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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R.D의 [In Search Of…]가 나에겐 나스(Nas)의 [Illmatic]보다 더 나았지(In Search Of... Did more for me than Illmatic)’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의 “Deathcamp” 속 한 구절이다. 91년생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80년 초부터 00년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데뷔 시절부터 SNS를 비롯해 인터뷰 등지에서 N.E.R.D의 엄청난 팬임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그렇게 덕질을 하던 N.E.R.D는 넵튠스(The Neptunes)의 퍼렐(Pharrell), 채드 휴고(Chad Hugo)와 이들의 오랜 친구 셰이 헤일리(Shay Haley)가 뭉친 그룹이다. 팀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넵튠스는 빌보드가 공인한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밀레니엄 시대의 프로듀서 팀으로, 특히 2003년에는 미국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중 43%가 이들의 손을 거친 곡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음원 사이트 TOP 100에서 43곡이 한 프로듀서가 만들어 낸 곡인 셈. 이들의 인기 비결은 일찍이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팝의 문법에 녹여낸 덕분이었다. 이는 이전 프로듀서들에게 없던 넵튠스만의 것이었고, 급기야 많은 이들이 ‘넵튠스 사운드’라는 명칭으로 이들의 음악 세계를 인정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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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스 & N.E.R.D, 밀레니엄의 클래식


넵튠스 셰이 헤일리와 함께 N.E.R.D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첫 앨범 [In Search Of…]는 힙합/알앤비의 틀을 벗어나 록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앨범이었다. 힙합 비트를 주된 재료로 삼되, 싸이키델릭부터 뉴 웨이브, 하드 록까지 반영한 이들의 앨범은 21세기의 블랙 록(Black Rock)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또한, 프로듀서 팀발랜드(Timbaland)가 제시했던 싱코페이션 비트와 전자음으로 가득했던 기존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음악의 대안에 가까웠다. 여기에 거리의 삶과 정치적인 메시지를 결합한 가사 역시 마빈 게이(Marvin Gaye) 등 이전 시대 뮤지션들의 계보를 잇고 있었다. 그 결과, N.E.R.D는 평단과 대중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게 된다. 우선, 메인스트림 뮤지션들이 록 사운드 자체에 다시금 주목했다. 제이지(JAY Z)와 린킨 파크(Linkin Park)는 한데 뭉쳐 앨범을 발매했었다. 팀발랜드 또한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Shock Value]에서 펑크(Punk) 밴드 쉬 원츠 리벤지(She Wants Revenge)를 끌어들여 록을 시도했다. 그 외의 아티스트들도 장르 혼합에 주목했다. 소울쿼리언스(Soulquarians) 집단의 일원이었던 커먼(Common)과 큐팁(Q-Tip)은 각각 [Electric Circus], [Kamaal The Abstract]를 통해 블랙 록을 끌어들이고, 장르를 재조합했고, 그 결과 2000년대식의 새로운 얼터너티브 힙합을 제시하게 된다.


♬ N.E.R.D - Lapdance


넵튠스와 N.E.R.D의 장르 복합적인 사운드는 2010년대에 들어서도 많은 이들에게 차용 혹은 재해석되었다. 이는 00년대의 넵튠스를 듣고 자라난 2010년대 뮤지션들이 당시 음악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음악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마치, 90년대에 나스의 [Illmatic]을 듣고 자라난 2000년대 뮤지션들이 이를 변주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서 서문에서 언급했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Deathcamp”는 사실 N.E.R.D의 “Lapdance”를 연상케 하는 곡이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앨범에는 각각 퍼렐과 채드 휴고가 참여해, 넵튠스, N.E.R.D의 연장선에 있는 사운드를 담아내었다. 2015년, 매거진 페이더(The Fader) 지는 이를 주목해 디 인터넷의 멤버인 맷 마션스(Matt Martians)를 포함해 2000년대 초부터 설립된 N.E.R.D의 팬 커뮤니티에 있던 이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맷 마션스는 커뮤니티에 오드 퓨처(Odd Future)의 일원들은 물론, 드레이크(Drake), 자넬 모네(Janelle Monae)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넵튠스와 N.E.R.D의 데모 음악을 공유했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웹에 올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음은 물론, 새로운 음악들을 비평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N.E.R.D는 지난 앨범들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된 웹 중심의 음악 산업을 선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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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과 함께 벽을 넘다


