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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슨(JMSN)의 내한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그의 음악을 한창 많이 듣던 2012년 즈음이 생각났다. 당시 친구와 ‘유명한 음악가와 안 유명한 음악가 구분하는 방법은 자기 이름 검색해서 ‘좋아요’를 누르냐 안 누르냐의 차이다’라는 농담을 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제임슨은 [Priscilla]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음에도 꾸준히 SNS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여 '좋아요'를 눌렀다. 그로부터 어언 5년이 지난 지금, 오랜만에 그의 SNS에 들어갔다. 69.2K의 팔로워에 두 배 가까이 되는 138K의 ‘좋아요’. 그는 아직도 자신의 이름을 태그한 이들에게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다. 그보다 더 눈에 띈 건 최상단 트윗이었다. 제임슨은 올해 4월 28일에 발매한 다섯 번째 음반 [Whatever Makes U Happy]를 ‘나의 데뷔 음반’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는 어째서 [Priscilla], [Pllaje] EP와 첫 정규 음반 [JMSN (The Blue Album)], [It Is.]를 전부 제외하고, [Whatever Makes U Happy]를 데뷔 음반이라고 말했을까. 문득 그의 경력을 지나간 수많은 이름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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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아케이드와 크리스천 TV

제임슨은 어딘가 독립 음악가로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그의 레이블 화이트 룸 레코드(White Room Records)는 제임슨이 설립한, 그의 레이블이다. 그러나 그는 커리어의 시작부터 레이블과 계약했었다. 그것도 무려 애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와 유니버설 모타운 레코드(Universal Motown Records)라는 대형 힙합/알앤비 레이블이었다. 다만, 이름이 달랐다. 그가 애틀랜틱 레코드에 있을 때의 이름은 러브 아케이드(Love Arcade)라는 밴드 소속이었다. 제임슨은 러브 아케이드의 첫 음반 [Love Arcade]의 모든 곡을 쓰고, 모든 악기를 연주했다. 밴드 멤버는 사실상 투어만 함께 했을 뿐, [Love Aracde]는 제임슨의 음반이었다. 이런 형태의 밴드가 대부분 그렇듯, 러브 아케이드는 음반 발매 이후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해체했다.

크리스천 TV(Christian TV)는 유니버설 모타운 레코드 시절의 이름이다. 이때의 제임슨은 러브 아케이드와도, 우리가 아는 [Priscilla]의 제임슨과도 다르다. 당시 그는 굉장히 팝한 음악을 선보이는 솔로 가수였다. 그렇지만 다재다능함은 여전했다. 믹스테입 [Who The F*ck Is Christian TV]를 무료 공개하고, 정규 음반 [Diary of an 80's Baby]를 준비하면서 여러 음악가의 곡을 써줬다. 하지만 유니버설 모타운 레코드가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Universal Republic Records)와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로 갈라지게 되던 순간, 크리스천 TV는 양쪽 어디에도 선택받지 못했다.



♬ JMSN - Alone

메인스트림 알앤비의 대안으로

음악가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시도하는 건 역시 이름 바꾸기다. 제임슨 또한 마찬가지였다. 크리스천 TV는 유니버설 모타운 레코드와의 계약 종료 이후, 우리가 아는 제임슨으로 변모한다. 두 번째 선택은 메인스트림과의 결별이었다. 이때부터 제임슨은 모든 음반을 자신이 세운 레이블, 화이트 룸 레코드에서 발매한다. 이름과 함께 음악도 변했다. 러브 아케이드의 밴드셋, 크리스천 TV의 귀를 찌르던 팝한 소리 대신 JMSN의 음악에는 한없이 느린 템포와 공간계 이펙터(딜레이, 리버브 등)가 잔뜩 걸린 각종 소스가 가득했다. 가사 또한 본인의 감정을 가감 없이 내비치는 식으로 바뀐다.

음악색이 갑작스레 바뀐 이유에 관하여 제임슨은 레이블과의 계약 종료 후 독립 음악가로의 길을 선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형 레이블은 라디오 재생 수를 최우선으로 두지만, 독립 음악가이기에 인기를 가장 마지막에 두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다는 게 그 내용. 실제로 이러한 방식은 성공적이었다. 제임슨 본인은 ‘히피 알앤비’라 칭했지만, 그는 당시 등장한 위켄드(The Weeknd), 프랭크 오션(Frank Ocean)등과 함께 피비알앤비, 지금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음악가로 분류되었다. 가디언(The Guardian), NME, LA 타임스(LA Times) 같은 대형 매거진이 제임슨을 다뤘고, 이러한 관심은 탑 독 엔터테인먼트(Top Dawg Entertainment)와 같은 힙합 레이블과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록 밴드로 데뷔하고, 백인 솔로 남성 가수로 커리어를 이어나갔던 그가 알앤비 음악가들과 함께 묶이고, 대형 힙합 레이블과 인연이 생겼다는 점에서 제임슨의 이미지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Priscilla]에서 성공한 음악적 문법은 [Pllaje]로 이어졌고, 제임슨은 이를 통해 하입(Hype)을 얻었다.

