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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그니토 2집에 앞서) Kontrix - Legacy Review

title: 2Pac - Me Against the WorldMigh-D-98brucedemon2017.05.07 14:16조회 수 1807추천수 7댓글 0

Kontrix_-_Legacy_EP_2014.jpg

이 글은 지난 2015년 불의의 사고로 작고한 바이탈리티의 프로듀서 컨트릭스(Kontrix)를 기리고자, 그가 생전에 낸 유일무이한 작품 [Legacy]에 대하여 쓴 것입니다. 이그니토 형님의 2집 [Gaia]에 앞서 2집 전곡의 프로덕션을 책임진 컨트릭스의 비트와 그의 존재에 영원함을 기도하며 이 글을 다듬지 않고 다시 올려봅니다.


Kontrix_-_Legacy_EP_2014.jpg

지난 주, 필자를 비롯한 적잖은 이들의 가슴을 철렁인 소식은 순전히 한 사람의 죽음의 의미로 치부될 만한 하나의 ‘~거리가 아니었다. 바이탈리티(Vitality) 크루의 대표로서 아티스트 이그니토(Ignito)SNS를 통해 단 한 장의 흑사진만을 게시한 채 묵묵히 소속 프로듀서 컨트릭스(Kontrix)의 작고를 알렸다. 일부러 우회적으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아니 애초 그럴 수 없었다. 문자 그대로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죽음이 타자에게 주는 감정을 조금 더 절실하게 체감해야 한다는 건 때로는 매우 고독한 것이다. 이미 떠나간 자의 넋을 달랠 길이 딱히 없는 필자로서는 실로 그가 남긴 이 7곡짜리 작품을 다시 귀기울인다는 것조차도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다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런 필자의 부끄러움이 어쩌면 외려 떠난 그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예의의 흔적을 전할 수 있는 생사의 창구가 되리라는 필자의 다소 뻔뻔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느껴진다. 그가 남긴 이 묵직한 작품만치 그의 작고도 서서히 무거워질 것만 같다.

 


무엇보다 그가 남기고 떠난 이 작품이 띄고 있는 가치라는 걸 감히 말하고자 한다면, 본작은 그 자체로 말미암은 어떠한 수익조차 창작자 본인에게 (의도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료로 공개된 본작은 그 타이틀 그대로 유산의 반열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Legacy].. 처음 본작을 접했을 때에는 제목이 이리도 큰 의미를 부여하리라고는 청자도, 또 창작자 본인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본작의 제목이 부여하는 상징의 근거 아래에 창작자의 작고라는 한없이 슬퍼하지는 말아야할깊은 사태가 머물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표명되지 않는, 표명될 수가 없는 작품의 무한성은 작품의 주인과의 (의도치 않은) 이별을 통해 더 확장될 것이라 믿는다.



본작은 엄연히 EP 앨범의 정체성을 점유하고 있지만, 마치 당연하다는 듯 왠만한 풀 랭스(Full-Length) 앨범의 양질보다도 더 폭넓은 배경과 성과, 그리고 실로 우연하지 않은 탄탄한 서사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바이탈리티의 프로듀서로서가 아니라, 생전의 그가 지향했던 날 것 그대로의 사운드를 7곡의 앨범으로 완연함에 가깝게 빚어냈다는 것은 지금도 이유 없이 숭고하게 다가오곤 한다. 본작의 이른바 퀄리티를 논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그러한 퀄리티의 외연성 위로 떠올라야 할 의식의 흐름과 더불어 서사적 배경을 좀 더 절대적인 시선에서 진술해야만 할 것이다.


 

