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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2018.04.17 02:54

힙합 & 농구, 요즘은 어때?

조회 수 5362 추천 수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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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농구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두 분야 모두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흑인 문화를 대표하기도 한다.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힙합이 흑인들에 의해 빈민가에서 태동했다면, 농구는 백인에 의해 태동해 초창기 유대인들이 발전시켰다. 하지만 19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농구는 흑인이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힙합 씬과 농구 씬에 흑인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경에는 높은 접근성이 있다. 힙합을 랩으로 국한해서 보면 둘 다 대단히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마이크와 농구공, 최소한의 도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그만큼 돈이 필요치 않기에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였던 흑인들이 힙합과 농구에 열광한 건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심지어 ‘(흑인이) 빈민가를 탈출하려면 랩을 하거나 농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인 2010년대, 힙합과 농구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며칠 전, 성황리에 시작한 NBA 플레이오프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에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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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스타 제이지와 브루클린 네츠

제이지(JAY-Z)가 엄청난 농구 팬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NBA 구단 브루클린 네츠(Brooklyn Nets)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르브론 제임스(LeBrone James) 등 많은 NBA 스타와 여러 매체를 통해 친분을 과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보자. 아마 그가 네츠의 연고를 뉴저지에서 브루클린으로 옮기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아는 팬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2012년, 제이지는 러시아 사업가와 함께 거액을 투자하며 브루클린 네츠의 전신인 뉴저지 네츠(New Jersey)의 연고를 자신의 고향인 브루클린으로 옮겼다. 브루클린 네츠의 로고 역시 제이지가 디자인에 참여한 결과물이다. 동시에 브루클린에 개장한 바클레이스 센터(Barclays Center)의 공동 소유주였고, 개관식에 아내 비욘세(Beyonce)가 공연을 펼치는 등 구단을 브루클린으로 완전히 옮겨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브루클린 네츠는 현재까지도 형편없는 구단 운영과 성적에 허덕이고 있다. 구단 출범 후, 2013-2014시즌에 케빈 가넷(Kevin Garnett), 폴 피어스(Paul Pierce) 같은 왕년에 한 가닥했던 쟁쟁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등 밝은 미래를 꿈꿨으나, 2017-2018 시즌에도 28승 54패로 동부 12라는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지난 몇 년간 기존 선수들의 노쇠화와 부상, 트레이드 실패, 부실한 드래프트 지명권 보유 현황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인지 제이지는 현재 브루클린 네츠 사업을 포기한 상태이며, 경기장에 얼굴을 비추는 횟수도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비록 현재는 농구판에서 한발 물러선 제이지지만, 그럼에도 그가 성공한 래퍼이자 농구 팬으로서 브루클린 네츠를 통해 보여준 행보는 인상적이다.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힘들게 자란 아이가 성장해 고향을 대표하는 NBA 팀을 운영했다는 것. 이만큼 멋진 성공 스토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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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씬에 뛰어든 NBA 올스타, 데미안 릴라드

앞서 언급한 제이지가 래퍼이자 사업가로서 농구라는 분야에 뛰어든 경우라면, 지금 소개하는 데미안 릴라드(Damian Lillard)는 농구 선수로서 힙합 씬에 뛰어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데미안 릴라드는 포틀랜스 트레일 블레이저스(Portland Trail Blazers)의 에이스이자 2013년 신인상을 거머쥔 이후 꾸준히 올스타 가드로 손꼽히는 선수다. 그는 농구뿐 아니라 힙합에도 재능이 있는데, 2015년 “Bigger Than Us”라는 싱글을 발매한 이후 정규 앨범 2장을 비롯해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재미로 랩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진정성은 훨씬 그 이상이다. 데뷔 싱글에서부터 흑인 인권에 대한 진지한 가사를 풀어놓고, 베테랑 래퍼 릴 웨인(Lil Wayne)과도 작업하는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걸 다 떼어놓고 랩만 봐도 상당히 잘한다.

♬ Damian Lillard (Feat. Lil Wayne) - Run It Up

사실 데미안 릴라드 이전에도 랩하는 농구선수는 꽤 많았다. 시대를 풍미한 파워포워드였던 크리스 웨버(Chris Webber), 올타임 레전드로 남을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 그리고 이제는 방송인으로 거듭난 샤킬 오닐(Shaquille O’Neal)도 랩을 했었다. 특히, 샤킬 오닐의 힙합 커리어가 주목할 만하다. 데뷔 앨범 [Shaq Diesel]과 소포모어 앨범 [Shaq Fu: Da Return]은 각각 플래티넘과 골드를 기록할 정도로 당시 코트 위 몸집에 걸맞은 상업적 성과를 냈다. 지훵크부터 붐뱁까지 여러 장르를 소화했고, 다양한 피처링진도 대동하며 나름 인상적인 래퍼로서의 커리어를 갖고 있다. 다시 요즘 시점으로 돌아오면, 저니맨이지만 최고의 식스맨으로 불리는 루 윌리엄스(Lou Willianms), 팀 개편을 맞기 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Cleveland Cavaliers)에서 그나마(?) 수비력이 나았던 이만 셤퍼트(Iman Shumpert) 같은 선수들도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 비록 데미안 릴라드 급 포스는 아니지만, 농구와 힙합 두 분야 모두에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이들의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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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에 울려 퍼지는 블랙 뮤직