그랬던 N.E.R.D가 7년 만에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No One Ever Really Dies]은 향후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 앨범은 본인들의 이름을 그대로 들고 온 일종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In Search Of...]의 향취가 나는 건 한동안 EDM에 집중했던 지난 앨범에서 벗어나 장르적 경계를 좀 더 과감히 넘나들고, 이를 다시 재조합한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퓨처(Future)가 참여한 “1000”과 다양한 사운드 소스가 뒤섞인 “ESP”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훵크/디스코를 기반으로 한 최근 퍼렐의 음악이 아닌 옛날 넵튠스 시절을 연상케 하는 음악들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일례로 미니멀한 리듬 진행이 돋보이는 “Lifting You”에서는 스눕 독(Snoop Dogg)의 “Drop Like It’s Hot“을, ‘넵튠스 사운드’와 함께 트랩의 문법을 안은 “Secret Life Of Tigers”에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I’m A Slave 4 U“의 그것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피치포크(Pitchfork)를 비롯한 일부 매체에서는 더 이상 N.E.R.D의 음악이 새롭지 않다는 지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운드의 회귀를 마냥 새로움이 없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90년대 말에서 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음악들이 점차 돌아오고 있다는 건 현시대 음악 트렌드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경향 중 하나다. 디 인터넷의 시드(Syd)를 비롯한 유수의 알앤비 아티스트들이 선보였던 ‘팀발랜드 사운드’의 재해석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해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Havana”를 비롯해 라틴 팝 트랙들이 다시 돌풍을 몰고 온 점도 큰 범주에서 보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N.E.R.D 역시 트렌드를 어느 정도 의식해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옛 사운드를 요즘 식대로 살짝 꼬아서 선보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 N.E.R.D - 1000 (Jimmy Kimmel Live)


메시지적인 측면도 충분하게 주목해야만 한다. [No One Ever Really Dies]는 그룹의 그 어떤 앨범보다도 정치적이며, 현시대 미국의 힙합/알앤비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반 트럼프(Anti-Trump) 운동과 맞닿아 있다. N.E.R.D는 정치인을 스트리퍼로 비유한 “Lapdance”와 같이 일부 곡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냈지만, 앨범 전반에서 이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퍼렐은 사람들이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를 쉽게 지나치게 되어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N.E.R.D는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음악 안에 실제 이야기들을 담아내 많은 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려 한다. 대표적으로 “Deep Down Body Thrust“에서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세워지는 멕시코 장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의 더 많은 시선을 끌기 위해 N.E.R.D 혼자만이 아닌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대를 이루며 실제 이슈들을 언급한다. 그 결과, 아티스트들이 지닌 맥락이 곡에 연결되어 앨범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을 이루게 된다. 일례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함께한 “Don’t Don’t Do It”은 인종 증오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Blacklivesmatter 운동에서 구호로 쓰였던 “Alright”과 연결된다. 난민자 출신인 M.I.A.가 함께한 “Kites”는 멕시코 장벽을 뛰어 넘는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자신의 노래 “Borders”와 연관성이 있다. 이밖에도 페미니즘 이슈가 내재 된 “Lemon”에서는 '여성의 행진(Woman's March)'과 디올(Diol)의 페미니스트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리한나(Rihanna)가,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Rollinem 7’s”에는 작품과 외적 활동을 통해 아프로-아메리칸의 인권을 꾸준히 다뤄 온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 3000(Andre 3000)가 이름을 올렸다.




♬ N.E.R.D - Lemon (The Voice 2017 Live)


퍼렐은 가디언지(Guardian)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과 밀레니얼 세대가 향후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생각이 반영되어서인지, N.E.R.D의 신작 [No One Ever Really Dies]는 새 시대의 주역, 다시 말해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 세대를 위한 작품처럼 보인다. 일단 7년 만에 컴백해 오랜 팬들을 뭉치게 했고, 그 팬들에게 장르 파괴적인 신선함과 ‘넵튠스 사운드’라는 익숙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더 나아가 음악 안에 현 사회의 이슈들을 끼워 넣으면서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알 듯 모를 듯 관심을 두게 만들고, 음악을 넘어 연대하게 한다. 레몬 댄스 챌린지(Lemon Dance Challenge)라는 명목으로 SNS에 오르내리는 “Lemon”도 넓게 보면 그 연대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NCT 드림(NCT Dream)의 멤버가 SNS를 통해 올렸듯, N.E.R.D는 인종과 국가, 성별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을 두게 한다. 지금과 이후 세대들이 자신들의 앨범을 듣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 세상을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N.E.R.D가 [No One Ever Really Dies]에서 끼치고 싶었던 영향이다.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움직임이다(This isn’t Music, It’s a Movement)'라고 퍼렐이 말했듯.


글 | Geda


Comment '4'
  • ?
    title: [로고] TDE힙합벌레 2018.01.13 11:00
    "2003년에는 미국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중 43%가 이들의 손을 거친 곡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미친 이거 실화?
  • ?
    TomBoy 2018.01.14 10:4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퍼렐과 넵튠스 너무 좋아요
  • profile
    4ever Pharrell 21 시간 전
    솔로 2집 GIRL이 나온지 햇수로만 벌써 4년됐는데...
    n.e.r.d 앨범도 반갑지만, 덕분에 솔로 3집이 고파졌습니다.
  • ?
    young80 13 시간 전
    힙합벌레님, 실화입니다. 2000년대 초반 빌보드 상위권엔 넵튠즈가 프로듀싱한 곡이 항상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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