이그니토의 짧은 샷-아웃(Shout Out) 이후 강렬한 색채가 극대화되어 압도적인 무거운 스네어(Snare) 사운드로 뒷받침되고, 장엄한 무드를 자아내는 고전풍의 멜로디로 무장된 인트로를 거치면, 음험한 보이스 샘플이 코러스를 수놓고, 헝거 노마(Hunger Noma)의 차분하게 맹렬한 랩핑으로 흘러가는 ‘Pay Attention'이 나지막이 들린다. 느슨하게 풀려진 듯 흐릿하게 박자를 때리는 드럼은 헝거 노마의 회의적 시선으로 점철된 가사와 맞물려 청자에게 속삭이듯 전해진다. 한 발자국 떨어진 어두운 바닥에서 차렷한 채 눈부시게 빛나는 어떤 일그러진 성지를 향해 물컹한, 붕괴되는 진실을 전하는 것만 같은 이 곡은 앨범의 대표곡 중 한 곡이다. 이 곡이 멜로디로 인해 어느 정도 서정적인 음산함을 확보하고 있기에, 그렇기에 관념적으로 다가온다면, 다음 트랙인 괴뢰인간은 다르다. 호러 코어(Horror-Core)라는 하드코어(Hard-Core)의 세부 개념을 정확히 해석한 곡의 특성상 일면 속도감 있는 투명한 드럼의 전개와 찌그러지는 스크래치는 물론, 공포감을 자극하는 신스 멜로디와의 화학작용이 만드는 곡의 분명한 질감은 게스트로 참여한 드래곤 AT(Dragon AT)와 이그니토의 같은 듯 다른 주제를 전하는 가사와 어울려 특수한 절대성을 띤다.(자세히 말하면 드래곤 AT는 문화라는 굴레를 돌며 미시적인 요소들을 비판하고 있다면, 이그니토는 거기서 떨어져서 철학적인, 그러나 분명 참여하고자 하는 일갈로써 문화(혹은 사회) 내부의 허위의식을 거침없이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묘한 무드가 곡 전체를 감싸고 도는 인터루드(Interlude) 격의 ‘Monophonic Ensemble'은 곡명이 암시하는 바와 같은 장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전초전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유령의 읊조림이 또렷한 음성으로 전달되고 있음과 동시에 툭툭 튀는 붐뱁 비트는 제목이 말해주듯 하나의 단적인 앙상블을 전개한다. 그리고 전초전과도 같은 풍경은 곧 현실로 나타난다. 다시 한 번 헝거 노마의 단정한 듯 강렬한 랩 톤과 침잠된 호소력이 짙어서 마치 바이탈리티의 일탈(Illtal)을 연상케하는 가막새의 랩핑이 긴장으로 버무려진 기타 리프와 차진 비트와 함께 저격되는 'War Of Rampage'가 흐르며 본작은 무드의 곡선이 높아진다.(개인적으로는 가막새의 후반부 구절 이미 귓가에 선포된 계엄령이란 부분이 참으로 소름이 돋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내려와 어두워지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잘 그려낸 ‘Jack Kevorkian'은 여포의 철학적, 염세적 가사가 마치 하나의 거대 서사를 이루듯 정돈되어져 있다. 그에 걸맞기나 하듯, 진혼곡과도 같은 멜로디 위에 어김없이 귀를 때리는 슬로우 템포의 드럼이 얹어져 힙합 곡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그 테마로 죽음의 의원 잭 케보키언을 선택하였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그렇게 서사적인 인상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던 본작은.. 음악적으로는 동선을 같이 하면서도 흡사 커튼 콜(Curtain Call)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마지막 곡 ‘Entry’를 통해 새로운 길로의 진입을 공표한다.(물론 그 경로는 컨트릭스 본인이 그대로 품고 갔지만 말이다.) 여기서 인상깊은 건 탄젠트(Tangent)K.Razor의 날카로운 전달력이다. 탄젠트의 높은 톤과 그에 비해 비교적 낮은 K.Razor의 톤은 서로 분명하게 분리되는 와중에도 각자의 표현력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더불어 이전 곡과는 전혀 다른 비트 전개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유연함은 실로 본작이 얼마나 탄탄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방증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게 본작은 (지금에 와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먹먹하게) 마무리되었다.

 


한국 힙합 내에서의 하드 코어가 여전히 위축된 구멍 속에 있다고들 하지만, 기실 좀 더 깊게 귀기울여보면 국내 하드 코어의 지반 역시 그리 가볍게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컨트릭스 역시 그러한 의미가 매우 농후하게 짧지만 강렬한 본작을 남겼다. 얼마 전 인터뷰를 마친 헝거 노마의 말처럼 하드 코어가 옛날 음악이 될 것 같진 않다’.. 본작을 접한 청자는 이제 떠나간 그의 가능성을 각자의 인식 속에 고스란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갑작스레 떠난 그를 온전하게 떠나보내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의 단단한 날개같은 소리가 지속해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어떠한 의의라도 부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st In Peace Kontrix Of Vit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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