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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파급효과 VS 우리효과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7.04.30 18:06추천수 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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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파급효과 VS 우리효과

저스트 뮤직(Just Music)이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효과 (We Effect)]를 발표했다. 그들은 지난 몇년간, 그 어떤 레이블보다도 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그 단초가 된 앨범이 [파급효과 (Ripple Effect)]였고, 이제는 사뭇 느낌이 다른 [우리효과 (We Effect)]로 또 다른 증명을 해내려고 한다. <쇼미더머니>에서의 선전, 가요계에서의 수많은 러브콜, 쉴 새 없이 계속했던 공연 등을 거쳐 이제는 결코 섣불리 무너질 거라 예상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저스트 뮤직. 그들이 한데 뭉친 두 장의 결과물, [파급효과 (Ripple Effect)]와 [우리효과 (We Effect)], 그리고 약 3년 동안 있었던 변화의 지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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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효과 (Ripple Effect)], 성공을 파급하다
 
2014년 발매된 저스트 뮤직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Ripple Effect)]는 저스트 뮤직이라는 레이블의 통일된 색을 보여주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본 앨범의 중심에는 ‘패기’와 ‘야망’이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 당시 갓 새 멤버로 합류한 바스코(Vasco, 현 빌스택스)는 자신의 이전 경력을 벗어던지고 프레쉬맨을 자청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인수인계”), 비슷한 시기에 합류한 당시 막내 멤버였던 씨잼(C Jamm)은 현재와는 다른 타이트한 랩을 구사하며 ‘젊은 피’로서의 포부를 여실히 드러낸다(“더”, “난 앞으로만”). 달달하고 기발한 곡 컨셉과 재치 넘치는 가사를 자주 선보였던 기리보이(Giriboy) 역시 [파급효과(Ripple Effect)] 안에서는 차진 랩을 선보이는 동시에 특유의 독특한 화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타자와 분리해버린다(“Just”, “난 앞으로만”). 그리고 ‘패기’와 ‘야망’하면 빼놓을 수 없는 리더 스윙스(Swings)는 일차원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참신함이 돋보이는 비유법과 펀치라인을 통해 두 키워드를 강하게 드러낸다(“Crowd”, “Still Not Over Ⅱ”). 물론, "소문" 같은 트랙은 전반적인 결과 다른 모양새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트랙은 앨범의 핵심인 앞서 언급한 두 키워드를 힘 있게 표현해낸다. 이로 인해 저스트 뮤직은 마치 ‘원피스 해적단’처럼 기백이 넘치는 이미지를 자연스레 생성해냈다.
 
네 명의 래퍼가 유기적으로 랩을 매기고받는 것은 [파급효과(Ripple Effect)]의 가장 주된 감상 포인트다. 하지만 그전에 전체 프로듀싱을 맡아 그 넷을 하나의 통일된 색으로 묶고, 그 색을 더욱 짙게 가져간 천재노창의 몫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여러 방법을 통해 [파급효과(Ripple Effect)]의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Still Not Over Ⅱ”에서 제이지(JAY Z)의 “Dirt Off Your Shoulder”를 활용한 것처럼 샘플링을 통해 곡의 뼈대를 구축하기도 했고, “소문”에서 후반부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극단적으로 목소리를 변조함으로써 세심하게 디테일을 챙기기도 했다. 또한, “파급효과 (Ripple Effect)”와 다음 트랙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변곡점을 두고 분위기를 전환시킨 점이나 “Just”, “난 앞으로만”에서의 변조된 샘플 사용 역시 이러한 부분의 연장선이다. 흥미로운 장치는 또 있다. “Outro”에서는 블랙넛(Black Nut)의 우동 먹는 소리를, “인수인계”에서는 스윙스의 과한 웃음소리를 삽입했는데, 일상적 소리를 사운드적으로 특별한 장치로 변환해 청자들의 듣는 재미를 더한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천재노창의 비트 위에서 저스트 뮤직 래퍼들의 랩은 개성은 남겨둔 채 각개전투하기보다는 저스트 뮤직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 ‘패기’와 ‘야망’으로 가득 찬 이들의 외침이 통일감 있는 프로덕션을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동 또는 누구보다 성공을 갈망하는 허슬러로 보이게 된 셈이다. 결론적으로 [파급효과(Ripple Effect)]는 한창 레이블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던 그 시기 부근의 어느 앨범에도 꿇리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주며, 씬 안에서 저스트 뮤직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이후 저스트 뮤직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마 대부분 힙합 팬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후일담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방대한 그 이야기들은 곧 [파급효과(Ripple Effect)]가 성공적이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저스트 뮤직이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며 씬 안팎으로 일으킨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이라고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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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효과 (We Effect)], 우리가 곧 효과다