농구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NBA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다면 코트에 얼마나 다양한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느꼈을 것이다. 어셔(Usher) "Yeah!"나 워치 더 쓰론(Watch the Throne)의 "Ni**as in Paris"가 짤막짤막하게 나오는 공격과 수비 타임 사이에는 물론이고, 작전 타임 때도 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특히, 리그의 축제인 올스타전의 하프타임 공연은 말할 것도 없다. 여태껏 다양한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고, 가장 최근 2018 NBA 올스타전에서는 N.E.R.D와 미고스(Migos)가 무대를 선보였다. 사실 지금까지 올스타전에서 있었던 공연 중에는 단순 퍼포먼스 그 이상으로 흑인 인권에 관한 메시지라든지, 사회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에 N.E.R.D 역시 “Lemon”, “1000”을 선곡하고, 공연 마지막에 주먹 쥔 오른손을 치켜들며 흑인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었다.

2018 NBA All-Star Halftime Performance

NBA 올스타전 하프타임 공연은 올스타전이 열리는 지역의 색깔을 잘 드러내기도 한다. 뉴욕에서 열린 2014-2015 올스타전 공연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Empire State of Mind”와 “New York New York”을 부르고, 도시를 대표하는 래퍼 나스(Nas)가 깜짝 등장해 “N.Y. State of Mind”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뉴올리언스에서 열렸던 공연에서는 ‘재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세계적인 연주자 트롬본 쇼티(Trombone Shorty)를 중심으로 한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올스타전 하프타임 공연은 인권부터 지역의 색깔을 고려한 요소까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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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위의 황제, 르브론 제임스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재 NBA에서 가장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황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도 힙합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선수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현역 선수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 보니 그의 발언, SNS 포스트 하나하나가 모두 이슈가 될 정도다. 그는 평소 힙합을 즐겨 듣는 거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지난해 공개한 플레이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Unbelievable” 같은 클래식부터 비교적 최신곡인 “Ric Flair Drip”, “MotorSport"까지, 시대, 장르, 스타일을 따지지 않고 다양한 힙합 음악을 좋아한다. 한 번은 디트로이트의 래퍼 티 그리즐리(Tee Grizzley)의 상승세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단순히 인스타그램에 티 그리즐리의 “First Day Out”을 노출했을 뿐인데, 포스팅 이후 크게 주목받아 음반 판매량이 세 배나 늘었다고 한다.

♬ Yo Gotti - LeBron James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힙합 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는 실제로 힙합 음악 가사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농구선수 중 한 명이다. 제이지의 대표곡 “Empire State of Mind”, 굿 뮤직(G.O.O.D. Music)의 컴필레이션 앨범 [Cruel Summer]에 수록된 “Clique”와 “New God Flow”에서 가사 일부분으로 언급된 바 있다. 심지어 요 가티(Yo Gotti)의 곡 중에는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딴 곡이 있다. 이밖에도 르브론 제임스를 여러 의미에서의 비유 대상으로 활용한 가사는 셀 수 없이 많다. 대부분 그의 코트 위 카리스마와 실력에서 비롯된 표현이 많은 편이다. 이를테면, 자기과시가 음악의 핵심 중 하나인 래퍼가 '난 멋져, 마치 르브론처럼'이라는 라인을 뱉는 식이다. 역시 'King'이라는 칭호는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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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농구의 공통된 숙제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 힙합과 농구. 사회 전체가 그래야 마땅하지만, 흑인들이 중심인 만큼 인종차별이라는 숙제도 더 강하게 공유하는 편이다. 2010년대 초반, 다시 불거진 경찰관 흑인 인권 탄압 논란으로 생겨난 #Blacklivesmatter 운동에 많은 힙합 음악가가 참여한 건 모두가 알 것이다. 그 흐름은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NBA에서도 인종차별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근래에는 2014년 LA 클리퍼스(LA Clippers)의 전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Donald Sterling)이 흑인 무시 발언을 한 음성 파일이 공개되어 리그에서 영구제명된 바 있다(위의 사진은 당시 선수단이 선보인 항의 세레모니의 한 장면이다). 또, 작년에는 애틀랜타 호크스(Atlanta Hawks)의 홈구장인 필립스 아레나(Philips Arena)에서 흑인 아티스트들이 경기장 입장에 제한을 받으며 사회적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닌 셈이다.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보수 성향 매체인 팍스(FOX) 뉴스의 한 앵커는 NBA 선수들에게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라’는 인종차별적 막말을 날렸다. 이에 대해 르브론 제임스는 ‘나는 운동선수 이상의 존재(I’m more than an athlete)’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우리는 닥치고 농구나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흑인 아이들이 삶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고 느끼고 있고, 이들에게는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다. 멋진 말로 공격 아닌 공격을 되받아친 르브론 제임스에게 존경을 표하며, 흑인들의 유일한 탈출구였던 힙합과 농구가 앞으로 흑인들의 인권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분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글ㅣUrban hip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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