도, 그 1년 뒤에도 널, 아니 이런 글을 쓸 시간을 기다리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힙합엘이는 이제 시작이고 기초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하고 싶은 일들도, 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두서없이 내뱉은 탓에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글을 잘 못쓴다. 이래서 내가 일기를 안 쓰나보다. 어쨌든 아직 난 욕심이 크다. 아직 힙합엘이는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기대해도 좋다. 어떻게든 쥐고 갈 것이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글 | Bluc
작업물 하나하나 소중히 보고있어요 진심 항상 감사드려요 ㅠㅠ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싸이트가 될지 기대되네요 ㅠㅠㅠ
RESPECT
힙합LE도 이제 시작...
내 수험 생활도 이제 시작... ㅋ
정말 힙합엘이의 필진분들은 실력과 애정이 장난이 아니신듯 ㅠㅠ
화이팅입니다!
저도 RESPECT
리스펙!
결국 운영자 히맨님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전부 편집됬군요 ㅋㅋ
이게 현정부랑 다른게 뭐죠!?!?!? ㅋㅋㅋㅋ
농담이고 여튼 1년동안 필진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힙합엘이를 찾아주시는 모든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힙합엘이의 탄생부터 함께해온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댓글을 제일 기다렸습니다 는 뻥이구요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박수 짝짝짝!!! much respect 입니다!!
힙합엘이 짱!!!
너무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 정성도 많이 느껴지구요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like 버튼 없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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