‘I’m Just Gonna Do It Slow’. 스윙스는 힙합엘이(HiphopLE)와의 인터뷰에서 제이다키스(Jadakiss)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한창 좋아했을 때는 굳이 격렬하고 화려하게 하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하는 게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과거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대목은 올해를 비롯해 최근의 저스트 뮤직을 논할 때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파급효과 (Ripple Effect)]에서 조금은 화가 난 채, 되직한 톤과 플로우로 더 큰 성공을 갈망하던 멤버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대신 [우리효과 (We Effect)]를 통해 랩 디자인이든, 가사 구성이든 한껏 힘을 풀고 능구렁이같이 비트를 가지고 놀며 돈과 명예를 얻으며 성공한 자의 여유를 한껏 부린다. 어떻게 보면 바스코가 빌스택스(Bill Stax)로 변모하며 자신의 성공을 말할 때 텔링(Telling)이 아닌 쇼잉(Showing)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레이블 전체로 확장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그로써 그 한 단면이 옳고 그름을 떠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파워를 얻으면 인간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파급효과 (Ripple Effect)]를 패기와 야망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다면, [우리효과 (We Effect)]는 그 패기와 야망이 실현된 산물이다. 전자는 무형의 감정과 사고로 자신감을 심어주는 식의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려 한다. 반면, 후자는 지난 3년간 자신들이 쌓아 올린 돈과 명예라는 실재적인 요소를 취한 존재 그 자체로 더 큰 파장을 퍼뜨리려 한다. 이는 물질적인 요소로 꿈을 쟁취하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온당한 정반합의 과정이다. 젊음이 무기지만(“Crowd”) 아직은 용돈을 타서 썼던(“더”) 씨잼은 엄마의 지갑을 뚱뚱하게 만들었다면서도 멜론 1위는 거의 구리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Too Real”, ”The Cartel”). 마세라티와 롤렉스 모두 다 내 것이라고 말했던(“더”) 빌스택스(바스코)는 돈과 인기가 아니면 <쇼미더머니> 왜 나갔겠느냐며 목에 걸친 네 개의 골드 체인을 과시한다(“Rolex”). “인수인계”에서 다 찢고 전설이 될 거라 천명했던 스윙스는 “카니발갱”에서 여유 넘치게 망가진 스타렉스를 타던 옛날부터 카니발 세 대를 굴리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긴 서사를 간단히 함축한다. 결정적으로 “Too Real” 속 천재노창의 “JM이 초중고딩 희망직업 1순위를 바꿨지”라는 가사는 이 모든 성공 서사의 과정과 결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이러한 자체적인 맥락을 부각하면서 [우리효과 (We Effect)]는 [파급효과 (Ripple Effect)]과는 완전히 다른 앨범이 됐다. 저스트 뮤직이 말하는 [파급효과 (Ripple Effect)] 속 ‘파급효과’는 제이콥 쿠닌(Jacob Kounin)의 교사와 학생 간의 행동 패턴에 대한 연구에 대한 일종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우리효과 (We Effect)] 속 ‘우리효과’는 이처럼 다른 무언가를 빌려오지 않은, 당연하게도 기존에 없는 효과다. 이것은 오로지 최근의 한국과 저스트 뮤직, 이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야만 나타나는 맥락을 활용한 새로운 연주다.

 
그래서 [우리효과 (We Effect)]에는 천재노창이 [파급효과 (Ripple Effect)]에서 피아노 파트, 잘게 쪼갠 샘플 등으로 과잉되게 연출한 조금은 느와르하기도 한 분위기는 없다. 그 자리를 꿰찬 건 장르적 특성을 살려 그토록 열망했던 성공과 그에 따른 향락 혹은 쾌락을 자연스럽게 노래하면서도 그에 걸맞게 턴업할 수 있는 대체로 미니멀한 류의 트랩 비트다. 그러한 보다 균일하고 정형화된 프로덕션이 바탕을 뒀기에 몇 년간 런웨이에서 쌓아온 구력이 부끄럽지 않게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인 고어텍스(Goretexx)도, 가사적으로는 논란이 될 순 있어도 기술적으로는 작품 전체의 근육을 타이트하게 수축시키는 블랙넛도 자연스럽게 앨범에 녹아들 수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종종 가사에서 보이는 과격한 언사가 불편하고, 그 언사들로 이뤄진 막대한 물질적 성취를 전시하는 게 ‘필요이상’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효과 (We Effect)]를 쉽게 거부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많은 이가 갈구하는 욕망을 절대다수를 압도하는 음악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모두를 품진 못해도 쉽게 자본을 벗어날 수 없는 대다수를 제대로 공략해낸 [우리효과 (We Effect)]의 전략 아닌 전략이다.


글ㅣLoner, Melo
이미지ㅣ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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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4.30 19:24
    음악 : 파급효과 완승
    래핑 : 우리효과 미세승
  • 4.30 23:55
    @사챙업자

    음악에 승자가 있나요?

    디스전도아니고

  • @ver.07

    긍까 작품의 완성도를 말한게 아닐까 싶?

  • 1 5.3 07:58
    솔직히 이렇게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다룰 완성도의 앨범인지;
  • 5.4 16:44
    @mc 워너비
    그래도 우리나라 탑급인 레이블의 컴필이니까요.... 그리고 파급효과는 충분히 좋은 앨범이었다고 생각하는데
  • 5.4 20:20
    @mc 워너비
    이름값 때문이죠.
  • 6.3 16:21
    @DNM302

    이름값이란게 결국 실력으로 입증한거 아닌가요 얘네가 비주얼 아이돌도 아니고...ㅎㅎ

  • 6.3 20:22
    @흙구정물
    파급효과 앨범으로 실력을 확실히 보여줘서 이름값이 생긴거죠
  • 5.4 23:12
    좋은리뷰 잘 봤습니다.
  •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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