그리고 제임슨은 ‘제임슨’의 첫 정규 음반, [JMSN (The Blue Album)]을 발표한다. 그가 [Priscilla]가 붉은색이고, [JMSN (THe Blue Album)]이 파란색이라 말한 것처럼, 두 음반은 매우 다르다. 리듬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어두운 분위기로 가득했던 전작들과 달리 [JMSN (The Blue Album)]은 리듬 섹션이 두드러지고, 전체적으로 밴드 라이브를 염두에 둔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처음 공개되었던 “My Way”의 뮤직비디오 또한 90년대 필름을 패러디하며 음악과 결을 맞췄다. 음악적으로 앞선 두 장의 JMSN이 위켄드와 비교되었다면, [JMSN (The Blue Album)]의 제임슨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를 연상케 한다. 재밌게도 세 가지 음반에서 제임슨이 노래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작의 음울한 제임슨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이 음반은 전작들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다. 제임슨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또 한 번의 아쉬운 순간을 맞이해야만 했다.





♬ JMSN - Power

음악적 변화, ’대안의 대안’

그렇게 약 2년의 공백 후, 제임슨은 또 한 번 이름을 바꾼다. 정확히는 알터 이고(Alter Ego, 또 다른 자아)를 만든다. 펄(Pearl)로 발표한 음반 [It Is.]는 네오 소울(Neo Soul) 음반이었다. 제임슨은 ‘펄’을 “제임슨이 아닌, 새로운 걸 하기 위해서 시작했다’라고 말했던 만큼, [It Is.]는 제임슨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가사에 비해 훨씬 자신감 넘치고, 이야기를 푸는 데 있어 능동적이다. [It Is.]의 문법은 올해 발표한 [Whatever Makes You Happy]로 이어진다. 음반은 여덟 곡, 4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컨트리, 블루스, 재즈, 네오 소울, 70년대 훵크의 베이스라인, 발라드 트랙 등, 다양한 음악의 모습을 선보인다.

약 5년 전, 메인스트림 알앤비의 대안으로 등장한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대표 주자였던 제임슨이란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흥미롭다. 피비 알앤비,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문법이 퍼지고, 상업적으로 대세에 등극하여 ‘대안’으로의 역할을 못 하는 지금, ‘대안의 대안’으로 떠오른 장르가 바로 90년대 음악이기 때문이다.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나 시저(SZA), 네이오(NAO), 최근의 켈렐라(Kelela) 등이 이미 이러한 문법을 사용하여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제임슨의 음악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함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리지널리티에 있어서 과거만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제임슨은 마치 5년 전처럼 두 장의 음반으로 또 한 번 대안적 알앤비의 흐름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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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슨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의 음악적 변화만 본다면, 제임슨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처럼 비치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하입을 얻었던 순간은 대부분 대안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을 때였다. 그래서 글의 처음에서 적었듯, 제임슨이 [Whatever Makes You Happy]를 자신의 데뷔 음반이라 소개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와 여러 개의 이름으로 싱글과 음반을 발표했고, 이미 다양한 음악가와 협업해 온 이다. 그런 그가 왜 인제 와서야 데뷔했다고 말했을까. 그 답을 한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러 번 이름을 바꾸고, 음악적으로 변모했는데 지금 기분은 어떻냐는 질문에 그는 드디어 자신의 장소를 찾았고, 자신이 음악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았다고 답했다. [What Makes You Happy]라는 음반은 자신에게 미래를 향한 기대를 품게 하는 음반이라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이 답변을 읽은 후, 종잡을 수 없는 그의 경력이 인제야 갈피를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2012년 즈음 얻었던 만큼의 하입을 다시 받긴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제임슨에게 더이상 명성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게 중요했다면 그가 메인스트림과 등을 돌리지도 않았을 터. 이번 음반 제목처럼, 무엇이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메인스트림과 연관되지 않은 독립 음악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채는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음악이 다시 대안이 되는 게 음악 산업의 즐거움이라면,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제임슨이 또 한 번 메인스트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까.


글, 이미지 ㅣ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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