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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힙합엘이, 벌써 1년.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1.11.08 02:33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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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벌써 1년.

 

힙합엘이가 탄생 1주년을 맞이했다. 평균 이하의 기억력과 기념일을 중요시 하지 않는 운영자의 성격 덕분에 힙합엘이가 정확히 몇월 며칠에 오픈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물론 그와 관련된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이제 갓 1년밖에 안 된 사이트로서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더 중요하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기록 따위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일종의 답답함에서 시작했던 힙합엘이는 생각보다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사실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이 정도로 커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엘이에 속해있는 많은 스탭들이 자기 일처럼 성심성의껏 돌봐주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멈추지 않는 운영자의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큰 원동력이 있었다. 힙합엘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니즈' 때문이었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듣는 귀는 점점 열리는데 내가 좋아하는, 내가 관심이 가는 소식과 이야기들을 접하기가 어려웠다. 듣고 싶었던 흑인음악을 찾아냈지만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언뜻 듣자하니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고, 분명 재미있어 보이는 영상을 발견했지만 화면 속에서 그들이 무엇 때문에 웃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만, 그리고 흑인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런 정보들을 일일이 찾아본다는 것은 중노동에 가까웠다. 이런 욕구를 채워준 것이 힙합엘이다. 이것이 힙합엘이의 최대 강점이자 자랑거리다.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 기반을 닦고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 해왔던 노력들은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힘들었다. 컴맹이나 다름없었던 내가 이런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에는.. 며칠 밤을 샜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말그대로 '맨 땅에 헤딩' 수준이었다. 뭔가 사소한 부분이 잘못됐으면 그걸 고쳐보겠다고 매일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사실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무식한 방법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책이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귀중한 지식과 경험이 되었다. 특히 '디자인'은 내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일례로, 아무리 재밌고 아무리 알찬 정보가 있는 사이트나 게시물들도, 잘 보이지 않는 폰트에 이상한 음악이 자동 재생 되어버리는 곳이면 아무 미련 없이 바로 브라우저 창을 꺼버린다. 어차피 난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바로 '심플'이 답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구현할 수 있고 사람들이 보기도 편하고. 그거면 됐지. 그런데 디자인 계통에 있는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이 '심플'이라는 개념을 적절히 구현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미치는 줄 알았다. 지금도 이 부분은 고통의 연속이자 영원히 나를 괴롭힐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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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할 필자들을 모으는 것도 쉽진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과정은 생략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필자 모집 기준은 '능력'이 우선 순위가 되면 안 된다.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 많다. 글 잘 쓰는 사람? 넘쳐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의사소통'이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웹진이기 때문에 이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서로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많은 노력을 했다. 운도 따랐다. 난 지금의 우리 엘이 필진이 가족 같다. 무엇보다도 다들 너무 재밌다. 필진을 모집할 때 재치 같은 건 기준으로 삼지 않았음에도 하나 같이 유쾌하다. 회의 하려고 모였는데 웃으면서 떠드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흑인음악을 주제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할 때는 너무 행복하다. 살면서 이런 경험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에 더 흐뭇하다. 일반적인 기업의 형태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단체나 크루의 형태기 때문에 운영자가 무조건적으로 무언가를 강요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하기 시작하면 이 집단은 무너진다. 강요나 부담이 앞서는 순간, 자기가 하고 있는 것들이 일이나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힙합엘이는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혹시나 내가 운영자라고 해서, 나를 '우러러 보는' 사람이 없길 바랬다. 갑-을의 딱딱한 구조는 이런 '창조적인 집단'의 뿌리부터 흔든다. 난 그게 겁났고 그래서 부단히 노력했다.

