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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Heroes of the State: Arizona

title: [회원구입불가]Urban hippie2017.05.21 00:05추천수 6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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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Heroes of the State: Arizona

* <Heroes of the State>는 힙합 씬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미국의 주를 다룹니다. 그곳 힙합 씬의 분위기와 더불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로컬 래퍼들을 조명합니다. 힙합의 폭풍으로 빨려 들어간 래퍼들을 확인해 보세요!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Arizona) 주에 위치한 피닉스(Phoenix)는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피닉스는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미국에서도 가장 기온이 높은 도시로 손꼽힌다. 한여름 낮 기온이 40도를 웃돌고, 한겨울 기온 역시 20도에 육박한다. 햇빛이 너무 강해 선글라스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언뜻 보면 사람이 살기 힘들 것 같은 도시지만, 피닉스는 애리조나 주의 ‘주도’이자 미국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다. 애리조나 주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피닉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농구와 미식축구 등의 스포츠, 문화활동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의 규모와는 반대로, 미국 힙합 씬에서 피닉스의 영향력은 다소 작은 편이다.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랩스타가 딱히 없으며 ‘피닉스의 힙합 씬’ 혹은 ‘아리조나의 힙합 씬’ 이라는 말은 더욱 생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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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년 전, 침체되어 있던 애리조나 힙합 씬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은 이가 있다. 바로 피닉스 시의 시장인 그렉 스탠튼(Greg Stanton)이다. 그는 피닉스 시장이 된 후부터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힘썼다. 2014년부터는 매년 애리조나 힙합 페스티벌(Arizona Hip-Hop Festival)이라는 대규모 축제를 개최해왔다. 피닉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축젯날은 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무려 200명이 넘는 엄청난 수의 애리조나 힙합 뮤지션이 참가한다. 이러한 대규모 페스티벌에 힘입어 애리조나 주의 힙합 뮤지션들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지역 힙합 씬 또한 매년 더 활성화되고 있다. 한때 힙합 불모지였던 애리조나에서 너무나도 좋은 기회를 얻은 지역 래퍼들. 그렇다면 이들은 음악적으로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뜨거운 태양 아래 빛나는 애리조나의 일곱 래퍼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 Futuristic - The Greatest

Futuristic

추운 곳보다 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유쾌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애리조나에는 유난히 개성 넘치는 래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퓨처리스틱(Futuristic)은 단연 돋보이는 래퍼다. 2014년 첫 앨범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앨범 [As Seen on the Internet]으로 빌보드 힙합 앨범 차트 10위를 마크하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최근엔 좀처럼 보기 힘든 속사포 랩을 주무기로 하는 퓨처리스틱은 귀를 쏘는 듯한 타이트하고 날카로운 플로우를 구사한다. 사실 랩도 랩이지만, 컨셉적으로도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척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The Greatest"의 뮤직비디오는 'Nerd raps fast in Compton'(링크) 이라는 장난(Prank) 영상과 함께 공개돼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끌어냈었다. 화려한 랩 스킬과 너드(Nerd)라는 유쾌한 컨셉은 어느덧 퓨처리스틱을 애리조나의 대표 래퍼로 자리 잡게 했다.





♬ Odd Squad Family - New Ish

Odd Squad Family

“그는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꿈을 좇아간다.” 오드 스쿼드 패밀리(Odd Squad Family)의 멤버 중 한 명을 소개한 한 미국 매체의 코멘트다. 그룹의 멤버들은 각자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팔다리가 불편하거나, 희소병인 백색증을 앓고 있다거나, 살아온 환경이 지나치게 불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들은 부정적인 상황을 음악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하루하루의 삶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자신들만의 긍정적인 가사로 전달한다. 올해로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 오드 스쿼드 패밀리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그들이 음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preading Love, and Positivity!’라는 그룹의 슬로건답게, ‘성공’이라는 단어보다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현재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 RoQy TyRaiD - Royale W Cheese

