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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나플라, 아~ 무심한 그 사람~

 

지난 6 23일과 26, 메킷레인 레코즈(MKITRAIN Records)의 나플라(nafla)가 피처링한 트랙들이 연달아 발표됐다. 하나는 해맑은 모습과 개념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헨리(Henry)끌리는 대로 (I’m good)”이고, 나머지 하나는 <언프리티 랩스타 2>의 진정한 승자 헤이즈(Heize)먹구름이다. 두 곡은 모두 기존의 나플라가 주로 선보였던 음악적 색깔과는 다른 축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팝-랩의 형태를 띠며, 그 어떤 수식어보다도 듣기에 편안한, 말 그대로 의 속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동시에 한국 가요 특유의 구성진 멜로디 라인이나 소위 뽕끼어린 소스, 리듬 등을 배제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대체로 촌스럽게 인식하는 요소들 없이도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는 세련됨을 추구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타이트한 랩을 구사했던 “Wu”, “Mercy”로 대변되는 나플라가 얹어졌다니, 실로 흥미롭다. 혹자는 원피스(1Piece)“Let’s Get It”에서 도끼(Dok2)가 그랬듯 원한다면 알바로 하는 가요 피처링정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결과물들은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 베이빌론 (Feat. nafla) - 바보



사실 나플라에게 멜로우한 음악적 DNA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하입을 받기 전인 2015 5, 이미 베이빌론(Babylon)이 모니카(Monica)“Before you walk out of my life”를 리메이크한 바보에 참여한 바 있다. 부드러운 알앤비 트랙을 원곡으로 삼는 만큼 나플라도 전체적인 무드에 맞춰 적절히 랩을 뱉는다. 그는 이별 후의 감정을 일상적인 단어 선택, 상황 묘사를 통해 일기를 쓰듯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그러면서도 하나하나 뜯어봤을 때 보이는 의외로 신파적(?)인 구석은 더블유(W), 매거진 비즐라(Magazine Visl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개인의 취향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Q: 힙합 말고 다른 음악도 듣나?


A: 어렸을 때부터 발라드를 좋아했다. 요즘 자주 듣는 건 김진호의 ‘가족사진’이다. 임창정의 ‘슬픈 혼잣말’도 좋아한다.

- 더블유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친구들: 루피 & 나플라 인터뷰> 中 -


Q: 한국 래퍼는 누굴 좋아하나.


A: 재지팩트(Jazzyfact). 예전에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에 들어갔는데 1위에 있더라. 궁금해서 들어봤더니 엄청 잘하더라고. 아, 아티스트보다는 트랙을 따라가는 편이다. 박명호의 “사진”, 디지(Deegie)의 “너는 천사다 난 아닌데”.

- 매거진 비즐라 <[INTERVIEW] NAFLA> 中 - 


나플라는 그 개개 곡에 담긴 다소 과잉된 정서적 표현을 담담하고 유연한 스타일로 농도를 낮춰 자신의 랩에 녹여낸다. 이는 "바보"만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been"을 비롯한 몇몇 트랙에서도 엿보인다. 그리고 그런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적정하게 맞추는 방식은 끌리는 대로 (I’m good)”먹구름에서도 유효하다. 그중에서도 잔잔한 분위기와 차분한 정서로는 "먹구름"이 비교적 더 가까운 편이다. 즉, 나플라가 본래부터 구사할 수 있었던 무드 중 하나를 자신만의 세련된 방식으로 팝의 영역에 안착시켰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 헨리 (Feat. nafla) - 끌리는 대로 (I'm good)



앞서 언급한 매거진 비즐라와의 인터뷰에서 나플라는 너무 피처링이 잦으면 색깔이 굳어질 거 같아서 어느 정도 몸을 사린 것도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사실이다. 메킷레인 레코즈의 멤버들의 곡에 참여한 경우가 아닌 이른바 외부 작업에 가까운 그의 피처링 트랙의 수는 지난 1, 2년간 열 곡이 살짝 넘을까 말까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아주 잘 통용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바보 같은 행보일 수도 있다. 특히나 <쇼미더머니>에서 선전한 래퍼들의 상업적 성공을 고려하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하지만 과도한 노출로 인한 급격한 이미지 소비, 그에서 오는 대중들의 피로감을 최소화하면서도 지금처럼 잘 소화할 수 있는 것들만을 조금씩 해 나가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면모는 꽤나 고무적이다. 산술적으로 따지긴 어려우나, 어쩌면 소모되는 정도에 비해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신선함을 유지하고,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의 더 많은 부가가치를 끌어냈다고도 할 수 있다.


과연 나플라는 이 랩 게임에서 자신을 어떤 존재로 각인시키고 싶은 걸까? 그가 전략성이 뛰어난 인물이었다면, 롱테일한 노선을 취하는 게 아닐까 추측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그의 말 하나하나가 그조차도 아닌 듯한 태연한 뉘앙스를 풍긴다는 것이다. 그는 그저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니 한영혼용을 자연스럽게 하는 거라 말하고, 각기 다른 멋이 있는데 굳이 롤모델을 찾아야 하느냐고 단순하게 반문한다. 또, LA가 자신의 무기였음을 부정하지 않으며, 자신도 랩이 먼저였기에 어설프게 힙합 문화에 특별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더불어 당장 어제 툭 던져 놓은 "JAIL"에서 어떠한 강박도 느껴지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타이트함을 적당량 머금듯, 그는 개인 결과물들에서도 왠지 모르게 태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니 보는 입장에서도 나플라의 그 무심하다면 무심한, 지극히 순수한 태도가 어디까지 갈까 궁금할 뿐이다.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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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매거진팀 치프 에디터. 도를 도라고 불러봤자 더이상 도가 아닙니다. 그래도 매일 같이 쓰고 씁니다.

Comment '3'
  • ?
    졸업하고파 2017.07.09 13:19
    너무잘한다. 너무잘해
  • ?
    지펑 2017.07.10 11:32
    헨리 노래들으니 드레이크 생각나네요
  • profile
    title: [일반] 별 (1)폴라미 2017.07.11 11:49

    너무 튀지 않는 거부감 없는 톤에 뛰어난 발성
    가요 속에서 벌스하나 단순 랩으로 때운다는 느낌이 아닌
    곡 내 적정한도 속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 드러내니
    여기저기 나플라를 부르려는 이유를 알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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