  

또 하나 내가 강력히 추구했던 것은 바로 '재미'였다. 난 무엇이든간에 '재미'를 느껴야 움직인다. 흑인음악을 죽도록 사랑해도, 재미가 없는 글, 재미가 없는 음악은 내게는 별로 가치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라는 것은 흔히 말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꼭 웃긴 문구를 집어 넣어야 재미있는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웃음을 터뜨릴 만한 펀치라인이 있어야 재밌는 음악이 되는 건 아니다. 이 느낌을 글로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읽으면서, 들으면서 뭔가를 느끼고, 끌리고,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컨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수준이나 형식이 좀 모자라면 어떠랴. 아무리 중요한 내용을 담아내도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끝인 것을. 물론 그 뿌리와 객관적인 사실과 사건들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흑인음악 4대 프로젝트'같은 것들을 시도하고 다양한 음악들도 꾸준히 업로드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리'도 중요한 요소다. 힙합엘이를 시작하기 전에 블로그를 운영했을 때는, 왠지 내 집 같고 아기자기한 맛에 시작했지만 컨텐츠가 점점 늘어나면서 도무지 정리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이라도 쉽게 찾아 볼 수 없으면 그걸로 그 글의 생명은 끝이다. 흑인음악에 문외한 사람들이 처음 찾아서 보기에는 '정리' 만큼 중요한 요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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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부담도 함께 커졌다. 어떤 특별한 영상이나 음악이 나오면 번역 요청은 물밀 듯 들어오고 작은 실수나 오타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트위터나 글에서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전하진 않을까'하는 부담이 가장 크다. 흑인음악에 관한 지식과 이해가 어느 정도 정립 되어 있는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이제 막 흑인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뱉는 말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원래 굉장히 직설적이고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성격이라 답답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힙합엘이가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던 건, 좀 오그라들고 가식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이트를 꾸준히 방문하고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외국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공간을 꿈꿔왔다. 우린 그 공간에 작은 공터를 만들고 잔디를 심었을 뿐이다. 매일 같이 뉴스를 올리고 자막 뮤직비디오를 만들더라도, 그것을 보고 듣고 호응해 줄 회원들이 없었다면 누구도 나서질 않았을 것이다. 난 힙합엘이가 다양하면서 재밌고 편한 공터가 되었으면 한다. 가끔은 이런 따분한 일기 같은 글도 올라오고 트위터 같은 곳에서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터. 그곳이 힙합엘이였으면 좋겠다.

 

 

글 | h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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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9
  • 11.8 23:24

    ^^ 감사합니다.

  • 11.9 00:27

    덕분에 언제나 잘보고있어요!!. 감사합니다 운영진분들^^ 화이팅!!!

  • 11.9 00:55

    힙합엘이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

  • 11.9 01:10

    글잘쓰시네요 ㅋㅋ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읽혀져요 ㅋㅋ

    싸이트 너무 좋아요 정말 매일 매일 수시로 들어와요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 11.9 02:11

    가장 단순한게 복잡한거보다 어렵다고 잡스가 그랬었는데...암튼 엘이짱!

  • 11.9 02:29

    전 정말 힙합le 모든 사이트중에 제일사랑합니다

    이건 저에게 축복이에요

    고백할래요 사랑한다고

  • 11.9 02:55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생해주세요ㅠㅠ
  • 11.9 03:52
    끝까지다읽고 이렇게 글남김니다 ㅋ
  • 11.9 07:54
    소식을 알기위해 매일 여러개의 외국사이트를 돌아다니던 번거러움을 없애준 힙합엘이, 해석이 되더라도 무슨뜻인지 이해할수없었던 펀치라인들을 이해시켜주는 힙합엘이 감사합니다~
    heqmentary때부터 응원하고있습니다! 사…사…사랑합니다!
  • 11.9 08:39

    벌써 1년이나.. 축하드려요.!!

    힙플, 리드머 뿐이던 씬에 힙합엘이나 락힙합 같은 사이트들이 생겨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와보게 되요ㅋ 앞으로도 좋은 컨텐츠 부탁드려요ㅋㅋ

  • title: Kendrick LamarIly
    11.9 09:21

    le 즐겨찾기해놓고 맨날 옴 ㅋㅋ홧팅

  • 11.9 09:52

    축하드려요 :) 퐈이팅!!!!!!!!!!!!!!

