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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2018.04.29 12:43

2018 영떡학개론

조회 수 12665 추천 수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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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explain. I hate explaining. But I can definitely show you.
난 설명하고 싶지 않아. 설명하는 건 질색이야. 근데 분명히 보여줄 순 있지. by Young Thug





천재는 영 떡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에 비해 선천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두고 천재라 일컫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범인과 천재로 인류를 나누어 보기도 한다. 요즘 식의 급식체로는 '재능충'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범인들은 천재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가끔 넌센스로 들리던 천재의 말이 먼 훗날에서야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으고, 각종 논란을 일으킬 때가 있지 않나. 그제야 천재들은 이름을 떨치고 다음 천재의 등장까지 시대를 풍미한다. 그렇게 한 사람이 천재로 인정받기까지는 사회의 면밀한 관찰과 주목을 필요로 한다. 늘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는 영 떡(Young Thug)은 적어도 여기까지는 성공적으로 해낸 듯하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University of Calgary)의 언어학 학과장인 다린 플린(Darin Flynn)이 지니어스(Genius)와 함께한 영 떡에 관한 언어학적 분석은 그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다. 이렇게까지 세상이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영 떡만의 카리스마가 주요할 것이다. 기상천외한(?) 목소리와 행동은 좋든, 싫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대중들은 이내 열광한다. 흥미로운 건 올해 데뷔 8년째로, 랩 씬에 뛰어들어 자신을 엄청나게 소모했음에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는 영 떡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그는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 Young Thug (Feat. Quavo) - F Cancer

영 떡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는 일단 '부조화'다. 신장에서 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친구 릴 부지(Lil Boosie)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F Cancer"를 보라. '암 환자를 위한 응원인가?'하다가도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제목과 전혀 연관성 없는 가사로 청자들을 당황케 한다. 이를 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영 떡은 항상 큰 맥락을 먼저 제시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선, '암 ㅈ까'라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제목의 형태로 청자들에게 먼저 인식된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나머지 부분은 돈 자랑을 비롯해 도저히 그 메시지와 연결 짓기 힘든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내용들은 단순히 이해될 수 없기 때문에, 혹은 힙합이란 영역 내에서 너무나 많이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발화효과행위(발화의 결과로 듣는 이를 설득하고,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하고 하는 등의 효과)로 인정받지 못한 채로 의미가 와해하고 파편화한다. 개체의 자율성을 지극히 강조해 온 영 떡은 어쩌면 메시지 전달이라는 의도와 목적을 가지는 랩이 어떤 타자에게는 폭력과 속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영 떡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한다. 아무 생각이 없는 가사들을 활용해가며 연속성을 제거하고, 청자들의 머리에 어느 정도의 공간을 만든다. 평소 그러한 상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머릿속 공(倥)에서 생겨나는 이질감 때문에 영 떡이 던지는 담론과 맥락에 더욱 개인적이고 주체적으로 주목한다. 말로만 'Move the Crowd'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제공한 텍스트를 통해 사람들의 사고 행위를 이끌어낸다니, 천재가 아니면 그 누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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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떡은 제프리다

이렇듯 영 떡은 언어라는 매개체를 무작정 신뢰하기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2016년 최고의 문제작으로 남을 만한 믹스테입 [Jeffery]에도 그러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래퍼와 남성성이 직접적으로 연관성을 가지는 게 지금까지도 사회적 통념 중 하나로 작용하는 와중에 당시 그는 파격적인 커버 아트워크로 인터넷을 들썩거리게 했다. 이태리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트리코인(Alessandro Trincone)이 디자인한 여성적인 느낌의 드레스를 입은 영 떡의 모습에 동성애혐오자들은 적극적으로 힐난했고, 심지어 그가 힙합의 수치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런 여론에 전혀 동요치 않았으며, 오히려 앞으로는 본명 제프리(Jeffery)로 활동하겠다며 한술 더 떴다. 동시에 자신을 젠더로 정의하는 것을 거부하고, 사회적인 성별에 대한 편견으로 구속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플로이드 메이웨더(Floyd Mayweather)부터 리한나(Rihanna), 고릴라 하람베(Harambe), 칸예 웨스트(Kanye West)까지, 믹스테입 수록곡들의 제목이 모두 영 떡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다양한 류의 우상들이라는 점은 [Jeffery]에 관한 이 같은 발언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게끔 한다.