RoQy TyRaiD

애리조나의 힙합 씬이 활성화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 베테랑 래퍼가 많지 않은 편이다. 대신 베테랑도, 그렇다고 신인도 아닌 래퍼들이 로컬 씬에 주를 이루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우리나라의 개그맨 김민교를 닮은 듯한 로키 타이레이드(RoQy TyRaiD) 역시 그중 한 명이다. "Royale W Cheese"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듯 로키 타이레이드는 각 곡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한다. 뮤직비디오를 직접 디렉팅하고, 가사에도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사운드적으로는 스스로 90년대 붐뱁 사운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듯 이와 흡사한 성향이 음악 안에 묻어난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최근 발표한 앨범 [The Dichotomy of RoQy TyRaiD]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기존 메인스트림 음악에 지친 리스너라면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Mega Ran - Wily

Mega Ran

여기 먼-나라 일본의 흔히 '록맨'이라 불리는 메가맨을 자신의 시그니처로 삼는 애리조나의 우람한 래퍼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메가맨의 영향이 느껴지는 그는 바로 메가 렌(Mega Ran)이다. 어떻게 일본 게임의 영향을 받아 랩을 시작한 지는 자세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어쨌든 “Infinite Lives” 나 “O.P” 같이 게임을 테마로 한 곡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Wily" 같은 곡에서는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사운드가 곳곳에 배치해두며 조금은 유별난 취향을 적극 드러낸다. 사운드적으로 메가맨을 표현하지 못할 경우엔 직접 메가맨 티셔츠를 입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열정을 보이는 등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체성을 지닌 래퍼다. 어릴 적 게임기로 메가맨을 열심히 하며 자란 리스너에겐, 랩의 호불호를 떠나 메가 렌의 음악들이 반갑게 다가오지 않을까.





♬ Vee Tha Rula (Feat. Kid Ink) - The Town

Vee Tha Rula

애리조나에 별난 래퍼들만 가득한 건 아니다. 비 다 룰라(Vee Tha Rula)는 앞서 설명한 래퍼들에 비해서 평범해 보이지만, 애리조나 힙합 페스티벌에 헤드 라이너로 설 만큼 지역 내에선 인기가 많은 래퍼다. 그는 알룸나이 뮤직 그룹(Tha Alumni Music Group) 소속인 동시에 블러드 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갱스터 랩, 거리의 삶을 음악에 녹여낸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앨범 [Rula 2]를 들어보면, 그가 어떤 색깔의 음악을 추구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The Town”이나 케빈 게이츠(Kevin Gates)가 참여한 “Bullshit”이 대표적이다.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쏘듯이 랩을 뱉는 플로우가 잘 어우러진 점이 그가 왜 지역에서 인기 있는 래퍼인지를 알려준다.





♬ Sincerely Collins (Feat. Miny & Socorro LeRoux) - Midas Touch

Sincerely Collins

여름 느낌 물씬 나는 이 뮤직비디오는 놀랍게도 지난 1월 발표됐다. 서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피닉스의 기온은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피닉스 래퍼들의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계절이 어떻든 사막이나 뜨거운 태양, 시원한 옷차림을 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곡의 주인인 신시얼리 콜린스(Sincerely Collins)는 말 그대로 ‘Sincerely’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그는 지역 힙합 씬을 이끌고 있는 래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목소리를 음악에 녹여내기도 하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담아내기도 한다. “Midas Touch”는 지난해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정규앨범 [The Legend Of The Phoenix]의 수록곡이다. ‘피닉스의 전설’이라는 포부 가득한 타이틀의 이 앨범은, 앨범에 가득 담긴 긍정적인 기운,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래핑으로 리스너들의 호평을 받았다. 단숨에 로컬 씬에서 주목을 받게 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래퍼 중 한 명이다.





♬ Marley B - Rear View Mirror

Marley B

힙합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애리조나 힙합 역시 피닉스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피닉스에만 힙합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말리 비(Marley B)는 애리조나의 남쪽 도시 투손(Tucson)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래퍼다. 2012년에 첫 앨범을 냈을 때만 해도 지역 내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는데, 이듬해 [Raising Arizona]라는 앨범을 발매하고 난 후 더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신이 속한 지역을 샤라웃하는 가사가 크게 한몫했고, 그가 주무기로 삼는 스타카토 식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집어내며 구사하는 랩 스타일이 전보다 더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애리조나뿐만 아니라 일리노이 주와 켄터키 주의 래퍼들과도 협업하고 있으니, 앞으로 그가 들려줄 음악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Urban hippie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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