  • 11.9 10:51
    해피버스데이 LE
  • 11.9 11:40

    힙플이랑 함깨 하루에도 몆번이나 들리는 곳이에요 ㅎㅎ

    항상 열심히 해주시고 응원할께요~ ㅎㅎ

  • 11.9 12:18

    벌써일년...!ㅠㅠ히큐멘터리 블로그 하실때부터 열심히 눈팅(...)하고 있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저도 즐찾추가해놓고 매일매일 들어옵니당ㅎㅎ앞으로도  힙합엘이 더 멋지게 발전하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ㅋㅋ

  • 11.9 12:20
    축하해요 사랑해요 엘이
    노 호모
  • JX
    11.9 13:51

    축하드립니다 25주년까지 매일매일 오겠습니다

  • 11.9 14:02

    덕분에 자주와요 화이팅

  • 11.9 15:03

    정말 사랑해요♥♥ 거의 매일 오는 사이트고 배우고 즐기고 좋습니다ㅠㅠ 히맨님하고 여러 스탭분들 정말 복 받으실거에요 저도 수능만 끝나면 사이트에 큰 기여를!!! 지금은 댓글이라도 열심히 달아야죻ㅎ

  • 11.9 15:39

    heman 님 블로그 눈팅하면서 소식 얻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이트 오픈한 지 1년이나 지났다니 ㅋㅋㅋ

     

    1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화이팅!

  • 11.9 16:50

    아... 정말 감동이네요.. ㅋ

    자주 활동하겟습니다!!

  • 11.9 18:05

    초기떄부터 있었는데... 진짜 사이트 많이 컸네요..ㅋㅋㅋㅋㅋ 아프로도 번창해서 무지무지 크기를!!

  • Mad
    11.9 18:46

    후에 번창해서 오프라인매거진으로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맘껏사서 구독할텐데!!

  • 11.9 19:03

    평소 보기만 하고 댓글은 안달앗지만;; 이건 꼭달아야겟네요

    축하드립니다!

  • 11.9 19:18

    평소에 댓글 잘 안 다는데 정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이 사이트 이용하고 있다는 말씀밖엔 드릴 게 없네요. 앞으론 댓글도 잘 다는 열성 회원(?) 되겟습니다. 히맨님을 비롯한 스태프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 11.9 20:53

    만세

  • 11.9 21:12

    진짜 하루에 3번이상은 들어오는 사이트

     

    만세!!!

  • 11.10 21:31

    늦게 알게 되었지만, 안 이후로 중독 되어버린 유일무이한 사이트가 되 버렸어요.

    운영진들의 노력은 마치 애써 숨기려 해도 겉으로 들어나는 어린 아이의 거짓말처럼 보입니다.

    앞으로 번창하는 힙합 사이트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one! 

  • srg
    11.10 23:45

    영원하여라!!!!!!!!!!!!!!!!

  • 11.11 09:04
    힙합엘이 정말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좋은시대에 살고있습니다
  • den
    11.11 23:51

    엘이 사랑합니다

  • 11.12 14:23

    오프닝 스탭이었으나 많은 도움을 드리고 있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반드시 돌아올 날을 기약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합니다. 엘이!

  • 11.13 00:06
    @tunikut

    기다리고 있어요 그것도 열녀의 자세로... 막이래 ㅋㅋㅋ 

  • 11.14 16:57

    엘이 원럽! >_< 더욱 더 열심히 합시다! 

  • 11.16 20:31

    답이 늦었네요 !! 힙합엘이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원럽!!!!

  • 12.7 00:29

    멋져요!

  • 12.28 17:54

    개인적으로 힙합엘이의 이러한 노력이

    대한민국힙합과 흑인힙합이란 문화가 대중문화에 크게 기여했음 좋겠네요ㅎㅎ!

    일주년 정말 축하드립니다!

  • 5.26 18:59

    여기 쩰 많이 오네요 :)


  • 11.11 14:16

    정말 감사합니다! 힙합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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