♬ Young Thug - Wyclef Jean

그만큼 영 떡은 믹스테입이라는 다층으로 구조된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곡 제목들이 영 떡 본인을 강조하면서 커버 아트워크로 제시한 성 편견 철폐에 대한 메시지는 강화되는 반면, 가사는 되려 다시 의미를 와해시킨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이 점에서부터 논의를 더 확장해 나가는 방식에서 엿보이는 영 떡의 창의성이다. 수록곡 "Wyclef Jean"의 뮤직비디오를 살펴보자.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누군지 모를 한 명의 아이를 미시시피에서 비행기를 태워 비디오 촬영장으로 보낸다. 오히려 자신은 예정되어 있던 뮤직비디오 촬영에 아예 나타나지 않고 10,000달러의 제작 비용을 날려 버리는 기행을 벌인다. 이로써 영 떡은 자신의 철학을 일관되게 발휘한다. 믹스테입에서는 여러 층위에 걸쳐 자신을 강조하더니, 뮤직비디오에서는 갑자기 스스로를 배제해 버린 것이다. 그 사이에 발생한 괴리가 또다시 영 떡 본인에 대한 논의를 증폭시킨다. 작은 아이는 무작위적 개인들의 서사를 대표한다. 그 무작위적 존재와 영상 속에서 점선으로 표현된 그의 공백이 합체한다. 결국, 익명의 자유로운 개인들은 영 떡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도적으로 궁금해한다. 나아가 스스로를 영 떡의 위치에 대입하고 상상한다. 영 떡은 그 행위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끔 화두를 던지며 도와줄 뿐이다. 그렇기에 "Wyclef Jean"의 뮤직비디오는 성별, 나이는 물론, 자신의 창작물로부터까지 인간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영 떡의 개체 중심적 철학에 방점을 찍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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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는 섹스다

2018년인 지금,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성과 관련된 논쟁으로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그 와중에 올해 2월에는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될 뻔한 일명 SEX 개명 사건이 있었다. [Jeffery]처럼 이후 내놓을 앨범 명으로 확장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사건 역시 큰 맥락 속에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영 떡이 말하는 'SEX'는 소위 말하는 성행위(Sexual Intercourse)가 아니다. 물론, 영 떡의 가사가 언뜻 봐도 성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는 건 사실이다. 여기서 그의 개인적 서사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이파일스(VFILES)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영 떡은 정작 성관계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약혼녀인 제리카 칼래(Jerrika Karlae)와 만나는 동안 6개월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았고, 그는 이것이 이르고 늦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영 떡은 절대로 제리카에게 성관계를 갖자고 말하지 않았다고 하며, 그 선택권은 전적으로 제리카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 떡이 말하는 'SEX'는 성행위보다는 성별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흰 종이에 ‘SEX’라는 점을 찍고 영 떡은 일단 한발 물러선다. 영 떡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무지한 사람들은 아마 그때가 되어서야 'SEX'라는 단어 자체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영 떡은 대체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아무런 설명없이 퇴장한다. 그에게 더이상은 필요 없는 셈이다. 그 자리에는 행위자인 영 떡의 설명 대신 이 사건을 지켜보는 관찰자들의 개인적인 서사가 놓인다. 배경에는 이때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SEX'에 대한 태도가 깔린다. 즉, 영 떡이 야기하는 성별 중심의 편견과 차별에 대한 논의는 오직 의미가 와해되었을 때만 관찰자들의 사유를 통해 재조립된다. 바꿔 말하면, 영 떡은 내러티브를 하지 않는다. 내용을 찾는다면 건질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을 것이다. 영 떡에게 내용은 있으나 없으나 공허하다. 대신 그가 표현하는 방식이 곧 그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이나 마찬가지다. 행하지 않음으로 행하고, 이루지 않음으로 이룬다. 그 방식이 '혹시 영 떡이 노자의 도가 사상에서 영향이라도 받은 게 아닐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하게 한다. 실은 농담이 아니다. 왜, 영 떡이 랩을 시작할 때면 늘 뱉는 말인 떠거(Thugger)가 알고 보니 덕어(德語), 덕 있는 말씀이란 뜻일지도 모르지 않나. 그 진의는 영 떡이 설명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고, 또 각자가 정의하기 나름이기에 애써 알려고 들지는 말자.


글│Kimi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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